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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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의 마총병들이 드럼 소리에 맞춰 전진하기 시작했다.
제식 훈련에 노력한 티가 났다.
타르르르르! 타타타타!!!
그걸 본 1만 2천의 남신대륙 병사들에게 하급 장교들이 연설을 했다.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 일단 녀석들에게 붙기만 하면 이긴다. 전진!! 전진!!! 돌격하라.”
반면 독립군 쪽은 진형이 엉망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근접 무기가 없는 적에게 일단 달라붙는 것.
와아아아아!!!
병사들도 자신이 있었다.
대부분의 전투는 근접전에서 결정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마총병들이 위협적이긴 했으나 창병들에게 보호받지 못한다면 쓸모 없는 병종이다.
이 시대의 기본 전법인 테르시오.
서로 접근하기 전까지 마총병들에 의해 쓰러지는 병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타다다다당!!!
어느 정도 두 병력의 거리가 좁혀지자 검은 병사들이 마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독립군의 병사들이 하나둘 나폴나폴 쓰러졌다.
일반적인 전투라면 이렇게 눈에 띄게 쓰러지지 않는다.
당연할 것이 테르시오를 구성하는 마총병 비율이 적었기 때문.
반면 지금 리안의 병사들은 마총병 비율이 100%.
타다다다당!!
연속해서 2파로 발사되는 마총.
3단으로 서서 차례로 발사와 장전을 교대로 했다.
적들의 입장에서 무한으로 마총이 발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붙어라!! 일단 붙기만 하면… 컥!!!”
하급 지휘관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그들도 탄에 맞아 쓰러졌다.
전투 시작 후 겨우 3분 만에 1/3의 병력이 나자빠졌다.
물론 일부는 스쳤는데도 놀라 넘어져 일어나지 않았다.
타다다다당!!!
점점 가까워질수록 쓰러지는 병력의 숫자도 적어지긴 했다.
서로 밀집해 있다가 듬성듬성해져서 그렇다.
지금 리안의 병사들은 제대로 조준해 쏘고 있지 않아서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아군이 쓰러졌지만 뒷사람에 밀려 앞으로 계속 전진해 왔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
근접 무기를 든 병사들도 붙기만 하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착검!!!”
현장 최고 지휘관인 샤로트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다른 하급 지휘관들도 그녀의 말을 좌우로 옮겼다.
착검!! 착검!!! 착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 명령에 모든 병사들은 허리춤에서 뾰족하고 긴 막대기를 마총 끝에 달았다.
어느 순간 마총 병들이 창병으로 변해갔다.
“2열까지는 전투!! 3열부터는 마총으로 엄호! 대열을 지켜라! 네놈이 빠지면 옆에 있는 동료가 죽는다.”
리안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고잉미샤호의 원년 멤버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마총이 아닌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뭐… 뭐야!!!”
전방에 있는 적들이 마총에 긴 꼬챙이를 꼽더니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걸 본 남신대륙 독립군들은 달리던 걸음이 약간 주춤해졌다.
고슴도치와 같은 적들의 위압에 질려 버렸다.
“젠장!!! 그래 봐야 제대로 된 근접 무기가 아니다!!!”
“전진!! 전진!!!”
여기서 등을 보여 봐야 마총에 맞을 것이다.
차라리 붙어서 싸우는 것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퍼버버버벅!!! 챙!! 챙!!
결국 양쪽 군대가 충돌했다.
그 와중에도.
타다다다당!!!
뒷열의 병사들이 마총을 적 면상 가까이에 대고 쏴 버렸다.
전열이 붕괴하면 앞 열의 병사들이 찌르거나 마총의 개머리판으로 휘둘렀다.
검은 피부를 가진 이들의 피지컬은 압도적이었다.
유연하고 강력했다.
콰아아앙!!
그때 팔짱을 끼며 구경 중이던 샤로트가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고.
기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전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와르르르!!!
독립군의 진영은 완전히 붕괴했다.
완전히 접근하기까지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잃은 데다가 근접 전투에서도 압도적으로 밀렸다.
그런데, 정령 갑옷을 입은 기사들까지 가세하자 물속에 들어간 설탕 덩어리처럼 녹아내렸다.
“도… 도망!! 컥!!”
맞서 싸우다 죽었고.
주춤하다가 죽었고.
등을 보이는 순간 죽었고.
도망치다가 죽었다.
일방적인 전투다.
아니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다.
“와아아아아!!!”
살아서 도망친 적들은 2천여 명이 채 되질 않았다.
도망가자 추격하지 않고 마총을 장전해 발사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이… 이것이 미래의 전투…….”
전투를 지켜보던 뽀느노 백작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전 병력이 마총으로 무장하자 접근도 전에 병력이 녹아 없어졌다.
“선장! 사상자 721명.”
기사 중 하나가 리안에게 보고를 했다.
“조금 더 나올 수도 있고.”
“오케이. 고생했어요.”
아직 손실 병력을 파악 중이었지만, 추가된다 해도 1천 명이 넘지 않을 거다.
아마도 사망자는 별로 없을 거다.
“경상자들은 뒤쪽으로 배치하세요.”
“알겠어. 그리 전할게.”
완벽한 승리.
검은 피부를 가진 이 병사들은 원래부터 사기가 높았는데, 지금은 하늘을 찔렀다.
“이 땅에 그대들의 가족이 평화롭게 살 것이다. 그러니 싸워서 쟁취하라.”
“와아아아아!!”
이들과 가족들이 이주한 땅은 남신대륙에 차고 넘쳤다.
인구가 모자라지 땅이 모자란 것은 아니니.
그럼에도 계속해 확장하며 식민지를 개척하는 이유는 자원 때문이었다.
“도련님. 재정비 끝났어요.”
샤로트가 최종적으로 보고를 해왔다.
“좋아. 나머지도 빨리 정리하자고. 뽀느노 장군님.”
“네. 공왕 전하.”
“요새에 5천의 병력만 남기고 빼 오세요. 그리고 1만 5천 병력을 3개로 쪼개서 사방으로 보내 항복을 받아 내세요. 큰 덩어리들은 내 병사들이 모두 정리할 테니.”
“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남신대륙의 반란을 본격적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리안의 부대는 2번의 전투를 더 치렀고 그때는 지형을 이용해 더 압도적인 전력으로 부숴 버렸다.
“샤로트. 맡기고 간다.”
“넵! 도련님.”
리안은 남신대륙의 일을 맡겨 놓고 홀로 북신대륙으로 이동했다.
펄럭!!
플로리다 지역에 도착한 리안은 곧장 날아서 이동했다.
스랑 제국에서 할양받은 곳으로 길게 생긴 반도라 접근도 좋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지금 플로리다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세바스였다.
할 일이 많아서인지 다크서클이 살짝 보였다.
“훈련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확실히 기본적인 피지컬이 남다르더군요.”
플로디아에서는 검은 땅에서 대량으로 노예를 사서 훈련시키는 중이었다.
땅은 넓은데 인구가 부족해서였다.
가족 단위로 사들였는데, 군인이 되면 가족을 자유민으로 풀어 주는 형식이었다.
군인도 얻고 부족한 인구와 노동력도 채우는 일석이조의 효과.
“얼마 안 있으면 전쟁이 북신대륙에 벌어질 겁니다.”
이미 리안이 스랑 제국과 맺었던 휴전 조약이 지나도 한참이나 지났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잉글슨과 스랑 제국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쪽 플로디아 쪽은 둘 모두 쳐다도 보지 않았다.
스랑 제국 쪽도 리안을 자극해 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잉글슨 쪽이 스랑 제국을 몰아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굳이 병력을 무리해서 키울 필요가…….”
“그다음은 독립하려고 할 테니까요. 조만간입니다.”
북신대륙 잉글슨의 식민지는 고통을 받고 있다.
군비는 군비대로 늘리고. 본섬에 보내야 하는 세금은 과중했다.
마른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오는 딱 그 짝이었다.
“그럼 맡기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전하.”
이번에 리안은 잉글슨으로 향했다.
“전쟁 반대!! 전쟁 반대!!!”
런던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피켓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잉글슨의 국왕이 전쟁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빌린 자금으로 섬이 가라앉을 지경.
“잡아!!!”
국왕은 반대 시위자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고.
치안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후… 개판이네.”
리안은 시위자들에 쓸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꿋꿋이 나아갔다.
그러다가 시위대를 뚫고 나가니 병사들과 마주쳤다.
후우웅!!
리안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 병사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당연히 그걸 맞기에 각성한 것이 아까웠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이리저리 피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뭐… 뭐냐!!!”
리안의 움직임에 군인들이 리안을 둘러쌌다.
“그냥 보내 줘. 시위랑은 상관없고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으니.”
품에서 귀족 증명서를 꺼내 보여 줬다.
마나를 흘리니 영롱하게 빛이 났다.
딱히 작위 같은 것이 적힌 것은 아니고 시청이나 항구 관리소에 가면 신분을 증명하면 발급해 주는 보급형이었다.
리안이 내민 것은 이벨 왕국에 있을 때 발급받아 놓은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기사 한 명이 다가와 사과했다.
일반적으로 저 보급형 증명서를 발급하는 귀족들은 잘 없다.
발급 비용이 매우 비쌌기 때문.
보통은 지방 귀족들이나 외국의 귀족들이 타국이나 수도에서 괜한 시비에 걸리지 않게 발급받는다.
“외국분이신 것 같은데 지금 런던은 시끄럽습니다. 실력이 좋으시더라도 혼자 다니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사정이 있어서요. 그보다 해리 78,900세 전하의 저택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병사 한 명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여정 되시길.”
“감사합니다.”
리안은 병사의 안내를 받아 해리 78,900세의 저택으로 향했다.
귀족들의 저택이 밀집한 곳이었는데, 아까 전의 거리와는 달리 매우 깨끗했다.
“신사님. 이곳이 해리 78,900세 전하의 저택입니다.”
병사를 따라오니 쉽게 저택에 도착했다.
굳이 시위대를 뚫고 나온 보람이 있었다.
사실 그들이 안내할 병사를 붙여 주지 않으면, 리안이 돈을 써서 부탁할 생각이었다.
“여기. 고생했어요. 동료들과 술이라도 사 드세요.”
리안은 적당히 병사에게 수고비를 줬다.
“오오!! 역시 잘생긴 인물만큼이나 마음씨가 넓으시군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떠나보내고 저택의 문 앞에 섰다.
공작의 저택인 만큼 문지기가 있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이곳을 찾는 귀족들은 마차를 타고 오기 마련인데, 리안은 종자도 없이 걸어왔다.
그럼에도 딱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데, 리안의 인물이 범상치 않아서였다.
“친척 리안이 찾아왔다고 전해 주세요.”
본인의 정체를 말해 주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문지기 중 하나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안으로 들어가 집사에게 전달했다.
“전하의 친척분 중에 리안이란 분이 계셨던가?”
“무슨 일인가? 집사.”
그때 눈이 퀭한 해리 78,900세 공작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친척분 중에 리안이란 분이 계시는지…….”
“리안???! 그런 사람은… 잠깐. 혹시?”
공작은 무언가 떠올라 창가로 가서 정문 쪽을 바라봤다.
“아!! 어서 안으로 모셔라.”
“네?! 아… 알겠습니다.”
공작의 반응에 집사가 직접 밖으로 나와 리안을 맞이했다.
도대체 누구길래 약속도 없이 이리 찾아오는 무례를…….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리안을 보는 순간 집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전… 전…….”
“쉿!”
자신을 알아본 걸 알아차린 리안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집사의 눈썰미가 제법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리안의 어린 모습만 기억하기 때문.
“공작 전하는 계십니까?”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리안은 곧장 그를 따라 들어갔다.
공작은 현관 입구까지 나와 리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지금 남신대륙에서… 설마 패배라도…….”
“아니요.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아서 샤로트에게 맡겨 놓고 왔어요.”
“아… 혹시 식사는…….”
“주시면 감사하고요. 생각해 보니 밥을 먹은 지가 좀 됐네요.”
리안은 공작을 따라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다.
적당히 밥을 먹다 보니 식당 문이 열리고 임산부가 들어왔다.
“주인님!!!”
살갑게 리안을 부른 이는 인어 아가씨였다.
결국 공작과 결혼해 아이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오오. 축하드려요. 공작 전하. 설마 인어 아가씨가 임신했을 줄은 몰랐네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다크서클이 심한 것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보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요즘 잉글슨이 많이 불안한 것 같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이제 한계입니다. 전하께서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파산할 겁니다.”
“네. 그렇게 되겠죠.”
“네?!”
리안의 말에 깜짝 놀라는 공작.
“이대로라면 공작님도 위험할지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