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52화 (52/248)

EP.52 아리아는 배운다-6

“...으...어...”

“저기...?”

오늘 아메리는 심히 당황한 눈치로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분명 며칠 전만 하더라도 템페리우스 가의 마법사와 정면승부를 벌였을 만큼 건장한 소년이었다.

“...어...어...”

근데 왜 지금은 자신보다도 못한 시체꼴을 하고 있을까, 고작 며칠 사이 만에 사람이 저렇게 수척해질 수는 있는 걸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아메리는 레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레오나르도 군...?”

“...예?”

거의 언데드 수준으로 피곤한 표정으로 레오는 아메리를 바라보았다.

“아, 아메리 씨, 다크서클도 많이 없어졌네요. 반지가 효과가 있나 봐요.”

아메리는 반지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반지가 공유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레오에게 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괜찮은가요...?”

“...예? 예예... 최근에 마법 수련을 자주 하다 보니까요.”

곧 있으면 마탑도 떠나야 하니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마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배우는 건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니까. 애초에 실전에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닿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지금 만든 고유 마법만 해도 10개가 넘어. 사흘 동안 너 3시간밖에 안 잤잖아.]

그 말대로 지난 3일 동안, 레오나르도는 계속 밤을 새가며 고유 마법의 개발에 전념했다.

<근데 전혀 쓸모가 없잖아요.>

[원래 그런 거라니까.]

하지만 그 고유 마법들은 전혀 실용성과 실전성이 없었다. 그것들을 쓸 바에는 정석대로 알려진 범용 마법을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고유 마법을 만드는 건, 애당초 마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수련이 주목적이라고. 직접 만드는 방식이 더 좋으면 정석이라는 게 왜 있겠냐?]

얄밉지만 현자의 지적은 정론이었다.

현자가 고유 마법의 형성 방식을 알려준 건, 어디까지나 마법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늘리라는 의미에서였다.

몇 세기가 넘도록 다듬어지고 이어져온 정석의 마법이, 일개 개인의 마법에게 밀리는 게 더 이상했다.

[고유 마법을 만드는 게 대마법사가 아니라, 마법 자체를 잘 쓰는 게 대마법사인 법이지. 요즘 것들은 근본을 몰라.]

평소라면 꼰대 소리하지 말라고 일침을 꽂아넣을 생각이었지만, 상대가 이 업계의 창조주인지라 그만두기로 했다.

[차라리 잠이나 더 자둬라. 이 정도 했으면 차고도 넘쳐.]

<그렇지만... 조금만 더 하면...>

[니가 이번 3일 동안 처먹은 커피잔 수는 아냐?]

오늘만해도 이미 열 잔은 넘긴지 오래였다.

<현자님은 여태까지... 마신 물의 양을 일일이 기억합니까?>

[인간을 그만뒀구먼. 저런.]

카페인 자체는 오러로 간의 해독 작용을 증폭시키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수면 부족에 있었다.

“...좀 자는 건 맞겠네요.”

너무 무리하는 것도 능률과 체력에도 손해였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미룬 잠을 한꺼번에 자둬야겠다.

“...아...”

근데 자리에 일어나는 도중 발을 헛디뎠는지, 레오의 몸은 기울어져 넘어지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구...!”

기울어진 레오나르도는 넘어지지 않았다. 스스로가 중심을 잡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괜찮아? 레오?”

자신의 아가씨, 아리아스필이 넘어지는 레오를 붙잡아 들었다.

“...아가...씨...?”

사실 레오나르도는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부족한 수면은 어떤 고역에도 버텨냈던 레오를 한없이 연약하게 만들었다.

“너무 무리했어. 얼른 자러 가자. 도와줄게.”

부축해준다는 의미 같기에 레오나르도는 거절하지 않았다. 설마 이번에도 저번처럼 팔뚝을 다시 가슴에 끼우겠는가? 그것도 피로에 지친 사람을?

그런 범죄적인 행복은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도저히 참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네... 고마워...”

레오의 몸은, 그리고 발은 지면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올라갔다.

“...요...?!”

아리아스필의 양팔은 레오의 듬직한 몸을 너끈히 들어 안고 있었다. 도서관은 원래부터 조용했지만, 저 아가씨와 기사를 보니 더욱 기묘한 침묵으로 정적이 뒤덮였다.

“얼른 방으로 가자.”

“자...잠...! 시만...! 읍...!”

입을 막은 것은 손이 아니었다. 아리아는 탐스럽고도 풍만한 흉부를 레오의 얼굴에 짓누르면서 입막음을 해버렸다.

“레오, 많이 피곤하구나~ 그래도 여긴 사람이 많은 도서관이니까 조용히 해야 해. 그러니까...”

아리아는 가슴으로 점차 쿠션처럼 레오를 감싸며 푹신한 감촉을 자아내었다.

“단둘이서 쉬자?”

당황한 채 흥분한 레오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이렇게 생각했다.

[부러운 새끼]

‘부러운 새끼’

부러운 새끼

레오는 부러운 새끼였다.

***

살결의 달콤한 향기와 흉부의 흉악한 압박에 레오의 정신이 점차 몽롱해졌다.

생각해보면 지난 3일 동안은 방에 안에 틀어빅혀서 쉬지도 못했는데, 이정도 잘못은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인데, 이런 행동은 자제시켜야하지 않을까.

그런 배덕과 도덕이 교차하며 갈등하던 와중, 아리아는 레오를 안은 채 방에 도착했다.

“도착했네. 이제 푹 자자?”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레오는 그 감정을 부정하며 방문으로 갔다.

“감사합니다. 이제...”

레오가 문 뒤로 가려던 순간, 아리아가 갑자기 방 안으로 손을 넣어 힘으로 문을 잡아당겼다.

“이제 단둘이 있게 됐네?”

뭐지? 뭔가 섬뜩하면서도 달콤하게 귀여운 말투는?

<...그보다 단둘은 아닌...>

[난 유령이니까 논외다. 하던 거마저 해.]

현자는 그렇게 말하며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팝콘을 꺼내들어 입 안에 한 움큼 집어먹었다.

[이젠 보는 것도 재밌어졌거든.]

<...고유마법을 그딴 데 낭비하시는...>

그렇게 따질 것도 없이, 아리아는 레오의 손목을 잡으며 방 안으로 끌어내었다.

“온통 공식이랑 마법진투성이네.”

방에 들어가자 아리아가 본 것은 온 사방에 퍼진 마법서들과 공식이 적혀있는 종이들의 무덤이었다.

“정령 마법하고는 달리 일반, 그것도 고유 마법은 계산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지난 3일 동안 고유 마법 개발에 전념한 나머지, 레오는 쉬지도 않고 마법의 형태와 원리, 발상까지도 이것저것을 쉬지 않고 습득해 개발했다.

좋은 고유 마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마법에 관한 연구 자체는 의미가 있었기에 실력 자체는 괄목이 성장했을 것이다.

“침대까지 종이랑 책투성이야.”

침대에도 공식이 적힌 이면지와 마법서들로 뒤덮여있었다. 당시엔 너무 연구에 몰입한지라 장소가 침대인지도 의자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정리를... 잘 해둘 걸 그랬네요. 조금 민망합니다.”

평소라면 늘 깔끔히 정리하는 습관을 지닌 레오로선 치부가 드러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금은 정리할 필요는 있겠네요. 조금 있다가...”

“괜찮아. 여기라면 괜찮겠는데?”

아리아는 종이와 책들의 사이에 있는 여유 공간에 앉으며 말했다.

“에이, 저라도 바닥보단 침대에서 자는 게...”

아리아는 레오를 붙잡아 눕혔다.

“이래도?”

정확히 자신의 다리에 말이다.

소위 말하는 무릎베개였다.

“...예...?”

“조금은 쉬어도 돼. 여태까지 열심히 했잖아.”

부드러운 말, 그리고 이마와 머리를 쓰다듬는 상냥한 손길에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저항심을 잃었다.

“자자. 레오.”

“...네...”

몸이 너무 피로했던 탓일까, 레오는 반항하지 않은 채 그대로 눈에 힘을 풀었다.

‘...어차피 무릎베개는 오래 못 하실테니까... 괜찮겠지...’

어느샌가 레오나르도는 숙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새근새근 숨을 쉬면서 자는 것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작전대로야...!’

아리아도 그 감상을 눈에 톡톡히 새겨두었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이 행복한 감상을 레오와 함께할 것이다.

다리가 저린 것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정령술을 훈련하면서 동시에 마나를 통제하는 방법도 단련했기에.

‘혈액 순환 쯤이야 간단하지.’

오러를 사용해 혈액을 순환시켜 저림을 푼다는 희대의 재능 낭비도 가능했다. 이거라면 10시간도 우습게 버틸 수 있었다.

“...흐...”

사랑스럽게 자고 있는 표정, 저번에 침대와 함께 동침할 때는 얼굴을 껴안아 쓰다듬었기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가장 가까이서 즐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더한 스킨쉽도 가능...

“...흠냐...”

그 순간 레오의 고개는 잠결에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의 대담한 시도와 피로로 인한 잠꼬대가 일으킨 우연의 일치였다.

“흣...?”

아리아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다시 침착하게 진정할 수 있었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을...

“읏..응...!”

아리아스필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튀어나올 것 같은 신음을 틀어막기 위해서였다.

신음이 나오는 이유는 고개를 돌린 채 잠결에 숨을 내쉬고 있는 한 소년 때문이었다.

지금 아리아는 오러로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 상태, 그만큼 감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잠결에 움직이는 머릿결과 숨결에 그녀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으응...!”

거기에 소년의 머리는 그녀가 반응할 때마다 움직여 점차 고개를 더 깊숙한 부분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리아는 이 민망한 광경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입을 계속 틀어막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되면 못 참게 될 수도 있었다.

“으...으으응, 으흡...”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른 채 소년은 잠에 푹 빠져있었다. 잠자리가 편안했는지 입가에는 조금이지만 침도 고여있었다.

‘...이건... 이것만큼은...!’

안 그래도 신음을 참기 힘든 아리아였다. 만약 레오의 성분이 든 질척하고 따뜻한 액체가 닿는다면 그녀라도 이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앙....하아..읏...!”

그녀는 최대한 자제력과 인내심을 발휘하며 고개가 돌아간 레오를 조금씩 정면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약간이 묻는 따뜻한 타액은 아리아를 한 마리의 암컷으로 만들고 있었다.

“...조금만...조금만 더...!”

인고의 노력 끝에 고개는 다시 정면으로 돌아가 천장을 보게 되었다. 섬세한 손길 덕분에 그런 움직임에도 아직 레오는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하아...하아...”

내몰아쉬어지는 거친 숨, 아쉽긴 했으나 이 이상 흥분했다간 아리아 본인도 참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잘 자서 다행...”

아리아는 레오의 숙면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위안을 얻으려고 했다. 그 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정말로 난처한 일은 그런 곳에 있지 않았다.

“...이...건...”

건강한 남성은 편안히 숙면을 취하면 남성호르몬과 혈액 순환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남성호르몬과 혈액이 잘 순환하게 되면 성적인 자극이 없다라도.

“...너무... 크...”

육체엔 반응이 온다.

“...큰데...!”

실수로 새어나온 큰 목소리, 용병으로서 야습과 기습에 대비하는 레오로서는 그런 소리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무슨 일...?”

“미안해! 레오! 푹 쉬고 내일 봐!!”

끼익, 쾅!

뭐라 대답할 것 없이, 아리아스필은 황급히 레오를 내려놓은 채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뛰쳐나간 뒤에도 아리아의 눈가에는 바지를 찢을 것만 같던 길고 굵직한 잔상이 아른거렸지만 말이다.

“...왜 저래요...? 다리가 저려서 그런가?”

멀찍이서 고유 마법으로 창조한 팝콘 한통을 비운 현자는 입을 떡 벌린 채로 말했다.

이게 섹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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