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71화 (71/248)

EP.71 성검-3

일순, 다들 아무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마치 처음 레오나르도가 처음 왔을 때, 견습 기사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했던 상황과 같은 감정이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그때와는 방식과 지닌 감정도, 상대하는 대상마저도 달랐다는 점에 있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마법검은 재능만으로 못 쓰는 물건입니다.”

레오나르도는 검을 집어넣은 채, 검은 돌의 팔찌를 꺼냈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철검으로 아리아스필을 상대한 것이었다.

“아니, 당신은 오히려 재능이 있기에 못 쓰게 되죠.”

검은 돌의 형태가 장검의 형태로 잡혔다.

카앙!!

돌진한 건 아리아스필. 검격이 연이어 이어지며 화력을 밀어붙인다. 하지만 맹공에도 레오는 입술도, 눈에조차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약점 첫 번째.”

연격을 전부 받아내며 레오는 집어넣었던 철검을 반대손으로 발도했다.

“공격이 정직하다 못해 단순하다.”

급히 이어지는 가드, 하지만 레오는 그대로 철검을 집어던졌다. 장전된 바람의 탄환, 방아쇠인 마법진은 완성되었다.

화륵

화청을 이용한 방어, 화염이 둘러지며 바람의 일격을 막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카앙!

검은 돌이 마치 뱀처럼 살아 휘며 아리아의 후방을 후려쳤다.

“크악!!”

충격에 다시 나가떨어지는 아리아, 몸에 최소한의 오러를 둘러뒀기에 몸이 베이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강타는 버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조잡한 페인트에 낚인다. 페인트를 써본 적이 없기에 대응도 미흡하다.”

원래라면 페인트는 먹히지 않는다.

초인적인 재능은 범인의 느린 함정을 전부 볼 수 있었고, 설사 걸린다고 해도 그런 함정에도 빠져나갈 수 있을 능력이 있었다.

“그럼...!!”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그 초인적인 재능 앞에 몇 번이고 부딪치고, 쓰러지고, 일어났다.

당황하면 어떤 동작을 하는가, 가장 주의하는 공격은 무엇인가, 가장 잘하는 동작은 어떤 것인가를 전부 다 연구해두었다.

콰아아아앙!!

이번에는 화청과 마법의 일격, 불의 정령까지 합세해 불기둥을 날렸다. 그 화력과 열기에 급히 리오스는 주변에 방어막을 전개했다.

기사면 몰라도 사용인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약점.”

거기에도 레오나르도는 반격만 할 뿐, 반응이 없었다.

“타고난 마나량 때문에 공격 범위가 쓸데없이 넓다.”

레오나르도가 사용한 것은 찌르기, 검은색 창은 일점으로 불기둥을 찔렀다.

[파이어 스톰]

그리고 이내 그 불꽃을 진로를 자신의 불로 옮겨 하늘로 궤적을 올렸다.

“그래서 조작과 응용이 주요한 마법검을 쓴다 한들 의미가 없다. 시너지 효과 자체가 부족하니까.”

냉소적인 반응, 그리고 이내 레오는 투창의 자세를 잡는다.

“거기서 나아가면 이런 공격의 방어도 힘들다.”

화염의 마법이 창에 압축된다. 분명 마나의 양도, 순도도 아리아에게 밀렸지만, 이를 상회하는 밀도가 위력을 격상시켰다.

“화염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레오는 창을 던진다. 섬광으로 나아가는 열의 선, 창보다는 선이라는 표현이 이해하기 쉬웠다.

“으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기합, 간신히 열의 창을 받아친다.

“페인트.”

하지만 그건 검은 돌의 창이 아니었다. 날아간 건 불을 압축시킨 열기 덩어리 뿐이었다. 지금 접근한 레오가 든 것이 진짜 검은 돌의 창이었다.

파앙!

튕겨가는 건 화청, 마치 굴욕감을 주기라도 하듯이 무장만 해제시켰다.

“일어나. 막아본다며.”

단호하며 냉정했다. 여태까지 아리아에게 살가웠던 레오나르도를 봐왔던 주변인들은 지금 저 앞에 선 것이 누구인지 무의식적으로 의문을 가졌다.

“아직...! 아직... 안...!”

퍼억!

레오나르도는 창의 아랫부분으로 아리아를 쳐날렸다. 가혹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세 번째 약점.”

레오나르도는 얼음 마법을 날리며 불을 소화시키며 동시에 생긴 수증기로 연막을 깔았다.

“정령술을 보조로만 사용해서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아리아스필은 부정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정령을 불렀지만, 모인 정령들은 턱없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몸의 치료 속도도 부족했다.

“그래서 정령이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에 약하다는 것도 모른다.”

지금 뜰은 섬광과 폭음, 고열, 급랭으로 불규칙한 환경의 변화가 연이어 일어났다. 본래 주변에 있던 정령들은 그로 인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알고는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지금까지 공격으로 그녀의 정신은 냉정한 판단이 불가했을 뿐.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레오나르도가 말해서야 알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리아스필은 다시 일어난다. 떨리는 손으로 철검을 드는 것은 가상하다 못해 애처롭게 느껴졌다.

휘익! 퍽!

레오는 이번에는 장갑으로 무기를 변화시켰다. 휘청이는 검격을 피하며 레오는 그녀의 쇄골을 가격했다.

“나약한 정신력.”

이번에는 턱을 가격했다. 이제는 결투를 너머 양학으로 느껴질 정도의 압도였다.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입니다.”

“...그만둬라...!! 그 이상 더 하...!”

마르켄의 외침에 레오나르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더 할 생각입니다. 애초에 화청을 준 것도, 부추긴 것도 마르켄 님 아닙니까?”

“레오...! 진짜 너답지 않게 왜...!!”

리오스까지 말리자 레오나르도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다운 게 뭔지는 아십니까? 제가 왜 라인하르트에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은 이유는 아시나요?”

그 질문에 전원이 얼어버렸다. 저 소년의 눈에 담긴 살의에 몸이 경직된다.

“제가 진심으로 화가 안 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살의가 차갑게 미쳐있었다.

“왜 아리아를 앞으로 내몬 거죠? 제가 그간 정이라도 봐서 웃으면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분노,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들어간 원색적인 분노가 쏟아진다.

“왜 넌 전력을 다하지 않았지? 나라면 초반에 정령술로 장갑의 착지를 늦췄을 거다.”

아리아에게도 화를 쏟아낸다. 저 정정당당한 싸움법에는 울화가 치밀다 못해 토가 나오기까지 한다.

“왜 내가 건 조건에 전부 수긍했지? 자신의 유리한 환경를 조성해 싸운다. 그건 기본 전술 아닌가?”

연격이 날아온다. 갑옷 조각이 파편의 형태로 주변에 튄다. 현자마저 외친다.

[그만해. 그 이상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의미가 필요한가, 지금은 이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네 나약한 정신력은 거기서 기인한다.”

배에 아예 정권을 날린다.

“넌 절박해본 적이 없어.”

충격으로 아리아는 그대로 날아가 지면에 쓸린다. 기사도 아닌 시리카마저 말리려던 순간, 가주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어보인다.

“날 때부터 너무 강해서 압도당한다는 경험도, 추월당한다는 감각이 제대로 없거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 그게 아리아스필이 가진 약점의 원천이었다.

“그로 인해 공포에 맞서는 힘도, 죄악을 견디는 힘도 약하다.”

레오나르도는 천천히 주먹을 쥐며 다가갔다. 아리아는 그대로 쓰러진 채로 미동도 없다.

“그만둬!! 승부는 끝나...!”

“끝내는 건 저희입니다. 부외자는 빠지세요.”

쥔 주먹은 아리아를 향한다.

“글라디오...!! 네 딸을 저렇게...!”

“끼어들지 마시죠. 레오나르도 군 말대로니까.”

“아빠!! 진짜이러다가...!!”

“그래!!오라버니!! 이대로면...!!”

그 순간, 아리아스필이 기습적으로 검을 빼들었다. 기습에 레오는 급히 장갑으로 방어하려고 했다.

“페인트야.”

아리아는 검을 놓은 채,

쿠웅!

정권을 날린다. 이번에 날아가는 건 레오나르도 쪽이었다.

“...저건...”

“레오나르도가...”

•치기 제7형 타(打) 정권 치기

레오나르도가 만든 기본의 심화, 지금 그 기본기가 아리아의 정권에 담겨있었다.

날아간 레오나르도는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렸나봐?”

도저히 기습에 허를 찔린 사람이 지을 표정은 아니었다.

“입 다물어... 첫 번째는 지금 메꿨으니까.”

“내 기술이 좋긴 하지?”

살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투쟁심은 오히려 타올랐다.

“...저게... 무슨...”

가주를 제외한 라인하르트 가의 모든 인물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까? 왜 굳이 약점을 입으로 읊어준 건지.”

처음에는 글라디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굴욕을 주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가 지속될수록 위화감이 느껴졌다.

“약점이 단순히 모욕보다는 조언에 가까웠습니다. 그것도 정말 필요한 것만 추려서 말했더군요.”

그런 약점들이 있으니 진다는 게 아닌, 알려줬으니바로 고치라는 듯한 말투와 행동이었다.

“하지만 살기가...”

“생각해보면 그것도 이상하지. 평소의 레오나르도라면 진심으로 죽일 때, 살의를 드러낼까?”

평소의 레오나르도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최대한 살기를 지우고 가장 빠르고 정확한 공격을 급소에 날린다.

그게 레오나르도의 싸우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러 살기를 드러냈지. 화가 난 걸 감안해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그때, 레오나르도가 말했던 마지막 약점이 다들 떠올랐다.

-넌 절박해본 적이 없어.

-날 때부터 너무 강해서 압도당한다는 경험도, 추월당한다는 감각이 제대로 없거든.

“...저게 전부 연기라고요?”

살기를 통해 절박함을 끌어내고, 철저히 제압해나가며 압도와 추월을 느끼게 하는 연기, 지나치게 보이긴 했지만 전혀 신빙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도 의심스럽지만, 조금은 납득이 되더군. 그도 그럴 것이...”

레오나르도는 기본의 심화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쓴다면 분명 바로 제압도, 살해도 가능할 텐데.

“그래도... 네 딸이 저렇게 맞는데...”

“확실히 화는 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레오나르도가 자신보다 딸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도 인정되었다. 그 증거가 지금 증명되고 있었다.

[참 너도 성질 더럽다. 할 게 없다고 여자를 손찌검해?]

<뭘 새삼스레, 원래부터 전 이러려고 가문에 왔잖아요.>

라인하르트에 레오가 간 것, 그리고 누누이 말했던 목표.

그건...

“드디어 제 목표다워졌네요.”

아리아스필과 제대로 싸워 승리하는 것, 레오나르도의 행동 방침은 그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사람을 두들겨 패놓고, 용케그런 말이 나오나 봐...?!”

“미안. 너무 기쁜지라...!”

이윽고 이어지는 연격, 검은 다시 쥐며 검기를 퍼붓는다.

•베기 제1형 할(割) 수평베기

격식도 없었으며,

•베기 제2형 참(斬) 수직베기

자존심도 버리며,

•베기 제3형 주(誅) 측면 베기

오직 기본만 생각하며 노력한 소년의 검이.

•베기 제4형 작(斫) 회전 베기

지금 소녀의 검에 깃들어갔다.

“하지만 베낀 기술이 원조에게 이길 수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같은 형태로 검합을 나눈 레오나르도는 점차 우세를 점했다.

“해보면 알겠지...!”

콰아아!!

하지만 아리아는 검기를 압축해 검강을 만드는 대신, 역으로 검기를 분출해 마나의 대검을 만들었다.

[...너 손목 다 걸레됐는데?]

아리아의 검기에 레오의 팔마저 휘말려 피부와 피까지 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이윽고 두동강 나는 검은 돌의 칼, 검기의 충격으로 가슴과 복부에 이어지는 큰 상처가 벌어진다.

“두 번째 약점... 이젠 없지?”

“쿨럭...”

입가에 흘러나오는 피, 다들 경악하며 레오의 몸에 흘러내리는 유혈을 바라보았다.

“레오...!?”

“왜 그래...?! 아직 부족하다고...!”

레오나르도는 떨어진 화청을 주워 상처 부위에 지진다.

치이이익

응급 처치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난폭한 대처법이었다.

“이거라고...! 이거...!”

부모를 포기해왔던 레오나르도가 계속해서 위험한 일을 해왔던 것.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이게...! 내가...! 살아온...!”

죽음이 곁에 있어야만 레오는 살 의지가 났기에.

“나만의 삶이라고...!!”

레오나르도는 화청에 검은 돌을 장착시킨다. 동시에 손의 체내에도 검은 돌을 연결한다.

《검은 돌-붉은 선 [5%]》

화청에도 검은 돌이 이어지자 붉었던 화염이 희게 달아오른다. 푸른 열기보단 못해도 그 불꽃은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이기는 건...”

“쓰러뜨는 건...”

이때만큼은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나야...!!”

“내 쪽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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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마나의 검기와 복합된 화염의 열기가 몰아치며 방출된다.

천재의 재능과 범재의 노력이 맞부딪친다.

타인들이 봤을 때는 호각을 이루는 위력, 아마 저들 또한 이 순간이 무한할 거라 착각할 것이다.

하지만 검을 맞부딪친 둘은 직감했다.

이 전투는 이대로 가면 시시하게 끝나게 될 거라고.

마법의 검인 화청에 비해 아리아가 든 철검은 수명을 다했다.

아리아의 마나를 여과없이 통째로 흡수했다는 시점에서 철검에는 더 싸울 힘은 없었다.

이대로 가면 어영부영 전투는 끝나게 된다.

확실한 승리도, 납득할 패배도 아닌 밋밋한 마무리가 있을 뿐이라고.

둘은 확신했다.

마무리를 알리기 위해 검기와 화염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크게 격전의 광폭에도 주변에 았는 민간인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신의 기적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하... 천재여도... 너무하네...”

레오나르도는 화청의 손잡이를 떨어뜨리며 피식 웃어버렸다. 눈앞에 신의 기적을 빙자한 농간을 부리는데 안 웃고는 못 배겼다.

“벌써... 성검을 써...?”

퍽 만족스러운 결과에 레오는 그대로 쓰러졌다.

“...이 검은...”

신의 기적은 아리아스필의 손에 잡혀있었다.

용사의 검

성검은 당당히 그 자리에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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