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22화 (22/248)

EP.22 전속 기사-4

[마탑? 내가 아는 그 마탑?]

<300년 동안 바뀔 건 다 바뀌었겠지만, 역사적으론 같겠죠.>

현자가 있었던 시절에도 마탑은 있었다. 현자가 아무리 화석마냥 묵혀졌어도 한 집단의 역사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닐 테니까.

[연구에 매진해야 할 마탑이 여긴 어인 일로?]

<300년이면 법이 아예 뜯어 고쳐져도 이상할 게 없어요.>

현자의 시대엔 마탑은 그저 마법을 연구하는 학당이나 연구소 수준이었을 것이다.

마법이나 역사에는 문외한인지라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현자의 저런 반응이 그 추측의 근거가 되어주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널【불법 마법 사용자】로 검거하고 구금하고 있다. 알고 있나?”

대답 대신 잠시 정적이 울렸다.

[씨바… 뭔 마법에 불법이고 말고 지랄이야.]

...라고【마법의 정수이자 모든 마법의 시초, 현대의 마법을 정립한】현자가 말했다.

솔직히 레오도 무릎을 '탁' 치고 동의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교양을 지킬 필요는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만, 동의는 할 수 없군요.”

“네 동의 여부는 상관없다. 판별하는 건 우리니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고는 마탑의 두 마법사는 자리에 앉았다. 레오도 의자에 앉으며 그 둘을 마주했다.

“앉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진짜 쓸데없이 겉멋만 들어선.

“전 범죄자가 아닙니다. 범죄자로서 잡혀온 것도 아니고요. 고작 착석마저 억압받을 이유는 없을텐데요.”

“...그건 봐야 아는 법이지.”

위협 말곤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마법사들은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럼 그냥 감방에 박히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럽니까?>

여기에 순순히 잡혀들어온 건, 어디까지나 사건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도주라도 하면 악착같이 죄를 불리는 족속들이니까.

[그럼 어떻게 하게? 말이라도 잘 씨부려야봐.]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물론 씨부리는 것보단 ‘변호’라는 격조 있는 어법을 사용할 테지만.

“넌 묵비권 행사 및 변호사 선임이 가능하고, 네가 한 증언은 증거로서 제출될 수 있다. 인지했나?”

“예. 이해했습니다.”

이해했다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 청색 옷을 바탕으로 입은 여성은 레오에게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오후 8시에서 8시 30분 사이, 이 사진에 시내 골목에서 마법을 이용한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알고 있겠지?”

사진에는 다양한 구도로 파괴된 골목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덤으로 널브러져 있는 핏빛 그림자의 암살자들은 골목의 파괴를 한 층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폭행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먼저 여기서 기선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마법으로 인한 폭행이 성립하려면, 먼저 제가 마법을 이용해 공격, 혹은 그럴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과 맞지 않죠.”

자신 주변에 있는 3명의 마법사들이 전부 눈과 입을 조금 벌리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레오는 마법과 법에는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적으로도, 관심사의 방향도 두 학문은 레오에게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게 범죄와 폭력하고 관련된 법안이라면 이야기의 전제는 달라진다.

“만약 암살과 같은 기습 및 선제공격을 당했을 경우엔 마법으로서의 반격도 허용됩니다. 이를 정당방위라 하는데, 아닙니까?”

저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아마 저들은 자신을 최소 세 가지 전제를 두고 심문을 시작했을 것이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레오는 마법을 쓸 줄 안다.

레오는 마법을 쓸 줄 모르고, 허가 받지 않은 마도구 사용을 했다.

레오는 흑마법 및 범법적인 마법 사용을 했다.

그 정도 전제가 13살 소년에게 쏟을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였을 것이다.

만약 레오가 회귀자에 현자의 돌까지 있는 걸 예상했다면, 그건 천재를 넘어 미친 놈일테지.

“제가 만약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정정해주시죠. 경험이 적은지라 확신하긴 어렵군요.”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저들의 표정은 훌륭한 답변이 되어주었다.

“...어린 나이에 그걸 아는 건 대단하지만, 네 말대로 경험은 부족하군.”

[...쯧쯧...]

현자님은 심기에 불편함이 끼였는지 혀를 몇 번 찼다. 레오도 심기에 몹시 불편이 끼는 걸 느꼈으나 우선 참기로 했다.

“어째서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죠?”

“먼저 네가 암살자인 칸을 고문했다는 점에서 그 점은...”

“호위 기사는 의무적으로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적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고문은 필요한 과정이었죠.”

생각할 찰나도, 여지도 주지 않는다.

언변은 몰라도, 마법적, 법률적 지식은 마탑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니 기세만큼 본인이 압도한다.

“오른쪽 안구 파손. 그리고 안면의 턱, 코, 광대 골절, 거기에 전신에 있는 부상을 생각해보기는...”

“만약 제가 마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저 또한 같은 꼴, 아니 그 이상으로 험하게 대해졌을지도 모르죠.”

이건 단지 압도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승리는 확신할 수 없었다. 레오가 이겼던 건, 단지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마법이라는 인지하지 못한 와일드카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째서 그런 마법을 쓴 거지?”

“그런 마법이 뭐죠?”

“감히 시치미를 떼나?”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은 사진은 다시 내밀었다. 사진에는 검게 그을린 지면, 부서진 돌의 창, 바람의 탄환으로 패인 벽면이 찍혀있었다.

“이걸 보고도 그 말이 나오나보군?”

“예, 무슨 문제가 있죠?”

“정당방위로 3서클의 마법을 쓴다라,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음?]

“...음?”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처럼 현자와 레오는 똑같은 반응을 내보였다. 너무 같은지라 오히려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레오가 당황한 반응을 보이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마법사는 말꼬리를 물어잡기 시작했다.

“잡아뗄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다. 위력도, 형태도 최소 2서클이니까.”

“형법상 허가 받지 않은 3서클 이상의 마법은 처분이 가능하다. 때에 따라선 징역도...

“...큽...”

레오는 간신히 말과 호흡을 눌러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삐져나왔다가는 큰 실례가 될 터였다.

[큭...크가하하하학...!!]

현자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됐기에 웃음을 터뜨리기 바빴지만... 일단은 참아야했다.

“...뭐가 웃기지? 사태의 심각성을...”

“하...1서클이니까요.”

“...뭐? 뭐가...”

“제가 쓴 마법은 물론, 제 서클도 1서클이라고요.”

미묘하게 기묘하다고는 생각했다.

마탑의 인간들이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겨우 1서클의 마법에 흑마법을 본 것 마냥 몰아가는 것도 사실 이상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협의 의도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였군.’

처음부터 저들은 1서클 마법, 그러니까 기초적인 마법 사용을 혐의로 잡은 것이 아니었다.

[그니까...! 큭...! 니 마법을 3서클이라고...]

<착각한 거죠. 1서클 마법을 3서클로요.>

3서클이라는 고위 마법을 어떻게 배우고, 사용했는지 그에 대한 심문을 하는 것이 본목적이었다.

“거짓말하지 마! 우릴 우롱하는 건가?”

[지가 지 입으로 지를 우롱하네.]

...라고 현자와 똑같이 대답하고 싶었지만, 레오는 다 된 변호를 망칠 순 없었다.

“그렇다면 증명해볼까요?”

레오는 한 손을 들어 손바닥 앞으로 마법 술식을 전개시켰다. 도형을 그리는 특훈의 성과였을까 1초라는 찰나도 안 되어 [파이어볼]의 마법진이 구축되었다.

“...이게 무슨...”

“마법식만 놓고 보면 파이어볼이죠. 마법식만 놓고 보면요. 믿기 어려우면 제 몸의 마나를 체크해보시죠. 확신할 근거는 충분할테니까요.”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이 위력 또한 당연했다.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분은 명실상부한 【마법의 정수이자 모든 마법의 시초, 현대의 마법을 정립한 존재】였으니까.

[그래! 이게 마법이지!! 알겠냐!? 그지깽깽이들아!!]

...그래, 저 사람이 '현자'였다.

아마 「현실은 시궁창이란다, 자식아.」의 준말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랄까, 아니 솔직히 확신이 들었다.

“...그...그러면...!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지...?”

레오는 곁눈질로 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뭐? 왜?]

그 지고한 가르침을 가르쳐준 이는 귀가 간지러웠는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파고 있었다. 그게 코를 판 손가락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레오는 눈을 돌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좋게 말해 거짓말, 나쁘게 말해 위증이었다.

하지만 저 어린 마법사 꿈나무 친구들의 우상과 희망을 짓밟기에는 레오의 심성은 사포결처럼 고왔다.

***

[근데 왜 그렇게 말했냐?]

<사실대로 말한다고 믿을 리는 없으니까요.>

대략적인 거짓 증언은 이와 같았다.

레오는 어느 날 비를 피하러 동굴에 들어갔다가, 한 두건을 쓴 남자를 만났다.

그는 며칠 굶은 채, 동굴에 있었고, 레오가 가진 식량과 물을 요구했다.

그리고 물과 식량을 주자 남자는 보답이라며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병으로 죽고 레오는 그를 묻어준 채 길을 떠났다.

...라는 대강 삼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기연으로 짜깁기했다.

[너무 내가 불쌍하게 나온 거 아니야? 게다가 마지막에 죽는 건 뭐냐?]

<어쩔 수 없잖아요. 최대한 빌미를 없애려면 죽이는 게 최선이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이정도면 많이 미화시켜준 거였다. 지금 이 상황을 전부 다 말하면 마법사들은 우주적 공포를 맞이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어 어떻게든 귀를 막아버릴 것이다.

[왜 그딴 눈으로 보냐?]

<...어쨌든 현자님 덕분에 마법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현자의 마법 덕분에 레오는 위기를 타파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감사는 표해야 마땅하겠지.

[...짜식, 알면 됐다. 근데 말이다.]

잠시 턱과 수염을 쓸던 노현자는 입을 열었다.

[이제 마법 어떻게 배울 거냐?]

<...마법이요? 하던대로 하면 되잖아요.>

뭘 새삼스레.

[그게 아니고 새꺄. 그 레파토리대로면 넌 2서클 마법을 배울 수가 없잖아.]

확실히 지금 시나리오대로면 혼자서 독학해서 마법을 배웠다는 말을 쓸 수가 없다. 특히나 한단계 더 위인 2서클인 마법은 홀로 깨우쳤다고 무마할 수가 없을 것이다.

<괜찮아요. 스승 대리는 구해놨거든요.>

[스승 대리?]

스승 대리, 누군가가 레오에게 어설프게라도 2서클 마법을 가르친다면, 배울 수 있는 명분은 생긴다.

애초에 굳이 마법을 사용한 것도 그 대리인에게 배울 명분을 얻기 위해서였다.

[누군데? 가문에는 마법사가 없던데?]

<있잖아요.>

레오는 철문을 나와 옆쪽을 가리켰다.

<애초에 제가 왜 마법에, 특히 마법 범죄에 관한 법에 유식하겠습니까?>

순간이동으로 찾아온 한 등신이 레오에게로 다가왔다.

능글맞은 실눈과 아리아만큼이나 유려한 백발이 퍽 인상적이었다.

굳이 레오가 이런 분야의 법률에 능통한 까닭을 찾자면 2할이 용병업, 8할이 저 등신 같은 양반 때문이었다.

[야, 설마.]

라인하르트의 등신이자 장남, 그리고

<저래봬도 텔레포트까지 쓸 줄 아는 마법사에요.>

동시에 현재 4서클의 마법사인 리오스 라인하르트가 등장했다.

“꽤 일찍 출소했네. 그 꼰대들을 구워삶다니 역시 농담암살자!”

리오스는 그렇게 도발과 말을 하며 신문으로 싼 두부 한 모를 내밀었다. 왜 푸딩만큼이나 연약한 두부를 신문에 싸는지는 몰랐지만, 리오스니까 이해하도록 했다.

“동방에선 이런 식으로 출소하면 두부를 준데. 맛있게 먹으렴~”

“...아... 네.”

이젠 뭐라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배도 고프니 이거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신문 포장을 열며 두부를 한 입 베어문 순간.

《농담암살자, 마법 농담술로 핏빛 그림자를 제압해...》

“...씨바... 쿨럭...!”

푸딩만큼이나 부드러운 두부가 식도를 막아 호흡을 정지시켰다.

제하드하고 흑막을 찾기 전에 신문사부터 때려부수는 상상이 목 기도의 확장과 수축을 반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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