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27화 (27/248)

EP.27 성장-4

용암검 화청, 볼카노 화산에서 나오는 특수한 광석을 제련해 만든 검으로 휘두를 때 마다 검기에 화염이 둘리는 화염의 병장기였다.

낙뢰창 풀고르,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를 흡수시켜 만든 창으로, 번개를 통한 폭발력과 속도로 보이는 쾌속이 일품이다.

거울의 방패, 유적의 거울을 갈아 만든 방패로 단단하기도 단단하지만, 공격을 반사해 튕겨낼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

[그런 사기적인 무기가 다 보관되있다고?]

“그렇다니까요. 그것도 마르켄 님의 무기고만 한정해도요.”

개인 무기고 뿐만 아니라, 라인하르트 가문 자체 소유의 무기고까지 고려하면 왕국 군대가 올지라 할지라도 상대 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만큼 개방하는데 허가와 제약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그걸 꼬불치려고 지금 결투하는 거냐?]

<에이, 설마요. 제 목적은 엄연히 아리아스필의 성장과 결투라고요.>

물론 굳이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지 않은가. 어른이 주는 건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것이 예절이고 범절이었다.

[뭐... 그래. 이번 기회에 길쌈한 걸로 하나 맞추면 좋긴 하지.]

<에헤이~ 그런 사심은 전혀 없습니다! 암요!>

레오는 낡은 철검을 보며 말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이런 싸구려 검하고도 작별이었다.

[그렇다고 방심하진 마. 그 꼬맹이, 아직 어려도 재능만큼은 일품이니까.]

<그건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어보여도 레오 또한 나름대로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긴장은 200번 이상의 결투와 패배를 통해 얻은 이성적 본능이었다.

끼이이익

준비가 끝났을 무렵, 결투장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결투장을 향해 레오는 발걸음을 옮겼다.

***

결투장은 연무장 이상으로 크고 웅장했다.

파티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떨떠름한 표정으로 관객석에 앉아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파티에 참석한 것은 아니었으니,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연무장하곤 비교도 안 되는데?]

<아무래도 가문의 영애가 정식으로 벌이는 결투이니, 아낄 필요는 없죠.>

결투장의 자리를 밟자 정면에 있는 가문의 영애가 들어왔다.

[...기류부터가 다르군.]

기류가 다르다. 그 표현은 실로 적절했다.

부드러운 드레스 대신, 입은 가죽 갑옷은 아리아스필의 기량을 암묵적으로나마 표출하고 있었고, 꽃다발 대신 쥔 장검은 레오의 호승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레오, 생각해보면 우린 여태까지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지.”

그 말대로였다.

첫 결투에서 아리아는 단검을 사용해 밀렸고, 두 번째 결투에서 레오는 스스로에 대한 제약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상황적인 제약은 있었지만, 그게 승부에 대한 열정을 식힐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검집에서 장검이 뽑혀 나왔다. 곧이어 칼끝은 자신의 호적수를 향해 곧게 뻗어나갔다.

“전력을 다해 싸워. 나도 그럴 테니까.”

레오나르도의 검도 그에 응하듯 그녀에게 겨누어졌다.

“봐준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거고요.”

두 기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 미소의 이유는 같았다.

“이제부터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와 레오나르도의 결투를 시작합니다!”

심판은 대결장의 위 좌석에서 손을 든 채 시합을 준비했다.

“시합의 승리 조건은 상대의 항복 또는 전투 불능 상태, 그 이외에 허가받지 않은 마도구 및 난입이 있을 경우 반칙패입니다.”

설명이 끝나고, 곧게 올린 손이 서서히 내려갔다.

“시작!!”

외침과 동시에 아리아스필의 자리에 흙바람이 일었다.

“사라졌어?!”

관객들은 경악했지만, 정작 레오나로도는 침착했다.

카앙!!

사라진 아리아는 레오의 검 앞에 멈췄다. 울리는 금속음, 찰나라도 반응이 늦으면 베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예전보다 빠른데?]

예전을 넘어서 전생의 어린 아리아보다도 상회하는 속도였다. 단순한 민첩성만 놓고 보자면 레오나르도 자신보다도 빨랐다.

채앵!

검날을 튕기며 레오는 아리아의 맹공을 흐트려놓았다.

동시에

[스팀 스모크]

마법진 너머로 뜨거운 물안개가 아리아에게로 분출했다. 그대로 입자에 밀려난 아리아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크윽...!!”

눈을 떴을 땐, 이미 열기를 품은 물 입자가 경기장을 뒤덮은 뒤였다.

‘어디지? 레오나르도는 어디에...?’

쐐액!

그녀가 찾는 상대는 대답 대신 단검으로 응수하기 시작했다.

“빨라...!”

연이어 투척된 단검, 못 튕겨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벼운 공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단검은 바닥날 거야. 거기에...’

자욱하게 깔린 물안개도 점차 걷혀갔다. 1서클 정도의 일회적인 마법으론 오랜 시간 시야를 가둬놓을 수는 없었다.

‘거기구나...!’

안개 너머로 레오의 적안이 보였다. 아리아는 이미 돌진해 검을 휘둘렀다.

[라이트닝]

반격으로 나선 건 1서클의 전격 마법, 직선적으로 뻗어나는 마법이었기에 아리아에게 피하는 건 간단했다.

‘잡았...!’

검이 닿기 직전,

파지지지직!

곧게 뻗던 단순한 전격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체인 라이트닝]

사슬처럼 이어진 전격에 아리아도 함께 말려들었다.

“끄아아아악...!!”

“...이게 무슨...!”

관객 전원이 경악했다. 지루하거나 떨떠름한 기색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투척한 단검에 와이어가 연결돼 있었군.”

눈치챈 건 크리스(티나)가 먼저였다.

크리스의 설명대로 레오나르도가 던진 단검들에는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었다. 철사인 만큼 전도율은 라이트닝의 위력이 확실히 전달될 정도였다.

“처음에 스팀 스모크를 쓴 것도 전격 마법의 위력 상승 때문이었네요.”

거기에 자욱하게 뿌린 물 입자는 전격 마법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공기 중뿐만이 아니라 아리아의 몸에도 수분은 듬뿍 묻어있었다.

“...제법 잔재주는 잘 부리는군.”

마르켄마저도 건조하게나마 레오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해치웠냐?]

<마무리를 지어야 해요.>

레오는 와이어를 잡아당기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검격을 먹일 수만 있다면 승리는 레오의 것이었다.

“...으...!”

하지만

[뭐야...!?]

주변에 깔린 전격이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리아 중심으로 마나의 바람을 밀려나오고 있었다.

“설마...”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그녀가 강한 이유는 검술, 신체능력, 감각, 혈통, 다양한 요인이 존재했다.

하지만 레오는 알고 있다.

그녀의 본질적인 재능은

[2성...이잖아...]

“오러의 형태가 2성으로...!”

마나의 정수, 그 자체라는 걸.

그녀의 몸 밖으로 두 개의 오러의 응집체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응축된 마나 코어는 동시에 전격을 밀어내 튕겨내었다.

“윽...!!”

마나의 압력으로 레오도 조금 밀려나갔다.

“...뭐지...! 이 힘...?”

아리아도 자신의 성장에 놀란 것인지 바로 공격으로 테세를 옮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틈을 비우지 않고 레오는 공격을 이어갔다. 빠른 전진과 동시에 쾌검이 이어졌다.

[야, 변신하는 건 좀 기다려줘라. 남자가 얍삽하게.]

<이기는 게 정의입니다.>

결국은 승자가 옳은 법이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레오는 공격하는 테세를 멈추지 않았다.

카아앙!!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힘에 적응을 끝내놓았다. 레오의 저돌을 튕겨내는 것이 그걸 입증하고 있었다.

“...후...”

이제 전황은 아리아스필에게로 흐르고 있었다.

“계속 간다. 레오나르도.”

아무래도 무기고에 들어가는 건, 쉬울 것 같지 않았다.

***

몸이 타오르는 것 같다.

단순한 작열통을 설명하는 의미가 아니었다.

신경 줄기 위에 얇은 철사를 얹어 이중으로 꼰 감각, 근육, 그리고 혈관 한 올 한 올에 혈액 대신 달아오른 쇳물을 부은 자극을 체감했다.

보다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심장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어...’

그 기이한 의식이 아리아라는 존재를 더 예리하게 벼려내었다.

‘레오나로도, 난... 너한테...!’

갓 생성된 두 번째 코어가 박동했다.

“이기겠어!!”

아리아스필의 마나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이길 수 있겠어?]

영체로도 체감할 수 있는 마나에 현자는 조심히 물었다.

<...글쎄요. 저도 확신하진 못하겠네요.>

[그러냐? 그런 것치곤...]

자신 없다는 말과 달리 레오는 자신의 검을 다잡았다.

[너무 실실대는데?]

그의 미소는 긴장한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저 괄목한 성장이 기쁘기라도 한 듯, 반격의 검을 휘둘러 나갔다.

[근데 어떻게 이길 생각이야?]

본래라면 처음 썼던 전략으로 약화시킨 뒤, 맹공으로 승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코어가 2성이 된 이상, 그런 무른 전법으로 이길 수는 없었다.

오러의 코어 수, 양, 세기만 놓고 봐도 이미 그녀는 레오나르도를 상회하고 있었다. 그걸로도 불리하다는 설명의 근거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강력한 검기는 레오에게 한 번도 닿지 않았다.

‘...어째서... 일격도 닿지 않는 거지...!’

검의 무게, 속도, 마나량마저도 아리아 자신이 유리했다. 갑자기 격상한 능력에 그녀가 어설프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압도적인 검기조차 레오나르도라는 존재 앞에 무력해졌다.

“...단순히 감이 좋은 건 아니네요.”

레오의 검술을 보며 리오스는 나직이 감탄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저건 재능이나 감의 영역이 아니야.”

가주의 자리에 오르는데까지 글라디오는 많은 인재를 경험하고, 등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안목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정확하다 말할 수 있었다.

“믿기 힘들지만, 저 아이는 어린 나이에 농도 짙은 경험을 겪은 거겠지. 13살이라는 나이에.”

가주의 설명에 동의라도 하듯 크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레오나르도의 몸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흉터만 놓고 보자면 몇 번 사선을 넘나든 노장이나 다름없었죠.”

그 말에 정말 노장인 마르켄은 한팔로 얼굴을 괴었다.

“...아직은 방어적이긴 하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군.”

그 말대로 레오는 공격으로 전황을 뒤집지 못했다.

[이대로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한 건 너야. 알잖아?]

현자의 말대로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전황은 레오에게로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아리아는 점차 2성의 코어에 익숙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1성인 레오는 절대적인 마나량에 밀릴 테지.

그러니

[라이트닝]

속전속결로 끝맺는다.

폭발하는 전격에 아리아는 한발 물러가 열기를 피했다. 물러난 채로 아리아는 검을 쥔 채 숨을 가다듬었다. 마찬가지로 레오도 짧게나마 호흡의 박자를 되새겼다.

아마 이 호흡이 끝나면, 결착은 지어진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해. 순수한 힘으론 네가 밀려.]

정면으로 상대해도 불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더 빠르고, 더 강한 마나와 신체를 지닌 쪽이 유리한 싸움이었으니까.

[라이트닝]

하지만

파지지지직!!

그 부족한 점을 만회해온 것이 레오의 싸움이었다.

라이트닝의 전류가 레오의 전신을 타고 내리며 그의 몸을 가속했다.

<이거라면 가능하겠네요.>

[...뭐? 뭐가...]

아리아가 돌진했다. 정직한 수직베기, 속도와 힘 모두 레오를 압도해왔다.

레오는 자신의 검을 쥐었다.

이인자는 떠올린다.

5년 동안, 저 검술을 깨부수기 위해 무얼 해왔는지.

어떤 무(武)를 쌓아올렸는지를.

감각의 상정과 공정이 끝나고.

일순 검은 뽑혔다.

잔재주도, 잡다한 기술도 아니었다.

하늘이 내린 인재를 벤 것은 기초의 근본, 기본기의 극치였으니.

•베기 제1형 할(割) 수평베기

기본의 심화가 천재의 검을 베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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