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79화 (79/248)

EP.79 계시-2

신전의 연무장

평소 성기사들은 이곳에서 대련이나 검술 훈련을 하고, 사제들은 그 피로를 기도술로 치료하고 검술과 신성술을 연계를 돕는다.

그런 신성한 훈련장에 한 마법사가 서있었다. 그는 신성은커녕 신에게 기도 한번 해보지 않은 남자였다.

“용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고, 애당초 그런 게 아니라고 열 번은 넘게 말했지만, 사제는 자신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지능을 지닌 사역마라니...! 이런 불경한...!”

그 말은 지옥에 떨어져야 할 늙은 악령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차마 안타까워서 들어주기는 했다만...

“...보통... 그런 말은 이기고 나서 하는 말 아닙니까?”

그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이미 레오나르도와의 대련에서 패배해 쓰러져 있었다. 인정할 수 없다고 하도 화를 내기에 우선 대련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닥쳐라...!! 이건 그런 문제가...!”

“그런 문제가 아니었으면 좀 더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그러셨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일침에 경건한 패배자이자 성직자인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참고로 대련으로 정하자고 하고 다수로 덤빈 건 신전 측의 사람들이었다.

‘...무리도 아니긴 하지.’

까놓고 말해 저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형상과 지능을 지닌 사역마는 윤리 개정안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존재이니까.

‘...하지만 본인 앞에 있는 자리에서는 그런 소리는 자제해야지.’

사역마라고 해도

아직 지능이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였다. 본인은 흥미 있는 존재 부정이라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지만, 분명 교육에는 썩

좋지 않고 이른 독설이기에 우선은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5분 안에 해결할 테니 적당히 둘러보고 누가 아인 자신에 관해 물으면 부모 관계라고 그냥 편히 말하라고 할 정도로 배려를 할 정도였다.

“아인, 어딨어?”

그 부름에 응하듯 신전의 외부 복도에서 회색 로브를 입은 소녀가 걸어왔다.

“왔습니다. 아버지.”

“이젠 그 호칭으로...”

그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원초적인 악의와 살기로 가득찬 시선, 그 시선에 레오는 급히 달려갔다. 그러고는 아인을 뒤로 물러세웠다.

“...아버지?”

“괜찮아!? 안 다쳤어?”

설마는 하지만, 성직자가 아인을 향해 진심으로 살의를 분출할 줄은 몰랐다. 아니면 아인이 이상한 말이라도 해서 악의를 더 부추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벌써 애아빠가 다 됐네?”

“...아...”

그 살기의 주인은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계속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왔던 가장 보고 싶었던 자신의 아가씨.

“축하해. 누구는 어떤 기사님 말 때문에 신전에서 열심히 참으면서 용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는데, 레오나르도는 열심히 자기 씨를 뿌렸구나. 정말 대단한데.”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였다.

재회의 감동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공포만이 엄습해올 뿐.

말투와 말내용이 따로 노는 목소리, 그리고 얼굴 표정과 살기가 개별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레오나르도는 진심으로 자신이 죽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게 아니...! 커헙...!”

이윽고 잡히는 멱살과 목, 안 본 사이에 아리아스필의 근력은 4년 전보다는 몇 배는 상회하고 있었다.

“어떤 년이야?”

레오나르도는 대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예 성대를 짓눌리고 있으니 말하고 싶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었다.

“어떤 년이냐고...! 누구 애인데...! 내가 묻고 있잖아...?!”

“당신입니다.”

그 말에 아리아스필은 당황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아인은 설명을 돕기 위해서인지 후드를 벗었다. 후드 아래에 있는 잿빛의 머릿결은 찰랑거리며 아인이 소녀의 성별을 지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당신의 두발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흡수하고, 아버지의 혈액을 촉매로 육체가 형성되었죠.”

“...잠깐만... 두발...이라는 건...”

아리아스필은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바람이 흔들리는 아인의 묶은 머리는 재회를 약속했던 옛 추억을 회상시켰다.

“...쿨럭...설명하자면 긴데... 간단히는 말하자면 아인은 현자의 유산으로 보관된 사역마에요.”

간신히 아리아스필의 손에 벗어난 레오는 몹시 늦었던 상황 설명을 요약했다. 목이 강하게 졸렸던 탓일까, 쉰 목소리로 계속 기침하는 건 덤이었다.

***

고요한 신전의 접객실, 그건 엄숙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게 꼬여있는 지금의 상황 때문이었다.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아버지?”

침묵이 길어지자, 아인은 나름의 배려로 먼저 운을 뗐다.

“...아니. 내가 할게. 그것보다 아버지라는 호칭은 좀 자중해주면 안 될까?”

“하지만 주인님 또는 마스터와 같은 일반적인 사역마가 사용하는 호칭도 싫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저렇게 어려보이는 아이에게 주인님이나 마스터라는 호칭을 들으면 그것대로 미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우선 어째서 마탑에 가게 됐는지 설명해드릴게요.”

아리아스필이 신전으로 떠난 직후, 레오는 새로운 훈련과 성장을 위해 마탑으로 떠났다.

사실 육체나 마나 코어에 대한 무술의 기량은 레오나르도는 손에 꼽히는 정점이었으니, 굳이 계속 투자할 필요는 못 느낀 것이었다.

그렇게 마탑에서 계속 마법을 연구하고 단련하던 와중,

“아메리 씨와 리오스 님이 현자의 유산을 더 찾아보자고 말했죠.”

알다사피 레오나르도는 현자의 유산을 두 차례나 발견해 획득한 경력이 있었다. 실제로 레오라면 다른 유산을 찾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각종 유산을 찾는데 성공했고...”

지팡이나 마도구를 하나씩 구하는데 성공했고 남은 것은 현자가 만들고 보관한 사역마였다.

“그렇게 찾게 된 게 아인이었어요.”

너무 간결한 설명에 의문을 느낀 건지, 루미네는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왜 아인 씨는 레오 기사님을 아버지라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보통은 현자님을 부모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것도 의문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의문인 것은 현자 그 자체였다. 평소라면 배후령으로 중얼거려야할 현자의 영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건...”

당시 사역마가

숨겨져 있었던 장소는 마탑의 고서고, 본래라면 쉽게 허락되지는 않을테지만, 레오의 경력과 리오스의 가문을 무시할 수 없었던

마탑주들은 일정 기간을 두어 잠시동안 고서고에 드나드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그럼 어떻게 숨긴 건가요?’

-[구조는 안 바뀌었네? 그럼 쉬워.]

레오는 현자의 말을 답안지를 보는 것처럼 사용해 고서고의 비밀공간을 찾았다. 일정 순서대로 마도서를 꽃으면 책장의 뒷문이 열리는 비밀 장치가 있었다.

그렇게 책장의 뒷공간으로 걸어가자 보인 것은 거대하고도 단단해보이는 철통이었다. 형태에 따라서는 원형의 관처럼도 보였다.

“...그걸 여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연 직후였다. 철통에서는 지금과 같은 사람의 형태인 사역마가 아닌, 슬라임처럼 보이는 액체형 생물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몸에 달라붙어서 피와 살점을 흡수하길래...”

-‘나가세요!! 시간을 버는 동안 지원을 불러야겠습니다!!’

-‘괜찮겠어?! 아우?! 이러다가...!’

-‘우선 레오나르도 군 말대로야! 지도를 쓰면 금방 이동할 수 있어!’

그 말에 우선 아메리와 리오스는 밖으로 나가 지원을 요청했다. 혹시나 한명이 남는다고 해도 이 액체괴물에 같이 달라붙으면 더 큰 피해로 확산될 수 있었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젠장...! 떨어져...!!’

-[흠... 얘 아무래도 육체 데이터가 소실된 것 같은데?]

레오나르도가 실시간으로 체액을 뺏기는 동안, 현자는 짜증날 정도로 태연히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 어떡해요?!’

-‘데이터가 될 세포와 마나 성분을 주면 돼. 이대로 가면 둘 다 어영부영 쓰러질 걸?’

이대로 가면 조금은 위험할 거라 생각한 찰나, 액체 사역마는 레오의 옷 속에 들어가더니 가죽 주머니에 든 아리아스필의 머리카락을 먹어치웠다.

“당시 저는 생명력이 짙은 것에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은 짙은 마나와 생명력을 느꼈죠.”

그렇게 머리카락까지 완전히 먹어치운 액체의 사역마는 점차 인간의 형상을 이루기 되었다.

-[...유전자의 흡수 완료, 지능 복구 및 육체의 저장을 시작합니다.]

점차 점토가 조각되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까지 형상을 이룬, 전 액체였던 소녀는 입을 열었다.

-‘묻겠습니다. 당신이 저를 깨운 사람입니까?’

그리고 지원이 왔을 때는 전라의 소녀와 그걸 바라보고 있는 레오나르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레오 님이 아버지, 아리아스필 님이 어머니가 되는 거군요.”

두분의 육체 정보가 섞여 형성된 사역마의 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전 두 분의 성분이 조합되어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은 복잡하게 돌아가게 됐죠.”

현자에게도 묻고 따졌지만, 현자 자신도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지는 ‘난 몰라’ 전법으로 인간의 인내심을 완전히 깨부섰다.

현자가 살았던 시대와는 달리, 현재는 사역마, 그것도 지성이 있는 인공 생명체에 대한 규정이 빡빡했다.

“그래서... 신전에서 허가를 받으러 오신 거군요.”

“그런 셈이죠. 전체적인 몸 상태의 검사도 받을 필요도 있었고요.”

마탑은 분명 학문적으로 육체를 검사할 수 있는 마법의 최고 단체였다. 하지만 생명과 윤리에 관해서는 적어도 신전 측이 마탑보다 우세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리아 아가씨께도 보고할 필요는 있었으니까요.”

우선 리오스에게는 아메리와 함께 단단히 입단속을 시켜놓았다. 어찌되었든 라인하르트를 일부 이은 이상, 아인의 존재는 가문과 개별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죄송...”

“...귀엽네. 그럼 우리 아이인 거야?”

일이 생겨 사과하려던 순간, 아리아스필은 요망한 웃음을 지으며 현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결국 아인은 ‘레오와 아리아 자신’의 자식, 정말 피가 이어진 딸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자신의 신혼 계획은 더 쉬워질 것이다.

“나도 한번 엄마라고 불러볼래? 아인?”

약간 장난스러운 눈치로 아리아는 물었다. 붉게 물든 채로 당황한 레오를 보니 자신의 기사는 그대로라는 생각도 들어 안심도 되었다.

“아뇨, 거절하겠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아인의 대답, 절삭을 하는 기계처럼 깔끔한 의사였다.

“...어...거절한다고?”

싸늘해진 분위기, 농을 꺼낸 아리아스필조차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예, 거절합니다.”

“...아까 전에는 분명 엄마라고...”

“생물학적으로 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 부정할 의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대 관계로서는 당신은 제 어머니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당신은 날 낳기만 했을 뿐, 부모라 자칭할 자격은 없다는 뜻이었다. 아리아스필은 조금 화가 난 건지,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물었다.

“왜...인지 말해줄 수 있을...”

“네, 말씀해드리죠.”

그 말을 자르며 아인을 대답했다. 마치 이를 기다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먼저 제가 레오나르도 님을 아버지라 생각하는 까닭과 대조해 말씀해드리죠.”

레오나르도마저 몹시 황당하게 당황한 눈치였다.

“전 본질적으로 레오나르도 님의 자식은 아닙니다. 단지 피와 유전자가 섞여다는 이유로 가족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된다면, 고아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겠죠.”

그건 마치 레오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 속하는 루미네도 거기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님은 저라는 존재를 책임졌습니다.”

“책임이라니... 그리 대단한 건...”

“아버지

입장에서는 마탑주들과 대면해 며칠간 제 처분에 대해 토론을 하며, 결과적 투표 결과 동수가 나와, 이후 청탑주와 결투를 벌여

승리해 제 안전을 보장한 것이 사소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제 상식대로라면 그건 큰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한 헌신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에 대해 아버지가 부정할 지라도 말입니다.”

루미네고, 아리아스필이고, 천사고 모두 눈을 끔벅이고 레오나르도와 아인을 번갈아보았다.

“...토론하셨어요? 며칠 동안요?”

“...아... 그냥 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토론에서

반대측이 우세했다면, 전 마탑에 귀속돼 신전에서 제 존재가 밝혀질 때까지 분해와 재조립, 그리고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며 연구가

됐을 겁니다. 그 의견에 대해서도 저 또한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생각했고요.”

레오나르도가 문제를 가볍게 해결하려고 해도, 아인은 그 문제의 수면 밑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꺼내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며 토론에 홀로 참여했습니다.”

-‘무서운 걸 알고서도 얘기하면 조금 생각해볼테지만, 무서운 것도 모르면서 알겠다고 하는 건 그냥 바보짓이야. 걱정마. 내가 어떻게 해볼 테니까.’

“그리고 아버지는 각종 수단을 사용해 제 신변과 존재를 보호했습니다. 가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했기에 대부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했죠.”

레오나르도는

사역마에 대한 역사적 사실 및 논문을 전부 정독하고, 이에 대한 판례, 그리고 현자에 대한 사역마의 저술이나 기록, 전설도

살피며, 상황적으로 유리해질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성공했고 말이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기에 전 질문했습니다.”

-‘어째서 저의 소유권을 주장한 겁니까?’

-‘우선 살고 봐야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니까.’

-‘전 살아있지 않습니다만?’

-‘살아있다라... 그거 알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령은 인격체가 아니었고, 몇십 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예나 수인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너도 언젠가는 생명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 않을까?’

-‘논리적이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건 저를 지킬 만한 직접적인 요인이 아닙니다.’

-‘...넌 내 피만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니까.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어.’

-‘체모 세포를 주신 다른 분이군요. 그러면 이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누구이신지요?’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 그 사람 덕분에 나도 간신히 살아있다는 의미를 이해했거든.’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두 사람, 아이의 순수함이 갓 어른이 된 청년, 처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면 아리아스필 님을 어머니라 불러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이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제법 진지하게 들은 루미네는 조심히 물어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저는 마탑의 도서관과 절 찾은 일행 분들과의 대화로 현 시대의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그건 레오도 알고 있었다. 우선 책에서 얻은 상식을 기반해 아메리와 자신, 그리고 리오스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덕분에 최소한의 사회성은 성립되었고.

“그 결과, 아리아스필 님은 아직 어머니라 할 조건이 불충분합니다.”

“...아직...?”

아직이라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우선 이상적인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더군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들으면 두분은 충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과한

애정으로 집착 증세가 있다는 정도지만, 학대나 방임보다야 가벼운 문제로 생각되었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특징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도 들었습니다.”

붉어지는 얼굴, 갑자기 루미네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로 방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종종 아리아스필 님과 레오나르도 님은 폭력 사태가 오가는 경우가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사실이긴 하다. 물론 실제로 죽이려고 한 것도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도 아닌, 각자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는 행위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검색해본 결과 이는 증오나 자기합리화적인 사랑은 아니더군요. 실제로 아리아스필 님은 레오나르도 님이 멋대로 아이를 낳았고 반려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목을 조르는 선에서 끝냈습니다.”

목을 조르는 것도 심한 거긴 하지만, 이들의 힘을 생각하면 그리 위험한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여태까지의

정보를 종합하면 목을 부러뜨리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말이죠. 이는리오스 님께서 말하신 ‘낮져밤이’ 또는 ‘SM’의 유사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그랬기에 레오나르도 님도 반격을 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고요."

왠지 두 예비 부모들은 리오스에 대한 살의가 상승했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었다.

“중점이 되는

문제는 두 분은 이런 관계임에도 연인이 아니며, 결혼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전 레오나르도 님의 입양아라는

개념으로 부녀 형태가 될 수 있지만, 아리아스필 님의 딸이 될 수는 없게 됩니다.”

뭔가 대화의 흐름이 묘하다고 느낀 건 레오나르도 뿐만 아닐 것이다.

“그러니 저희가 모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두 분이 결혼을 해주셔야겠습니다. 대중 상식에선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 일반적이더군요. 차후에 동생을 낳는 것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때 아리아스필은 생각했다.

이게 효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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