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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47화 (247/253)

2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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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제국의 크림 궁전.

황제는 깊은 고심에 빠져 있었다.

“너폴레옹이 진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차르이시여.”

전쟁의 발단은 이랬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연합군을 박살 낸 너폴레옹.

공화국 방위를 성공적으로 해낸 그는 내친김에 지도부의 견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모두 내쫓아 버렸다.

그리고는 스스로 황제가 되길 국민 투표를 붙였다.

93%의 압도적인 찬성.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혁명으로 공화국의 시민이 된 그들은 스스로 황제를 세워 백성이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국들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피를 통해 이어진 계승도 아니었고 작위를 수여받거나 양위를 받은 것도 아니다.

스스로 황제에 오른 것이다.

-위험한 자다.

암묵적인 룰이 깨져 버렸다.

이것은 각국의 왕들에게 위기의식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왕이나 황제는 신성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군주의 자격이 의심받게 될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잉글슨 왕국을 봉쇄한다.

너폴레옹은 한 술 더 떠 자신을 이집트에 가두었던 잉글슨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만약 이를 어기는 나라가 있다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 선언했다.

-X 까.

다만 한 나라만은 그걸 무시했다.

바로 서북부의 변방 제국 키예프 루스.

-화나면 와서 따지든가.

너폴레옹은 당연히 그냥 두지 않았다.

만약 이를 방관한다면 언제 다시 연합 세력이 형성되어 스랑 제국을 압박해 올지 모르기 때문.

-앞을 내다보지 못한 자는 이미 패배한 자다. 루스 제국의 황제여. 그대의 어리석음을 탓하라.

그는 대군을 이끌고 루스 제국을 향해 원정을 떠났다.

루스 제국도 당연히 병력을 내보내 막아섰지만, 계속하여 패배했다.

너폴레옹이 이끄는 스랑 제국의 군대는 무적이었다.

그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차르이시여!! 레온 제국의 황제가 오고 있습니다!”

“뭐라?!! 설마 너폴레옹 그놈과 붙어먹었더냐?”

“아니옵니다. 그는 동쪽에서 부유선을 타고 왔습니다.”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차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율 대륙의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폭주하는 너폴레옹을 막을 수 있는 자는 리안뿐이라고.

“만나러 가겠다.”

“기다리면 올 것입니다. 차르이시여.”

“지금 아쉬운 것은 우리다.”

차르는 직접 오토마차에 올라 리안이 지나가는 길을 막아섰다.

“이보시오! 레온 황제.”

일단은 루스 제국의 영향권이었기에 고잉미샤호는 차르의 요청에 응했다.

“차르. 무슨 일로 나를 붙잡았습니까.”

“그대가 동방에 간 사이 너폴레옹이라는 자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소식은 대충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붙잡은 이유가 뭡니까?”

리안은 삐딱한 자세로 물었다.

“도… 도와주시오. 그대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자가 루스 국경을 넘어서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음…….”

리안은 잠시 고민을 했다.

“어려울 것 없지 않습니까. 곧 겨울이 올 것이고. 외부인들은 얼어붙은 루스 제국의 겨울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그 말은…….”

“수도를 비우세요. 풀 한 포기조차도 남기지 말고.”

“그게 무슨!! 수도는 루스 제국의 심장이오.”

“그럼 싸우든가요.”

리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만 내 배에서 내려 주시죠.”

“그러지 말고 서신이라도 써 주세요. 그리고 엄중히 경고를…….”

“내가 경고한다 해서 들어먹겠습니까?”

“군대를 동원한다면… 가능하지 않겠소. 지금 너폴레옹의 군대는 그대 제국의 연방인 보헴-헝그 왕국과 루스 제국 사이에 있으니… 뒤를 친다면…….”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군대를 동원하기 전에 스랑 제국군은 루스 제국에 닿을 겁니다.”

리안의 말에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는 루스 제국의 차르.

“그럼 정말 수도를 비우는 수밖에 없는 겁니까?”

“청야 전술. 그들은 대군을 동원했고 보급선은 길어졌습니다. 어느 정도는 현지 보급에 의지해야죠.”

리안의 말에 차르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그러다 버티면 어떻게 합니까. 아예 눌러앉아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러면 차르의 말대로 내 연방국들이 스랑 제국의 보급선을 완전히 끊어 버리겠죠.”

“아!!”

보급선이 완전히 끊겨 버린다면, 현지 조달이 불가능한 군대는 조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그럼. 부탁하오.”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돼죠?”

리안의 말에 충격을 먹은 루스 제국의 차르.

“그… 그건. 건방진 그놈이 더 이상 날뛰어서 레온 제국도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그는 내 제국을 일절 침범한 적이 없어요. 내 알 바가 아닙니다.”

“아… 아니오. 루스 제국 다음에는 틀림없이 그대의 제국이 공격받을 겁니다.”

“그럼 그때 가서 상대해 주죠. 뭐.”

리안의 말에 차르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바쁩니다. 차르.”

“후…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레온 황제여.”

결국 마음이 다급해진 차르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롬 제국의 황제.”

리안도 빼지 않고 곧장 뱉었다.

“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말이 안 될 것은 어디에 있습니까?”

신센롬 제국은 고대 롬 제국을 계승한다는 뜻이었다.

다만, 롬 제국 그 자체가 아니라 계승이기에 완벽한 황제는 아니었다.

일종의 2등 황제랄까.

“잉글슨 왕국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아니 다른 율 대륙 국가 중 그것에 동의하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롬 제국의 이름을 이어받은 진정한 황제가 되기 위해선 율 대륙의 모든 땅을 통치해야 한다.

“그건 그대가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그대의 제국이 레온 제국의 연방이 되기만 하면 됩니다.”

왕국들의 지배자인 제국이 제국의 연방으로 들어간다?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나 율 대륙의 모든 제국은 진짜 제국이 아니다.

그저 고대 룸 제국의 영광을 일부 빌려 쓰는 것이지.

“알겠습니다. 스랑 제국 놈들을 이 땅에서 쫓아내 준다면 얼마든지 그리하겠소.”

“친필 각서라도 써 주시죠.”

리안이 양피지가 아닌 일반 종이를 내어 줬다.

신성 마법으로 신의 이름을 빌려 계약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왕이나 황제는 함부로 영혼을 걸고 계약하지 않는다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알겠소.”

차르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각서를 써서는 리안에게 내어 주었다.

사각. 사각.

내용은 별다른 것 없이 심플했다.

그럴 품에 넣은 리안은 정중히 차르를 배웅했다.

영토의 크기와 인구만 본다면 루스 제국이 위였다.

물론 낮은 공업화, 높은 부패율, 낮은 군대 사기, 장교의 훈련 부족 등 나라 꼴이 엉망이었지만.

“약속을 지킬 면상은 아니던데.”

지켜보던 항법사는 차르가 멀어지자 한마디 뱉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그런 것도 보이나요?”

“서당 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장을 따라 다니니 높은 양반들의 얼굴을 하도 봤어야지.”

“그럼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저 양반은 늦은 후회를 하겠지.”

* * *

너폴레옹은 의기양양하게 진격했다.

앞을 가로막는 루스 제국의 군대는 오합지졸이었기에 너무도 쉽게 깨부술 수가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스랑 제국의 병사들은 사기가 높아졌고 반대로 루스 제국의 병사들은 자신감을 잃어 갔다.

“이제 곧 적들의 수도입니다. 폐하.”

너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수도.

“황궁이 아름답다던데, 사진이나 남겨 놔야겠군.”

“그냥 두고두고 별장으로 쓰시지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가자. 저 어리석은 루스인들을 징벌하러.”

다만, 얼마 가지 않아 김이 빠지고야 말았다.

성벽을 지켜야 할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외벽의 성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함정인가?”

“정찰병들이 아무리 조사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궁전의 입구에 서신이…….”

“가져와 보거라.”

서신을 받아 든 너폴레옹.

그런데, 그걸 읽어 내려갈수록 인상이 점점 찌푸려졌다.

“철수하라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지금껏 부재로 잠잠하던 레온 황제의 서신이었다.

특히나 이벨 왕국과 전쟁을 한 것을 유감스럽다고 표시했으며, 왕이 아닌 황제를 칭한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명분 없이 루스 제국을 공격한 것은 좌시할 수 없으니 철수를 권고했다.

“무시한다면 보급로를 끊겠다고?”

그걸 잃은 너폴레옹은 코웃음을 쳤다.

‘차라리 잘되었군.’

일단 루스 제국을 쳐들어 왔지만, 청야 전술을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보급로도 불안한데,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질 것이고.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군사를 몰고 온 자신의 권위도 떨어질 것이다.

“건방지군.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후방을 먼저 안정화시킨다.”

“괜찮겠습니까? 폐하?”

“병사들에게 일러라. 레온 제국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 왔노라고. 그리고 루스 제국보다 과거 신센롬 제국이었던 레온 제국을 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고.”

와아아아아!!!

너폴레옹의 말에 병사들은 오히려 기뻐하며 함성을 질렀다.

사실 그들도 루스 제국이 싹 비워진 것을 보고선 적지 않게 실망했기 때문.

이 시대의 전쟁은 약탈은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다.

오히려 봉급보단 약탈이 메인이라고 해야 하나.

“가자!! 이런 거지 같은 오지가 아닌 진짜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와아아아아!!!

너폴레옹이 이끄는 군대는 즉시 말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제부터는 보급을 아낄 필요도 없다.

보급로의 주변 영지나 백성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약탈을 삼갔는데, 그럴 필요도 역시나 없다.

그들은 지독한 메뚜기 떼였다.

* * *

레온 제국의 수도 보헴 왕국.

리안의 1부인인 앙드네드가 여왕으로 있는 곳.

“폴란 왕국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들라고 하세요.”

앙드네드에게선 이제 어린아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누구라도 반할 만한 처녀의 모습.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외모였으나 봄의 여신 이스트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제답게 화사한 기운이 풍겼다.

“황후님을 뵈옵니다.”

폴랑 왕국의 사절단은 그녀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

그녀는 보헴 왕국의 여왕이기 이전에 리안의 부인이었기 때문이다.

“어인 일로 찾아오셨나요.”

“제발 도와주십시오. 스랑 제국군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들의 약탈이 도가 지나쳤습니다.”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폴란 왕국을 가로질러 루스 제국으로 진격한 스랑 제국.

갈 때는 얌전하게 갔으나 돌아올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았다.

“우리 레온 제국은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와서 그대들을 돕기엔 명분이 부족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의 숫자가 적었다.

자신의 오라버니가 통치하는 트리아-헝그 왕국은 오랜 기간 전쟁으로 피폐해져 군대의 긴축한 상태다.

더군다나 레온 제국은 워낙 각지에 쪼개지듯 퍼져있어 병력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황후이시여. 그들은 이곳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스랑 제국의 경로가 아래쪽으로 꺾였나이다.”

기우라면 좋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레온 제국 쪽도 골치가 아팠다.

그나마 보헴 왕국은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이곳으로 오려면 트리아-헝그 왕국을 지나쳐 와야 한다.

“도와주시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부디 대비를 하시옵소서. 레온 제국까지 그들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율 대륙은 너폴레옹 그자에게 손에 쥐어지게 될 것이옵니다.”

사절단은 도와주지 않는 레온 제국이 야속하겠지만, 자신들 만큼이나 걱정해 주었다.

레온 제국이 무너진다면 복수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그때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잘생긴 청년이 들어오며 외친다.

홀로 온 것을 봐서는 아마도 하늘을 날아 온 듯 보였다.

“화… 황제 폐하!”

폴란 왕국의 사절단은 리안의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마치 신이라도 강림한 것을 목격한 것처럼.

“서방님!! 언제 오시나 걱정했어요.”

앙드네드가 사절단이 있는 앞에서도 깡총 뛰어서 리안에게 안겼다.

순간 당황했지만, 리안도 적당히 그녀를 안아 줬다.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 줬다.

“그보다 저자들은?”

“폴란 왕국의 사절단이에요.”

“그렇군. 저놈들을 당장 지하 감옥에 가두도록.”

그 말에 폴란 왕국의 사절단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 폐하. 왜… 왜 저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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