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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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미샤호는 곧장 즁 제국의 앞바다로 이동했다.
수도와 가까운 바다였기에 곧장 즁 제국의 수군이 다가왔다.
펄럭!
고잉미샤호가 하얀 깃발을 올리자 저쪽도 기함이 흰 깃발을 올리고 다가왔다.
“나느 대 즁제국의 대제독이다. 소속을 밝혀라!!”
수군 대제독은 고잉미샤호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가순신이 갑판으로 나갔다.
느긋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나는 대 레온 제국의 극동 총사령관 가순신이다!”
“그… 그대가?!!! 그보다 제국? 무슨 말이지…….”
수군 제독의 수염이 움찔거렸다.
가순신에 대해서는 즁 제국에 널리 퍼졌다.
원래라면 여진족이 후금이라는 나라를 세웠고. 즁 제국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는데, 패배하였고 이제 전면전만 남은 상태.
-후금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놈들이 그렇지. 어떤 자라 하던가? 회유는 할 수 있고?
즁 제국은 유목민족인 여진을 당근과 채찍으로 다스려 왔다.
그들이 뭉치게 되면 즁 제국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위력적이니.
즁 제국의 모든 이목이 북방으로 향했다.
-그… 그것이. 조선국의 장수였던 가순신이 그들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조선국?!! 그놈들이 감히.
즁제국은 여진족만큼이나 조선국도 의식했다.
자신들을 상국이라며 모시지만,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니.
-조선국이 북방을 평정하면 위험하다.
여진족들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말을 타며 싸우는 것밖에 없지만, 조선국은 다르다.
북방이 그들 손에 들어간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다.
-그게… 조선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하옵니다.
-그럼 가순신이 독단적으로 북방을 손에 넣었다고?!
-야인 여진들은 규합해 후금에 대항했다고 하옵니다. 그 배후에는 레온 공국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온데.
-그건 또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즁 대륙도 나름 정보가 있었다.
서방에 있는 가장 세력이 큰 국가가 잉글슨 왕국, 스랑 제국, 신센롬 제국 정도이며. 요즘 들어 서북 방면에서 종종 루스 제국인들도 보이는 정도.
-잉글슨 왕국의 속국이라고 합니다.
-뭐라?! 요즘 굽신거리며 우리에게 물건을 사 가는 그놈들? 당장 그놈들을!!
-고정하시옵소서. 속국이긴 하나 외교적으로 독립을 해서…….
황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우의 나라가 잘못하면 상국이 교육을 똑바로 시켜야지! 당장 광둥에 사람을 보내어서 잉글슨의 상선들에게 경고를 하라고 전하라.
-뭐라고 이르면 되겠나이까.
-레온인가 뭔가 하는 공국이 우리의 북방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 즁 제국에서 상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이 소식은 모든 고위 관료들의 귀에 들어갔다.
당연히 이곳에 있는 대제독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그대는 감히 소국의 신하로서 대국에게 대항을 하는 것인가? 왜국과 싸울 때 병력을 파견해준 상국의 은혜도 모르고!”
“누가 대국이고 누가 소국이란 말이오?”
가순신은 대제독에게 말했다.
“당연히 즁 제국이 대국이고 조선국이 소국이지.”
“본인은 더 이상 조선국의 신하가 아니오. 그러니 조선국과 엮지 마시오.”
“아. 그렇지. 그래 레온 공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를 섬긴다지?”
“레온은 공국이 아니라 제국이오. 대제독.”
대제독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분명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도 제국이라 했다.
“흥!! 내가 아무리 이곳에 있다 한들 귀가 어둡지 않거늘. 율 대륙이라는 곳에 3대 국가에도 들지 못하는 조그마한 공국이 어디서 제국을 참칭하는가! 거짓말을 하면 제대로 할 것이지. 내가 그런 것에 속을 반푼이로 아는가!”
“레온 제국은 신센롬 제국의 유지를 이어받는 국가이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길 바라오.”
“흥!! 우리는 중원을 가진 제국이다. 아무리 레온이 제국이라 해도 바뀔 것은 없다!!”
대제독은 콧방귀를 꼈다.
서방의 배들이 크고 대단하긴 했지만, 자신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바다에 관심이 없어 등한시했을 뿐이다.
세상의 중심이 즁 대륙이니 저들도 이곳까지 와서 제발 물건을 팔아 달라 애원하지 않는가.
“언성을 높이지 마시오. 이곳에 황제 폐하께서 계시오니.”
“뭐… 뭐라!!”
그때 선교에서 젊은 청년이 느릿하게 밖으로 나왔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을 줄 알았는데, 황제치고는 간편한 복장이었다.
“예를 다하시오. 대제독. 이분은 대 레온 제국의 황제 폐하이시오.”
“흥! 나는 오랑캐의 황제 따위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그 말에 리안은 입꼬리를 올렸다.
“내 그대의 황제에게 전할 말이 있어 직접 왔는데, 대접이 이래서야. 그대의 황제는 자신의 개도 제대로 교육할 줄 모르는 얼간이인가 보군.”
“지… 지금!! 그걸… 당장 취소해라! 오랑캐의 황제!”
“거참. 일단 너희 황제를 대신해 내가 교육을 좀 시켜 줘야겠군. 내 조련비는 좀 비싼데. 물러나라 30분 뒤 참교육을 시켜 줄 터이니.”
“흥! 누가 겁먹을 줄 알더냐. 저 뒤에 몇 척의 배를 믿고 까부나 보지. 내 너를 잡아 저잣거리에서 구경거리로 만들어 주지!”
그렇게 대제독은 저 멀리 물러났다.
덩치가 작았지만 배의 숫자가 무려 70척에 달했다.
그 반면 이쪽은 고잉미샤호를 포함해 6척이 전부였다.
“주군. 괜찮겠습니까?”
주변 지형은 탁 트인 바다뿐.
아무리 이쪽의 신형 전함이 대단하다 한들 저 많은 배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 마세요. 그러고 보니 신형 전함이 싸우는 건 처음 보겠네요.”
“마포의 크기가 참으로 크긴 합니다. 저게 정말 발사되는 것입니까?”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겨우 6척의 배들이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살짝 뒤로 휜 것이 학인진과 비슷해 보인다.
둥~! 둥~! 둥~!
즁 제국의 배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선교로 들어온 리안이 각 배들에 명령을 내렸다.
“기다린다.”
레온 제국의 배들은 깃발을 휘날리며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실전이 처음인 병사들은 살짝 겁에 질리기도 했다.
-저… 정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배는 율 대륙의 배들과도 싸워도 거뜬하게 이길 수 있게 만들어졌으니.
적선들이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그보다.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지가 언젠데 왜 발사를 안 해?
다른 배의 병사들이 불안해했지만, 리안은 생각이 있었다.
압도적인 사거리와 화력을 너무 빨리 보여 주면 다 도망가 버릴까 걱정해서다.
이쪽은 숫자가 적어서 추격을 해도 몇 척 부수지 못한다.
“적 기함만 빼놓고 모두 조집니다. 천천히 후진하며 발사하세요.”
“후진하며! 발사!!”
리안의 말을 통신 마법사가 옮겼다.
6척을 배들이 후진을 하며.
펑!! 퍼버법벙!! 퍼버버버벙!!!
일시에 발사했다.
콰과과과광!! 화르르르!! 쩌어어어억!!
평온한 바다가 지옥으로 변하는 데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일제히 발사된 포탄들이 적선들을 뚫고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관통했다.
“뭐… 뭐야?!!!”
즁 제국의 대제독은 부서져 나가는 아군의 배들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어서! 어서 추격하라!! 속도를 높여라!!”
“알겠습니다.”
둥! 두두두둥!! 두두두두두둥!!!!
기함에서 힘껏 북소리를 높였고 다른 배들도 즉시 그 북소리에 맞춰 장단을 맞췄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였고 즁 제국의 모든 배들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뭐야!! 왜 좁혀지지 않는 거야!!”
“저… 적들도 뒤로 물러나는…….”
“그걸 말이라…….”
콰과과과광!!!
그러는 와중에도 레온 제국의 배들에 달린 거대한 마포들이 불을 뿜었다.
그것들이 쏟아 내는 포탄들은 그 크기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쩌저저저적!!!
배들이 쪼개지며 파편이 비산했다.
두 번째 공격부터는 침몰하는 배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U’ 모양의 학인진에서 화망을 구축했기에 사방에서 포탄이 날아오는 느낌.
“대… 대제독!! 일단 뒤로 물리심이!”
“으아아악!!! 빌어먹을. 저런 오랑캐들에게!!! 배를 돌려라. 후퇴한다!!!”
이대로는 힘들 것이라 판단한 대제독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펑!! 퍼버벙벙!!
레온 제국의 배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공격했다.
전투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제… 제독!”
주변에 남은 함선은 기함뿐이었다.
80척의 대함대가 반토막이 나는 데는 단 두 번의 공격 때였고. 그것이 다시 반토막 나는 데는 네 번째.
나머지 배들은 뭉쳐있지 않아 그나마 오래 걸린 것이다.
펑!!!! 펑! 퍼어어엉!!
기함의 나아가는 경로 앞쪽에 물보라들이 올라왔다.
충분히 맞출 수 있지만, 경고하는 것이었다.
“깃발을 올려라.”
아드드득!!
대제독의 이빨 가는 소리.
홀로 남은 기함에서 흰 깃발이 올라왔다.
그 주변으로 6척의 배들이 거리를 두고 포위했다.
겨우 6척이었지만, 수백 척의 함대를 보는 듯한 압박감.
“검을 가져와라.”
“서… 설마.”
“어차피. 오랑캐의 황제만 잡아들이면 된다.”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 마라. 나는 즁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검사이니.”
대제독의 눈에 안광이 반짝였다.
자신은 화경을 앞둔 실력자. 화경은 율 대륙에서 소드마스터의 경지다.
그는 앞으로 한 개의 벽만 넘으면 소드 마스터에 오를 예정이었다.
앞으로 1~2년 정도. 시간문제다.
끼르르륵!
기함이 멈추고 고잉미샤호가 접선을 했다.
쿵!
두 배가 나란히 붙자 대제독은 검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오랑캐들의 해군이 항복할 때 선장의 검을 상대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다지?’
그는 그리 생각하고 오랑캐의 황제에게 다가갔다.
오랑캐 황제인 리안은 그걸 흥미롭게 바라봤다.
물론 행동이 퍽이나 수상하여 가순신에게 신호를 미리 주었다.
“죽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는 커다란 검을 휘두르며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리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였다.
느릿하게 입 모양이 보인다.
-연기가 어설퍼.
그 이후로 대제독의 눈앞에서 리안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리안과 대제독 사이에 가 순신이 끼어든 것이다.
퍽!!!
가 순신은 가볍게 대제독의 배를 무릎으로 찍어 버렸다.
꾸에엑~?!
자신은 즁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다.
그런데 겨우 소국 출신의 장군에게 이런 식으로 막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철퍼덕!
가 순신은 그대로 대제독의 머리끄덩이를 잡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그 위에 올라타 볼 따귀를 계속해서 날려 댄다.
마치 동네 아이 싸움처럼 보였지만, 볼 따귀의 위력은 일반 사람을 죽일 정도다.
짝!
“이런. 끄악!”
짝!!
“비겁!!! 으으아아악!”
짝!!
“네가. 그러고도 무인… 웁!!”
짝!!!
“그만!!”
짝!!! 짝!!! 짝!!!!
“그마아아안… 제발… 으악!!”
계속해서 뺨을 맞으니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런 식으로 죽는다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
대 즁 제국의 대제독이 뺨을 맞아 죽는다니.
“그만하세요.”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치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에 애착이 생겼다.
털썩!!
가순신은 대제독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무릎 꿇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내렸다.
“이제 좀 얌전해졌네.”
“황… 숑… 합… 니… 댜.”
대제독은 주둥이가 붓고 이빨이 몇 개나 부러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오랑캐의 황제답게 항장에 대한 예의 따위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이 먼저 달려들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억울했다. 자신은 억울하게 치욕을 당한 장군일 뿐.
너무 충격적이라 스스로를 속이는 중이었다.
“내 서신 하나를 써 줄 테니. 네 주인에게 전하거라.”
리안이 대제독의 앞에 서신을 하나 던졌다.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자신은 자결을 해서 명예를 되찾고 싶지만, 이 서신과 적들의 위력을 황제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대답!”
“아… 알겠… 샤옵… 니다…….”
그렇게 대제독은 자신의 배로 돌아갔고.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갔다.
“저들은 주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알아요.”
멀어지는 즁 제국의 전함을 보며 미소를 짓는 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