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38화 (38/248)

EP.38 열차에서-3

남은 유독 폭탄을 모아두며, 레오는 더러워진 손을 털었다.

[이제 다 끝난 거냐?]

<아뇨. 기관실이 남았어요.>

기관실에 있는 건, 대략 한 명에서 두 명.

능력 자체는 쳐봐야, 아까의 잔당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문제는 기관실이라는 점에 있었다.

[하긴 기관실 자체를 폭파시키면 거기서 끝이지.]

<게다가 기관사를 인질로 잡는 것도 생각하면 더 까다로워요.>

[그럼 아리아랑 합류할 거냐?]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리아스필과 합류하면 그 사이에 기관실 일행이 눈치챌 수도 있었고, 오히려 인원이 많으면 불리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쉽게 가야죠.>

레오는 뒤로 잠시 물러서더니 기관실이 있는 차량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기습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기습을 위해 레오는 돌진과 동시에 문을 부서뜨렸다.

“끄악!!”

기습이 효과적이었는지, 문을 막고 있는 흑마법사의 잔당 중 한 명이 충격에 나가떨어졌다.

[정면돌파 아니냐?]

<그게 그거죠.>

둘 다 갑작스럽게 쳐들어가는 거니 같은 맥락이었다.

“넌...! 넌 뭐냐...!!”

레오는 대답하지 않은 채 바로 다른 잔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오러를 두르고 있었기에 피하는 것도, 막는 것도 불가한 공격이었다.

“끄아악!!”

두 명이 제압되자 레오는 급히 기관사가 있는 자리로 뛰어갔다. 기관사만 당해도 기차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몰살당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까?”

“...네... 덕분에 살았어요.”

다행히 정신 자체는 멀쩡한 것 같았다. 정신이 멀쩡했기에 이런 사태에서도 탈선 없이 운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어떡합니까...?”

“근처 묶을만한 물건은 없습니까? 기절은 시켰어도 확실히 해두는 편이 좋겠죠.”

쓰러진 두 초짜 흑마법사들을 보며 레오는 말했다. 하지만 조금은 기묘했다.

지금까지 수준을 보면 아직 이들을 통솔하는 대장인 것 같은 인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대장은 기관실에 있을 것이라고도 판단했는데...‘

그 순간, 기관사는 기관실의 서랍을 열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여기에 있습니다.”

그 방향을 바라보자 독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까의 폭탄들보다도 진한 농도의 독극물, 그 안개가 레오에게로 직격했다.

“...너...설마....”

“아까웠어. 그러니까 기관사까지 잘 확인했어야지.”

기관사는 폴리모프한 얼굴을 돌려놓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가 이 테러를 일으킨 주동자이자 대장이었으니, 방해꾼의 죽음에는 기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 인정. 이건 예상 못 했네.”

하지만 레오는 안 죽었다.

인정하는 의미에서 레오는 이번엔 확실히  기관사였던 흑마법사를 주먹으로 으스려뜨렸다.

“크악...?!”

갑작스레 부러진 코뼈를 만지며, 그는 멀쩡한 레오를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레오의 입가에는 방독면이 씌여져 있었다. 자신들의 것을 뺏은 건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나 투박하게 만들어진 생김새였다.

[검은 돌을 방독면으로 쓰냐?]

<급하니까요. 진짜 유용하네요.>

다용도 암석에 호평하며 레오는 주먹을 쥐었다.

“그런 장난감으로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마법은...!”

“그러니까 그 전에 끝내야지.”

[블리자드]

쥔 주먹에선 이미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한랭의 눈보라가 기관실에 살얼음을 만들며 온도를 떨어뜨렸다.

“그딴 1서클 마법으론 손가락도 못 얼려!!”

그렇게 자신만만한 외침을 내며 그는 독가스를 다시 내뿜었다.

“...어?”

그 자신감이 무색하게 독가스는 전부 기운 없는 고꾸라졌다. 지금 살포한 독구름 뿐만 아니라, 이미 떠다니고 있는 독들마저 아래로 가라앉아 달라붙고 있었다.

“뭐야...?! 이거 왜...!?”

“찬 공기는 무거워서 가라앉아. 그리고 이 독은 액체 입자로도 돼 있으니까 얼면 효과도 없어져.”

굳이 회귀자가 아니더라도, 상식과 관찰만 있다면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럼 화염 마법으로...!”

“두겠냐?”

나아가는 주먹은 나불거리는 주둥아리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덤으로 광대뼈과 두개골이 약간 뭉그러지긴 했지만, 그건 레오에게 알 바 아니었다.

“끝났네요. 이제 아리아 아가씨만 부르면 되겠어요.”

아리아스필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5서클 마법사라도 있지 않은 이상, 이런 장소에서 아리아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고, 만약 있다면 레오가 먼저 눈치챘을 것이다.

[근데 레오나르도.]

<예? 왜요?>

현자는 약간 의아한 톤으로 기관실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 기차 운전할 줄도 알지?]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레오는 당황했는지, 얼굴이 풀렸다.

[결국 운전할 기관사가 없어진 거잖아. 그럼 기차는 누가 운전하냐?]

몰래 침입한 흑마법사라고 해도, 이 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건 그 범죄자였다.

“...아...”

[야... 너 설마...]

레오나르도는 용병으로서의 삶과 전생의 무사 수행을 통해 전투술 뿐만 아닌, 다양한 경험을 쌓아올렸다.

현자의 혹독한 마법 수련을 빠르게 익힐 수 있었던 것도, 그 경험의 산물 중 일부였다.

“...괜찮아요. 아마도.”

하지만 기차를 운전할 일은 전생에서도, 현생에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였다.

게다가 기승나 승마라면 몰라도, 기차 운전은 배울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마부 없이 마차타는 거랑 뭐가 달라?!]

“선로 위에만 달리는 거니까 괜찮다고요. 선로에 이상만 없으면 괜찮아요.”

과속을 해서 탈선만 하지 않는다면, 기차는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것이다.

[야... 잠깐만...!]

현자는 기관차 벽을 관통하며 밖을 내다보았다.

[씨발!! 빨리 멈춰!!]

<왜요?!>

[선로에 나무가 쓰러졌어!!]

<미친!!>

레오는 급히 브레이크를 향해 뛰어갔다. 아무리 초심자일지라도 브레이크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부딪친다!!]

“으아아아아아아!! 안 돼에에에에!!!”

레오는 브레이크도 잡지 않았다. 오히려 급정지는 기차를 전복시킬 뿐이었으니까.

지금은 비명만이 나왔다.

“레오나르도!?”

급히 달려온 아리아는 기관실에서 비명을 지르는 레오에게 달려왔다.

“괜찮아?! 안 다쳤어!?”

“...그...그게 지금... 선로에...”

그런데 무언가 기묘했다. 기차의 속력을 생각하면 이미 부딪치고도 남을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기차는 여전히 순탄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아가씨, 죄송하지만 혹시 창문 밖을 봐주실 수 있나요?”

“어? 창문 밖?”

아리아스필은 그 부탁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 밖을 내다보았다.

“...왜? 아무것도 없는데?”

“선로도요?”

“어? 어어. 아직 역도 안 보이는데?”

레오나르도의 시선은 자연히 능구렁이 같은 노친네에게 향했다.

[큽... 으아아아아~ 안 돼에에에에~]

마탑에 가면 저 인격을 기만하는 악령을 없애는 방법부터 연구해야겠다고 레오는 다짐, 아니 맹세했다.

***

다행히 쪽팔린 거만 빼면, 이야기의 결말은 잘 풀린 편이었다.

이후엔 철도 경비원들 및 마도기사단들까지 와서 기차를 정차시키고, 승객들의 흑마법을 풀며, 흑마법사들을 체포했으니까.

다만 아까의 비명이 쪽팔릴 뿐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이 없었더라면 정말 큰일 벌어질 뻔했어요.”

전문 경비단과 마도 기사단 대표는 레오와 아리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흑마법사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살해하지 않고 제압한 덕분에, 이 사건과 조직의 배후를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래라면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기에 살상하는 전략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계책 덕분에 아무도 죽지 않은 채,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도 수사를 진행해야할 기사단과 경비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다.

“근데...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가만히 있던 아리아스필은 저들의 대화에서 위화감을 느낀 탓일까, 참지 않고 질문을 내었다.

“네, 말씀하시죠.”

“왜 흑마법사들은 이런 짓을 한 건가요? 사실 제대로는 이해가 안 가서...”

흑마법의 체계를 모르는 그녀로선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르는데도 이해하면 좀 섬뜩할지도 모른다.

“그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력한 것은 흑마법의 제물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흑마법...”

흑마법

같은 마법이라 불리고는 있기에 다들 흑마법과 일반 마법은 유사할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 흑마법과 마법은 사실상 다른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윤리적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놓고 봐도 말이다.

“흑마법은 일반 마법과 달리 지식보단 마기와 감정을 중심으로 기술을 전개합니다. 그러니까 이해하게 쉽게 말하자면...”

“마법은 수학적이지만, 흑마법은 문학적인 개념입니다. 어디까지나 긍정적으로 표현했을 때의 예이지만요.”

마법은 일일이 계산하고 산출하는 것이지만, 흑마법은 계산보단 해석을 중심적으로 사용한다.

그것 외에도 차이점이 다양히 있지만, 이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선 이 차이점이 제일 중요한 요점이었다.

“문제는 흑마법은 자신의 감정으로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었죠. 그래선 마법보다야 효율이 떨어져요.”

그렇기에 흑마법은 대안을 강구했다. 그리고 이 개같은 짓거리가 그 방법 중 하나였고.

“기차에서 다량의 사람을 학살하면 그만큼 생명력과 원한, 분노, 절망과 같은 양질의 감정을 가져갈 수 있어요. 시체는 이후에 부산물로서 팔기도 쉽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간단하다. 그 악의를 마나와 가공시켜 마기를 만들어 흡수하거나, 악마와 또다시 계약하는.

흔히 보이는 악순환 중 하나였다.

“좋은 감정을 쓰는 건...”

“작은 분노가 큰 행복보다 오래 갑니다. 그런 비합리성이 흑마법의 추상적 요소와 힘을 극대화시켰죠.”

그렇기에 흑마법사들은 지탄 받으며 돌팔매를 맞는 것이다. 자신들의 힘을 위해서 어떤 제물이고, 악행이고를 가리지 않으니까.

“...제법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어린 나이에는 알기 힘든 지식일텐데...”

조금 뜨끔하긴 했으나, 레오는 태연히 대답했다.

“아무래도 마법을 익히다보면 풍문이라도 듣게 되죠.”

“...그렇군요.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눈을 모자로 살짝 가렸다. 마법사에겐 저런 풍문을 아이가 듣는다는 것이 썩 기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체포도 끝났고, 설명도 하셨으니 가셔도 좋습니다. 시간을 너무 끌어서 죄송하군요.”

“감사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인사하며 아리아스필과 함께 역을 빠져나갔다. 안 그래도 수사와 체포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차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차였다.

“근데 마탑에는 어떻게 가?”

“가는 방법이야 많지만... 시간이 애매하니 우선 쉴 장소부터 찾아보죠.”

지금은 점심 시각에 휴가 기간이니, 마탑 주변이 한창 붐빌 시각이었다. 거기에 그런 소동과 광경을 봤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장소를 찾을 필요도 있엇고.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아리아스필 일행 앞에 한 남자가 걸어왔다.

수려한 금발에 싱그러운 녹안, 거기에 고급 모자와 정장까지 입으니 그 미적인 인상에 호감을 더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신지.”

레오는 살짝 경계하는 눈치로 남자에게 물었다.

“이거 소개가 늦었군요.”

남자는 신사적으로 모자를 벗으며 소개에  인사를 곁들였다. 격조있는 태도에선 품격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전 제프리 페드니안이라고 합니다. 청탑의 4서클 마법사로 레오나르도 님을 안내하기 위해 왔죠.”

“그러시군요.”

이내 그 제프리의 눈은 아리아스필에게도 향했다.

“안녕하신가요? 꼬마 숙녀님. 리오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슬며시 아리아의 손을 잡아 입술을 대려고 했다.

“아, 죄송합니다.”

레오는 그런 아리아의 손을 부드럽게 당기며 자연히 그의 손을 뿌리쳤다.

“길가에 큰 벌레가 있더군요. 밟으시면 신발이 더러워질 것 같아 실례했습니다.”

제프리는 실눈과 입술의 꼬리를 올리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에 비해 레오의 표정은 약간 굳어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죄송하지만, 그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큰 소동을 겪기도 했으니 조금 휴식을 취한 뒤 가기로 하겠습니다.”

“아, 그러시다면 제가...”

“그것도 괜찮습니다. 리오스 님께 추천받은 장소는 직접 가보고 싶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아리아의 손을 잡은 채 시내 골목 쪽으로 걸어갔다. 자주 보이지 않는 기이한 행동에 아리아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레오가 왜 저러지?’

평소에는 시비나 무례를 겪지 않는 이상, 귀족 자제보다 예의있는 레오나르도였다.

저 남자는 무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이었다.

짐작가는 것이라고 해봐야...

“...레오나르도.”

“네? 말씀할 게 있으신가요?”

“혹시 저 남자가 나를 만지는 게 싫어?”

생각해보면 레오나르도가 반응을 보였던 것, 제프리가 손등 키스를 하려던 직전이었다.

그렇다는 건,

“네, 이해하기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저 남자랑 같이 있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의 말에 확신이 생겼다.

이건 분명...!

‘질투하는구나...!! 다른 남자한테!!’

리오스가 추천해준 책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남자는 한 번 점찍은 여자가 있다면, 다른 남자가 그 여자를 만지는 것조차 불쾌한다고 말이다.

“...으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항상 어른스러웠던 레오나르도에게도 저런 귀여운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괜찮으세요?”

“어? 응응! 난 다 이해해!!”

“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오는 급히 뒤를 돌아보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너도 남자이긴 하네. 질투도 다하고.]

<저 새끼가 흑마법사니까요.>

[...뭐?]

<정확히는 나중에요. 이삼년 지나고 흑마법사가 되는 의식을 펼쳐요. 그래서 제가 죽이고요.>

전에 현자는 마탑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혀를 끌끌거린 적이 있었다.

레오나르도도 그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데, 그 까닭은 간단했다.

<지금 마탑엔 장래유망한 흑마법사들이 드글거립니다. 제가 온 이유엔 그 자식들 소탕도 있어요.>

그 악행을 일일이 봐오고 처리해온 레오였기 때문이었다.

[...하... 미친... 근데 어떻게 잡게? 개같아도 아직은 아니라며.]

<지금 저지르고 있는 범죄로요.>

레오나르도는 표정을 찌푸리며 불쾌한 예시를 대었다.

<그 새끼는 같은 경우엔 원조교제와 성상납을 통한 시험지 답안 유출이 있겠군요.>

[...시바, 이번엔 네가 잘했다.]

현자와 레오가 드물게 의견이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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