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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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공작이 이벨 왕국에 구금되어 재판을 받게 되자 남신대륙은 들썩였다.
남신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것이 칙 공작가이니.
“아마 반역죄로 처분될 거란 소식이 있더군.”
“공격한 것이 왕의 사위이니까 당연한 건가?”
“왕가가 칙 공작령을 직할로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소.”
“그렇소. 우리도 그리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남신대륙의 대귀족들이 모여 회의를 벌였다.
다른 국가와 달리 이벨 왕국은 식민지에 자율을 부과했다.
초기 식민지 개척 시절 자본력이 약했던 이벨 왕국은 주도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다.
결국 귀족이나 상인과 같은 집단에게 개척을 맡겼고 개척에 성공하는 자들에게 작위를 내렸다.
이번에 나페리카 칙 공작이 구금되자 그들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차라리 우리가 먼저 칙 공작령을 찢어 가지는 것이 어떻겠소?”
“음…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네.”
“판결 전이라면 충분히 기회가 있습니다.”
“맞소. 이미 우리 땅이 되었는데, 뱉으라고 하진 못할 테니.”
그러다 누군가 진지하게 말했다.
“만약! 그래도 내어 놓으라면…….”
다른 누군가 말했다.
“독립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지.”
모두 이렇게 한 뜻으로 독립을 외친 적이 없다.
총대를 매는 것 자체가 두려웠으니.
그런데, 칙 공작 덕분에 모두 한 뜻으로 뭉쳤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 * *
레온 백작령에 급히 서신이 전달되었다.
이벨 왕국에서 온 것이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이것은 이벨 왕국에서도 짐작했다.
리안에게 칙 공작령을 맡기는 것도 그 이유일터.
“좀 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칙 공작의 재판은 즉결이 아니라 3심까지 넉넉하게 잡아 두었다.
바로 판결을 내려 버린다면, 남신대륙의 귀족들이 똘똘 뭉쳐서 곧장 독립해 버릴 테니.
이벨 왕국도 병력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럴 것이 이벨 왕국은 지금 신센롬 제국의 전쟁에 많은 병력을 투입한 상태다. 네르데르 공국을 얻기 위해서.
“오라버니. 벌써 가시는 거예요?”
여동생 나탈리아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물었다.
“아직 우리 공국은 안정적이지가 않아.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모든 나라가 우리를 갉아 먹으려 달려들 거야.”
신센롬 제국의 전쟁이 끝난다면 모두 주저앉아 한숨을 돌리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멈추면 죽는 상어처럼 끊임없이 영향력을 늘려야 한다.
“흐힝. 알겠어요. 나도 노력할게요.”
녀석이 주먹을 앙 쥐고는 말했다.
아마 수도가 더 발전하면 리안의 짐을 덜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모양.
‘이것보다 더 노력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이미 그녀는 리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을 잘해 놓았다.
인구는 지금도 늘고 있었고. 그들의 삶의 질이 높아짐에 덩달아 충성심도 높았다.
또한 공단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곧 있으면 신센롬 제국과 로이센 왕국이 싸우는 이유인 슐 지역만큼 공업력이 올라갈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지금만 해도 충분해. 급작스러운 확장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니까.”
“네…….”
리안의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믿고 수도를 맡길 만한 대리인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레온 공국 수도의 시장.”
리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오토마차에 올라탔다.
타르르르~
마차가 출발하자.
와아아아아!!!
조용히 수도로 들어왔던 것과는 달리 시민들이 나와 리안을 환송했다.
나탈리아가 훌륭하게 내정을 한 덕분에 리안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물론 내정을 잘할 수 있게 돈을 열심히 벌어 준 것은 리안이었지만.
* * *
땅땅땅!!!
레온 공국 수도의 공단은 분주했다.
각 분야의 수많은 장인들이 모여 고잉미샤호에 달라붙어 있었다.
“남작님! 공왕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벌써?! 에잉…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하는 세기바라 남작에게 얼마 가지 않아 리안이 찾아왔다.
“맡겨 놓은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저길 보시죠.”
고잉미샤호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갑판 위에는 세 개의 거대한 포가 얹어져 있었다.
항구에 설치된 고정식 포탑보다 커다란.
“오…….”
리안이 잉글슨에게 고잉미샤호의 다운그레이드 설계도를 넘긴 이유는 간단했다.
고잉미샤호가 활약할수록 스랑 제국은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철갑선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을 것이다.
당연히 잉글슨도 그걸 눈치챘기에 리안에게 그런 요청을 한 것이고.
“이론상으로는 연구가 끝났지만, 막상 달아보니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돈도 많이 깨졌겠네요.”
“돈이야 공왕 전하께서 충분히 주셨으니…….”
개조하는 데만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건조하려면 얼마나 들겠습니까?”
“후… 지금 돈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개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의 30배는 더 들여야.”
작은 소국이라면 기둥이 뿌리째 뽑힐 것이다.
이제 잉글슨과 스랑 제국은 군비 경쟁으로 머리가 어질해질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
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돈이 많이 드는데… 왜 미소를 지으시는지…….”
“장사가 잘 될 것 같아서요.”
잉글슨과 스랑의 군비 경쟁이 시작되면, 그들도 돈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본국에선 거둬들일 것이 한계가 있을 터.
식민지와 해외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대서양과 코파나 운하가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
세기바라 남작은 곧장 이해했다.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설계도를 리안이 요청했고 그걸 잉글슨에 넘길 것이란 언질을 미리 받았으니.
“우리도 몰래. 배를 건조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당장 건조하진 못하겠지만, 미리 준비해 두겠습니다.”
“남작님을 만난건 천운이었어요.”
“그것은 저도 마찮가지였습니다. 신센롬 제국에 있었다면 제 공방은 지금쯤 망해서 무너졌을 테니까요.”
리안과 세기바라 남작은 윈윈이었다.
“그럼. 마음 놓고 떠나겠습니다.”
“전하께서 오실 땐 흡족해하실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리안은 그렇게 수도를 떠났다. 완전히 달라진 고잉미샤호를 몰고서.
“와아아아…….”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흐리아 민이었다.
“조종간이 경쾌해졌지?”
“네. 완전히 다른 배를 모는 것 같아요.”
리안도 몰아봐서 알았다.
육지에선 기동이 정말 둔했는데, 출력이 약간 늘어난 것을 곧장 눈치챘었다.
“어서 바다로 가고 싶어요.”
“나도 바다로 가면 조타를 잡아 보고 싶긴 해.”
리안도 기대가 되었다.
고잉미샤호는 함포만 새로 얹힌 것이 아니라 출력과 기민함도 손을 봤다.
갑판 아래 측면에 배치된 포들은 모두 해체되었다.
철갑선이 주력이 되는 순간 거함 거포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철판을 뚫지 못하는 작은 포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당연히 그에 맞춰 교리도 바뀌었고. 기민함과 함선의 속도는 바뀔 필요가 있었다.
‘시야 밖에서도 쏠 수 있으면 딱인데.’
이제는 압도적인 사거리에서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과 교전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레이더가 있는 고잉미샤호에게 이보다 좋은 소식은 없을 거다.
* * *
새롭게 단장한 고잉미샤호를 본 이벨 왕국의 국왕은 입을 쩍하니 벌렸다.
“배 위에… 저런 걸 달아도 되는 건가……?”
“목재선이라면 감당하지 못했겠지만, 철갑선은 가능합니다. 전하.”
리안은 대략적으로 설명해 줬다.
‘이벨 왕국도 거함 거포에 끼워 줘야겠네.’
원래라면 이벨 왕국은 지는 해다.
남신대륙이라는 거대한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걷어 들이는 세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국가들은 식민지를 쥐어짤 수 있는 반면, 이벨 왕국은 약간의 세금이나 받으니.
물론 그것만 해도 엄청난 부가 들어왔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효율이 극도로 낮았다.
거기다가 중앙집권화되어 가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이벨 왕국은 여전히 귀족들에게 휘둘렸다.
‘칙 공작령은 내가 먹고 다른 건 이벨 왕국의 손에 쥐여 줘야겠네.’
두 나라만 경쟁시키면 외로우니 말이다.
“이제 해전의 판도가 달라지겠군.”
항구의 해안포보다 큰 물건이 달려있다.
이제 일반 전함으로 고잉미샤호를 상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긴 사거리와 강력한 화력으로 접근하기도 전에 적들을 바다에 침몰시킬 수 있을 테니.
“그래도 여전히 압도적이진 못합니다. 사거리가 긴 대신 조준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홀로 몇 척은 박살 낼 수 있겠군.”
“네. 일급 전열함 다섯 척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말에 국왕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명 압도적이지 않다고…….
“성능이 조금만 더 개선되면 목선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상대할 수 없게 될 텐데…….”
리안이 아쉬운 듯 말했다.
국왕을 살짝 놀라게 할 목적도 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목선과 달리 철갑선은 내구도 자체가 달랐다.
당연히 함포뿐만 아니라 속도를 더 개선이 가능했다.
부유석의 출력을 더 높여도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놀랍군… 놀라워… 이제 철갑선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제해권을 완전히 잃겠군.”
불안한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국왕.
“아마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원래 저 배는 스랑 제국의 전함을 나포한 것입니다. 그리고 잉글슨도 건조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우리 왕국은 어찌하면 좋나…….”
“걱정 마십시오. 전하. 제가 기술자들을 시켜 역설계도를 만들어 놨습니다.”
리안은 이벨 왕국의 국왕에게 설계도를 넘겼다.
당연히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허어어…!! 이렇게 귀한 걸 그냥 내어주어도 되는 건가??”
“우리가 남인가요?”
리안은 생글생글 웃었다.
이걸로 잉글슨 왕국과 스랑 제국이 외롭지 않게 동지를 만들어 주었다.
“자… 잠깐. 이게 정령 사실인가?”
국왕은 설계도를 보다 다시 좌설하는 눈치였다.
들어가는 재료와 설비를 보아하니 한 척도 겨우 건조할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모양.
“자금 사정은 나아질 겁니다. 제가 남신대륙으로 가는 순간 말이죠.”
“아아. 그랬지. 정말 가능하겠는가?”
지금 이벨 왕국은 쥐어짜서 리안에게 병력을 쥐여 줄 것이다.
아마 실패한다면 남신대륙은 독립한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지금 칙 공작의 재판은 어떻게 되었죠?”
“갑자기 그건 왜 묻는가. 지금 1심이 끝났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네.”
“2심 3심도 볼 것 없이 그냥 목을 잘라서 칙 공작령으로 보내 버리죠.”
리안의 말에 국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되면 저들은 곧장 독립한다고 난리일걸세. 아직 우리는 출정 준비가 되지 않았다네.”
“대신 전쟁을 오래 끌 수도 없죠.”
“그건 그렇다네.”
“저들이 서로 반목할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없으니. 먼저 움직이게 명분을 던져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 하긴.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저들이 뭉친다면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목하게 두고 틈을 찌르는 것이 나았다. 다만.
“그보다 저들이 반목하겠는가? 반목을 한다 하더라도 자네가 병력을 끌고 간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다시 뭉칠 것이야.”
“그렇겠죠. 그래도 사이가 좋은 것보단 났지요.”
리안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자네가 자신만만해하는 걸 보니 방법이 있나 보군.”
국왕은 리안을 믿고 즉시 칙 공작을 처형했다.
그러고는 칙 공작령으로 그의 머리를 배편으로 보냈다.
당연히 왕의 사위인 리안을 노린 것이기에 반역죄에 준하는 죄목.
영지를 몰수한다는 왕명도 함께 보냈다.
* * *
당연히 남신대륙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리 없었다.
이미 본국에서 칙 공작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시에 병력을 일으켰다.
배가 도착하자.
-이곳은 이미 칙 공작령이 아니오.
라고 선포했다.
그 말은 왕실에 칙 공작령을 반환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건 무단 점유입니다! 왕실의 허가 없이 영지전을 벌이다니요.
-신대륙의 땅은 봉토가 아니니 왕실의 허가가 필요 없습니다.
-그건 억지입니다!
-흥! 그럼 우리의 작위를 돌려드리지. 국왕께 전하세요. 우리는 이제 이벨 왕국을 섬기지 않겠노라고.
균형이 깨져 버렸기에 더 이상 이들은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대들은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흥! 이렇게 살려 보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아시오.
그렇게 남신대륙으로 갔던 배가 돌아왔고. 그들이 독립을 주장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국왕과 리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땅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리안이 병력들의 앞에 섰다.
“…명예를 저버린 타락한 영주들은 나 리안 레온이 철퇴를 내리겠다.”
와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