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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53화 (외전 완결) (253/253)

외전 (3)

## 외전3

#<리안력 12년>

아직 빛이 닿지 않는 이른 아침.

거실에 한 남자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악! 깜짝이야.”

한 여인이 그를 보고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미… 미안하오. 부인.”

“아니. 거기서 뭐 해요. 당신.”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무슨 일인데요.”

남자의 옆에 앉으며 물어보는 여인.

그녀 뒤로 창밖에서 붉은 햇볕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다녀와야겠소.”

“또 어딜 말인가요? 왕이란 양반이 10년간 안보다 밖으로 더 많이 나다닌 거 알죠? 아주 출장왕이야. 출장왕.”

여인은 남자의 등을 짝짝 후려쳤다.

그가 가고 나면 내정을 돌봐야 하는 것은 그녀였기에.

“지… 진정하시오. 부인.”

남자의 정체는 제랄드. 과거 고잉미샤호의 부선장이자 현재는 일국을 다스리는 왕이다.

부인은 과거 레인스타 여백작으로 지금은 왕비가 되었다.

다른 이가 본다면 왕비가 아니라 여왕처럼 보였지만.

덕분에 제럴드는 집안에서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번이 마지막이오.”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요.”

“지옥이오.”

어이없는 소리에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던 왕비.

“설마. 당시 황제 폐하께 뭐 잘못한 거 있어요?”

“그 꼬맹이 놈에게 내가 뭘?”

“아니. 맨날 롬 제국 황제 폐하께 꼬맹이. 꼬맹이 하니까… 반란죄는 아니죠? 지옥이라니.”

뭔가 오해를 한 모양.

“그게 아니라 간디바 공작이 지하로 가는 통로를 발견했다지요. 그놈 사고 칠 줄 알았어.”

“그러니까. 진짜 지옥이 아니라…….”

“맞소. 그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은 한 명뿐이라오.”

지하로 가는 진짜 통로를 여는 장치.

그곳은 길고 긴 터널이었고. 산소는 한 명분이 끝이다.

식량은 물론이고 물도 모자랐다.

“물을 다루는 사람 중엔 내가 최고지 않소.”

“그, 그분 있지 않아요?”

“아. 옛날 해적왕 하던 그 영감님. 그 영감님은 제외하고. 이제 늙어서 땅 밑을 일 년이나 걸으라고 하면 너 죽고 나 죽자 할 텐데.”

가장 강한 것은 전 해적왕이 맞으나 긴 시간 생존을 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고. 내가 못 살아. 진짜! 어쩌다 이런 양반과 결혼을 해 가지고.”

“미안하오.”

“그래서 언제 가는데요.”

“그게… 오늘이오.”

짝!

갑자기 등판을 두드리는 왕비.

“이 양반아. 그걸 지금 와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

그렇게 한참이나 시달리고서야 제랄드는 왕궁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다만 그의 얼굴은 환하게 피었다.

“으하하하. 해방이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전하?”

“나도 왕비가 좋은데 너무 붙어 있으면 좀 버겁다고 해야 하나…….”

제랄드를 수행하는 것은 옛 고잉미샤호의 해병대였다.

그도 어엿한 백작을 달고 있다는 것이 함정.

“어서 가세나. 항구까지 쫓아올지도 모르니.”

“설마 그러시기야 하겠습니까?”

“네가 몰라서 그렇다니까!!”

#<리안력 13년>

제랄드는 홀로 걸었다. 식량을 수레에 싣고서.

1년이란 시간은 정말 길고 길었다.

동굴은 홀로 이동이 가능했고.

산소를 만들어 내는 아티팩트는 1인용이었다.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들의 연속.

조금이라도 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쉬는 시간도 아껴 가며 걷고 또 걸었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른 놈에게 맡길걸.”

사실 제랄드가 아니었어도 이곳에 올 만한 능력자들은 꽤 있었다.

물론 그 능력자들 중에 제랄드가 가장 출중하긴 했다.

단지. 제랄드는 부인을 피해 자원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1년이나 떨어져 있으니 그녀의 품이 그리웠다.

“드디어 도착했나?”

긴 동굴을 나오니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

천장은 높았고 형광색 빛들이 박혀 있어 세상은 밝았다.

태양이 없어서일까? 식물이라고는 이끼와 비슷한 식물밖에 없었다.

“뭔가 소름 끼치는 곳이군.”

중간중간 거대한 기둥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그 기둥 중간중간에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안에 사람의 모습들이 보인다.

아마도 저것들이 건물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벅저벅.

제랄드는 엉성한 지도를 보며 걸었다.

사람들을 마주치긴 했으나 제랄드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복색이 다르지만 말이다.

뭔가 퀭해 보인다.

철퍼덕.

그러다 길 가던 사람이 하나 쓰러졌는데.

우어어어어!!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밝히며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죽었다!! 죽었어!!”

누군가 외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투두두둑!!

마치 피자처럼 조각이 났다.

누군가에게 빼앗길세라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진짜로 지옥이군.’

제랄드는 임무를 수행하기 전 이 세계에 대해 들었다.

태양이 없기에 제대로 된 식물은 없으며, 그중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극히 적었다.

식량이 부족한 것은 당연. 거기다 동물을 키울 수도 없기에 단백질원은 단 하나뿐이었다.

‘1억 명이라니.’

더 놀라운 것은 지하세계의 인구였다.

이런 공동이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있는 중앙기둥이 무너진다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입구가 지상과 연결될 거예요. 그럼 군대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굶주려 말라 있었지만, 간혹 귀족으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마법으로 움직이는 마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간혹 지나가다 말고 행인을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나으리.”

“참으로 맛있어 보이는구만. 간만에 싱싱해 보이는 고기야. 어린 딸들이 좋아하겠어.”

그리 말하고는 그는 검을 꺼내 들었다.

사람들을 가축 취급하는 0.1%의 귀족.

아주 희귀한 버섯을 먹은 자들.

그들의 수명은 500년이 넘었다.

“거기. 멈추지.”

제랄드는 귀족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어어?!!”

귀족은 조금 특이한 모습의 제랄드를 보며 깜짝 놀랐다.

자세히 봐야 알겠지만, 지상의 인간과 지하의 인간은 피부의 투명도가 달랐다.

“지… 지상의 인간.”

놀란 귀족은 급히 등을 돌려 도망가려 했으나 곧장 뒷덜미가 잡혔다.

귀족은 벌벌 떨었다.

“이… 이러지 마… 마시오. 원하는 게 뭐요? 황금? 보석? 뭐든지 말하시오. 전 세계의 공동에서 모아서 줄 것이오.”

이들은 일반 주민들과 달리 지상에 대해 알았다.

그럼에도 지상으로 향하지 않는 이유.

바로 자신들의 수명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500년을 살지만 운이 좋으면 1천 년까지도 사는 사람이 있었다.

거기다 수련을 올바르게 한다면 영생을 할 수 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군. 내가 재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서.”

“그럼. 여자는 어떠시오. 이곳에 사는 여인들은 피부가 희고 투명하오.”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럼 영생은 어떠시오.”

“평생 살아서 뭘 하려고.”

“그야!”

“그 고대 즁 제국의 망령에 단단히 씌었군.”

당연히 이곳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왔다.

“우… 우린 대제국 황제의 후손이오!!”

“그래. 그래서 더 마음에 들지 않는군.”

순장 제도.

이후 황제가 죽을 때마다 수만 명의 백성들을 땅에 버렸다. 수백 년간.

그들의 후손은 지금 이곳의 서민이 되었다.

“저긴가.”

귀족을 질질 끌고 간 제랄드는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발을 굴리며 돌진했다.

쿵!!

하늘을 가르고 산을 무너뜨린다는 소드마스터.

그 말이 과장되었다지만, 최소한 중앙의 저 화려한 기둥만큼은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마… 막아!! 지상의 인간이다!!!!”

귀족 남성이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멈춰라!!!”

기둥을 지키던 경비들이 급히 제랄드를 막아섰다.

이곳은 신성한 곳으로 지상의 인간이든 아니든 접근할 수 없는…….

퍼버버벅!!

그들은 지상의 소드마스터를 막기에 너무 약했다.

콰아아앙!!

제랄드는 있는 힘을 다해 기둥이 넘어갔다.

놀랍게도 천장은 무너져 내리지 않고 만개하는 꽃처럼 활짝 벌어졌다.

샤아아아!!!

하늘에서 태양이 내리쬐었다.

일반 주민들은 눈이 부셔 눈을 가렸지만, 귀족들은 재가 되어 날아갔다.

영생을 바라던 이들의 허무한 생이었다.

#<리안력 13년>

하늘이 침략을 했다.

지하세계가 침공을 당하자 동맹이던 하늘 세계가 노했다.

하늘에 떠 있어야 할 구름들의 고도가 낮아졌다.

놀랍게도 구름 위에는 거대한 도시들이 있었다.

-지하가 침공당하게 둬선 안 된다.

그들은 지상의 일에 관심이 없었지만, 지하가 정복되면 인간들은 하늘에 도전할 것은 자명한 일.

지하세계에는 하늘의 도시들을 내려앉힐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후두두두둑!!!

날개를 단 인간들의 대규모 침공.

목표는 롬 제국의 수도 보헴 왕국.

두두두두두두!!!!

황궁에서 진동을 떨며 하늘로 발사되는 대공포들.

중앙에 가장 큰 포대는 세계 최고의 명사수로 불리는 토우기슈끼 럽이 있었다.

그는 즁 제국의 땅에 왕으로 군림했는데, 대규모로 육성된 방공포 대원들을 데리고 출장을 온 상태였다.

“쏴라!! 쉬지 말고 쏴라!!!”

롬 제국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하늘의 침공을 쉽게 막아 냈다.

#<리안력 15년>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가 평정되었다.

행성 전부가 온전히 한 인간의 손에 떨어졌다.

“뭐야?”

리안은 뭔가 변화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엔딩이 끝이 났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잘된 일인가?”

어쩌면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었나 보다.

* * *

연회장의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신으로 보이는 거대한 인간이 사라지고 5분 정도가 지난 상황.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그쪽은 아이디가……?”

“난 미친멍멍. 하렘을 꿈꾸는 사나이지.”

“아… 기억나네요. 순위가 78위였나…….”

“설마 그쪽은 아도니s? 79위!!”

그러던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조용히 해 보세요.”

“당신은 아이디가 뭡니까?”

“나? 수전증소년.”

“오오오!!! 랭킹 1위!!”

사람들은 그를 우러러보았다.

“그러니까 여기 모인 사람들이 1위부터 99위까지. 랭커란 말이죠.”

1위부터 100위까지의 순위를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으나 유추하는 것은 쉬웠다.

자신의 순위 아래위로 한두 명 정도는 외우고들 있으니.

“그럼 아까 누굴 기다린다는 게 100위인가 보네요.”

“그렇겠죠. 뭔가 그래야 아름답게 딱 맞아떨어지니.”

“100위 아이디가 뭐였더라…….”

“아마 사상최강z 그 양반일 겁니다.”

이 게임 자체가 워낙 현질이 심하다 보니 등수가 잘 변동되지 않았기에 예측이 가능했다.

100위와 101위까지의 차이도 심했기도 했고.

* * *

#<리안력 30년>

롬 황제 자리를 뽑는 투표제가 도입되었다.

리안은 자신이 죽고 난 뒤 세계가 분열하여 다시 전쟁이 휩쓸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롬 제국의 황제는 5년 재선까지 총 10년간 통치가 가능하다.

사실 이리저리 쪼개어 여러 개의 왕국이란 행정 체계로 만들어 놓았기에 롬 제국이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롬 제국의 황제는 황제의 후손들로 한한다.

세계의 지도자를 뽑는 일.

모두 각자의 지역의 지도자가 황제가 되길 바랄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된다.

-황제의 후보는 15살이 넘어가면 평생 동안 24시간. 사생활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이는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을 예측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우수한 자가 황제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황족들이 불행해 보이지만, 후보가 되길 원하지 않는 자는 당연히 감시에서 벗어난다.

다만, 다시는 후보가 될 수 없다.

-황제 또한 24시간 생활이 공개된다.

세계는 하나가 되었으니 안보라 불릴 것도 없었다.

공개를 해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투명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로 공개함으로써 백성들을 안심하게 만들었다.

#<리안력 70년>

황제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여전히 제국력은 리안의 것을 썼다.

지구에서 태양력을 사용하듯이.

“상황 폐하!!!”

황제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상황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그가 서거하자 수백 명의 후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시민들이 그를 추모했다.

* * *

리안은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사후세계인가?”

게임 속과 같은 세계에 빙의도 했던 마당에 사후세계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쪽 끝에서 작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곳을 향해 걸어가니 수많은 방문이 달린 복도가 나왔다.

복도의 끝에는 고개를 꺾어 봐야 할 만큼 커다란 문이 보였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어어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고 보니 복장들이 특이했다. 아니 빙의하기 이전 세계의 복장으로 보인다.

“오오! 사상최강z인가 보네요. 반가워요.”

누군가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누구?”

“수전증소년이라고 아시나요?”

“들어 본 것 같은데…!!? 랭킹 1위?”

“맞아요.”

수전증소년이라 소개하는 잘생긴 청년.

배불뚝이 아저씨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인싸일 줄이야.

“그보다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거야 이곳에 부른 사람이 알겠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다.

모두가 눈치는 채고 있었다.

다음으로 일어날 일은 PvP일 것이라는.

“그보다 사상최강z 씨?”

“저 사상최강z 아닌데요.”

“네? 100위 사상최강z 님이 아니시라고요?”

“읭? 저 101위인데요.”

그 순간 홀에 모인 자들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100위보다 101위가 더 유명한 자였다.

전투력이 말도 안 되게 낮은데 랭커의 코앞에 있는 자였기에.

쿵!

그때 반대쪽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반갑다. 후보자들이여. 이제 마지막 참가자도 도착했으니 신의 자리에 올릴 자를 뽑도록 하겠다.”

경쟁을 할 줄은 알았지만, 신의 후보라니.

상품으로 걸린 것이 대단하여 다들 숨을 들이켰다.

“저…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그때 랭킹 1위가 손을 들었다.

“말 하거라.”

“혹시 그 신은 어디를 다스리는 것입니까? 혹시 지구입니까? 그럼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입니까? 혹시 우리가 빙의한 게임은 현실입니까? 아니면 후보 선출을 위한 가상 세계인 것입니까?”

“호기심이 많은 자로군. 보아하니 가진 게 많은 자인가?”

신으로 보이는 거대한 사내는 눈을 잠시 얇게 뜨더니 남자를 간파했다.

“보자. 지구에서는 재벌가의 사람이었고. 게임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었군.”

“오오오. 역시 랭킹 1위!”

다들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

그는 과금도 과금이었지만, 실력도 상당했다.

“지구는 실존하는 세계. 그러나 그곳은 변방으로 최종 후보가 다스릴 곳이 아니다. 새로이 신이 된 자는 최전선에 있는 세계에서 수호할 것이다.”

굳이 이런 게임에서 신을 뽑은 이유는 그냥 신이 아니라 무신을 뽑기 위한 서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너희가 들렀던 그 게임은 진짜 세계이기도 하며 아니기도 하다. 오직 신이 된 후보자의 세계만 진짜 세계가 되며 최전방에 배치될 것이다. 쯧.”

일종의 볼모인 것이다.

그보다 신은 이들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다.

생각보다 훨씬 격이 떨어져 보였기에.

-죄송합니다. 주인이시여. 더 많은 이들을 경쟁시켜 더 좋은 후보를 뽑으려 하다 보니…….

그랬다.

아무리 신의 사자로 인간계에 파견되었다고 해도 제약이 있었던 것.

그들은 게임의 스케일과 유지를 위해 과금을 유도했고. 어떻게 하다 보니 과금 시스템이 목적을 잡아 먹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 알고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도록.”

신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홀의 하늘이 펼쳐졌고 저 아래 지상이 보였다.

마치 3인칭 게임 속에 들어온 기분.

“99위와 100위가 먼저 싸울 것이다. 병종은 랜덤으로 주어지지만, 전투력은 같다. 첫판의 지휘관 카드는 한 장씩만 사용할 수 있다. 한 번 쓴 카드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면, 다음 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 또한 그게 아니더라도 다음 두 경기 동안 사용할 수 없다. 게임 방식은 토너먼트 식이며 다음 경기에 병력은 더 많아지며 지휘관 2장의 카드를 그다음 토너먼트에선 4장씩 두 배로 늘어난다. 잘 생각해서 카드를 사용하도록.”

그 말에 다들 절망적인 얼굴이 되었다.

어느새인가 그들의 손에 카드가 생성되었기에.

“나… 난 카드가 10장도 안 되는데…….”

병력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역량은 매우 중요했다.

물론 지휘관이 없어도 적재적소에 병력을 운용하면 이길 수도 있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랭커. 과연 통할까?

“저… 저기 신이시여!!”

그때 99위가 손을 들었다.

“방금 질문은 충분히 한 걸로 아는데? 1곳의 1분은 인간계의 1년임을 명심하라. 시간이 많지 않다. 아. 물론 그대들이 다녀온 100개의 세계는 멈춰 놨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신은 은근히 수다쟁이였다.

“신이시여. 저기 저 남자는 100위가 아니라 101위입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신의 하수인이 입을 열었다.

“그게 후보가 결정되는 1분 전 100위였던 자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렇다는군. 후보를 뽑는데 잘못된 것은 없다.”

어차피 사전에 1위부터 100위까지 뽑는다고 약속한 적도 없으니 101위가 아니라 1000위가 여기 있다 한들 잘못된 것은 없었다.

“시작하라.”

신은 귀찮은 듯이 게임을 재개시켰다.

스윽! 스윽!

99위와 100위인 리안이 카드를 한 장씩 꺼냈다.

“나… 나는 지휘관으로 샤로트를!!”

99위의 앞에 전성기의 샤로트가 까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긴 어디지? 주군.”

“그게… 그러니까.”

뭔가 쩔쩔매며 설명하는 99위.

그럼에도 다들 놀라워했다.

“오오오오!!”

등수가 99위라고 하지만, 최상급 네임드인 샤로트를 첫판부터 내밀 줄은 몰랐다.

“그럼 나는. 가랏 제로스 kimg 몬!”

리안의 앞에 놓인 카드에서도 사람이 튀어나왔다.

“……??!!”

다들 모르는 눈치다.

“으잉? 선장. 여긴 어디야? 왜 옛날 모습을 하고는. 아… 여긴 천국인가?”

리안은 지구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카드에서 나온 인물의 눈에는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모습으로 보이는 모양.

“오랜만이네요. 20년 전에 먼저 죽었었나.”

“그렇군. 내가 죽고 20년 뒤에 선장도 뒈졌나 보네. 그보다 이거 무슨 상황이야? 저 앞에 있는 군대는 뭐고. 그보다 저거 샤로트 아니야?”

“가짜예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깨부숴요.”

“으읭?!!”

결과는 놀라웠다.

네임드 샤로트와 이름도 못 들어 본 제로스의 싸움.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충격 그 자체였다.

노멀 카드에도 없던 듣도보도 못한 카드가 너무도 쉽게 이겨 버린 것이다.

‘쯧. 안 봐도 누가 최종 후보자가 될지는 뻔하군.’

신은 유일하게 쓸 만한 후보자인 리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외전(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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