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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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보다 신대륙에 먼저 도착한 것이 있으니.
[남신대륙 집단 반란. 레온 공왕의 철퇴를 비켜 갈 것인가? - 데빌즈 헌터]
율 대륙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신문이었다.
-그놈이 온다고? 조금 위험한 것 아닌지…….
-그거 거품이라고. 애초에 남신대륙에는 거점도 없는데, 제깟 놈이 와 봤자지.
-잘된 것 아닙니까. 요즘 코파나 영지가 운하로 떼돈을 번다던데…….
-그놈을 잡아들이고 그곳도 함께 접수하면 되겠네.
남신대륙의 귀족들은 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벨 왕국에서 병력을 지원해 줬다지만, 대양을 둔 먼 거리.
대양을 항해하는 동안 병력들은 상당히 지칠 것이다.
뱃사람이 아니면 장거리 항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륙해도 보급 없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나 모르니 상륙을 대비해 놓는 것이 좋겠지요. 다들 일정 병력을 칙 공작령에 둡시다.
-하긴 거기만 잘 지키면 그놈도 어쩔 수 없을 거요.
* * *
남신대륙의 귀족들이 작당 모의를 하는 동안 리안은 검은 대륙의 아앙르 항구로 이동했다.
이전 칙 공작을 잡고 들린 곳이다.
“아이고!! 전하. 어서 오십시오!!!”
아앙르의 총독은 리안이 오자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리안이 개발한 진토닉 덕분에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벗어난 그였기에 리스펙이 과했다.
“노예들을 봤으면 합니다.”
“모시겠습니다.”
총독은 리안을 데리고 항구에서 조금 벗어난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일만 명 정도의 병력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 모두 검은 피부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 중간중간 하얀 피부가 박혀 있었다.
“도려어어언님!!”
리안을 발견하자 샤로트가 날아왔다.
따로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공기를 데워 몸을 띄운 것이다.
화르르르~!!
으아아악!!!
샤로트가 지나가자 화끈한 열기에 병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검은 피부의 병사들 대부분은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었다.
“고생했어.”
“그럼 보상으로……!”
샤로트가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스윽!
리안은 샤로트의 머리를 슬쩍 옆으로 밀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신컨의 재가 리안에게 예를 올렸다.
“훈련 상태는 어떻습니까.”
“사기가 높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부족을 재건하게 해 준다고 하니. 훈련에 열정적으로 응했습니다.”
“사격은 어떻습니까?”
“처음 마총을 쏴 보는지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어차피 집단 사격을 하는지라 앞으로 대충 쏘기만 하면 되니 상관없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조준 사격은 기대하지 않는다.
집단전이기 때문에 상대는 뭉쳐 있을 것이고 아무렇게나 쏴도 한 놈은 맞을 것이다.
“고생했습니다.”
“전하께서 주신 은혜에 보답할 뿐입니다. 전하가 아니었다면 저는…….”
“재 경은 능력이 있으니 누가 데려가도 데려갔을 겁니다.”
“데려갔다 하더라도 패배만 했겠지요. 제가 갈 곳은 한 곳뿐인데, 그럼 전하와 적으로 만났을 테니까요.”
“경을 적으로 만났다면, 저도 애를 먹었겠지요.”
딱히 빈말이 아니다.
단기간에 전술 훈련을 시키는 것은 신컨의 재가 최고다.
리안은 병력을 둘러보았다.
방금 샤로트가 날뛰어서 조금 흐트러졌긴 하지만, 그것은 아군이라 그런 것이다.
리안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눈이 이글거렸다.
“합류하세요. 남신대륙으로 갑니다.”
리안이 돌아서자 샤로트가 외쳤다.
“출정이다!!!”
“와아아아아!!!”
등 뒤로 함성 소리가 들렸다.
리안은 곧장 항구로 향했다.
“전하. 쉬었다 가시지 않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대양을 건너시려면…….”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허접한 놈들이라 딱히 재충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앙르 총독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곧장 고잉미샤호에 올랐다.
총독은 고잉미샤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배가… 원래 저리 생겼었나…….”
칙 공작에게 빼앗은 배와 이벨 왕국에서 지원해 준 수송선에 병력이 타기 시작했다.
검은 병력들은 짧은 시간의 훈련이었음에도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질서 정연하게 승선했다.
“저 노예 놈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벨 왕국의 장군이 다가와 물었다.
상급 대전사로 나름 실력 있는 인물로 그와 함께 육상 병력 2만 명과 전투함 10척 그리고 수송선을 지원받았다.
아쉽게도 소드마스터 대항인은 합류하지 않았다.
그가 빠지면 오스 대제국의 해적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안하네. 우리도 전투함을 더 지원하고 싶은데… 아쉬운 대로 자금을 내어 줄 테니 용병이라도…….
-괜찮습니다. 전하. 딱히 해군은 많이 필요 없습니다.
리안은 이벨 왕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철갑선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돈이 무지막지하게 깨질 테니 말이다.
스랑과 잉글슨에 비해 열악하기에 그들을 배려해 준 것이다.
‘철갑선끼리 싸우기 시작하면 함포도 바꿔야겠지.’
고잉미샤호처럼 말이다.
큰 함포를 얹히면 이번엔 다시 철갑을 보강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다시 함포를 키워야 하고. 또 그러면 철갑을 보강해야 하고.
이게 무한 반복하며 거함 거포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각국은 바다의 패권을 내어 주지 않으려고 바다에 황금을 들이붓게 된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치킨게임.
“저들은 노예가 아닙니다. 저들의 얼굴을 보세요.”
검은 병사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저건…….”
“각 교단에서 사제들을 파견해 줬습니다. 개종을 했으니 더 이상 이교도가 아니지요.”
피부색이 다를 뿐이지 저들은 율 대륙의 종교를 믿게 되었다.
사실 원래부터 같은 종교를 믿고 있었지만, 신을 부르는 이름과 교리가 달랐을 뿐이다.
“아…….”
“그리고 용맹합니다. 저들은 부족을 재건해야 하니까요.”
힘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단단히 겪었다.
리안이 보호와 부족 재건 그리고 지원을 약속했다.
저들의 머릿속에는 실패하면 죽음이란 생각이 박혀 있다.
“그보다 신기합니다. 마나 유저가 아니더라도 쏠 수 있는 마총이라니.”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장군님도 본국으로 돌아가면 병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겁니다.”
“네. 이번에 보고 배우겠습니다.”
리안은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딱히 보고 배울 게 많지 않을 건데…….’
“선장! 탑승이 완료되었어!”
지도를 하던 기사 하나가 고잉미샤호로 껑충 뛰어 올라와서 보고했다.
낯이 익은 거 보니 고잉미샤호의 원년 멤버였다.
“오오. 안 본 사이에 좀 강해진 것 같네요.”
“으하하! 다 선장 덕분이라고!!”
“오케이. 얼마나 늘었나 싸울 때 볼게요.”
“흐흐. 깜짝 놀랄 거라고.”
기사는 가슴을 쾅쾅 치면서 다른 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등에 날개도 달려 있다.
바람 속성이라 보급을 받은 모양.
독수리 모양의 날개가 상당히 멋있어 보인다.
‘아니. 내 것도 좀 바꿔 주지!!’
참고로 리안의 날개는 여전히 호랑나비였다.
이번에 레온 영지로 돌아갔을 때 교환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최상급 부유석이 들어 있는 거라 교환보다는 업그레이드를 추천드립니다.
-모양이라도…….
-최상급 부유석의 특성상 나비 모양이…….
-그럼 문양이라도…….
-문양은 부유석마다 특유의 파장이…….
최상급 부유석은 매우 귀했다.
크기가 조금만 더 컸으면 이걸로 배를 만들었겠으나 크기가 작아서 날개를 만든 것이다.
“전하. 방금 그자는…….”
“해병대원이었어요.”
“아…….”
이벨 왕국의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라고 하기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는데, 리안이 예전 해적이었다는 것은 사전에 들었다. 다만.
‘이상하게 불안하군…….’
간부들의 기강이 놀라울 정도로 해이해 보였다.
리안의 명성은 대단했지만, 정말 이들을 데리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출항이다!!!”
그런 장군을 두고 리안은 선교로 향하며 외쳤다.
“와아아아아!!!”
리안이 소리치자 모든 배에서 호응을 해 줬다.
* * *
철썩! 철썩!!!
고잉미샤호와 함대는 곧장 대양을 건너 남신대륙으로 향했다.
“전하…! 코파나 영지에 들르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벨 왕국의 장군이 리안에게 물었다.
“거길 왜 갑니까?”
“대양을 건너왔으니 병력을 재정비해서…….”
수송선에 탄 전투 병력들 대부분은 육군이다.
대서양은 온순한 바다지만, 그것 뱃사람에 한정한 이야기다.
뱃멀미는 기본이고 흔들거리는 배에서 먹고 자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대로 상륙하면 제대로 된 전투를…….”
“제대로 전투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게… 무슨…….”
댕~ 댕~ 댕~
때마침 리안의 대함대를 발견한 항구에서 타종으로 경고했다.
리안이 온 곳은 남신대륙의 최남단이었다.
참고로 칙 공작령은 남신대륙의 동북쪽에 위치했다.
“차라리 곧장 칙 공작령으로 가시지…….”
장군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상륙은 상당히 힘든 일인데, 이곳을 점령해도 결국 칙 공작령에서 다시 상륙을 해야 한다.
물론 육상으로 걸어가도 되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고역이다.
남신대륙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거대한 땅.
정글과 강들이 그들을 방해할 것이다.
“상륙 그까짓 것!”
* * *
가벼운 마음의 리안과 달리 아르헨 칠레말레 백작령은 난리가 났다.
칙 공작령에 가야 할 적들이 왜 이런 최남단에 온 것이란 말인가.
“해안포들은?!!”
“혹시나 몰라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저들도 결코 쉽게 상륙하진 못할 겁니다.”
“전서구를 날려 지원군을 기다린다. 해안이 뚫리면 요새에서 시간을 끌며…….”
남신대륙의 항구들은 해안 요새의 성격을 지녔다.
초기 식민지 개척 시절 각 국가들이 중구난방 경쟁했고. 함대들도 쪼개져 난립했다.
결국. 점령한 항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요새화가 당연했다.
“이곳에 먼저 온 걸 후회하게 해 주지!”
칠레말레 백작은 나름 자신이 있었다.
병력은 작지만 성은 높고 튼튼했으며 해안포들도 많았다.
적들이 상륙할 수 있는 해안은 좁았기에 병력 차이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펑!!!
갑자기 요새가 흔들거렸다.
“뭐… 뭐야!!”
백작은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펑!!!
다시 광음과 함께 쾅!!!!
요새에 설치된 해안포 하나가 박살이 났다.
“으악!!”
“백작님!!!”
그 충격에 넘어진 백작을 부관이 급히 부축해 줬다.
“도… 도대체… 어찌 된 일이더냐!”
상식적으로 함선에 달린 포가 해안포보다 길 수는 없다.
그런데, 저 멀리 해안포 사거리 밖에서 쏘는 것이 족족 맞았다.
화력이라도 약하면 모를까 한 방에 해안포가 박살 나 버렸다.
“어… 어떻게 합니까?! 백작 각하!!”
“그게… 그러니까…….”
이런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말을 더듬거리는 사이…….
펑~~!! 슈우우우웅!!
바람소리를 내며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칠레말레 백작도 각성한 대전사였기에 감각적으로 방어를 했다.
스르르륵!!
땅 속성에 세부적으로는 철을 다루는 그는 철갑을 온몸에 둘렀다.
평소 빠르게 정령 갑옷을 전개하는 걸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이걸로 목숨을 건지…….
콰지지직!! 쾅!!!
포탄이 백작을 두들기며 철갑으로 된 갑옷을 찢었다.
크억!!
그는 한참이나 뒤로 튕겨나서는 쓰러졌다.
피를 한 움큼이나 뱉어 냈다.
아마도 내장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하… 어이가 없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붙어 있어야 할 허리 아래쪽이 사라진 것을 보고 뱉은 말이었다.
와아아아아!!!
백작은 눈을 감았고. 해안포를 무력화한 리안의 병력들이 상륙을 시작했다.
타다다당!!!
마총 특유의 콩 볶는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병력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상륙했고. 너덜너덜해진 성문을 쉽게 통과했다.
칠레말레 백작령의 병력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백작이 죽고 함께 있던 부관도 죽었다.
지휘의 부재.
“도… 도망가자!!”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의 차이에 겁이 질린 병사들은 곧장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이벨 왕국의 장군 뽀느노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진화된 군대의 모습이지요. 뽀느노 장군은 운이 좋습니다. 이제부터 미래의 군대가 싸우는 모습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보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