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62화 (62/248)

EP.62 외전-우연(2)

[1. 내가 적들의 주의를 끈다.]

급조된 팀에 작전, 무모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방법은 따로 없었다.

최소한 망설이는 것만큼은 해서는 안 됐다.

-[난 이곳에 불을 지를 거야. 결과적으로 다 태워죽일 생각이었어]

-[그럼 다 죽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약한 불로 주의만 끌 거야.]

우선 평소에 챙겨놓은 무기 손질용 기름을 주변에 뿌린다. 통로 같은데를 중점으로 최소한으로 판단해 사용한다.

그리고 불을 킨 성냥으로 그 기름에 불을 일으킨다.

화르륵

당연히 연기는 생기고 열기와 빛도 생기기에 레오 자신은 들킨다.

“침입자야!!”

“화재야!! 얼른 꺼!!”

하지만 애초에 그걸 노리고 만든 작전이다.

‘...최대한 시간을 끈다...’

우선 가지고 있는 단도를 전부 던진다. 암살의 프로인 녀석들에게 먹힐 거라고는 확신할 순 없지만, 갑작스러운 불이 생긴 직후라면 승률은 조금 있다.

챙강! 챙! 창! 푹...

던진 상대는 네 명, 맞은 건 한 명 뿐.

그나마 미간에 맞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죽여!!”

날아오는 건 그들의 단도, 이런 화제에선 독가루나 독연막은 봉인된다. 게다가 다른 통로는 완전히 불로 메워뒀으니 잠시 동안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2단계야... 얼른 하라고...’

지금은 자신의 가슴팍에 구멍을 낸 여자애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이 작전은 이 위태로운 관계의 신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것도 운이 따라줘야겠지만 말이다.

스랑!

기묘한 소리, 보통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닌, 대장장이가 쇠를 절삭할 때 나는 소리였다.

이런 곳에 저런 소리를 낼 위인은 한 녀석밖에 없었다.

***

[2. 그 사이 넌 철창을 전부 벤다. (*두 간수 열쇠 종류가 전부 같고 숫자도 맞으니 여기밖에 철창은 없다.)]

소녀는 당황스러운 눈치로 계획이 적힌 쪽지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저 미친 남자애랑은 다시 만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제하드는 분명 정신이 이상한 애라고 말했는데.’

사실 아리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오를 미친 아이라고 말했다. 사실 반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했기도 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갑자기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 목을 효수한 채 걸어다닌 미친 아이가, 갑자기 시비를 거는가 싶더니,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다가 결국 날뛰어서 가슴팍에 칼을 맞았다.

그러고 죽어도 납득하기 힘든 데, 죽기 직전부터 미친 아이는 알아먹지도 못할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결국은 자신의 손을 빌려 죽으려던 순간,

‘관둘란다.’

소년은 자신의 손에서 손을 떼며, 근처의 램프로 상처를 지졌다. 포션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왜 그런 위험한 방법을 택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하드는 그냥 정신이 이상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아이는 잊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런 이상한 아이가 가물거릴 무렵,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자신은 아무 계획도 없이 갑자기 어린애를 납치하는 나쁜 사람을 쫓은 것일 뿐이었다.

단순한 도적단이라면 자신의 선에서 해결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잠입에 성공했을 때는 자신은 절망했다.

“컹...허엉...”

“으아...아아...”

“어우...어으...”

사람들은 짐승처럼 짖으며 사료를 먹는 장면, 그걸 태연히 죽이는 사람들.

그때 아리아는 무의식적으로 그 이상한 아이를 떠올렸다. 맥락은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 아이의 기행이 조금이나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무가치하게 죽어가는 건 처음 보았기에.

‘...으아...아...!’

아리아스필은 정신적인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런 현실의 뒷면을 부정하고 싶었기에 저 자식들을 죽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입과 검을 막았다. 그러면서 입으로 뻐끔거리며 말했다.

(나가면 죽어.)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놀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정말 소리를 지를 뻔한 건 그걸 설명한 대상에게 있었다.

‘얘가 왜 여기 있어...?!’

그때의 이상한 애였다. 사람의 목을 잘라 나무에 걸고, 경비대를 패 창에 매달아두고, 자신과 그런 짓을 한 미친 아이.

아마 저 애가 조용히 전달한 내용을 몰랐다면 정말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이윽고 간수들이 가자 소녀는 간신히 입을 움직였다.

(너 왜 여기에 있어?)

그에 답은 잔뜩 긁혀있는 금속패와 허름한 수첩에서 알 수 있었다.

[난 용병이고 이 일을 처리하러 왔어.]

저 이상한 아이는 침착했다. 가장 빠르게 납득할 수단과 안전히 대화할 수단을 골라 즉각적으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어째서 왜 왔는지도 묻지도 않은 채, 저 아이는 최대한 지금 상황을 분석하고 설명해주었다.

군주학에서나 나올 법한 장군처럼, 최선의 전략과 계책을 짜서 자신에게 알려주었다.

-[만약 네가 날 속이면?]

자신은 그 아이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알려준 방법들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까.

-[속이면 난 살고 넌 죽겠지. 근데 솔직히 속이는 게 유리한 건 너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만약 1번 차례에서 저 애가 화재를 일으키는 순간, 자신은 움직이는 것이었다.

타이밍이 유리한 건 자신이었다.

-[알아. 이런 미친놈은 믿기 힘들다는 거. 그러니까 날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

-[이렇게 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상황을 믿으라고.]

종이가 점차 바닥나자,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뻐끔거렸다.

(그럼 간다.)

그렇게 뛰어간 아이는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가, 이내 어두운 지하에 환한 빛과 열기를 만들었다.

아마 저 아이가 미끼가 되고, 자신이 혼자 빠져나가면 정말 확실하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내일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겠지만...

-...난...매일... 내일 어떻게 죽을까 고민한다고...!

왜 한달이나 늦은 말의 비수가 지금에나마 자신의 가슴을 후벼판다.

어느샌가 검은 뽑혔다. 날에 오러는 불어넣어졌다.

스랑!

날카로운 절삭음이 철창에 울린다. 녹슨 철창은 검을 닿을 때마다 깔끔히 잘려나갔다.

“어어...으어어...”

하지만 활로가 열렸음에도 가축이 된 사람들은 도주할 생각조차 품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은 뒤였다.

‘...왜 이런 부분까지 저 애 예상대로인 거지...?’

그런 의문을 품을 무렵, 불길이 점차 거세지 시작했다. 철창이 잘리는 소리를 듣고 이상한 아이가 계획을 3단계로 옮긴 것이었다

***

[3. 난 추가적으로 불을 지른다. 넌 그 사이 인질을 지하실 밖으로 옮긴다.]

그 녀석은 화상이나 연기로 인한 질식을 걱정했다. 물론 자신이 아닌 저 기어다니는 사람들을 말이다.

-[상관없어.]

-[뭐가 상관없어?!]

-[매연은 뜨거우니까 위쪽으로 향하지. 그에 비해 저 사람들은 기어다니는 거에 익숙할 거야.]

그렇기에 매연에 질식하는 걸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저들이 짐승 같은 상태이니 불꽃을 보면 당연하게도 출구를 찾을 것이다.

소녀는 그런 혼란 속에서 그들을 이동시키는 것.

레오는 그 사이를 불을 더 지르며 화재를 촉진시킨다.

“잡았다!!”

불꽃을 뚫고 달려든 남자는 레오의 팔을 붙잡으며 단검을 꽂아넣으려고 했다.

촤악!

그 순간, 레오가 집어던진 건 밀가루.

어떤 화학적·마법적 가공도 없는 평범한 밀가루였다.

화르르륵!

“아아아아악!!”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밀가루의 분진폭발 정도면 화력을 높이는데는 충분했다.

콰아아아앙!!

연이어진 폭발, 아마 암살자가 가지고 있던 독가스통마저 폭발한 것이었다. 그 폭발에 말려든 다른 암살자들도 폭발을 돕는다.

본디 독가루나 독연막은 대부분 가연성이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이제 물에 적신 두건으로 입을 가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통로에 밀가루를 던지면서 화재를 가속했다.

“으어어어...!!”

그 사이, 자신이 준 두건을 얼굴에 두른 소녀가 눈에 보였다. 짐승처럼 기어다니는 사람들을 주둔하는 것이 꼭 양떼를 모는 양치기 소녀 같았다.

“나가자!! 이쪽이야!!”

그녀를 붙잡으며 레오는 소녀에게 탈출구를 알려주었다. 길목마다 표시해둔 자국은 최선의 탈출로로 일행을 안내했다.

이제 거의 다 도착했다. 여기만 나가면 계획은 성공한다. 이 빌어먹을 지하실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리 날이 어두워졌어도, 출구로 향하면 달빛이라도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출구 방향에선 바람 한 점도 안 부는 것인가.

그 답은 막혀있는 출구에서 알 수 있었다.

쾅!

“젠장...! 잠겼어...!!”

어째서인지 지하실의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다. 발길질 한 두방으로는 쉽사리 열리지...

콰아앙!!

단단한 원목의 문이 통째로 나가떨어진다. 아예 경첩은 뜯어지고, 동시에 날아간 문짝은 그대로 부서졌다.

“됐지? 이 사람들부터 먼저 내보내자.”

“어...응...?”

새삼 자기 옆에 있는 소녀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되새길 수 있었다.

“...으어...”

“커엉...”

소녀의 안내에 따라 좁은 길에서도 안전히 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레오 일행만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으아!! 이 건방진 것들을...!!”

순간적으로 들려온 목소리,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불꽃에 넘어 목소리를 외친 자가 암살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피해!!”

“...어?!”

레오는 그녀를 밀쳐 바깥으로 내보냈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리자 마법진을 전개한 흑마법사가 보였다.

‘...마법?!’

순간적으로 검을 들어 안면을 막았다. 이런 환경에선 불이나 번개 같은 마법을 못 쓸 테니, 내린 판단이었다.

콰앙!

그리고 그건 오판이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돌벽이 지하 문을 틀어막는다.

“키킥! 이걸로 너도...!”

“이 씨발놈이!!”

레오는 단검을 집어던진다. 흑마법사는 낄낄거리는가 싶더니 보호막을 전개시켰다.

“병신.”

단검 뒤에는 불붙은 밀가루 자루가 있었다. 그 밀가루는 폭발하며 보호막 내부를 뜨거운 오븐 덩어리로 만들었다.

‘...죽이긴 했지만... 이걸 어떻게 하지?’

마법으로 만든 돌벽은 그런 허름한 철창보다는 몇배는 단단할 것이다. 그것도 두께를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다.

“...이봐!! 부술 수...!!”

챙!! 카앙!! 챙강!!

말하기도 전에, 그 소녀는 돌벽을 향해 검을 날렸다. 내부가 울릴 정도의 충격, 하지만 마법의 돌벽은 굳건히도 출구를 막고 있었다.

“내 목소리 들려!? 들리면 대답해!!”

레오는 순간적으로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입을 다물게 되었다.

‘...이대로 있을까...’

어차피 구하려던 사람은 구했다. 저 여자애도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자신을 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혹시 모를 잔당이 올 수 있었다.

어차피 사는 것엔 미련은 없었다. 고향은 자기 발로 버린 지 오래였고,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찾았던 목표는 지쳐 포기했다.

죽음을 말려줄 존재는 이미 사라졌다.

그러니.

소년은 불구덩이에서 침묵한...

채앵!! 카아앙!!

침묵하려던 순간, 계속해서 칼날 소리가 울렸다.

“정신 차려!! 대답해!! 이대로 죽지 마...!”

검격과 울리는 목소리, 돌벽 너머로 들릴 정도로 큰소리였지만, 꼭 울음에 차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네가 죽은 꼴이잖아...!”

결국 소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두 번밖에 보지 못한, 그것도 기이한 악연의 소년을 위해, 저 소녀는 기꺼이 눈물을 흘린다.

문득 그 울음에 자신은 이렇게 생각해버렸다.

이 소녀가 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어느샌가 손에 검은 쥐어져있었다.

가슴의 흉터는 열기로 계속 욱신거리지만 상관없었다.

-자네가 가고자 하는 곳은... 네가 포기하는 순간 사라질 거라네...

기묘한 노파의 말이 머릿속에 울리며 검이 휘둘러졌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한순간이었지만, 검이 손에 뿌리를 내린 감각이 느껴졌다. 검날의 호흡이 폐의 호흡과 화음을 이룬다.

그 순간.

검은 나였고, 난 검이었다.

쩌적

바위벽이 갈라진다. 갈라지고 부서진 틈 사이에서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소녀는 눈물로 퉁퉁 부은 얼굴에, 열기와 검댕으로 엉망이 된 머릿결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퍼억

“...어?”

그 순간, 돌벽이 무너진다. 자신이 있는 아래로 향해, 하염없이 떨어진다. 돌벽의 충격은 상당했다.

아까의 괴물 같은 검술의 여파일까,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돌무더기의 충격에도 고통없이 고꾸라지는 그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불구덩이로 떨어지며 말이 나온다.

“살고... 싶었는데...”

눈을 감았다. 생각 외로 몸은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편한 기분이었다.

이게 죽음이라는 건가.

어머니도 이런 식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는데...

“일어나라. 소년.”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 눈가가 떨리며 눈이 열린다.

“죽지는 않았군. 전사의 귀감이야.”

자신을 들고 있는 사람은 소녀처럼 백발에 벽안을 한 여자였다. 하지만 소녀보다도 성숙하고 중후한 매력을 풍기고 있는 여성이었다.

“...누구...”

“크리스 라인하르트, 흑암이라고도 불리지.”

흑암이라는 이명을 듣자 레오는 이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되게 멋있네요... 흑암...”

그 말을 끝으로 레오는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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