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50화 (50/248)

EP.50 아리아는 배운다-4

현재 상황이 이해가 안 되기에 천천히 정리해보겠다.

분명 자신은 결투장에서 전력을 다해 에일린과 맞붙었다. 그리고 필살의 공격이 실패하고 제압당해 패배했다.

그래, 분명 그럴 터였다.

“왜 가만히 있지? 홍차는 취향이 아닌가?”

근데 왜 지금 자신은 카페에서 홍차를 먹고 있는가.

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갑자기 순간이동했잖아. 기억 안 나냐?]

그러고 보니 정신이 흐릿해지던 와중, 에일린은 자신을 안고 텔레포트의 마법진을 구성했다.

<...그리고 여기로 이동한 거군요.>

[아무래도. 발동 속도만 놓자면 칼렌하고 비등하네.]

<...아...예...>

분명 친우의 후손을 보며 호평하는 것인데, 앞서 들은 설명 때문에 묘하게 아련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때 그런 얘기를 안 들었다면 아무 생각도 안 했을 텐데 말이다.

[근데 뭔놈의 찻집이 손님이 아무도 없대?]

현자의 말대로 카페에도 위화감은 존재했다. 아무리 한적한 시각이라 할지라도 이 찻집은 지나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이 가게는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다. 일종의 취미라고 생각해도 좋지.”

취미로 찻집에서 일하는 건 봤어도,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역시 재벌가의 마법사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칼렌도 다도에 취미가 있었지. 각종 찻잎을 많이 가져와서 얻어먹을 때도 많았는데.]

이젠 현자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현자의 잘못이라기 보단, 레오 스스로가 이 상황의 숨겨진 비밀을 아는 것에 쓰라린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찻집으로 데려온 이유가 뭐죠?”

“‘단둘이 여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라는 이유로는 부족할까?”

그녀는 찻잔과 설탕통을 내밀며 여유로운 웃음을 내보였다. 앞섬의 단추를 살짝 풀었기에 몸을 앞쪽으로 뻗자 가슴골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부족하겠죠. 그런 거라면 평범히 걸어서 찻집에 온다는 방식도 있을 테니까요.”

“자네라는 남자에게 흥미가 깊어서 말이네.”

그러곤 드물게 입을 가리며 가벼운 웃음을 내보였다. 현자도 저런 에일린의 행동에 나름 재밌다는 듯 관전하고 있었다.

“자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네만, 그 자리엔 방해꾼이 많았지.”

그녀는 성숙한 매력을 물씬 풍기며 머리를 귓가 뒤로 넘겼다.

“차는 안 마시나?”

“죄송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 이해가 된다면 즐기도록 하죠.”

레오가 경계가 어린 눈치로 보자 그녀는 그 반응이 귀여웠는지 찻잔을 도로 가져와 자신의 입가로 대었다.

“보다시피 독은 없다. 풍미가 깊은 차이니 부디 편히 즐겼으면 좋겠군.”

찻잔의 끝 면에는 입술연지의 자국이 깊게 남아있었다. 남자라면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색이었다.

[칼렌보다 불여시 같은데?]

비교의 대상이 이상했지만, 레오는 당황하지 않은 채 찻잔을 잡았다.

“그럼 감사히 마시도록 하죠.”

레오나르도는 가볍게 종이 냅킨을 뽑아 찻잔의 연지 부분을 닦았다. 그러곤 부드럽게 홍차를 들이켰다.

“예, 회복 포션까지 섞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위생에 꽤나 신경쓰는군.”

얼핏 보기엔 무례해보이는 행동, 하지만 그건 레오나르도도 자각하고 있는 바였다.

“위생보단 대화에 감정을 줄이기 위한 의식이라 생각해주십쇼.”

“조금 섭섭한 답변이로군. 선을 긋는 건가?”

“이런 방식으로는 절 설득하지 못한다는...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이런 유혹은 수도 없이 당해보았고, 이에 품격있게 대응하는 방법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

“...으아...!!”

연적에게 남자를 뺏긴 아리아스필은 결투장에서 검을 휘두르며 울분을 표했다.

주변에 관객으로 있던 마법사들조차 당황한 눈치로 사라진 에일린과 레오나르도를 찾기 시작했다.

“...이...이...!”

너무 끓어넘치는 분노에 아리아스필은 언어능력조차 상실했다. 아까 그 불여시가 레오나르도에게 속삭인 더러운 말들은 아리아의 귓가에도 울렸다.

<내 마음에 들었다. 내 반려가 되기 충분하겠어.>

<이제부턴 내 남자가 되어줬으면 좋겠군. 여긴 사람이 많으니, 둘이 오붓이 있게 우선 장소를 옮기지.>

뭔가 하지 않은 말까지 추가된 느낌이었지만, 아리아스필은 분명 그렇게 들었다.

“...어디로...! 어디로 갔지...?!”

그 여자만큼은 용서하지 못한다. 절대로 멀쩡히 두지 않을 것이다. 레오를 탐하는 여자들은 모조리 자신의 손에 잘라내버릴 것이다.

[...이쪽이야...]

그 순간, 마나의 정수가 그녀의 마음과 공명했다.

“어...?”

[레오는 이쪽에 있어...!]

주변을 떠다니고 있는 정령들은 마나를 공유하며 레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고마워...!!”

감사하다는 말과 달리, 아리아는 증오와 질투가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결투장을 뛰쳐나갔다.

***

정령을 따라 도착한 곳은 한적한 거리의 찻집, 마나의 요정들은 카페 내부 쪽을 향해 방향을 가리켰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카페 창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지 않아 내부가 들여보였다.

문제는 대화를 듣기 위해 근처로 가면 들킨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면...”

아리아는 레오나르도에게 배운 오러의 응용법을 사용했다. 전신에 퍼져있는 마나를 한 곳의 감각 기관에 응집시켜면 그 기관의 성능은 몇 배나 강하게 증폭된다.

눈에 오러를 모으자 시력이, 귀에는 청각이 강회되었다. 본래 레오가 이 기술을 알려준 이유는 독이나 야습과 같은 상황에 대비하라는 이유로 가르친 것이었으나, 아리아스필은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지금 자신은 엄연히 자신의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는 거였으니까.

시력이 강화되자 흐릿한 카페 내부에 확실하게 보였다. 카페에는 에일린과 자신의 레오가 오붓이 마주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저...저 불여우가...!!”

저 색정에 찬 눈을 봐라, 저 불여시는 순수한 레오를 어떻게든 홀려보겠다고 갖은 발악을 해대고 있었다.

일부러 저렇게 가슴골을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 하찮게 눈웃음을 짓는 것도, 상냥한 척 찻잔을 내미는 것도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레오도 당황한 나머지, 차에는 손도 안 대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데리고 나오면 저 불여우에게서 레오를 구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뛰어가려던 순간,

“보다시피 독은 없다. 풍미가 깊은 차이니 부디 편히 즐겼으면 좋겠군.”

저 불여시는 건방지게 선을 넘었다. 자신도 간신히 시도한 키스를 저 여자는 태연히 찻잔이라는 편법을 이용해 시도하려고 했다.

그 더러운 입술의 타액은 찻잔의 면에 진하게 남아있었다.

‘...들지 마...! 마시지 말라고...!! 레오...!!’

그런 기대를 깨부수며 자신의 기사는 찻잔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 감사히 마시도록 하죠.”

배신감이 몸에 깊게 스며든다.

지금 저 레오나르도는 꿈속의 입맞춤을 기억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저 찻잔을 허락하는 건 저 여자와의 간접적 첫 입맞춤을 허락한다는 뜻 아닌가.

만약 자신의 기사가 저 잔을 입에 댄다면, 그 타락한 입술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 몇 번이고 덧씌울...

“예, 회복 포션까지 섞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차를 가볍게 들이켰다. 하지만 아리아는 분노하지도, 질투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레오는 지조있게 찻잔을 냅킨으로 닦은 뒤 차를 음미했기 때문이었다.

‘...의심해서 미안해애...!! 사랑해애...!! 레오나르도!!’

그 현명한 대처에 아리아스필은 더욱더 사랑이 샘솓았다. 만약 진도만 더 나갈 수 있다면 양팔로 껴안은 채 계속 칭찬을 속삭이고 싶었다.

“...위생에 꽤나 신경쓰는군.”

저 불여시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필시 건방지게남의 것을 탐했기에 벌을 받은 것이었다.

“위생보단 대화에 감정을 줄이기 위한 의식이라 생각해주십쇼.”

“조금 섭섭한 답변이로군. 선을 긋는 건가?”

“이런 방식으로는 절 설득하지 못한다는...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철벽을 치며 레오나르도는 품격있게 찻잔을 비웠다.

“그런가? 나름 괜찮은 전략이라 생각했는데.”

에일린은 오히려 레오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일그러진 얼굴을 폈다.

“사실 냉정히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당신은 야심가니까요.”

야심가, 한 단어로 그녀를 정의 내렸음에도 아일린은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조차 인정하는 사실이었으니까.

“야심가는 사랑조차 목표의 초석으로 삼죠. 사랑으로 맺은 인연은 이용하기도 쉬운 법이까요.”

결혼이나 약혼은 귀족계를 넘어 왕국 간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정치 전략이었다. 사랑을 핑계로 서로와 연을 맺고 이득을 얻는 정치적 수단, 아일린에게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허용해도 남작 작위 이내, 또는 마법사 가계로서 재산이나 혈통이 뛰어나지 않고서야 당신은 이성과 연을 맺지 않을 것입니다. 아닙니까?”

단정짓는 어투, 부정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아일린은 미소를 지은 채 그 이야기를 들었다.

“...대단하군. 어린 소년인 줄 알았는데, 속 안에는 늙은 현인이 잠들어있어.”

[어떻게 알았대? 역시 칼렌의 후손.]

이 미묘한 관계에 레오나르도는 쓸린 상처에 모래와 소금을 뿌리는 고통을 느꼈지만, 흐트러지는 표정은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설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큰 봉투를 내밀었다. 처음에는 돈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봉투에는 각종 사진과 서류가 담겨있었다.

“이건...”

“본디 템페리우스 가문은 마탑에 소속되면 안 된다. 마법이 삐뚤어진다면 마탑이 다잡으면 되지만, 마탑이 타락한다면 그걸 붙잡을 자는 우리 가문 이외엔 없으니까.”

지당한 말이었다. 실제로 마탑에서 비리나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마탑에게 제일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템페리우스 가문 이외엔 없었다.

“그렇군요. 지위에 맞는 훌륭한 정신과 책임감입니다.”

“그 서류에도 우리 가문의 정신이 책임져야할 문제가 들어있지.”

서류와 사진을 살펴보자 레오나르도는 조심히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며 질문했다.

“이걸 저에게 보여주셔도 되는 겁니까?”

“글쎄... 도박이긴 하지만, 손해볼 일은 아닌 것 같군.”

사진엔 각종 마법사들이, 서류에는 그 마법사들의 인적 정보가 적혀있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 인물의 범죄 및 비리 행각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정말 마탑 내에 이런 행각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넌 천성이 사기꾼이야. 어떻게 그렇게 사기가 자연스럽냐?]

현자님도 공범이니까 조용히 해주셔야겠습니다.

“그게 내가 마탑에 온 이유다. 대략 일주일 사이에 마탑주들과 가문과 연이 마법사들에게 연락이 왔지. 그러곤 이 비리와 범죄 행각을 신고했다.”

“...이렇게 대규모로요? 어떻게...?”

사실 답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비밀이었다.

“자네가 찾은 현자의 유산, 진실과 사실의 목장식 덕분이지.”

그게 레오의 계획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서로가 자멸할 줄은 몰랐지만, 이 상황은 레오 자신에겐 전혀 불리할 게 없었다.

“목장식을 공개적으로 전시관에 보관했기에, 불충분한 증거를 보충할 수 있었다. 우연치곤 절묘하지.”

“...뭔가... 당황스럽군요. 전 단지... 현자님의 유산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옆 방향에 있는 현자의 시선이 차고 시리게 느껴지지만, 레오나르도는 태연히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가? 난 상황을 전개시킨 흑막이 너라고 생각된다만.”

정확한 추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녀의 수에 말리는 것이다.

“의심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확신하는 까닭은 묻고 싶군요. 어째서죠?”

왜냐하면 레오에겐 여유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네가 온 기간과 증거가 모인 시기가 겹친다는 점, 그리고 목장식을 얻은 뒤 전시관에 공용 시설로 설치했다는 점이 의심스럽군.”

확실히 그건 타당하게 고려해볼만한 문제였다. 용의자 선상에 들어가도 이상할 건 없지.

“하지만... 이 증거를 얻으려면 상당한 수사가 필요할 겁니다. 실제로 템페리우스 가문과 마탑 측에서도 이 비리들을 놓치고 있었으니까요.”

아직 논리가 부족했다.

“게다가 제가 만약 계획의 흑막이라면, 고려해야할 것이 하나 있어야 합니다."

레오에게는 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위험을 무릅쓰고 제가 이 사건을 벌인 것으로 얻는 이득.”

동기의 결여.

“동기가 없죠.”

그녀가 아직 레오를 추측의 범위에만 놓는 이유, 그건 증거를 모을 능력이나 현자의 유산을 얻는 것에 대한 방법 따위가 아니었다.

이 계획적이고도 복잡한 행위로 레오나르도가 얻는 목적과 이득, 그 자체가 불분명했기에 아일린은 이 방식으로 추측을 확인하려 한 것이다.

“...역시, 이런 가벼운 수는 안 통하는군.”

“마치 제가 진범이라는 말 같군요.”

레오가 이러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미래, 회귀자로서 본 미래가 있기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기에.

현대에 사는 그녀로선 이해할 수도, 추측할 수도 없는 영역이었다.

“...사실 진범이니 범인이니 하는 표현은 끌리지 않는군. 애당초 이 소행은 범죄라 하기도 모호하니까.”

오히려 주변의 범죄를 밝혀내고 수사에 협력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마탑과 가문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단하군. 바로 내 추리의 허점을 논파할 줄이야.”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것, 소통과 추리의 기본이죠.”

멀찍이서 이 대화를 엿듣고 있는 아리아스필은 당황한 눈치였다.

‘...이게 무슨 얘기지...?’

상황의 흐름이 너무 복잡해 갑자기 끼어든 자신으로서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고도의 대화였다.

그런 아리아스필을 모른 채, 레오는 냅킨으로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었다.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유익한 대련과 대화에 한 수 배웠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뜨려던 순간,

덥썩

“그렇기에 자네가 더 아깝군.”

에일린은 레오의 손목을 잡았다.

“만약 자네가 귀족이었다면, 몰락 가문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우리 가문과 연을 맺었을 거다. 결혼? 그 정도야 우습지.”

멀찍이 있는 한 소녀가 그 대담함에 온갖 증오를 표출하고 있었으나, 이곳까지 닿을 거리는 아니었기에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니군요.”

그녀는 살짝 힘을 주어 레오를 자리에 다시 앉혔다.

“그래서 제안하지. 내가 만약 자네를 귀족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어떤가?”

레오나르도는 그 제안에 당황했는지, 말을 조금 떨었다.

“...설마 작위 수여입니까? 그건 아무리 템페리우스 가문이라도 실현하기 어렵고, 타격도 클텐데요.”

“발상이 귀엽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서류를 쥐어주었다. 레오는 말의 의문을 풀기 위해를 서류를 살펴보았다.

“...이분들은...”

“작위 계승은 혈통보단 가족 관계의 세습에 가깝지.”

서류의 내용에는 미혼의 마법사들과 자식을 못 얻거나 사고로 잃게 된 마법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만약 귀족, 그것도 마법사 가문이 널 입양한다면 너의 직위는 어떻게 될까?”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다.

대화에 따라가지 못한 아리아스필조차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저에게도 부모는 있습니다. 사정이 있지만...”

“그에 대한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너에겐 상당한 무례겠지만, 응당한 각오를 하고 말하지.”

그녀는 부드럽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입양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템페리우스의 모든 정보력과 기술력을 동원해 네 부모를 찾아주마.”

템페리우스 가문의 마법은 마탑보다 호각, 그것도 수사와 관련된 업무가 많은 만큼 추적과 탐색에 관한 마법으로는 정점에 가까웠다.

레오나르도는 손에도 약간의 떨림이 생기는 걸 체감했다.

실제로 전생에도 어머니의 시체는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마음 한켠으로 어머니의 생존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레오 본인조차 그 이유를 들추어내고 싶진 않았다.

“설사 우리 가문과 연을 만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야.”

그 말에 아리아는 질투도, 분노조차 낼 수 없었다.

아일린의 제안은 무게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기에, 자신의 사랑이라는 행위는 한없이 가벼워져만 갔기에.

아리아스필은 절망스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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