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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44화 (244/253)

244화

## 244

즁 제국의 왕 대도독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계속 이기고 있었고 하루하루 전진하고 있었지만, 속이 개운하지 않았다.

대승이 없어서일까? 상대는 약을 올리기라도 하는 듯 계속해 뒤로 조금씩 후퇴할 뿐이다.

“왕 공!!”

후방에서 한 무리가 다가왔다.

입고 있는 옷들은 관복이었지만, 꼴은 완전히 거지꼴.

“아니. 다들 폐하를 보필하지 않고 여긴 어인 일이오?!”

즁 제국의 핵심 신하들.

벼슬은 그다지 높지 않을지라도 한가닥하는 권력의 중심이었다.

그런 그들이 최전방 전쟁터에 나타났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그것이…….”

다들 쩐다 왕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다들 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지.”

그때 한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이들 중 가장 높은 관직에 있는 자였는데, 평소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관리 중 그나마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인물이었다.

즁 제국의 관직자 중 유일하게 청렴하다고 알려진 인물.

“그러니까. 어찌 된 일이냐면…….”

그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왕 대도독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수도가 적들의 손에 들어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단 말.

그나마 다행이라면 황제가 피신했다는 점이다.

“하아…….”

왕 대도독은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적들이 왜 저리 행동하는지 알 것 같았다.

기만이었다.

“어서 돌아가야…….”

“반격을 해야 합니다.”

“그렇소. 여기 있는 병력이라면 수도도 탈환하고. 후방을 어지럽히는…….”

등등의 말이 많았지만, 쩐다 왕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10만이라…….”

그는 말없이 홀로 생각에 잠긴 듯했다.

10만 중 절반인 5만의 병력만 즁 제국의 입구인 산해관에 배치시켜도 넘기 힘들다.

물론 여기 병력이 50만에 가까우니 시간을 들인다면 천혜 요새인 산해관이라 할지라도 넘을 수 있다.

문제는 30만의 적들이 가만히 둘까?

“낭패로군.”

후방이 무너졌다.

50만에 달하는 병력의 보급은 어찌하랴.

거기다가 적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공세를 해 올 것이다.

또한 돌아가는 길은 평야.

기병들이 설치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시오. 어서 돌아가야 한다니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관리 중 하나가 소리쳤다.

“뒷돈을 받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데만 재능이 있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뭐어?!! 말 다 했소?!”

왕 대도독은 무심한 눈으로.

스릉!

허리춤에서 칼을 뽑더니 그대로 그의 목을 그어 버렸다.

“컥!! 커어어억!!! 왜…….”

죽어 가는 와중에도 모르겠다는 눈치.

왕 대도독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염치도 없는 것들. 다들 죽여라!”

“네……?!!”

“내 명령이 말 같지 않은가!”

“조… 존명!”

막사를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무기를 빼어 들었다.

“자… 잠깐. 왜 이러시오. 대도독.”

“마… 말로 합시다.”

“그렇소.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그러나 대도독은 뒤로 돌아 의자로 걸어가며.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존명!!”

냉정한 그의 말에.

샥!! 샤샤샤샥!!

순식간 즁 제국을 좌지우지하던 대단한 관직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들 문관 출신이라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했다.

“대도독.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죽인 호위들도 불안에 떨었다.

저들이 누구인지는 그들도 잘 알았기에.

* * *

산해관.

즁 제국으로 들어가는 천혜 요새.

리안은 성벽에 올라 적들이 오기까지 기다렸다.

“폐하. 서신이옵니다.”

여진 족장 중 하나가 리안에게 다가왔다.

경기병으로 여진족 중에서도 빠르기로 유명한 부족이었다.

“항복이냐. 저항이냐. 아니면 배신이냐.”

리안은 그가 건넨 종이를 펼쳐 보았다.

그것은 왕 대도독의 항복 문서였다.

구구절절하게 리안을 찬양하며 병사들의 생명을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공격하지 말고 요 앞까지 보내 주라고 전하세요.”

“알겠나이다. 황제 폐하.”

족장은 공손하게 대답한 뒤 자신의 부족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투트트트!

전령이 떠났다.

왕 대도독이 이끄는 대군이 산해관 앞까지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일주일 정도.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는 대군을 두고 홀로 성벽 앞까지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

“그래. 항복을 한다고?”

“그렇사옵니다. 더 이상 즁 제국은 미래가 없나이다.”

“미래가 없게 만든 이 중 한 명이 그대인 걸로 알고 있는데?”

“변명하지 않겠사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부패한 간신들을 견제하기 위해선 소신도 힘을 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 독이 되었다는 말.

“변명도 그럴싸하게 하는구나.”

“백성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리하였나이다. 즁 제국이 황제 폐하께 온전히 넘어가는 순간 저는 모든 것을 놓고 재야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구나.”

리안의 말에 왕 대도독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말했다.

“영웅이 이 땅에 오셨으니 소신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으나 약간의 노파심 때문이옵니다.”

“그래. 무엇인가? 그 노파심이.”

“소신이 물러나면 병사들은 불안에 떨 것이며, 기회가 나면 탈영을 할 것이옵니다.”

그럴싸한 이야기다.

50만의 병력을 가져다 바친 최고 지휘관도 버려지는데, 자신들에게 기회가 있으랴.

언제 화살받이로 쓰이며 버려질지도 모른다.

“또한 여진족은 너무 난폭하옵니다. 최대한 온건하게 점령하여 한 명의 백성이라도 더 살리려는 소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것도 말이 된다.

여진족만으로 넓은 즁 제국을 점령하려면 과격해질 수밖에.

특히나 겁을 먹은 즁 제국의 백성들이 저항할지도 모른다.

“소신과 즁 제국의 병사들을 앞장세우신다면 많은 도시들이 마음을 놓고 성문을 열 것이옵니다.”

“좋다.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겠다. 다만, 그대의 병력이 많으니 편제는 우리가 관여하겠다.”

“뜻대로 하시옵소서.”

왕 대도독과 지휘부는 완전히 무장 해제하고 스스로 인질이 되었다.

산해관을 넘어간 뒤 말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또한 병력들을 잘게 쪼개어 35만의 여진 병력의 아래로 편재했다.

물론 감시하는 병력보다 많은 병력을 아래에 둘 수 없었기에 15만의 병력은 다시 왕 대도독에게로 돌려주었다.

“소신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그렇게 그는 15만의 병력을 이끌고 서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런 그를 보며 여진족 부족장 중 하나가 리안에게 물었다.

“저대로 남진하여 즁제국 황제에게 합류하는 것은 아닐는지 의심이 되옵니다. 폐하.”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데. 아마도 저놈은 서촉으로 갈 거예요.”

“서촉이라면…….”

“거기서 자기만의 제국을 세울 생각이겠죠. 그곳은 지형이 험하여 적은 병력으로 수비가 가능하고. 중앙에는 드넓은 평야가 있어 식량이 모자라지 않고. 비단을 생산하기에 군비를 모을 수도 있어요.”

“그럼 막아야지 않겠습니까?”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서 15만을 이끌고 거기에 박혀 준다니 우리야 고맙죠.”

통제가 힘든 병력만 걸러서 그에게 넘겨줬다.

“모든 지휘관을 불러 모으세요. 빠르게 남진하여 강남을 정복할 겁니다.”

“존명!”

왕 대도독은 또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과연 서촉 지역에서 저들을 온전히 받아 줄까?

웃긴 것은 왕 대도독이 진화한 반란군들이 이미 그곳에 들어가 웅크린 상태다.

‘15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

10만으로도 그들을 깨부쉈으니.

그런데, 수도가 점령되어 폐허가 되었으며 권신들이 처참하게 몰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거다.

특히나 여진족들은 즁 제국에서 악명이 높았다.

“선장. 정말 괜찮겠어?”

항법사가 지도를 펼쳐 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분지 형태의 지형이라 그곳에 적들이 박히면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그곳 호족들이 반란군들과 손을 잡았을 거예요.”

“아……!”

왕 대도독은 절대로 쉽게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반란군과 호족들 입장에선 왕 대도독이 리안에게 항복했다고 생각할 테니.

“격렬하게 저항하겠군.”

“네. 그래도 왕 대도독이 이기긴 하겠지만, 서촉에 입성하는 순간 우리는 강남을 먹고 그곳으로 향하겠죠.”

저항할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기는 소임을 다했다고 하지 않겠어?”

“뭐. 그땐 약속한 대로 은퇴시켜 주면 되죠.”

적보다 아군이 더 피해를 줄 때가 많다.

왕 대도독은 그런 간신 중 한 명이었고.

“그래도 서촉을 먹은 공이 있는데.”

“저놈이 경로를 이탈하는 순간 다른 뜻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예요.”

“하긴. 그것도 그렇구만.”

“가죠. 빨리 즁 제국을 접수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동방을 통일해도 게임 엔딩 클리어 조건에 들어간다.

다만, 동북아가 아니라 동방 전체를 통일해야 하니 난이도는 거기서 거기다.

동남아는 열강들이 식민지를 건설했으니 그곳까지 손에 넣으려면 그들과 싸워야 한다.

율 대륙을 통일하나 동방을 통일하나 매한가지.

그래도 즁 제국을 먹은 뒤 율 대륙을 통일하는 것이 오히려 난도가 낮았다.

* * *

리안이 즁 제국의 강남을 손에 넣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즁 제국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강을 경계로 방어선을 펼쳤다.

과거 유목민족들이 즁 제국의 본토를 공격했을 때도 강을 기점으로 방어 라인을 만들었고 효과도 있었다.

기마민족이라 수전에 약했고 강을 쉽게 건널 수 없었으니. 그러나.

퍼버버버벙!!!

리안의 군함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 그들의 방어 라인을 무력화시켰다.

후방으로 대규모로 상륙 작전을 펼쳐서 교란을 해도 되지만, 이번에는 정면으로 치고 나갔다.

-빠르게. 더 빠르게. 쉬지 않고 남쪽 끝까지 달려라.

후방에 상륙 작전을 해 봐야 동선이 꼬여서 정복날짜만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정면에서부터 때려 부숴 말을 몰아가면 적들은 쉽게 대응하지 못한다. 아니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저들에게는 병력을 훈련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끼이이익!!

강을 건너자마자 4방향으로 병력을 나눠서 보내니 도시들은 저항하지 않고 문을 열어 항복했다.

저항을 했다가는 수도 꼴이 날 것이 뻔했기 때문.

항복한다면 자비를 베푼다는 제안을 했다.

실제로 항복을 한 도시를 약탈하지 않으니 다음 도시부터는 소문이 돌아 프리패스였다.

“폐하!! 전선에서 이것을 보내왔나이다.”

리안은 또다시 도망가 버린 황제의 임시 황궁에서 놀고먹는 중이었다.

굳이 본인이 가지 않아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계속 이동만 하는 지루함의 연속일 터.

끼리릭!

수행 중인 호위들이 상자를 열자 목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러게 왜 도망가서는.”

들어 보니 죽임을 당해 산속에 버려진 것을 추격대가 수습해서 가지고 온 것이란다.

아마 황제를 수행하던 자들이 황제를 죽이고 재물만 가지고 도망간 모양.

“기후 백작에게 전하라. 빠르게 정리하라고.”

“존명!!”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즁 제국이 손에 들어올 것이다.

* * *

잉글슨의 왕궁.

그곳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느라 바닥에는 시체들로 즐비했다.

“아아.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리안의 말대로 반란이 일어났고. 해리 78,900세가 즉각 대응을 하여 반란군들을 뒤통수를 후려쳤다.

정리하자면. 반란군은 국왕과 국왕파 신하들을 죽였고. 해리 78,900세는 반란군들을 죽였다.

어떻게 보면 어부지리라고 할까.

“미치겠군. 언제 돌아오시려나.”

잉글슨의 국왕이 된 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문제는 스랑이다.

처음에는 스랑의 반란군들이 황제를 죽이고 공화정을 수립하자 주변국의 왕들은 즉각적으로 스랑을 공격했다.

공화정에 두려움을 느껴서였다.

자신들 나라의 백성들이 공화정의 사상에 오염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아펜니노 반도가 저들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벨 왕국의 일부도 점령했습니다.”

“그놈의 이름이 뭐라 하였더냐. 이 사달을 만든 그 어린 장군 말이다.”

“너폴레옹 보나파이터라고 합니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패배를 몰랐다.

-내 사전에는 불가능은 없다.

라고 외치며 적의 허를 찌르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천재적인 젊은 장군에게 수많은 명장들이 패배했다.

스랑의 푸른 물결이 율 대륙을 물들이며 퍼져 나갔다.

스랑 제국 시절에도 하지 못했던 업적.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계속해서 갱신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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