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80화 (80/248)

EP.80 계시-3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결혼하면 태반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누가 잘못일까, 같이

온 자신이 잘못일까, 아니면 사역마 지능 설계를 동굴 속 수호자와 비등하게 짜놓은 그 정신병자? 아니면 순애에 미쳐 애한테

결혼이니, 낮져밤이니, SM이니라며 지랄한 등신 때문인가.

아마 골고루 잡쳐 이 상황이 잡쳐진 것이겠지.

“아인이 아빠, 애한테 소리를 지르는 것에 교육에 좋지 않아요.”

아리아는 아인이 꺾은 말의 반전에 참을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누가 아인이 아빠에요?! 장난에 장단 맞춰주면 안 된다니까요!”

그런 반응이 오히려 재밌는지, 아리아는 쿡쿡거리며 아인의 옆에 앉았다.

“우리 아인이, 그래도 엄마라고 바로 안 불러주는 건 섭섭한 걸?”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호칭에서는 주의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랬구나~! 우리 아인이 고생 많았어...!”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스필은 아인의 몸을 껴안으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래도 아리아스필 님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딱딱하니까, 언니라고 불러주는 건 어때?”

족보가 꼬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은 정말 환청인가, 아마 아니겠지.

“흠... 분명 언니는 호칭은 분명 연상의 여성에게도 통용되는 단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는 엄마라고 부르는 걸 목표로 노력해보자!!”

“네, 아리아 언니.”

그 호칭에 아리아는 황홀한 표정으로 무표정한 아인의 뺨을 마주대어 비벼댔다. 어릴 때의 레오에게 품었던 욕망이 이런 식으로 해결되니 예상의 배의 행복이 뺨에 느껴졌다.

“아리아 언니, 아버지께서 부담감에 못 이겨 몰래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군요. 붙잡을까요?”

슬금슬금 소파 옆으로 엉덩이를 빼는 레오나르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가?”

“...잠..잠깐 화장실에...”

“참아.”

상냥하면서 단호한 말투였다.

“...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면 가족끼리 부끄러울 건 없으니까...”

“참겠습니다.”

물통을 내미는 걸 보고 그 이상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아인은 남동생이 좋아? 여동생이 좋아?”

어느샌가 이야기는 결혼을 전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성비를 생각하면 남동생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무겁게 생각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생각해주는 거야? 기특해! 우리 아인이 기특해!!”

그리고 남동생을 원하는 점도 자신과 생각이 일치해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레오, 미안하게 들리겠지만... 아버지가 없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어?”

갑작스레 목소리를 깔고 질문하자, 레오는 당황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리 좋은 기분 아니었죠...?”

엄마를 잃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그리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덕분에 철도 일찍 들었고, 떼를 쓰는 것도 일부러 참았으니까.

“우리 아인이가 아빠 없는 애로 컸으면 좋겠어!?”

이야기가 왜 그런 쪽으로 흐르는가.

그것보다 몇 백년은 현자의 유산으로 보관된 아인이 어떻게 애라는 게 되는 것인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너무 편의적인 해석 아닌가.

“아니면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 어머니와 이어지는 걸 직접 관람하며 즐기는 성벽을 지니셨...”

“아니야!!”

그 정도로 미친 놈은 아니었다. 좋은 남자가 있으면 이어주는 게 맞지만, 그런 걸 즐기는 형태는 아니었다.

“...그럼 어째서 결혼은 거절하시는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그거야...”

“관계적으로도 아리아 언니와 서로 유대감이 가장 깊은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난 귀족도 아니고...!”

“마나체련술 개발,

각종 흑마법사와 마인 퇴치 및 조력, 현자의 유산 전부 발굴, 고유 마법 개발, 청탑주와의 대결의 승리 등의 공과 업적을

세웠으면 직위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직위 하사나 입양이라는 절차도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볼만 합니다.”

왜 자식한테 말로 밀리는 기분이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게 이런 뜻인가?

“그리고 전속 기사인 신분으로 결혼은...”

“역사적 사례로 봤을 때는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 이하의 공을 세웠음에도 지역 영주나 기사 가문, 하물며 왕족의 딸과도 혼례를 올리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 귀족...”

“방금 전 한 이야기와 겹치는 내용이군요. 다시 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자기 변호를 시킬 걸 그랬다. 무슨 말을 마탑주들 이상으로 잘한다.

“...하지만...그...”

“참고로 마탑에서 잠시 관찰한 결과, 아버지에게는 이상 성욕은 없더군요. 관심이 없는 여자 또는 모든 남자가 구애하는 걸 싫어하며, 저를 보고도 욕정을 품지 않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캐고 있으며, 자신의 성벽 하나 알아내자고 저런 모습을 고른 것었다니...

“그리고 제 머리를 이렇게 정리해준 것도, 아리아 언니가 잘라주었던 매듭머리와 유사하군요. 의도가 전혀 없습니까?”

“그러네~ 왜일까~ 엄청 똑같은데!”

왜일까, 난 단지 아리아를 제대로 이기고자 곁에 있었는데, 깨닫고 보니 여우 같은 아가씨와 딸이 생겨버렸다.

문제는 자신은 아직 동정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무엇보다 라인하르트 가문 사람이 이걸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쇼.”

아인은 회색 로브를 주섬거리더니, 작은 쪽지를 꺼냈다.

“...이게 뭔데...?”

“리오스 님의 전보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읽게 해달라고 보내주시더군요.”

“...어디...”

[아우, 지금

가문 내에서 아우가 또 사퇴할까봐 걱정돼서 어떻게든 말뚝을 박게 할 방법을 모색 중이야. 그래서 내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예

너랑 아리아를 약혼시킬려고 추진 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거사를 치...]

타닥거리는 불 마법의 소리와 함께 헛소리와 개소리의 불협화음이 잿더미가 되었다.

“예비본 있습니다. 이럴까봐 많이 준비해두셨더군요.”

“...하...”

실성할 것 같았다. 현자를 어떻게든 처넣으니 그의 사역마까지 자신을 괴롭혀왔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째서 이렇게 거부하는 것인지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조금 생각할 여유는 줘. 그리고 아인 넌 여기에 온 본목적은 잊지 말라고. 신전 측의 결정에 따라 너의 처분이 결정될 테니까.”

레오는 아인의 손을 붙잡으며 방 밖으로 나갔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알았어. 잘 생각해봐. 아인이 아...”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문을 세게 닫으며 레오나르도는 밖으로 나갔다.

“혹시 화나셨습니까?”

“안 날 거라는 낙관적인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거지?”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왜 집에 안 돌아온 건지, 조금은 납득이 되었다. (물리적으로도) 자신의 등골을 빨아먹은 자식이 보는 게 어떤 심정이 이해가 된 순간이었다.

“...하... 내 상황 들었잖아. 현자님도 보증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현자는 지금 이 대화를 못 듣는다는 점에 있었다. 아마 있었다면 1년은 넘게 조리돌림했겠지.

“압니다.”

“아인... 알면...! 좀 이해 좀 해줘라... 나도 곤란하다고.”

“이해를 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아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회귀 전 일들은 아버지 잘못이 아닙니다.”

“...”

잠시 할 말이 없어졌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피가 섞인 존재에게 일갈을 들었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리아스필과 똑같은 얼굴로 위로를 해서 그런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건 아냐.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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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꿔본 적이 없다.

꿈을 꾸면 모두 당시의 일로 하나씩 떠오른다. 빛 하나 없는 언덕을 피로 거름 대신으로 흩뿌리며 날붙이로 묘표로 삼는다.

선악 따위는 관계없이 모든 걸 죽였다.

세계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보이는 건 모두 베었으니까.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었다.

피해자건 가해자이건 무의미했다.

이해 받고 싶지 않았기 이해의 관계를 저버렸으니까.

단 일순이라도 세계의 존속을 유지하면 거기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싸움은 결국 끝나지 않았고, 존속 따위는 시간벌이에 불과했다.

어떤 이는 자신을 악마, 살육자, 마왕이라 불렀으며.

나머지는 자신을 영웅, 구원자, 용사라 불렀다.

차이는 없었다.

그들이 멋대로 편하게 선과 악을 구분지었을 뿐, 그 경계를 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나 자신이 살 길 바랬기에 그런 것을 알기에.

죽을 곳을 찾아 정처없이 떠돌 뿐이었다.

그 모순은 열 살배기의 용병이 부리는 생떼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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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은 목표에 집중하자... 뒷일 생각하는 건... 거짓말은 아니...”

[진짜 꼴값을 떨어요.]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몇 년 전만 해도 예고 없이 자동적으로 반영구적으로 들리는 개소리의 대부가 지닌 목소리였다.

[이 씨발놈이...! 또 그러면...?!]

“벌써 수명이 다한 건가?”

“아버지 오늘도 시작할까요?”

“지금은 바쁘니까 얼른 끝내자.”

“예.”

아인은 현자를 향해 정권을 날렸다.

[으억!! 그만...! 패륜이냐...!! 내가 너 만들어줬잖아...!!]

“그리고 몇백년 동안 철통 속에 가뒀죠.”

현자의 코뼈가 휜다.

[쿠헥...!!]

현자의 광대가 으스러진다.

[우억...!]

“그리고 수호자 케테르를 데려가시고요.”

현자의 이빨이 나간다.

[아학...!!]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영체인 현자의 면상을 몇 번 갈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현자의 영체가 연기가 되어 레오의 가슴으로 흘러들어갔다.

적당히 팬지라 영체를 복구하는데는 몇 시간밖에 안 걸릴 것이다.

“너무 건성으로 해서 죄송합니다. 급하게 한다는 기준이 애매했습니다.”

“아니, 언제나 고마워.”

아인은 효녀로 컸다. 저런 악령을 퇴치도 잘하고, 아주 기특했다.

“...저기 레오나르도 씨...?”

정말 화장실에서 돌아온 것일까, 루미네는 물기가 묻은 손을 손수건을 닦으며 그 구타의 광경을 보았다.

{어떻게 저런...!}

“어떻게 한 건가요?!”

전 셩녀와 현 성자는 동시에 그 퇴치에 경악한 눈치였다. 물론 진심으로 같은 의미로 경악한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간단해요. 예전에 현자님이 성검에 맞고 영체를 유지 못 했을 때와 성녀님과 격투전을 벌였을 때를 참고해 퇴마 술식을 짜봤거든요.”

그 결과, 특정 주파수로 마나로 파장에 충격을 주면 저런 특수한 영체에도 간섭이 가능해지고 이윽고 영체가 심히 파손되면 현자의 돌로 복구가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주파수를 경우에 따라 변경해야되는데, 이는 레오나르도 혼자서는 연속으로 계산하고 사출하기에는 벅찬 것이었다. 그랬기에 주파수를 날리는 건 사념이 연결된 채로 계산법을 전달받은 아인이었다.

중요한 점은 그 복구하는 시간이 제법 길다는 점에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루미네 수사...?}

루미네는 아인과 앤젤라를 번갈아보았다.

“아버지, 연구를 위해서는 영체 뿐만 아니라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존재에게도 통용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루미네 사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루미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루미네는 몇 년 만에 편히 숙면을 취했다.

아인은 착한 아이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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