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4 탈선의 광란-2
제하드 다이논스
그는 작은 귀족 가문인 다이논스 가의 장남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귀족계의 기사였다.
남동생인 엘리 다이논스는 자리나 물욕이 적었기에 후계에 대한 경쟁에서 처음부터 물러났고,
약혼자 레인 리포드는 그런 가주 자리를 얻을 제하드에게 호의를 느꼈고, 제하드 또한 리포드 가문의 연과 미인을 얻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부친인 젠 다이논스는 정정하고 건재했으니, 제하드는 기사로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업적과 경력이 쌓아야했다.
그렇게 택한 것이 라인하르트 가문의 영애 호위직 겸 검술 교사, 다이논스는 귀족로서의 격은 낮지만 라인하르트와 연줄이 깊기에 채택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미래에는 비전이 있었어. 분명 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장맛빛 미래는 레오나르도의 존재에 의해 어그러졌다.
“너만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을 버린 자식 취급했다. 남동생은 자신을 대신에 가문을 이끌 재목을 다시 주목을 사고 있었다.
약혼녀는 그런 자신을 버리며, 이제는 다른 남자를 찾고 있기 급급했다.
“너만 없었으...!”
“그래. 너는 너무 착하고 유능한 나머지 아리아 버린 채 대피했고, 나는 너무나 악랄하고 영악한지라 혼자서 발록이랑 맞대결을 깠구나. 이거 참 너무한가?”
결국에 자기합리화에 남탓으로 점철된 개지랄이었지만 말이다.
“야, 네가 그딴 병신짓만 안 했으면 적어도 가족들이 면전에 욕은 안 했을 거다. 쓰레기 통에 사는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놈이 어디서 큰소리야.”
처음부터 제하드가 잘리는 건 예정되어 있었고, 그게 앞당겨진 건 본인의 피운 찌질한 지랄 때문이었다.
”설마 혼자 살겠다고 여자애 버린 새끼한테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받을 줄 알았어? 넌 개념하고 지능까지 악마한테 팔았냐?”
참고로 인성하고 양심은 당초에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제하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은 찢어져 역안이 두드러지고, 이빨에서는 송곳니가 예리하게 튀어나왔다.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때까지 찢으면서 가지고 놀...”
양팔에 난 보랏빛 피부와 톱날 같은 손톱은 그 말은 증명하는 듯 보였다.
<파이어 스톰>
화염구의 회오리에 타오르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레오가 숨긴 반대손에는 화염구가 회전하며 연발로 튀어나오자 제하드는 그대로 폭발에 타오르며 나가떨어졌다.
“내가 뭐가 좋다고 너랑 놀아? 마법진 만드는 동안 아가리는 터는 것도 좆같은데.”
레오도 아무 생각도 없이 시간을 끈 것은 아니었다. 마법진을 구성하는 동안, 시선을 끌 도발이 필요했기에 입을 움직였을 뿐.
사실 레오는 제하드가 죽든, 감방에 갇히든 상관이 없었다.
“이제 몇 분만 지나면 경비병도 올 테니, 그 동안...”
[...잠깐...! 피해!!]
날아온 건 거대한 나무상자, 불더미가 된 근육으로는 도저히 던질 수 있는 크기와 무게였다.
카앙!!
나무상자를 그대로 레오의 검 앞에 반토막났다. 문제는 그런 연막 같은 공격이 아니였다.
‘...파이어 스톰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화력의 마법... 그걸 버텼다는 건...’
“...너 같이 비겁한 꼬맹이는... 토막나는 게 낫겠지? 감히 말하는 틈을 타서 기습을 하니까아...!”
제하드의 머리 일부는 정말로 날아갔다. 피부와 근육은 타고 녹아 뼈가 드러나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아...! 아무 생각도 없이 2년 동안 잠적한 줄 알아...?!”
끄아아아악!! 콰앙!!
이윽고 울리는 비명과 폭음.
이건 레오와 제하드가 낸 소리가 아니었다.
외부에, 시내에서 나는 소리였다. 현자는 급히 최대한 골목을 빠져나가 공중으로 몸을 띄었다.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됐잖아... 괴물들이 날뛰고 있어. 마물이라고 하기엔...]
인간의 형태와 극히 유사했다. 정말 불쾌할 정도로.
“...너... 고작 그딴 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거냐?”
레오 자신은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태까지의 일들은 단순히 실종과 복수 정도의 개인 규모의 사태라고. 주모자인 제하드만 처리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하지만 그건 낙관적으로 무른 판단이었다. 마탑주들의 출장, 많은 마법사의 징계, 그런 상황에서 마인이 나타났다는 시점에 눈치챘어야 했다.
“크키...킥... 내가 맛본 지옥을 느껴보라고...”
대규모 몰살, 마인과 흑마법사들이 기회에 따라 일으키는 학살극이다.
그리고 주로 이런 몰살극을 벌이는 건.
“...내가 말했지?”
이미 악마라 말할 정도로 사람을 죽인 마인밖에 없었다.
〘악마화〙
제하드의 몸은 검은 살가죽으로 재생되어 있었고, 얼굴의 골격은 뒤틀리며 살갗을 뜯기 편한 송곳니와 뿔이 기이하게 튀어나왔다.
전신은 성체 발록보다도 거대하게 부풀어올랐다. 그 형상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악마를 최대한 불쾌하게 그려낸 것 같았다.
“넌 내가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때까지 찢으면서 가지고...”
“...닥쳐.”
그 악마의 마인의 말을 자르며 레오나르도는 검을 들었다.
“닥치고 와. 목숨 구걸도 못하게 아가리째 꼬매줄 테니까.”
분노 이상의 감정이 주변에 휘몰아친다.
“이 건방진... 놈이..!”
마인이 돌진한다. 속도는 이미 인간을 상회하고 있었다. 아리아조차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
콰아앙!!
선격은 직선 방향, 피하는 것 자체는 성공했다. 하지만 뒤방향에 있는 벽은 마인의 손에 유리처럼 깨부서졌다.
[무너져 내린다!! 빠져나와!!]
레오는 급히 직각으로 팔을 뻗어 마법을 전개했다.
“윈드 버스트...!!”
영창까지 동원해야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돌풍의 대포는 팔에서 뿜어져 나오며 반동으로 자신을 골목 밖으로 밀쳐내었다.
파앙!
그리고 그 바람의 포탄은 마인을 맞으며 움직임을 일순 멈추었다. 본래라면 바위도 금이 가게하는 일격이었지만, 마인에게는 생채기 하나 나지도 않았다.
“...이게 다냐...?!”
“다겠냐?”
하지만 작전은 아직 남아있었다.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는 그대로 제하드에게로 낙하했다.
이어지는 충격음, 그 무게라면 아무리 상급 마인이더라도 부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옆쪽을 봐!!]
시내의 양옆으로는 완전히 페허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무언가가 갑자기 레오에게로 돌진해왔다.
“이에에에에엑...!!”
오른쪽과 왼쪽에서 오는 협공, 검은 돌은 쌍검의 형태로 전환되며 양옆의 괴인들의 목을 베었다.
[...이 자식들... 사람이야...]
충격받은 현자의 말과 표정, 레오는 베여있는 괴인들의 얼굴을 살폈다.
“...이 새끼들까지...!”
예상하지도 못했고, 가장 예상하기 싫었던 전개.
“개조인간이 왜 여기에...!”
“그걸 알고 있어어...!?”
갑작스러운 목소리, 그러고는 날아오는 벽들의 잔해들.
‘...이건 쌍검으론...!’
쌍검으론 벨 수 없다. 연격은 빠를지라도, 장검보다 길이가 짧고 위력도 분산되기에.
“크윽...!!”
모든 잔해를 베어넘길 수는 없다. 왼쪽 팔과 복부, 갈비뼈에 투척된 잔해가 적중한다.
[레오나르도!]
입가에 핏물이 터진다. 갈비뼈는 부러지고 꺾여 폐를 찌르고 있었다. 팔은 부러지지 않았지만, 그리 붓기로 봐선 상태는 좋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 울부짖지 않았네...?!”
잔해와 흙먼지를 뚫고 마인이 돌진한다. 피할 수가 없다. 이미 속도로는 아리아마저 초월했다.
<라이트닝 랜스>
급히 날리는 전격의 창, 라이트닝 랜스로 마인의 움직임을 경감시키고 쌍검으로 카운터를 날린다는 전략이었다.
[그만둬!! 저 녀석한테는...!]
전격을 뚫고 마인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감전은 통하지도 않고, 충격조차 받지 않은 채 주먹은 레오에게 맞아들어갔다.
“크악!!”
쌍검으로 받아냈음에도 파괴력이 방어를 뛰어넘겼다. 특히나 부실한 왼팔로 인해 몸이 측면으로 나가떨어진다.
<원드 아머>
1서클의 바람 방어 마법, 원드 월을 개조한 특수한 마법으로 갑옷과 같은 바람이 몸을 감싸는 기술이었다.
‘...방어력은 떨어지지만...!’
저런 주먹은 당연히 막을 순 없지만, 덕분에 날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지면과의 마찰을 최대한 없앨 수 있었다.
<...저 자식... 분명 전격 마법을 맞았는데...>
[악마 중에는 항마력이 뛰어난 종류가 있어. 저 자식은 그걸 알고 일부러 그런 형질로 몸을 강화시킨 거야.]
게다가 제하드의 몸은 이미 재생해냈다. 뒤틀렸다고 생각된 팔도 맞춰져 있으며, 피부에 난 상처들은 깔끔히 메워져 있었다.
[재생력도 뛰어나고, 신체능력은 이미 널 상회하고 있어. 거기에 마법 저항력은 적어도 5서클은 되야 뚫을 수 있을 거야.]
<인정하긴 싫지만...>
모든 면에서 레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능력.
[천적이야. 저 자식.]
지금 레오에겐 가장 대응하기 까다로운 적이었다.
게다가 아까 그 개조인간들로 봐선 도시 전체에 이런 괴인들이 뿌려졌을 것이다.
마탑주나 마법사들의 수만 많았더라면 조금은 원만히 해결될 테지만, 그런 이상적인 상황은 오지 않을 테지.
[...그럼 도망치는 것도 안 된...]
<도망치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뭐? 내가 말했잖아...! 지금은 지원군도...!]
<죄송하지만 지금은 집중해야 합니다.>
레오는 그렇게 말하며 넝마가 되어가는 손에 있는 쌍검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고작 생각해 낸 게 도망이었냐!? 결국 너도 다를 게 없어!!”
추격해오는 제하드, 속도로만 놓고 봤을 때는 마인은 그가 유리했다.
‘...해보는 수밖에...!’
레오나르도는 검은 돌로 준비한 투척용 대거를 제하드에게 던졌다.
“이딴 장난감이 애새끼의 전부겠지!!”
대거는 양팔에 박혔지만 위력은 마인에게는 손톱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차라리 제대로 도망쳐! 이대로 가면 잡힌다고...!]
<확인은 끝났어요. 그럼 분부대로 하죠.>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남은 대거를 건물로 던져대었다.
던진 대거는 건물 외벽에 박히며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리고 대거와 연결된 검은 돌의 와이어는 레오의 체중을 지탱하며 끌어당기고 있었다.
[검은 돌을 이렇게 쓴다고?]
<지금은 달리 더 빨리 움직일 수단은 없습니다.>
되감기며 뭉쳐지는 검은 와이어, 그 속도에 따라 레오의 신체도 빠르게 이동하며 공중에 떠오를 수 있었다.
속도만 보면 비행 마법조차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잔재주를...!!”
그에 따라 제하드도 분주히 레오를 따라잡았다. 속도만 보면 제하드가 위였지만, 그 부족한 점을 레오는 경험과 기교로 메꾸어 우위를 점했다.
[이대로 계속 도망칠 순 없어. 이런 식으로 검은 돌을 운용하면 마나가 먼저 동날 거다.]
검은 돌을 빠른 속도로 변형시키는 건, 정신력과 마나에 무리를 주었다. 아마 따돌릴 정도로 거리를 벌릴 시간은 없겠지.
“상관없어요.”
레오의 도망에는 생존이 목표인 경우가 없었다.
[...공동 묘지?]
용사의 기사는 언제나 승리를 위해 도망을 친다.
“낭만 있는데...!? 고아 새끼가 외롭게 죽고 싶진 않았나 보군!!”
도발에도 레오는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전과 계획이 예상대로자 여유의 미소가 나왔다.
“...사실 도망칠 땐 나도 죽을 각오였어. 이것마저 실패하면 널 죽일 방법은 도무지 없거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만들어둔 검은 돌의 대거들을 들었다.
“그런 장난감으로 날 죽일 거라고 생각하나?!”
그러면서 제하드는 마인의 손으로 레오를 향해 손톱을 내리쳤다. 묘지의 묘표를 엄폐물로 삼으며 공격을 피해나갔다.
동시에 대거를 연속해 던지기 시작했다. 이런 사냥 같은 전투는 레오에겐 산책이나 다름 없는 일상이었다.
“간지럽다고!! 이걸로...!!”
어느새 묘비들은 절반이나 부서졌다. 근처에는 몸을 숨길 엄폐물은 없었다.
“끝이다아아!!!”
제하드는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레오는 더는 엄폐물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끝이라며?”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왜?”
레오의 작전은 이미 성공했다.
“팔하고 다리가 생각대로 안 움직여서 그래?”
제하드는 간신히 레오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둔해질 대로 둔해진 마인의 주먹 따위가 레오에게 맞을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찢어진 관절이 더 비틀어져 제하드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만약 내가 던진 장난감이 네 살갗에 튕겨 나갔더라면 나라도 방법은 없었을 거야.”
하지만 레오의 대거는 정확하게 마인의 살을 비집고 들어갔다. 단지 날의 길이가 짧았기에 제하드는 위협이 안 된다 판단했을 뿐.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도, 고깃덩이인 생물인 이상 단검이 꽃혀있는 부위까지 재생하진 못하거든. 하물며 무릎이나 팔꿈치 같은 관절과 같은 중요 부위에 박혔다면 더욱이 말이지.”
그 말에 제하드는 급히 손으로 박힌 대거를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관절까지 넝마가 된 이상, 근력으로 뽑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제하드의 입에는 여전히 광소가 퍼져있었다.
“역시 넌 애새끼였어...!! 그런 중요한 사실을 주절주절 읊다니...!!”
그렇다면 재생력을 강화시켜 살덩이째 대거를 밀어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실망인데?”
“왜지...?! 끄아아악...!?”
대거는 재생력을 강화시켜도 빠져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재생시킨 살점이 대거의 주변으로 기묘히 뒤틀린다.
“내가 뭐 좋으라고 탈출법을 알려주겠냐? 너 같은 놈은 더 굴욕적으로 죽어야 내 직성에 풀리거든.”
그렇게 말하며 레오나르도는 친절히 대거의 비밀을 제하드의 눈 앞에 보여주었다.
“여행하다 항해를 했을 때, 늙은 고래잡이가 알려준 방식이지. 아무리 힘이 좋아도 이렇게 작살을 만들면 절대 안 빠진다고 말이야.”
용사 가문에 떠나고 나서 배운 작살 모양의 날붙이, 이후 레오가 저런 재생력이 높은 마인과 괴물들을 상대할 때 몹시 유용히 사용한 무기가 되었다.
아까의 외벽에 날린 대거도 이런 구조로 만들기에 고정이 단단했던 것이었다.
퍽석
이윽고 이 작살의 대거는 제하드의 빛을 빼앗았다.
“끄아아아악!!”
양눈이 단검에 찌부러지자 비명이 짜내어졌다. 레오는 눈의 시야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단검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지금 많이 질러둬. 이제부턴 하고 싶어도 못 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마인의 입에 불꽃의 마법진을 그렸다.
“원래는 횃불로 하는 게 진국이지만, 상황이 급한지라 이해해라.”
이후의 일을 예상한 제하드는 추하게나마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 풍경은 마치 다리가 모두 꺾인 거미가 작은 개미에게 천천히 뜯어먹히는 장면과 닮아있었다.
그런 발버둥에도 신경쓰지 않고 레오는 무덤 근처의 지푸라기와 마른 가지를 엮어 제하드의 입 안에 쳐넣었다.
"우읍...!? 크압...!"
“재생력이 뛰어난 마인이더라도 불로 지져서 괴사한 상처는 회복이 더디고, 어이가 없게도 근본은 인간인지라 호흡을 못 해도 죽어.”
화륵
“그래서 난 이 처리법이 몹시 마음에 들어. 내가 겪은 통증 중에서 가장 아픈 게 불에 타는 거랑 숨을 못 쉬는 거거든.”
레오의 불길은 제하드의 입에 우겨넣어진 가지와 지푸라기를 도화선 삼아 입술과 살점, 그리고 장기마저 태워 녹이기 시작했다.
장작의 화염이 점차 거세지자, 녹은 살점과 장기는 변성하며 괴사되어 목과 호흡기의 통로를 점차 메워나가기 시작했다.
폐에 남아있는 산소는 타오르는 불꽃에 의해 점차 줄어들며, 마인에겐 작열과 질식의 통증을 동시에 경험시켜주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입을 꼬매버리겠다고.”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레오가 떠난 뒤, 몇 분 뒤 마인은 소리 없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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