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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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폴레옹 보나파이트.
율 대륙은 그의 전성시대였다.
그가 가는 길은 스랑 공화국의 깃발이 휘날렸다.
다만, 스랑 공화국의 모든 이들이 그의 승리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말이 안 됩니다. 장군!”
“진정하라. 화를 낸다고 하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
총재정부는 너폴레옹이 승승장구하자 견제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사냥개에게 권력을 나눠 주는 순간 주인이 뒤바뀔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집트 원정이라니요! 장군을 파리에 두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총재 정부의 판단도 틀린 것이 아니다.”
그동안 율 대륙의 정세가 조금 변했다.
중동의 패자였던 오스 대제국의 통치자 슐이 사망했다.
가장 발 빠르게 행동한 것은 잉글슨 왕국.
그들은 이집트 왕국을 해방시켰고 자신들의 영향권에 두었다.
덕분에 최대 식민지인 인디 제국의 바다인 인디양으로 나갈 수 있는 항구를 얻었다.
원래대로라면 그곳의 자원을 가지고 오기 위해선 검은 땅을 빙빙 둘러 먼 길을 항해해야 할 것을 중해와 인대양의 바다 모두를 낀 이집트를 점령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잉글슨은 섬나라이니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정말로 가실 겁니까?”
“그곳에 갈 이유가 또 있지.”
그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대피라미드 왕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
“차라리 노르망 공작령을 수복하고 트리아 왕국을 점령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레온 황제가 부재중일 때가 기회입니다.”
“그들은 중립을 선포한 상태다. 먼저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
나중에서야 자신에게 자금을 대 준 사람이 리안인 걸 안 너폴레옹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야.’
섣부르게 그를 자극했다가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들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아직 스랑 제국의 권력조차 모두 가지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그렇게 스랑 공화국은 너폴레옹을 사령관으로 이집트 정벌에 나섰다.
* * *
옥으로 된 커다란 옥새.
동방의 주인을 뜻하는 황제의 징표.
“황제를 죽이고 도망간 놈들을 모두 소탕했습니다.”
“멍청한 놈들이군. 그냥 재물만 털고 도망갔으면 잡힐 일이 없었을 텐데.”
옥새는 땅의 증표다.
특수한 마법 처리된 상자에 가두지 않는 이상 추적할 수 있다.
조금 실력 있는 마법사나 사제가 있다면 어렵지 않다.
“동방의 진정한 폐자가 되신 걸 감축드립니다. 폐하.”
옥새를 집어 들자 여진의 부족장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리안이 서방의 황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즁 제국의 황제라면 경외감을 표하기에 충분했다.
망해가는 망국의 황제가 아니라 지금 막 옥새를 획득한 정복 황제다.
감히 누가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수 있으랴.
“나는 이 땅을 통치하겠노라.”
리안은 지팡이를 옥새에 가져갔다.
번쩍!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빛이 건물을 가득 채웠다.
그걸로도 모자라 빛은 용이 솟아오르듯 하늘을 높이 솟아올랐다.
쿠구구궁!!
하늘에 닿은 빛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구름을 건드렸다.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여진족의 부족장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들. 그런 그들도 강렬한 기운에 손이 덜덜 떨렸다.
“생각보다 이펙트가 대단하네.”
리안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땅의 모든 것들에게서 호의가 느껴진다.
레온 제국의 황제가 되었을 때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자신감이 차올랐다.
“기후 백작.”
“네. 폐하. 하명하십시오.”
함께 전장을 오래 모셨던 그도 감히 리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옛날 스랑 제국의 황제를 멀찌감치서 본 적이 있지만, 그 이상이었다.
“서촉으로 도망간 사기꾼을 처형하세요. 20만 기병을 맡기겠습니다.”
“존명.”
명을 받은 기후 백작은 물러났다.
“가 순신.”
“네. 폐하.”
“남은 병력들을 재편성하세요. 멀리 갈 것입니다.”
“차질 없이 준비할 것입니다.”
* * *
스랑 공화국 원정대는 바다를 넘어 이집트 왕국에 상륙했다.
첩보를 입수한 잉글슨에서 차단을 하려 했으나 여러 가짜 루트를 퍼뜨려 속였다.
“우리는 땅을 딛고 있는 한 무적의 군대다. 가자 섬나라 압제자들로부터 이 왕국을 해방시키자. 자유의 이름으로!”
“너폴레옹!!”
“너폴레옹!!”
“너폴레옹!!!”
병사들이 너폴레옹을 연호했다.
그가 이끄는 한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언제나 승리했으며, 보상도 화끈했다.
와아아아아!!!
전투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스랑 공화국은 빠르게 이집트 왕국에서 잉글슨의 군대를 몰아냈다.
“위대한 해방군 사령관이시여. 이집트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잉글슨에 의해서 세워진 허수아비 국왕이 나와 승전한 너폴레옹을 반겼다.
물론 너폴레옹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자를 처형하고 광장에 목을 걸어라. 그리고 백성들에게 알려라. 자유를 돌려주겠노라고.”
너폴레옹은 이집트의 공화정을 선포했다.
“와아아아아!!!”
이집트의 백성 아니 이제 국민이 된 그들은 열렬히 기뻐했다.
이집트 왕은 바지사장이었지만, 백성들을 착취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부하들에게 나눠 줄 재물은 충분하겠군.”
왕이 모아놓은 재화 덕분에 너폴레옹은 이집트에서 약탈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병사들에게 전리품은 소중했으니.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약탈 대신 뭐라도 손에 쥐어줘야 했다.
“역시 장군이십니다.”
“상륙이 어렵지 상륙에만 성공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지. 육전에서 나를 이길 자는 없다.”
“그런데… 장군. 이집트에서 할 일이 있으시다고…….”
“그렇지. 내가 왜 그 능구렁이 같은 놈들의 말을 따라 이곳에 왔는데.”
대피라미드 왕의 방.
신의 무기인 롱기루스의 창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장군. 큰일입니다!!”
그때 연락병이 급히 너폴레옹을 찾았다.
“무슨 일이지?”
“우리 스랑 공화국의 해군이 잉글슨에게 대패하였습니다. 항구가 봉쇄되었습니다.”
“뭐?! 쯧. 그 무능한 놈들이 결국엔 사고를 쳤군.”
스랑은 제국에서 공화국이 되며 많은 지휘관을 잃었다.
너폴레옹이 어린 나이에 장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문제는 해군이었다.
해군 지휘관은 결코 단기간에 만들 수 없었다.
“절대 싸우지 말고 견제만 하라고 했거늘.”
“공에 눈이 먼 것이지.”
해군의 전력은 비슷했다.
문제는 해군 지휘군의 무능함이었다.
“어찌합니까?”
“됐다. 어차피 그것만 손에 넣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대피라미드에 잠든 신의 무구 롱기루스.
전설의 반의반이라도 맞다면 율 대륙의 정복자가 될 수 있다.
해군 따위는 없어도 된다.
원한다면 섬나라 잉글슨도 먼 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그 전에 잉글슨의 해군들에게 신벌을 먼저 날려 주는 것이 순서겠지.
“가자. 나는 오늘 영웅의 역사를 쓸 것이다.”
* * *
리안은 30만 기병을 이끌고 서쪽을 향했다.
기후 백작은 빠르게 서촉을 정리하고 즁 제국의 대도독이었던 쩐다 왕의 목을 들고 합류했다.
“폐하. 이제 막 즁제국을 정복했는데, 이렇게 주력을 빼서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즁제국은 완전히 공백상태.
“어차피 주변에 위협할 나라는 없어요.”
“폐하가 계시지 않으면 행정 공백이…….”
“조선국이 다른 건 몰라도 행정력은 남아도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선국은 선비가 너무 남아돌아서 문제인 나라다.
귀족 계급인 양반들은 평생 관료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적당히 관직을 던져 주고 병력도 조금 붙여 주면 알아서들 할 겁니다. 거기다가 즁 제국과 조선국의 행정 편제도 어느 정도 비슷하니까요.”
“동방의 국가에 대해 어떻게 그리 잘 아시는지.”
기후백작은 리안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폐하! 전방에 대규모 군대가 감지되었습니다.”
고잉미샤호를 필두로 30만의 기병의 대군.
그동안 감히 그 앞을 막아서는 자는 없었다.
모두 싸우기도 전에 복속을 전해 왔다.
“사마르 왕국이겠군요.”
“아. 들어는 본 적이 있습니다. 비단길의 중심에 있어 상당한 부를 축척한 국가라 들었습니다.”
“기후 백작.”
“네. 폐하.”
“10만의 병력을 줄 테니 적당히 쫓아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사마르 왕국의 병력은 5만.
그들은 낙타를 탄 기병으로 부유한 나라답게 무장이 대단했다.
햇빛에 비싼 무구들이 반짝였다.
“나를 따르라!!”
기후 백작은 여진 기병들을 이끌고 빠르게 전진했다.
사막 환경이라 말들의 기동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10만의 병력이 움직이니 위압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우르르르르!!!
다만 사마르 왕국의 기병들은 그걸 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럴 것이 자신들에 비하면 여진 기병은 거지 군대처럼 보였다.
경기병은 중기병을 상대로 정면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 2배라 할지라도.
그리 생각했는데…….
타다다다다당!!!
충돌하기 직전 10만의 여진 기병들이 핸드건을 꺼내 들고선 발사했다.
“뭐… 뭐야!! 컥!”
가슴에서 화끈한 통증이 일어났다.
갑옷 따위는 그냥 뚫어 버리는 소형 마총.
서방의 율 대륙 군대들이 사용한다는 소식은 들었다. 실제로 본 적도 있고.
“어찌… 동방에서 온 거지 군대가…….”
맞붙은 사마르의 군대의 선봉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원래라면 말이나 오토호스 위에서 마총을 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여진족들은 어릴 때부터 말을 탄다.
양손으로 활도 쏘는데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마총을 쏘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샤샤샤샥!!!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무장을 한 그들은 마총을 발사한 뒤 기병검을 뽑아 들고는 중무장한 적들을 베어 넘겼다.
으아악!!
근접전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갑옷 사이의 틈을 노리거나 그것이 힘들면 검면으로 치거나 잡아 끌어서 낙마시켰다.
기마의 숙련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치 그들의 움직임은 기교로 먹고사는 서커스 단원들 같았다.
“후… 후퇴!! 후퇴하라!!!”
자심감으로 가득 찼던 사마르의 기병들은 꽁무니를 빼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간혹 대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저항했지만, 쪽수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타다다다당!!
여진기병들은 그들을 추격하며 마총으로 한 번 더 전과를 올렸다.
경기병인 덕분에 도주하는 적들을 빠르게 따라붙은 것이다.
“그만! 추격을 멈춘다.”
“백작 양반. 너무 이른 거 아니오.”
“저들은 낙타를 타고 있기에 오래 추격이 힘드오.”
이곳은 사막이라 무리한다면 말들은 금방 지칠 것이다.
이미 말들의 입에서 가벼운 거품이 보였다.
“쯧. 아깝군.”
무구들이 꽤 값져 보여 팔면은 제법 두둑할 것 같았다.
태생이 없는 삶을 살아온 여진족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폐하. 명령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그 짧은 시간에 적들은 2만이 넘는 병력이 녹아내렸다.
이쪽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확실히 여진 기병은 괴물이긴 했다.
아직 오토호스 보급률이 낮아 아쉽지만 전군이 오토호스로 무장하는 순간 무적의 기병대가 탄생할 것이다.
“폐하. 사신이 왔습니다.”
계속해 전진하니 사마르 왕국에서 사신단이 도착했다.
수도를 향해 이동하고 있으니 심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위대하신 칸을 뵙습니다.”
그들은 리안을 보자 곧장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과거 대제국을 건설했던 유목민족의 왕.
그들은 다시 그 공포의 존재를 떠올릴만한 자를 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여진족들은 리안에게 칸의 칭호를 올렸다.
“그대가 사마르 왕국의 왕인가?”
“아… 아니옵니다.”
“무례하군. 칸의 이름을 물려받은 즁 제국의 황제이자 율 대륙 레온 제국의 황제인 내게 직접 오지 않고 신하를 보내 알현하다니.”
대신은 그 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칸? 즁 제국의 황제? 레온 제국?
기병의 숫자를 보니 칸의 칭호를 받은 자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즁 제국의 황제라니. 설마 즁 제국이 진짜로 유목민족에 무릎을 꿇은 것인가?
과거 그랬던 적이 있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리고 레온 제국?’
소문으로는 들었다.
일개 변방의 백작으로 시작해 황제가 된 인물.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용서해 주십시오. 칸이시여. 직접 오신 것을 결코 알지 못하였나이다.”
“됐고. 왕에게 전해라. 빨리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 땅이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쉬지 않고 달려 전하겠나이다.”
그렇게 사신은 급히 자신의 왕에게로 달려갔다.
* * *
대 피라미드의 내부로 들어온 너폴레옹.
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반짝반짝.
목걸이가 반응을 해 왔다.
혹시나 했는데 목걸이는 진품이 맞았다.
‘롱기루스만 손에 넣는다면!’
그는 성큼성큼 걸어서 왕의 방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문은 경외감을 주었다
입구에 서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열려라.”
너폴레옹은 목걸이를 표식에 끼워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