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21화 (21/248)

EP.21 전속 기사-3

“...마법...?!”

[윈드 불릿]

바람의 탄환이 손 너머로 응축되어 발사되었다. 바람의 탄환에 옆쪽에 있는 남성의 가슴팍째 몸을 날려버렸다.

“난... 난...! 안 웃...!”

“그래, 넌 잇몸이 예뻐서 기억에 남더라.”

퍼억!

레오의 주먹이 잇몸미소가 도드라지도록 그의 구강 구조를 뒤틀어놓았다. 위력 때문에 뇌에도 충격이 가 거품을 물긴 했으나, 잇몸의 매력을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건 얘기가...!”

“오, 그래. 얘기해준 의뢰인이 있었구나.”

[스톤 랜스]

암석이 솟아오르며 뭉툭한 창을 형성시켰다. 아마 창보단 긴 몽둥이라는 평도 괜찮을 것이다.

퍼석!

“끄아악...!!”

“근데 넌 덧니가 비호감이야.”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그의 명치를 꿰뚫었다. 날이 없었기에 죽지는 않겠지만, 입을 다물게 하고, 명치를 골절시키는데는 충분했다.

덧니가 안 보이자 얼굴이 퍽 보기 좋았다.

“이 자식이...!!”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외쳤다. 동시에 단검 여러 자루가 레오에게로 빗발쳤다.

“단검술... 방식으로 봐선 ‘핏빛 그림자’의 방식이네.”

가벼운 평가, 창으로 회전시킨 것만으로 튕겨낼 만큼 가벼운 단검술이었다.

동시에 창날로 돌파해 접근하는 것조차 용납할 만큼 어리숙한 기술이기도 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살점을 꿰뚫는 소리를 뒤덮는다. 뭉툭해도 창은 창, 힘을 준다면 살점 정도는 뚫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뼈마저도 부술 수 있었고.

“저...! 저 새끼! 그 새끼야!!”

“누군데...!?”

“신문에 나온 새끼! 농담암살...!!”

퍽석!!

안타깝게도 말은 ‘농담암살...’로 끝났다. 힘차게 날아간 창은 힘차게 떠들던 푼수의 입술 위 인중을 으스러뜨렸으니까.

저래선 누굴 말하려고 한 건지 모를 것이었다.

몰라야만 했다.

“...죽...! 죽여버리겠어!! 농담...!”

레오에게 농담이란 살인이었다.

실제로 농담이라는 단어를 듣자 광기와 같은 경기를 내보이고 있지 않은가.

“야, 내가 누구라고?”

“...농담 암살자님...이십..!”

우두둑

틀린 대답이었다.

부하의 목이 조금 꺾임으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암살자, 두목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두목

“...레...! 레오나르도 기사님이십니다.”

“눈치는 괜찮구나.”

푸욱

문제를 맞힌 상으로 떨어진 단검이 그의 손바닥과 함께 바닥을 찍어박혔다.

“...끄아아악!!”

“진정하자고. 아직 묻고 싶은 게 많거든.”

암살자의 멱살이 레오에게 붙잡혔다.

그로 인해 손목에 찍힌 단검이 상처를 더 벌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를 수가 없다.

저 아이가 내포한 공포는 비명마저 틀어막고 있다.

아니, 애초에 아이가 맞긴 한 걸까.

인지의 부조화... 그 이상으로 부조리함을 느꼈다.

생각이 깨지고 감각이 어지러워진다.

이대로 두면 고문이 시작될 것이다.

저 존재에겐 그런 행동은 하품하듯 간단히 이루어질 것이다.

이빨 사이에 급히 혀를 집어넣어 알약을 끄집어낸다.

암살자 사이에서 사용되는 자결용 독.

기밀누설에 대비해 준비해둔 약이지만, 지금은 저 고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것이다.

“아, 맞다.”

레오의 손아귀가 두목의 입을 벌린다. 그리고

“끄아아아악!!”

그는 반대 손으로 알약을 숨겨둔 이빨을 뽑아내었다. 핏줄기가 바닥에 흐르며 잇몸의 살점이 붙어있는 어금니가 레오의 손에 잡히게 되었다.

“...뭐리 급히 가실까. 천천히 얘기해보자고.”

알약과 어금니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레오는 ‘대화’를 준비했다.

“이름.”

독도 없고, 힘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허세밖에 없었다.

“너...! 너 이거 후회...!”

퍼억!

주먹이 날아왔다. 코뼈가 부러졌다.

“이름 말해.”

“아까 그 말이 허풍인 줄...!”

무릎이 가격해왔다. 턱뼈가 금이 갔다.

“뭐? 아까 아리아한테 추격자 보낸 거?”

“...그, 그래! 쫒아가지 않으면...!”

살점이 잡아뜯긴다. 귓불의 살이 손톱 아래에 뜯겨 나간다.

“상관없어. 애초에 니들 조직 다 같이 가도 아리아는 못 잡아.”

추격자라고 해봐야 이 중에서 중상위권 정도의 실력인 자객이 쫒는 것일 뿐이다. 그것도 해봤자 두세명 정도로 적게 말이다.

그 정도면 아리아를 걱정할 게 아니라, 그 추격자의 신상을 걱정하는 게 적절했다.

“...그럼...! 그럼... 왜...?!”

통증이 밀려온다. 오른편이 시야가 어둠으로 잠긴다. 엄지손가락은 동공을 찌부려뜨린 지 오래였다.

“질문은 내가 하고 있는데? 마지막이니까 잘 대답해.”

레오는 단검을 들었다. 하해와 같은 인내심에도 한계인 법이다.

“이름.”

“칸...”

단검이 칸의 마지막 눈으로 겨누어졌다.

“...입니다...!”

레오는 단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답을 이어갔다.

“소속.”

“핏빛 그림자...입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였다.

“의뢰 내용.”

“...그건...”

늦은 대답, 인내심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끄아아아악..!!”

레오의 손톱은 칸의 엄지 손톱을 뿌리째 뽑아냈다. 그 비명이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레오는 그의 상상력을 자극할 문제를 출제했다.

“하나 알려줄까? 손톱은 총 10개, 그에 따라 손가락도 10개지. 그럼 손만 해도 20번의 고문이 가능한 거야. 그럼 발까지 합하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은 산수 문제였다.

“레오나르도...님을 납치하라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효과는 굉장했다.

확신하지 못했던 정보가 이젠 확실해졌다.

처음부터 무언가가 기시감이 느껴지긴 했다.

협상의 조건으로 기사를 인질로 잡는 것도 그랬고, 굳이 힘줄을 끊을 수도 있었는데 ‘상냥히’ 포박으로 끝낸다는 점도 그랬다.

“누가 시켰어?”

“...그...그건...!”

“아,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대강 감은 잡혔거든. 죽이는 편이 내 쪽에서 편하고.”

레오는 단검을 역수로 쥐며 내리찍을 준비를 했다.

죽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의 원초적인 반발심이었을까.

“제하드...!!”

그는 입을 열었다.

“제하드 다이논스...! 그자가 의뢰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나왔다.

감 잡았다고 사기치길 잘했네.

“제하드?”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인물이긴 했다.

그 찌질함과 옹졸함은 소인배 중에서도 일품이었으니까.

“네! 돈은 두둑히 줄테니까 살려서 데려오라고...!”

“그러니까 라인하르트의 호위기사로 일한 제하드?”

“네! 그러니까...!”

“그래. 필요한 건 다 물어본 것 같네.”

“그럼...!”

물론 약속은 지키는 게 도리였다.

콰앙!

머리통째로 바닥에 내리찍으며 레오는 약속을 지켰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는지, 그대로 두목은 다리 없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쓰러졌다.

[역시 농담암살자. 성능 확실하구만.]

<이젠 짜증 내기도 지치네요.>

[근데 안 죽여도 되겠어? 죽인다며.]

사실 죽인다는 예고와는 다르게 레오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실제로 암살자들 전부 기절이나 불구에 이를 정도의 부상을 입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나중에 어차피 사형될 텐데.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죠.>

아직은 안 죽였을 뿐이었다.

라인하르트의 영애를 습격한 건, 변호할 여지도 없는 중죄니까.

[이미 많이 묻은 것 같은데? 손 봐라.]

<괜찮아요. 아리아한테는 안 보여줬으니까.>

사실 아리아를 보낸 건, 그녀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그녀는 규격 외의 천재였으니까.

다만 이런 더러운 상황을 보여주기엔 아리아스필은 아직 소녀였다. '이런 걸'정신적으로는 받아들이는 건 버거울 나이일테지.

[그보다... 제하드? 그때 처맞고 짤린 호위 등신 아니야?]

<맞아요. 그 새끼.>

제하드의 추태가 어지간히 기억에 남았는지, 다 늙은 현자마저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해? 진짜 미친 거 아니야?]

현자는 경멸하기 바빴지만, 정작 레오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널브러진 시체 직전의 암살자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미친 걸까요.>

레오, 회귀자인 자신의 개입으로 전생과 현생에는 분명 판이한 차이가 생겼을 것이다.

지금의 습격도 그 변화 중 하나였고.

하지만 상황 자체의 부자연스러움은 여전했다.

<아무리 복수에 눈이 멀었어도, 상식적으로 라인하르트의 영애와 기사를 습격하려고 할까요?>

아무리 복수에 미쳤어도 용사 가문은 어지간한 정신병자도 건드리지 않는 존재였다.

직접적인 대응이 없어도, 언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말살되는 건 물론이고, 때때로 과격한 추종자들이 대리로 복수해주는 경우까지 있으니까.

[그래서 널 중점적으로 공격했잖아.]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해요.>

처음 암살단이 습격했을 때는 레오는 방어적으로 검을 들었다. ‘핏빛 그림자’ 출신의 암살자들은 단검 투척에 능숙했으니.

더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군요. 마치 조건이 ‘상처 하나 없는 것’이 전제인 것처럼.>

[아까는 던졌잖아.]

<죽는 것보다야 의뢰 실패가 나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복수라는 명분에 어폐가 생긴다. 굳이 복수할 사람에게 그리 상냥한 대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직접 복수하겠다.’라는 명예를 알기엔 제하드의 졸렬한 전과는 너무나 화려했다.

[...그럼...]

<아무래도 흑막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제하드 이상의 흑막이요.>

이런 전투로 매듭져질 결말은 아니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그런 확신이 든 사이,

“레오!!”

아리아가 달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철컥

거칠게 수갑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레오는 체포되었다...?

***

“...”

[...]

“...”

[...]

익숙한 상황, 익숙한 방, 익숙한 침묵이 이어졌다.

“...아...하...”

침묵이 오가던 끝에 레오는 폐 깊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어째 감방하고 인연이 있다? 아예 말뚝 박지 그래?]

저 지랄맞은 말투를 들으니 점차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낸들 좋아서 이럽니까?>

이야기의 전말은 이러했다.

아리아는 추격자를 간단히 따돌리고 근처 경비병과 가문에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연락을 끝낸, 아리아는 경비병과 같이 골목으로 돌아와 레오를 엄호하려고 했는데,

그때 경비병들은 레오를 체포한 것이다.

괴이한 사건이었지만, 체포 사유는 간단했다.

[그러게 누가 마법을 쓰래?]

마법사가 아닌 일개 용병이 마법을 쓴 것, 그것만으로 정황상 의심하고 체포해야 마땅했다.

<쓰라고 가르쳐준 거잖아요. 망할.>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황만으로도 의심해도 충분했다. 특히 파이어볼로 타버린 지면이 증거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 되는데? 이번에도 바로 석방이냐?]

<그렇게 운좋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바로 그럴 리는 없어요.>

[너 용사집 아가씨 꼬셨잖아. 그걸로...]

이 양반은 어째 까도 까도 혐오할 면모밖에 보이지 않을까. 정말 존경스럽기 그지없었다.

<개소리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만약 자신이 단순히 검술이나 오러로 암살자들을 쓰러뜨렸다면 이렇게까지 과민한 대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마법을 썼다는 거에 있어서요.>

[그게 뭐? 내 시대 때에는 그 정돈 장난...]

<그게 문제라고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현자는 300년이나 넘게 묵은 노총각 꼰대였다. 그만큼 현시대에는 뒤떨어지는 상식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니까 왜?]

300년 동안, 모든 것은 바뀌어왔다.

강산도, 마을도, 도시도, 그리고.

법률마저도.

<마법, 마법사, 마도구... 어쨌든 그런 문제라면 거품 물고 경기 일으키는 조직들이 있거든요.>

[그게 누군데?]

덜컹

잠금돼있는 문이 열리며 로브를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두꺼운 로브를 입고, 긴 챙 모자를 쓴 것이 그들의 정체를, 어림 이상으로 짐작시켜주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마탑이요.>

현자의 아득하며 까마득한 후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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