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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38화 (238/253)

238화

##238

노르망 공작령의 수도 루앙에 소식이 당도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소식이란 것은.

“보고드립니다. 르아브르 항구에 대규모 상선이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다 합니다.”

르아브르 항구는 북쪽 잉글슨 해협과 연결된 세느강의 하류에 위치했다.

노르망 공작령 물류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곳.

“다른 항구들도 개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도 없이 상선들이…….”

리안은 밀라노정 상단에 요청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상선들을 동방으로 보냈다.

밀라노정 상단은 요청을 받아들여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상단에도 연락을 취해 끌어들일 수 있는 상선을 전부 끌어들인 상태.

율 대륙이 오랜 전쟁으로 경기가 약해지자 수송선에 대한 수요가 많이 약해진 터라 응하는 상단이 많았다.

거기다가 동방으로 가는 비용 전부를 리안이 댔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상선의 계약은 대략 이랬다.

화물칸의 2/3를 리안이 빌리는 형태로 그곳에 식량을 사 올 것.

나머지 1/3은 무엇을 싣든 관여하지 않는다.

“허…….”

“도대체…….”

해적왕과 기후 백작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동방은 위도가 낮아 일 년에 3~4모작이 가능한 동네가 많거든요.”

다만.

“대부분의 곡물은 밀이 아니라 쌀입니다. 빵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조리를 해야 할 겁니다.”

“입에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빵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기후 백작은 그게 무슨 대수라는 듯 말했다.

당장 굶어 죽게 생긴 판국에 음식의 취향은 사치에 불과하니.

“아일리 섬에서 감자도 대량을 들어올 겁니다.”

“그곳은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까?”

“아니요. 품종 개량이 이루어졌거든요.”

리안에게는 독왕 형제가 있었다.

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감자를 개량했다.

“북신대륙에서도 제법 많은 식량이 들어올 겁니다.”

리안이 차지한 북신대륙의 플로리다 지역에서 집단 농장을 만들어 놨었다.

물론 이것은 세바스의 역량이 컸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 * *

뜨거운 태양처럼 한 달 반의 시간은 빠르게 타올랐다.

율 대륙은 유례없는 흉년에 모두 충격에 빠졌다.

날씨가 좋지 않아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빵을 달라!! 빵을 달라!!!

가장 타격을 심하게 입은 것은 스랑 제국이었다.

나라가 크다 보니 기민한 대처가 힘들었다.

오랜 전쟁으로 부정부패가 심했고.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흉년까지 겹치니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은 형편이 없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그게 아니면 고기라도…….

황후가 이런 말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진짜로 이런 개념 없는 말을 할 정도로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유언비어.

-시민들이여. 언제까지 저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

분노하는 시민들을 선동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해변에 아직 소년의 티를 다 벗지 못한 청년이 서 있었다.

특이하게도 장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는 중해를 바라보며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휴가를 받아 집에 들르기 전 좋아하던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긴 것이다.

“이 목걸이는 도대체…….”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 누구냐?!!”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또래의 청년을 보며 놀라는 너폴레옹 보나파이터.

리안이 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저 목걸이 덕분이었다.

예전 이교도들의 우물에서 발견한 성물.

대피라미드 왕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

그 덕분에 교황청은 곤혹을 꽤 치렀다.

가짜라는 것인 줄도 모르고.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있군요.”

“누구냐고 물었다.”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것은 내가 그대에게 무얼 해 줄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너폴레옹은 리안을 보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곳은 중해에 있는 스랑 제국령 섬이다.

변방 중에서도 변방으로 취급되는 곳.

“단단히 미친 모양이군.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가?”

“보나파이터 가문의 차남. 스랑 제국의 포병 장교. 휴가차 고향에 방문.”

“그렇다면 이 섬에서 내게 무언가를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 섬의 주민들은 모두 가난했다.

그것은 너폴레옹 자신의 집도 마찬가지였지만.

복무 중에 받은 월급 대부분은 동생들을 위해 집에 보내 왔다.

“난 이 섬의 사람이 아니니.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일단 이야기 먼저 들어 보시죠.”

“좋아. 뭘 해 줄 수 있지?”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커다란 상자를 내려놓았다.

해변의 모래가 심하게 파이는 걸 봐선 상당히 무거운 것이 들었으리라.

“열어 보시죠.”

너폴레옹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시키는 대로 했다.

달가락!!

상자를 열다가 속의 내용물을 보고 놀란 너폴레옹은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 속에 물체가 햇빛을 반사를 받아 황금색으로 번질거렸다.

“500골든입니다. 백작가의 1년 순수익 정도 되려나.”

1골든은 1,000페니.

엘리트들이라 불리는 성직자들의 1년 수익이 약 천 페니 정도였고, 기사가 3달에 2천 페니 정도를 벌어들인다.

1,000페니는 싸구려 오토호스 한 대를 살 정도의 돈.

“너… 넌… 아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너폴레옹은 왜 하급 포병장교인 자신에게 이런 돈을 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거금은 아무리 봐도 현실감이 없다.

“그냥 공화정을 매우 싫어하는 집단의 구성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이 땅에 공화정 국가가 존속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런 분이 왜 제게 돈을…….”

“우리는 당신뿐만 아니라 유능하고 야심 많은 젊은이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거짓이다.

리안은 너폴레옹 외에 돈을 뿌리지 않았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많은 상선들을 고용했기에 아무리 돈이 많은 리안이라도 그렇게 쓸 돈이 없었다.

‘낚여 주면 좋고. 아니면 생고생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리안을 곰곰이 바라보는 너폴레옹.

“이 돈을 받는 대가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그게… 무슨……!”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대가 스랑 제국의 정점에 올랐을 때 공화정을 무너뜨려 준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준 돈을 아깝지 않게 생각할 것입니다.”

리안의 말에 너폴레옹은 침을 삼켰다.

저 돈만 있다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권력을 가까이하세요.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펼치세요. 저 돈이 당신의 등에 날개를 펼쳐 줄 겁니다.”

“조… 좋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나면 나는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으니 후회하지 마세요.”

“그런 걱정은 마시길. 그럼.”

리안은 그런 그를 두고 천천히 걸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폴레옹은 끝까지 리안의 등 뒤를 주시했다.

너무 큰 돈을 주고 간 터라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

완전히 리안이 사라지자 그는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그러다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자를 감싸 안았다.

‘어서 집으로 가자.’

생각해보니 너무도 큰돈을 자신이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볼까 걱정이 되었다.

일반인에게 이 돈은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는 거금.

“어머니!!!”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너폴레옹.

“언제 오나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구까지 나가 볼까 생각하다가 네 형이 갔단다.”

“형도 집에 와 있습니까?”

“그래. 공부를 마치고 왔단다. 그보다 어서 들어가자꾸나.”

그의 형은 명문이라 불리는 피사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도대체 너는 어딜 다녀온 거더냐.”

한참이 지나서 그의 형은 집으로 돌아왔다.

항구를 뒤져 봤는데, 너폴레옹을 찾지 못해서였다.

“형이랑 놀던 장소.”

“네 나이가 몇인데. 어휴.”

형의 한숨에 너폴레옹이 웃음을 지었다.

두 형제는 오랜만에 만났기에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생각보다 우애가 나쁘지 않았다.

“형. 지방 의원에 나가는 건 어때? 형은 엘리트잖아.”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지.”

“내가 후원자를 찾아볼게.”

“뭐? 네가……?”

“일단 돈만 있으면 지방 의원에 출마하는 거다.”

“뭐. 알겠다.”

밤이 깊어지자 침실로 향했고. 침대에 걸터앉은 너폴레옹은 장대한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돈이 생기자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평소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의식이 강해도 매우 강한 인물.

가뜩이나 그런 사람의 손에 이상한 목걸이가 들어갔다.

-뭐야!! 이건…….

너폴레옹은 목걸이의 정체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신문에서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보게 된 것.

-신의 무기 롱기루스의 창.

자신의 목걸이는 대 피라미드 왕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모조품이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했다.

진품은 교황청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하니까.

-서… 성수를 사러 왔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 보고자 했다.

태양신 쥬를 모시는 사제에게서 성수를 구입해 목걸이에 떨어뜨려 보았다.

우우웅~!

그러자 은은한 빛을 뿜었다.

가품이 아니라 진품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참고로 교황청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리안은 가품에 보관에 쓰였던 상자의 물질을 섞은 터라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교황청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것이 가품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놀란 너폴레옹은 즉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만약 자신이 대피라미드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가게 된다면? 그리고 그 무기를 손에 넣게 된다면? 어쩌면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내가 황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그였다.

* * *

리안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신센롬 제국이었다.

율 대륙 최고의 신문사 데빌즈 헌터에 따르면.

-여제의 건강에 적신호?

신센롬 제국의 여제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며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다.

리안은 너폴레옹을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신문을 읽게 되었다.

‘대충 그럴 때가 되긴 했네.’

여제 테레지아는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

로이센 왕국과의 전쟁으로 그녀는 많이 쇠약해졌을 거다.

“아니. 공왕 전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홀로 신센롬 제국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황태자 레오폴드는 놀라서 황궁의 정문까지 달려 나와 맞이했다.

지금 그는 매우 고민이 많았다.

철혈 여제라 불리는 어머니는 쓰러졌고. 연방에 속해 있던 여러 왕국들은 탈퇴했으며, 급기야 슐 지역까지 독립해 버렸다.

‘어머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황위를 물려받아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여제께서는 어떻습니까?”

“며칠째 의식이 없으십니다. 3일 전이 마지막으로 깨어나셨는데…….”

몸 관리를 잘하면 수명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가 되면 교황이 직접 와서 치료한다 해도 손쓰기가 힘들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황태자 전하.”

“이런 때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온 전하.”

여기까지 왔는데, 여제를 만나지는 못했다.

의식이 없어서 만나 봐야 소용이 없기에.

“서방님!!”

리안이 왔다는 소식에 앙드네드도 급히 리안을 찾았다.

‘어린아이는 빨리 자란다더니.’

거의 중학생에 가까운 외형.

이유는 간단했다.

봄의 여신 이스트의 가호를 받는 앙드네드의 육체와 정신의 성장 속도는 일반인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앞으로 1~2년만 지난다면 성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결혼하는 것은 현대인의 정신이 남아 있는 리안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여제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때 희소식이 들려왔다.

솔직히 리안은 이제 깨어나지 못할 거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

“여제께서 찾으십니다.”

막 깨어난 그녀에게 리안이 왔다는 것에 급히 리안을 찾았다.

아마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여제의 침실로 가까워질수록 짙은 죽음의 향기가 났다.

공기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표정에서.

철컥!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걸터앉은 여인이 보였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았다.

“어서 와요. 사위. 죽기 전에 그대를 보지 못할까 걱정이었습니다.”

“어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앙드네드가 여제에게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아가야.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내 몸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다.”

사실 앙드네드가 없었다면 여제는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앙드네드는 봄의 사제였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많은 신성력을 투자해 왔다.

“이제 정말로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나.”

여제의 말에 앙드네드와 레오폴트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다만, 그녀가 너무 슬퍼할까 봐 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위. 그대에게 부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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