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3 성검-5
그렇게 안겨있는 채로 몇 분을 흐느낀 레오는 이내 의문이 들었다. 분명 자신에게 있어서 호재이긴 했지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양반은 진짜 어디로 간 거지?’
현자의 실종, 기생형 종양마냥 끝없이 달라붙던 현자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아...근데...아가씨...”
“응?”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없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 사정이 있는 거라면 얼른 깨었다는 것도 보고해야만 했다.
꽈악
착각인가, 지금 다른 사람이라는 말에 지금 안고 있는 아리아의 팔이 더 강하게 조여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
“...예? 네, 가주...”
꽈아악
착각이 아니었다. 팔의 힘이 점점 세지며 몸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흉터 때문일까, 통증마저 조금씩 느껴졌다.
“난 지금 레오 너밖에 안 보이는데, 넌 다른 사람이 신경쓰여?”
그런 방향의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벌을 줘야겠는데?”
꽈악
그녀는 레오의 살을 약간 꼬집었다. 살집은 없고, 근육 뿐인 몸이었기에 원래라면 그다지 아프지는 않겠지만...
“아아아악...!”
온몸에 흉터가 듬성듬성 난 부위를 꼬집으면 레오나르도도 아플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나만 봐야지?”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그녀는 그 말에 손을 떼며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오열로 부어있는 눈가와 고여있는 눈물은 저 소년의 또 다른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좋을지도...”
그리고 그 표정은 아리아스필의 가학심에 자극을 주기 충분했다.
“...예? 뭐가...”
아리아스필은 그대로 레오를 침대에 밀어눕혔다. 평소라면 몰라도 탈진에 마나 안정제까지 맞은 소년이 성검까지 뽑은 2대 용사의 근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큰 소리 내면 안 돼?”
불안하다. 지금 아리아의 표정은 소악마를 넘어 서큐버스보다도 요망했다.
투두둑
섬세한 기술이며, 동시에 난폭한 손길.
병원복의 경계에 손을 넣고 내리자 손날만으로 단추가 풀려나갔다.
“아니, 잠시만요...! 이건...!”
보이는 속살, 흉터와 근육 뿐이었지만 아리아스필에게는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몸매였다.
스윽...
“하악...!”
이내 그녀의 손길은 고혹적으로 소년의 흉터를 쓸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그걸 끝날 행동이었지만, 흉터를 난 부위를 어루만지니 약한 통증과 강한 간지럼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안 된다니까. 큰소리 내면 다른 사람들 들을 거야.”
그러면서도 그녀는 오히려 더한 소리를 원한다는 듯 더 거친 손길로 흉터를 쓸어만졌다.
“하아... 이제... 그만...”
붉게 달아오른 얼굴, 올라탄 몸에는 땀으로 촉촉한 수분이 차올랐다.
“벌이니 제대로 받아야지?”
아리아스필의 손길은 레오의 몸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거칠게 만지는 것이 아닌,
“그만...! 제발...! 이제는...!”
어느 부위가 민감한지, 어느 부위는 만지면 아파하는지를 익힐 수 있었다.
점차 아리아의 손에도 땀이 스며들었고, 이윽고 손을 잠시 멈추자 자신이 깔고 앉은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되셨죠...? 그만해...해주세요...! 더는...”
평소에는 거대한 마수도 간단히 베어넘기는 소년이, 지금은 자신의 아래에서 애원하며 숨을 헐떡인다.
그렇게 가학을 하자 묘한 지배감이 아리아에게 샘솟는다. 좀 더 굴복시키고 싶은 그릇된 욕망이 흘러넘친다.
“말했잖아? 이건 벌이라고. 벌을 그만받고 싶을 때는 뭐라고 해야할까~?”
장난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아리아스필은 완전히 정복한 가슴팍에서 내려와 이번엔 미공략지대인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복근을 만지기 위해 점차 허리를 뒤로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오의 표정색이 급격히 변했다.
“아가씨! 잘못했으니까 지금 당장 내려...!!”
외침과 동시에 억지로 몸을 일으킨 순간, 역으로 아래에 깔려있는 레오의 하반신도 일으켜졌다.
“히야...!”
그리고 아리아의 허리는 정확히 그 하반신에 걸터 앉아져 있었기에.
“아앙...”
서로의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부위는 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가장 달아오른 상태로 말이다.
“...미...”
급하게 내려온 아리아스필은 방금 전 느꼈던 ‘물체’에 관한 감각을 되새겼다.
뼈라고 하기엔 조금 부드러웠으며, 살이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했던.
길고 굵직했던 몽둥이 같은 물건.
“...미안해!!!”
그렇게 큰소리로 외치며 아리아스필은 황급히 레오의 물건이 닿은 것에 사과했다. 그러고는 병실이 급히 빠져나왔다.
시간이 늦었기에 병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닿았...겠지...?’
자신도 그 부분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는데... 아리아라고 아니라는 법은 없었다.
“...없죠... 아무도...?”
레오나르도가 있는 치료실은 저택 중에서도 가장 외진 장소, 일부러 레오를 위해 라인하르트 가 나름의 배려를 갖춘 조치였다.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레오는 여태껏 참아왔던 욕구를 풀기 시작했다.
현자가 있는 장소에는 도저히 풀 수 없었던 음습하고도 개인적인 욕망이었다. 부풀어 올랐던 욕구의 불만은 배출되며 점차 크기를 줄어들어갔다.
그 쾌감에 그제야 레오나르도는 편안히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좋은 밤이었다.
***
다음날 아침, 라인하르트 가의 사람들은 다시 찾아왔다.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꺼번에 달려오는 것은 방에 있는 레오마저도 당황할 정도였다.
그리고 거기서 더 당황한 점은.
“괜찮나요?”
“...용케 살았군.”
“몸은 어떻지? 괜찮나?”
“아우, 몸은 어때?”
“늦게 와서 미안하군. 회의가 늦어져... 레오나르도 군. 괜찮은가?”
의외로 자신을 혼내거나 훈계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당시 레오는 몰랐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죄를 묻고 처벌하는’ 청문회 때문인 걸 알았기에 나름의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퍽!
“악...!”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단장님!!”
마르켄은 레오의 머리를 가볍게 후려치며 죄값을 물었다.
“머리 상태 확인이다.”
물론 평소의 마르켄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가벼운 처벌이었다.
“그게 변명입니까?”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 상대로 손찌검을 할 정도로 머리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 거지.”
마르켄은 레오가 아리아를 상대로 두들겨 팬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괜찮아요. 레오처럼 부상이 심한 것도 아니여서...”
사실 레오가 입힌 부상은 대부분 타격이나 둔기에 의한 공격, 충격으로 전투 당시에는 움직이기 힘들었을 뿐, 치료 자체도 쉬웠고 사실 레오와 같은 흉터조차 남지도 않았다.
“그걸 감안해도 마땅한 처벌이지. 그러니...”
결정적으로 마르켄도 그걸 알고 있었다.
“기사를 그만두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것이 좋을 거다.”
“...할아버지, 전체적으로 보면 그게 더 부끄러우니까 차라리 멀쩡한 덕담이라도...”
퍼억
리오스도 머리 상태를 더 확실하고 강하게 확인받았다.
그 사이 가주인 글라디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사과는 우리 쪽에서 하는 게 맞겠지.”
이내 가주를 중심으로 전원이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미안하다).”
사과였다.
일개 평민 기사에게 귀족이, 그것도 용사 가문의 후예들이 동시에 고개 숙여 사죄한 것이었다.
아마 역사적으로도, 회귀 전에도 이런 일은 전례조차 없을 것이다.
가주님은 다시 고개를 드시며 사과한 이유를 설명하셨다.
“우린 너에게 너무 많은 짐을 주었지. 능력이 있는 것과,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데 말이다.”
저들의 눈에는 레오는 열다섯의 아이, 여태껏 레오가 해왔던 일과 책임졌던 일들을 그 나이대의 아이에게는 도저히 맡길 수 없는 짐이었다.
“정말 미안하다. 원망하는 것도, 환멸하는 것도 당연하지.”
처음부터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나름 힘들었던 것이 풀린 느낌이었다.
“아뇨. 가문을 원망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은 바로 표현해야 의미가 있겠지.
“사실 어머니를 못 찾고 포기하던 찰나에, 목표를 준 곳은 이곳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짐을 주신 것에는 감사해요. 그만큼 신뢰받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다들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가주님부터 안주인님까지 전원이 동공이 벌어져 있었다.
왜 저러지?
“...어머니를 찾았다고...?”
“그럼 용병을 한 것도 그것 때문이야...?”
정확히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레오가 말한 사연의 편린은 그만큼의 서사가 있었다.
“...예? 모르셨어요? 저 말 안 했나...?”
생각해보면 회귀 전에는 크리스를 만났을 때 바로 사연을 말하게 됐지만, 현생에는 그저 공과 실력만으로 기사가 된 거였으니 설명할 기회는 제대로 없었다.
거기에 아리아스필도 아는 눈치를 약간 보였기에 레오나르도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는 착각을 지니고 있었다.
“설명해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 예, 뭐... 그리니까 대강 3년... 아니, 지금으로는 5년 전쯤에...”
분명 이야기의 줄거리는 크리스에게 말했을 때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분명 그랬다.
“...흐윽...”
“...흐으윽...우린...그것도 모르고...”
근데 지금 분위기는 초상집이 된 것일까.
무엇 하나를 꼬집을 수도 없이, 여러 인과와 상황이 맞물려 이 사연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더욱더 크게 자아내었다.
“...일단... 우시지 마시고...”
“우는 게 아니다...! 이건... 마음의 땀이야...!”
크리스의 비유는 그날따라 이해가 되었다. 거의 전신에 흘러내리는 땀의 양이 눈을 통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안...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개소리나 지껄이고...!”
리오스도 계속 오열하며 실눈에서 눈물을 흘렀다. 사실 걱정된다기 보다는 물리적으로 실눈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넌 힘냈다.”
마르켄은 천장을 보며 레오나르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한 말씀이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천장을 보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것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 만지시고 계신 부분이 아까 때려서 난 혹 부분이었다.
“...미안하다... 정말 울고 싶은 건 너일 텐데...”
가주님도 마찬가지로 약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사실상 자신에게는 몇십년도 넘게 묵은 사연인지라 새삼스레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저희는 레오 군의 부모는 아닙니다. 그래도... 편하게 의지해주세요. 그래도 되는 나이니까요.”
안주인이신 시리카님은 자신을 껴안으며 몸을 쓸어넘기셨다. 감사한 말씀이었지만, 어제 밤에 했던 배덕적인 일이 떠오른 지라 표정은 조금 떨떠름했다.
“...레오, 힘들면 편하게 말해. 언제든 함께 할테니까.”
의외로 울지 않고 지조를 지킨 것은 아리아스필이었다. 따뜻한 말은 감사했지만, 왜 자꾸 바지춤을 보는 건지 몹시 굉장히도 신경 쓰였다.
‘...나도 의식하기는 싫은데...’
[...왜 초상집 분위기냐?]
그때 들린 현자의 목소리, 의식되었던 흥분된 감각이 바로 사그라든다.
<현자님?>
하지만 주변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영체를 유지못해. 성검의 신성력이 체내에 들어와서 내부 마나를 교란시켰어.]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어쩐지 성검을 맞고 나서부터 현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더라니...
[근데 분위기는 왜 초상집이냐? 누구 죽었어?]
<제가 묻고 싶어요. 그냥 옛날 얘기 했는데...>
[그럼 냅둬라.]
그거 솔직히 울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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