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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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의 왕은 사신이 가져온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동방의 통일한 유목국가가 얼마나 잔악하고 무서운지 역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개를 숙이는 자에겐 나름 관대한 편이라 저항이나 도주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오! 칸이시여. 사마르의 메시아이시여. 우리의 영원한 통치자를 신은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어 아부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애쓰는 것이 보였다.
리안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왕궁과 약간의 공물을 바친다면 그대의 왕국은 내 비호 아래에 있을 것이다.”
“와… 왕궁이시라면.”
사마르의 왕은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왕의 상징이라 불리는 왕궁을 바친다는 것은 자신이 물러나야 하는 것일까?
이럴 줄 알았더라면 저항이라도 했어야 하나?
“아아. 오해는 말게나. 순수하게 그대의 왕궁에 묻혀 있는 봉인된 악마를 퇴치하려 하는 것이니. 운이 좋은 줄 알게. 내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그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야.”
“와… 왕궁의 아래에 악마라니…….”
“그대의 왕궁이 암살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지?”
“그… 그렇사옵니다.”
“그럼 보면 안다네.”
리안은 고잉미샤호를 몰고 사마르의 왕궁 아래로 향했다.
왕궁은 거대한 언덕 위에 지어졌는데.
‘아무리 권력이 좋아도 저런 꼭대기에 살고 싶을까?’
사람 두 명 정도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가파른 언덕이 언덕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언덕 끝 궁전에 닿았다.
왕이야 귀찮아서 내려오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저기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신하나 물자를 나르는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어쨌든 저런 구조이기에 침략자들은 물론 암살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왕궁을 비웠겠지?”
“그렇나이다. 대피를 명령했기에 왕궁에는 아무도 없나이다.”
“내가 떠나거든 저곳에 다시 왕궁을 세우든 말든 관여하지 않겠다. 다만, 저리 백성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올바른 통치를 하겠는가?”
“대 칸의 말씀에 소신 눈이 떠지는 것 같나이다. 마음 깊이 새기겠나이다.”
리안은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는.
“발사!”
펑! 펑! 펑!! 콰르르르릉!!
고잉미샤호의 거대한 포문이 발사했고 궁전이 직격당해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던 왕은 침을 삼켰다.
‘저항했으면 꼼짝없이 저 왕궁과 함께 사라질 뻔했구나.’
콰과곽광!!!
고잉미샤호는 무너진 왕궁을 향해 자비 없이 계속 타격했다.
잔해들이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언덕이 깎여 나갔다.
“그만.”
몇 번의 포격이 이어지자 왕궁이 있었다고는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언덕은 망가졌다.
“햄토리 한조.”
“네. 주군!”
그림자 하나가 훅하고 튀어나와 리안의 아래에 부복했다.
그녀가 리안의 앞에 나타날 때까지 알아차리는 자는 몇 없었다.
그걸 보며 사마르의 국왕은 또다시 침을 삼켰다.
‘저런 암살자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우리 왕국에 있을까?’
항복을 하길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와라.”
“핫!”
리안은 그녀와 단둘이서 언덕 위를 올랐다. 그리고는 정상에 도착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를 발견했고 만족스러운 듯했다.
* * *
구르르릉~
너폴레옹은 거대한 석실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을 지나는 자는 세계를 얻을 것이라.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될 것이라.
쿵~
석실의 문이 완전히 열리고 왕의 방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자동으로 켜진 횃불에 황금이 일렁거렸다.
다만. 너폴레옹은 황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일반인에게 저 황금은 운명도 바꿀 정도의 양이지만, 너폴레옹에게는 그저 목돈 정도랄까.
“창은? 창은 어디에?”
그는 두리번거리며 창을 찾았다.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창 비슷한 것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직사각형을 골드바와 벽화가 전부.
“내가 놓친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벽화를 훑어가며 열심히 힌트를 찾았다.
내용은 충분히 기대를 할 만했다.
신에게 대항하는 것들에게 신벌을 내리는 거대한 창. 그것이 이 대피라미드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림.
만화처럼 이어진 벽화에 인내를 가지고 계속 따라갔다. 그런데.
“뭐야 이게?”
최종화에 이르자 작화가 붕괴되어 있었다.
신으로 보이는 자는 근엄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신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처럼 보인달까.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봐야 할 정도로 작은 문구.
너폴레옹은 더듬거리며 천천히 읽었다.
“짓궂은 장난에 여기까지 도착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다만 날로 먹을 그 욕심부터 버리는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 세상을 가질 것이다? 메롱?”
혹시 잘못 읽었나 싶었다.
다시 읽고 또다시 읽었으나 내용은 같았다.
“으아아아아!!!!”
너폴레옹은 분통이 터져 고함을 질렀다.
* * *
너폴레옹이 대피라미드 왕의 방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퍼졌다.
가장 분노를 터뜨린 것은 다름 아닌 교황청.
“당장 레온 황제를 추궁해야 합니다. 그가 가져온 그것 때문에 전 성하께서 얼마나 고통받다가 돌아가셨는지.”
“그렇지만 갑자기 그가 사라졌지 않소. 추궁하려야 추궁할 수가 없소이다.”
“듣기로는 동방을 점령 중이라던데.”
“이미 즁 제국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있다고 하더이다.”
“하긴. 너폴레옹이 그래서 레온 제국의 땅은 건드리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스랑은 식민지로 인도짜이나 반도를 공략 중이었다.
리안과 척을 져서 그것이 잘못된다면 미래의 밥줄이 끊기는 것이다.
꽤 많은 자금이 개척을 위해 그곳에 들어갔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할 겁니까?”
“뭘 어째요. 지금 너폴레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는 잉글슨과 루스 제국 그리고 레온 황제밖에 남지 않았거늘.”
“쯧. 어쩌다 우리 교황청이 이리되었는지…….”
추기경들은 한숨을 쉬었다.
스랑 공화국이 이탈리아 반도를 집어삼키는 것을 교황청은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까지 죽인 스랑 공화국의 광기에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황청 주변의 땅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보다 진짜로 롱기루스의 창을 얻은 것일까요?”
“모르지. 너폴레옹의 말에 따르면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는데…….”
“거참. 증명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 * *
이제 잉글슨의 왕좌에 앉은 해리 78,900세도 그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문을 통해 너폴레옹은 왕의 방을 공개했다.
“사학자들은 뭐라 하던가?”
“사진들을 분석해 본 결과 진짜 왕의 방이 틀림없다고 하옵니다.”
조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문헌에 적힌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했다.
특히나 활짝 열린 왕의 방 입구가 가짜가 아님을 증명해 줬다.
지금의 기술로 고대에 만들어진 왕의 방 입구를 닮은 가짜를 만들어 자작극을 하기에는 힘들었다.
“함대를 철수시켜야 하는가?”
너폴레옹의 말에 따르면 롱기루스의 창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닙니다. 차라리 함대의 일부만 철수시키심이 옳을 줄 아옵니다.”
“그렇군. 그렇게 대단한 일회용 무기라면, 함대가 싸게 먹히겠네.”
어차피 잉글슨의 해상 라이벌인 스랑 공화국의 함대는 이미 한 번 대패했다.
이벨 왕국은 스랑 공화국에게 본토 일부를 공격받아 빈사 상태에 빠졌고.
루스 제국이 해군은 원래부터 형편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다만, 함대를 잃으면 레온 제국이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함대를 일부라도 뺄 것이 없다. 먹음직스러워야 신의 창을 사용할 터이니.”
오히려 걱정인 것은 리안에게 신의 창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 땅꼬마가 이집트에 갇혀 나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봉쇄하라고 전하라.”
* * *
너폴레옹은 죽을 맛이었다.
“장군. 지금 연합군이 사방에서 스랑 공화국으로 침공 중이라고 합니다.”
해상이 봉쇄되어 자신과 부하들이 바다 건너 본토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능한 스랑 공화국의 수뇌부들은 그들을 막을 능력이 없었다.
“전염병이 돌 징조가 보입니다. 장군. 식량을 구해야 하는데 육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레온 제국은? 그들이 연합국에 참전했는가?”
너폴레옹에게 그것이 더 중요했다.
“아니옵니다. 다만 루스 제국과 폴란 왕국이 손을 잡았사옵니다.”
“그 앙숙인 것들이?”
그 외 연합국은 최근까지 율 대륙 최고라 불리던 로이센 왕국군과 게르 왕국 연합 그리고 잉글슨의 소수 육군과 이벨 왕국이 마지막으로 쥐어짠 육군 등이 있었다.
레온 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전했다.
“당장 돌아가야 합니다. 장군이 아니라면 저들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알고 있어!”
문제는 본국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장군만이라도 일단 가셔야 합니다. 늦는다면 장군님이라 할지라도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아아. 미안하다. 조국을 위해 그대들을 두고 감을 용서하라.”
* * *
사마르의 왕궁이 있던 언덕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수도를 뒤덮었다.
두려운 것은 연기 안에 들어가면 마치 밤이 내린 것만 같다는 점이다.
냄새도 연기 특유의 따가움도 없었다.
“꺄아아악.”
여진의 대규모 기병을 보고도 통제에 잘 따르던 수도의 시민들은 갑자기 태양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자.
“신이시여!!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심판의 날이다. 심판이 날이 왔다.”
“엄마. 엄마. 흐어어엉.”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밤은 무어라도 보이겠지만, 이것은 그 어둠과는 차이가 컸다.
모든 빛을 짚어 삼켜서 횃불을 켜도 1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휘이이잉~!
단 5분. 겨우 5분만 지속된 현상이었지만, 어둠이 그치고 나서도 백성들은 한참이나 패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마르의 국왕.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다.”
어둠이 걷히고 언덕에서 리안이 유유히 걸어 내려왔다.
“대… 대 카안이시여!!”
사마르의 왕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리안의 앞에 무릎 꿇었다.
여진 기병들조차도 놀라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악마는 토벌되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 도시는 죽음의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칸 만세!!! 칸께서 악마를 토벌하셨다!!! 칸!! 칸!! 칸!!!”
여진족들은 감격에 리안을 연호했고. 덩달아 국왕조차도 두 팔 벌려 따라 외쳤다.
어느새 수도의 모든 백성들이 리안을 함께 연호했다.
‘나 설마? 연기에 소질이 있었나. 전생에 연기 공부를 할걸. 칸 영화제에 초대받았을지도.’
리안은 자뻑을 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즐겼다.
* * *
스랑 공화국은 위기에 몰렸다.
그때 등장한 구세주.
-내가 돌아왔도다.
스랑 공화국의 국민들은 너폴레옹의 귀환에 만세를 불렀다.
이대로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점령군에게 어떤 꼴을 당할까?
아마도 모든 국가가 침략한 만큼 삼키질 못해 협상하는 일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한 입씩 야금야금 스랑 공화국을 찢어 먹겠지.
-국민 총동원령을 선포한다.
너폴레옹은 즉시 군대를 소집했고 스랑 제국의 남성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입대를 희망했다.
-나도 싸울 수 있어.
-아니. 어르신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노병은 사라질 뿐. 죽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 거동도 힘든 노병들부터.
-너 몇 살이냐?
-성인식을 치렀습니다만.
-내 어린 아들이 14살인데 너보다 덩치가 크다. 꺼져!!
어린아이들까지.
모든 국민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보급할 무기가 없습니다.
-필요 없다!! 우리에게 싸울 자유를 달라!!!
그들은 농기구부터 몽둥이까지 그것도 없으면 길가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고 집정관에게 달려들었다.
정부의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했다.
자신들이 그리도 국민들에게 읍소할 땐 파리만 날리더니 너폴레옹이 도착하자 180도 돌변했다.
그만큼 영웅이란 존재의 가치는 대단했다.
-나의 비장한 무기는 내 손에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그리 외치며 사방에서 찔러 들어오는 적들은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마치 과거 로이센 국왕 프리들 대왕과처럼.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정예 병력으로 빠르게 기동하며 하나씩 상대했던 그와 달랐다.
이곳 스랑 땅에선 너폴레옹만 빠르게 움직이며 대규모 군대를 지휘한 것이다.
웃긴 것은 제대로 된 무기도 경험도 훈련도 안 된 군대라는 점은 과거 로이센 왕국과 정반대였다.
그저 압도적인 병력과 광적인 사기에서 적들을 제압했다.
- 세상에는 오직 두 가지 힘만이 존재한다. 칼과 기백이다. 과거 그리고 오늘을 보아라. 언제나 칼은 기백에 패한다. 고로 우리는 승리했다.
스랑 공화국은 엄청난 피를 흘렸다. 그러나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