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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화 (2/248)

EP.2 회귀-2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뭔데?]

여관방을 이리저리 날아다는 현자는 되물었다.

“전 왜 과거로 돌아온 겁니까?”

사실 그걸 제일 먼저 물을 필요가 있었다.

현자가 스승이 된 것과 과거로 돌아온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그건 아마도 현자의 돌에 있는 마력이 반응해서 그런 걸걸.]

“마력이 반응했다고요?”

[순수한 마법과 마력의 집합체에 너의 정신이 반응하니까 일종의 기적이 일어난 거지.]

“...그게 가능한가요?”

솔직히 잘 믿기지는 않는다. 아무리 기적이라고 해도 시간여행은 그리 간단한 마법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은 정신력이 그냥 마법하고 마력에 씹히고 미쳐.]

“...예?”

이 양반이....?

[야, 작은 풍선에 거대한 공기 덩어리를 불어넣는다고 생각해봐. 아무리 질겨도 1초도 안 돼서 펑하고 터지지.]

“그러니까 그 미친 짓을 저한테 한 거라고요?”

[그런 셈이야. 물론 내 사념으로 조정 정도는 해줄 생각이었지. 미치진 않고 매일 악몽을 꿀 정도로의 트라우마 정도로.]

이 정도면 현자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네.

[근데 넌 그럴 필요가 없더라.]

“네?”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니 정신력은 이미 내 현자의 돌을 버텨냈거든.]

그래서 아까 포기를 모른다고 한 거였군.

“그럼 과거에 온 건...”

[말했잖아. 버티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그게 이 회귀라고요?”

[그렇지. 아마 죽기 전에 있는 강렬한 집념이 기적의 형태로서 발현된 걸 거야.]

집념... 그건...

“아리아스필하고 싸우는 것...”

[참 한결같은 꼬맹이야. 아까 여자애 못 이긴 게 그렇게 분통 터졌냐?]

“...그렇죠.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던 상대였으니까요.”

아리아스필은 말하기 그렇지만 레오의 목표이자 염원이었다. 그녀를 꺾기 위해 스스로를 칼로서 벼려내었다.

[근데 결국은 이겼잖냐.]

이긴 건 맞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긴 건 싫어요.”

[그래?]

“지금 이긴 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아리아스필이잖아요. 그에 비해 전 정신만큼은 성인 때와 같고요.”

[그렇긴 하지. 이겼다고 자존심 세우기도 그렇네.]

“그리고 방심도 했으니까 아무래도 완전한 승리라고 하긴 힘들죠.”

단순한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은 반칙, 레오 자신이 편법을 쓴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리아스필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보다 포텐셜이 높아요. 제가 간신히 오러를 깨쳤을 때, 걘 이미 오러를 연속으로 날리는 수준이었거든요.”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그녀를 이기는 것, 그건 레오 자신이 바라는 소원과는 방향이 달랐다.

[그럼 어떡하게?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게? 10년은 족히 기다려야할 걸.]

“그럼 까짓것 기다리죠 뭐.”

[...뭐?]

10년, 태연히 대답할 만한 시간의 무게는 아니었다.

10년 뿐일까, 레오가 기대할 만한 경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너 진심이냐? 그렇게 고집할 일이야?]

그래도 기다릴 수 있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그 대답에 현자의 영혼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다시 현자는 말했다.

[...너 혹시 걔한테 마음 있냐?]

“네? 아뇨.”

[왜 즉답이야.]

“없으니까요. 5년을 넘게 걔 가문 종자로 살아왔는데, 그런 생각은 딱히 안 들던데요.”

확실히 아리아스필은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자만 줄 세워도 왕국 대장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에게 있어 그녀는 라이벌이었다.

그녀를 사랑할 시간에는 차라리 그녀를 이길 무술을 연구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나 참... 요상한 쪽으로 미쳤구만.]

“이기고 싶으니까요.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고민이었다.

“이제 뭘하지?”

역사가 바뀌었으니 그에 대한 행동을 생각할 시간이었다.

***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

그녀는 용사 가문 아래에 가장 천부적인 소질을 지녔다고 칭송받은 전사.

10세에 초보 모험가의 살육자인 오크를 잡고, 13세엔 새끼지만 와이번마저 토벌한 천재였다.

그녀의 검 아래에는 어떤 전사들도 무력했다.

하지만

“...졌어. 처음으로.”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어째서지...?”

분명 그녀에게 싸움을 걸어온 것은 평범한 용병이었다.

‘니가 그렇게 대단한 기사라며? 길게 끌 것도 없어. 한번 붙어보자.’

예의도, 격식도 없는 결투 제안이었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런 족속의 싸움꾼들은 한번 지면 제풀에 꺾이기 때문이었다.

아예 완전한 포기를 주기 위해 장검도 아닌 단검으로 그 소년을 상대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근데 말이야. 그딴 과일칼로 싸우면 너 진다.’

단 몇 초 사이에 소년의 기류가 뒤바뀌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자신의 패배.

...아니, 그것마저 아니었다.

‘내가 졌어. 니가 방심만 안 했으면 승부는 몰랐을 거야.’

타오르는 호승심과는 달리 이상한 논리, 그러고는 멋대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런 식의 승리는 그녀 본인도 원치 않았다.

그럼에도

‘어쩌라고. 니가 선택했든 말든 상관없어. 내가 내 승리에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 소년은 유유히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더는 붙잡을 수 없을 정도 유유히 말이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호위와 지도를 맡고 있는 기사, 제하드는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무표정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음영이 져있었다.

“아가씨, 너무 개의치 마세요. 정식 결투도 아닌 비겁한...”

“비겁하지 않아. 그리고 그 애도 자기 승리를 인정 안 하겠대.

당시 제하드는 숙박할 여관을 찾느라 아리아스필을 잠시 혼자 두었다. 호위 기사이긴 하지만, 애초에 아리아스필은 제하드와 비견될 정도로 힘을 지닌 기사였다.

‘...그래서 잠깐 혼자 둔 거였는데... 그 사이에...’

그 사이에 아리아스필이 결투를 받고 패배했다. 정식 결투가 아닐지언정 이건 그녀와 가문에 큰 수치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제하드.“

”네, 아가씨.“

”그 애 찾아와.“

”...네?“

갑작스러운 부탁에 제하드는 되물었다.

”그 애 찾아오라고.“

아리아스필, 오늘 그녀는 처음으로 굴욕와 승부욕을 느꼈다.

***

[야, 꼬맹아.]

“...”

[야, 레오나르도.]

“...”

[야, 귀 먹었냐?]

“아 좀 닥쳐요.”

마나 모으려고 명상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말을 걸고 있어.

[4시간째 옷 벗고 가만히 앉아있는 남자 새끼만 봐야하는 내 시신경도 생각해줄래?]

“그럼 밖에 나갔다와요. 하늘도 날 수 있는 분이.”

[못 해. 니 심장에 현자의 돌이 있어서 먼 곳까지 가질 못하거든.]

잠깐만.

“그럼 전 평생 현자님이랑 같이 살아야해요?”

[그럼 셈이지. 어지간해선 같이 다녀야해.]

“으아...최악이네요.”

[뭐 임마?]

“그럼 화장실 갈 때도, 샤워할 때도 같이 있어야하잖아요...!”

[우읍...생각만 해도 토가...]

피해자는 레오 자신인데 왜 본인이 헛구역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유령이여서 먹은 것도 없을 텐데.

“알았어요, 30분만 더 하다가 나갈게요.”

[그 나이 먹도록 마나 코어도 안 만들고 뭐했냐? 나 때는 말이야. 밥 먹을때마다 만든게 마나 코어...]

“어머니 돌아가시고 고아 돼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고요. 방법도 몰랐고.”

[...아...음...그래.]

너무 가불기로 대답한 건지, 현자는 할 말 없이 싱겁게 훈계를 끝냈다.

[그럼 차라리 더 나은 방법을 알려줄까?]

“나은 방법이요? 그게 있어요?”

레오가 쓰고 있는 마나 호흡법은 라인하르트 가문에서 개발한 제국 최고의 연마 기술이었다.

어지간한 호흡법으론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인데.

‘근데 그걸 뛰어넘는 게 있다고?’

[레오나르도, 나 현자다.]

“예.”

[나 현자라고.]

“예.”

[나 현자라니까!]

“아! 그니까! 예!”

뭔 대답을 원하는 거야? 진짜 유령 돼서 노망났나?

[현자니까 새로운 마나수련법은 이미 개발했다고! 알겠냐?]

“그럼 그렇게 말해요!”

무슨 다 늙은 노인이 빙빙 돌리면서 말해.

[그럼 알려주지 말까?]

“하... 알려주세요.”

[제대로, 정중하게.]

그래, 저렇게 노망났어도 목숨은 살려줬으니까.

“아이고, 대단하신 현자님, 부디 이 미천한 용병에게 지고한 가르침을 내려주시옵소서.”

[오냐. 미천하디 미친 용병아. 내 친히 알려주마.]

그냥 스승이고 뭐고 심장에 있는 돌부터 빼낼까.

[흡...!]

갑자기 주변 공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어...?”

레오 주변의 마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호흡기와 피부에 천천히 달라붙어 갔다.

[후... 영체 상태로는 힘들단 말이지.]

“...뭘...뭘 하신 겁니까?”

[맞춰봐. 스승으로서 내는 시험이다.]

일반적인 마나수련법은 코와 입으로 숨을 들이마셔 공기 중의 마나 입자를 몸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폐의 마나를 활성화해 자석처럼 마나 입자를 몸에 끌어온다.

“하지만 이건...”

이 마나 입자 자체를 몸에, 피부에 흡수하게 만든다. 본래라면 피부에 어설프게 달라붙다가 떨어질 텐데, 이 마나 입자는 마치 고운 화장품 가루처럼 몸에 스며들었다.

[뭔지 감이 오지?]

“마나 입자를 더 쪼개서 제 몸에 흡수시킨 건가요?”

[내가 개발한 초고효율 마나 수련법이야. 니가 4시간 동안 고생한 거 1시간으로 압축시킬 수 있지.]

이 발상은 솔직히... 엄청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이론만으로도 경이로웠고, 실제로 실행시키는 것마저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인간이 폐로 호흡하지 않고, 피부만으로 호흡하는 원리와 다를 바 없었다.

“가능할까요?”

[난 가능한 거만 시켜.]

시도할 가치는 충분했다.

다시 가부좌를 틀며 새로운 마나호흡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입자를 피부에 붙이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마나 입자를 흡수시킬 만큼 곱게 가는 것.

“...안 되겠네.”

대략 30분 정도가 흐르자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벌써 포기야?]

“아뇨.”

레오는 바닥에 놓은 검을 들었다.

[검은 왜 드냐? 뭐하게?]

“제 방식대로 하게요.”

그렇게 말하곤 그는 여관 밖으로 나갔다.

[참고로 칼로 마나 입자를 자를 수는...]

“없는 거 압니다. 저도 알아요.”

[거 말하는 싸가지하곤.]

웃통을 벗곤 레오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음?]

어설프게 달라붙던 마나 입자가 이번엔 제대로 피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마나 입자가 더 쪼개진 건가?]

다시 봐도 그건 아니었다. 마나 입자 자체는 쪼개졌어도 많이 굵은 편이었다.

[그렇군...!]

세 번 바라보자 방식의 원리가 이해되었다.

지금 레오가 하고 있는 건, 마나 입자의 단위를 줄이는 것이 아닌.

[피부의 기공을 확장시키고 있었어. 검술로 말이야.]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몸을 활성화시켜 좁은 기공을 확장하는 것, 마법사인 현자는 이용하지 못한 새로운 응용법이었다.

[...새끼, 이러고 천재가 아니라고?]

경악한 건 현자 뿐만이 아니었다.

“...저게... 저게 뭐죠? 아가씨?”

“......?”

레오를 찾아온 라인하르트의 두 기사도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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