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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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야.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릴 테다.
두견새야.
울지 않으면 울게 해 보이련다.
앞의 두 패자와 달리.
두견새야.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지팡구 최후의 승자. 이에 야스.
누군가 쌀을 씻고. 누군가 밥을 지었는데, 먹은 것은 그였으니.
그야말로 진정한 현인이다.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크… 큰일입니다!! 주군.”
지팡구의 진정한 패자가 있는 시즈오카는 이른 아침부터 밖이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기에 아침부터 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느냐.”
이른 시간부터 찾아와 호들갑을 떠는 자가 최측근이 아니었다면 불같은 호령이 떨어졌으리라.
“그… 그것이. 천왕께서…….”
“수도 쿄토에 있으실 분이 왜. 그분께 변고라도 생겼더냐?”
“하… 항구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곳까지 행차하신 거지?”
“그게 아니오라…….”
야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을 똑바로 하거라!”
“항구에 목이… 목이 걸리셨습니다!!!”
최측근인 이놈이 요괴에게라도 홀린 것일까?
아니면 꿈이 덜 깬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보다 어린놈이 벌써 노망에라도 난 것일까?
“천왕 폐하의 머리가 저잣거리의 장대에 걸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더냐?! 도대체 어떤 놈이 장난질을 친 것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야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몇몇 호위만을 대동한 채 밖으로 행차했다.
이 시간이면 항구에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할 진데 한적하기만 했다.
서늘하고 끈적한 분위기다.
‘모두 무서워서 꽁무니가 빠져라 피했나 보군.’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이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천왕이다.
감히 그를 조롱하는 곳 근처에 있다가 의심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냥 목숨을 잃는다면 다행. 모진 고문으로 결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음?!”
문제의 장소에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
대단한 인내력과 부동심을 가진 야스는 손에서 부채를 떨어뜨렸다.
그걸로 모자라 손이 달달 떨렸다.
“처… 천왕 폐하!!!”
장대에 걸린 얼굴을 보자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실권도 없는 천왕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진짜로 살아 있는 신이라 여겨서?
아니다. 그저 충격을 받아서일 뿐이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천왕의 목이 걸린 장대 앞에는 커다란 대자보가 붙어져 있었다.
-이에 야스에게 양위한다.
라는 글귀.
당연히 옥새도 찍혀 있었다.
문제는 대자보 앞에는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 있었으니.
‘오… 옥새!’
일이 한 층 더 심각해졌다.
“도대체 수습하지 않고 무엇들 한 것이더냐!!”
“주군의 명령 없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사안이라…….”
그것도 그랬다.
최측근이 아니고서야 이것이 야스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질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아니. 감히 이 상황을 어찌 판단하리오.
“어서! 치워라. 그리고 10리 안에 있는 산 것들을 모두 목을 쳐라.”
“명을 따릅니다!! 주군!”
명령이 내려진 즉시 병사들이 움직였다.
꺄아아악!!
시즈오카는 삽시간에 비명이 가득한 지옥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지팡구 전역에 그가 광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숨기려 한다 해서 숨길 수 있을까?
* *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의심할 것이다.
이에 야스가 아니라 이 일의 주범은.
“철수한다.”
고잉미샤호를 선두로 밀라노정 소속의 배와 잉글슨의 선단이 뒤를 따랐다.
해리 78,900세는 고잉미샤호에 옮겨 탔다.
궁금해서였다.
“신나게 포격해 놓고 왜 그냥 빠지는 것입니까? 항구를 개항시켰으니 협상이라도…….”
그게 아니더라도 전리품을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포격은 공짜가 아니다.
마석과 포탄이 소모된다.
본국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는 보급도 쉽지 않았다.
“어차피 뽕은 제대로 뽑을 테니 걱정 마세요.”
리안은 웃어 보였다.
“무슨 수로… 조금 신기하게 생긴 동네긴 한데, 딱히 특산물이 있습니까?”
해리 78,900세는 왕족임에도 부지런했다.
그의 상재는 꽤 높은 편이며, 이미 이곳에 대한 조사가 끝난 것으로 보였다.
“아주 떼돈을 벌게 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마석 가공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아녀자까지 팔아치우는 나라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이 있겠습니까?”
“이곳은 세계 3대 은광이 있지요. 그곳을 알려 드릴게요.”
리안의 말에 해리 78,900세의 눈이 반짝였다.
딱히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닐 테니 사실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진 육군이…….”
“점령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거래를 하란 말씀이신데, 팔 만한 것이…….”
“무기를 파세요. 곧 이 지팡구는 전쟁으로 어지러울 테니.”
지팡구는 이에 야스가 통일했다.
다만, 전 세력이 요시 가문도 쌓아 둔 막대한 재산으로 버티는 중이다.
그런데, 천왕이 암살당했고. 옥새가 야스가로 넘어갔다.
“아…….”
“마나 유저가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총이 개발되었으니 그걸 가져다 팔면 될 겁니다. 곧 규슈 지역에 공장도 설립할 테니. 본섬에서 대규모로 상단을 꾸려와 푸세요. 특별히 잉글슨의 상선들은 무관세로 거래하게 해 드릴게요.”
리안의 말에 해리의 눈은 $$ 모양으로 바뀌었다.
해리 그의 가문은 왕족이라기보다 상인에 가까운 방계였다.
“그것만으로는 이곳 머나먼 땅까지 상단을 끌고 오기는 아쉬우니 다른 방법도 알려 드리죠.”
“역시. 레온 전하는 우리 잉글슨의 보배이십니다.”
“아니죠. 나는 잉글슨보다 공작님을 더 지지하는 바입니다.”
해리 78,900세는 리안의 말에 기분이 좋다가.
“어찌 그런 말씀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을 그것도 일개 개인이 아니라 왕족을 지지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우리가 보통 친분입니까?! 흐흐흐.”
“그… 그렇지요…….”
불안하지만 내색할 순 없다.
“일단 여기 지팡구에서 무기를 팔아치우면 그냥 돌아가지 말고 즁 대륙으로 가서 금과 바꾸세요.”
“그건… 왜…….”
“즁 대륙에선 다른 곳보다 은이 더 귀하거든요.”
금과 교환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은이 통화로 사용되는데, 시중에 돌 만큼 은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았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았기 때문이다.
항상 시중에는 은이 모자랐다.
“꽤 쏠쏠할겁니다.”
“그런데, 이 좋은 것을 전하께서 직접 하시지 않으시고…….”
“둘이서 먹기엔 파이도 조금 작고. 또 이 몸이 좀 바빠서요.”
지팡구에서 은을 사서 즁 대륙에 금을 사는 것은 분명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방법.
다만, 지팡구의 은 생산량은 아직 물이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테니. 부지런히 버세요.’
리안은 해리 78900세를 차기 잉글슨의 국왕으로 밀 생각이었다.
“이 좋은 기회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뭐. 아까도 말했다시피 우리가 보통 사이입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리안은 해리 78,900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히…….”
“아! 인어 아가씨를 빌려드릴게요.”
“갑자기 왜…….”
“본섬과 먼 곳이라 풍토병을 조심해야지요. 그리고 이것도.”
“무… 엇인지…….”
리안은 해리 78,900세에게 붉은 실을 건넸다.
“봄 여신이신 이스터 님의 성물입니다. ”
“……????!!”
“약속드렸지요. 2세를 만들어 드린다고. 그걸 팔목에 묶고 계시면 인연이 생길 겁니다. 그 인연은 이 성물의 주인이 그곳이 잘린 고자라 할지라도 아이를 만들어 준다지요.”
“이… 귀한 것을…….”
“인연을 만나고 1년을 함께 보내면 자연스레 아이가 생길 것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럼. 부디. 몸 건강히…….”
그렇게 대충 인사를 나누고 리안은 밀라노정의 선단을 이끌고 따로 떨어져 나왔다.
“선장. 이제 어쩔 거야?”
“식량과 소금 그리고 무기들을 사서 북쪽으로 가죠.”
“음?”
리안의 함대는 즁 대륙 바로 아래에 있는 개씨얌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3모작이 가능한 따뜻한 지역으로 식량이 풍부한 곳이다.
물론 그곳의 곡물은 맛이 별로 없었지만, 굶어 죽는 일이 흔한 이 세계에 맛이 중요하랴.
“레온 전하. 이곳은 어쩐 일로…….”
스랑 제국의 상단을 이끌고 있는 자가 리안과 마주치자 당황하는 눈치.
그는 개씨얌이 매우 탐나는 모양.
리안이 혹시나 이곳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걱정하는듯했다.
“식량을 좀 사러 왔습니다. 그보다 개항에는 성공했습니까?”
“네… 일단 항구 두 개는 열었는데…….”
“오… 역시 대스랑 제국답습니다. 이런 중요한 곳은 스랑 제국이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오. 역시 전하께서도 알아주시는군요!! 그럴 줄 알고 급히 배편을 보내 본국에 함대를 요청했……!!”
개씨얌의 바로 서쪽에는 잉글슨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디아가 있었다.
스랑 제국은 이곳 인디짜잉나 반도를 발견하고는 유레카와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이곳까지 잉글슨에게 넘어가면 동방에선 잉글슨의 독주가 예상되었다.
절대 이곳만큼은 넘길 수 없다는 생각.
“왜 말을 하다가 끊으시는지.”
“죄송합니다… 그게 국가 기밀이라…….”
“에이~ 저도 균형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균형이고 뭐고 리안은 잉글슨의 연방에 해당하는 공국의 공왕이지 않은가.
적국이나 다름없는 공왕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떠벌리는 꼴이라니.
이곳까지의 항로를 알려 준 리안에게 너무 경계심이 없었다.
“이왕 이리된 김에 협약이라도 맺을까요?”
“전하. 협약이라면…….”
“그럴 권한이 없습니까? 듣기로는 스랑 제국의 선단을 지휘하는 분이 대사 권한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말에 스랑 제국의 지휘관은 침을 삼켰다.
민간 상선만이 리안을 따라 이곳에 왔지만, 사실 그는 은퇴한 제독이었다.
황실의 은밀한 지령을 받아 이곳의 책임자로 온 것이다.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스랑 제국뿐만 아니라 리안을 따라온 상선들은 모두 국가에서 주요 인물들을 붙였다.
모든 율 대륙의 국가들이 식민지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봐 버렸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그보다 어떤 협약을…….”
“저는 인디짜잉나 반도를 스랑 제국이 관리해 줬으면 하는데… 다만.”
“조건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리안은 잉글슨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은 인물 중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잉글슨을 대표하는 조약은 아니지만, 공국과의 협약은 그만큼 가치 있었다.
“레온 공국의 이름으로 운항하는 배가 식량을 살 땐 무관세로 진행해 줬으면 합니다. 식량이 필요한 곳이 많아서요.”
“겨우…??가 아니라. 그런 조건이라면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리안은 고개를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스랑 제국의 책임자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는다.
“얼른 해치우죠.”
“스랑 제국과 공국이 적이 된다 하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공왕님을 적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로서는 엄청난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 공로로 본국에 돌아가면 정식 대사로 임명됨과 동시에 작위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다.
“서명을 마치면 식량을 사는 데 좀 도와주시죠.”
“이르다마다겠습니까.”
조약이 체결되자 그는 최선을 다해 리안이 쌀을 사는 걸 도왔다.
이미 두 개의 항구는 함포 외교로 열어 둔 상태.
“덕분에 수월하게 사 갑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나중에 본국에서 함께 술이라도…….”
“네. 성년식을 마치고 만나게 되면 어디서라도 한 잔 걸치죠.”
그렇게 리안은 식량을 한가득 싣고 동북쪽으로 향했다.
“음? 조선국으로 가는 것 아니었어?”
“네. 만날 녀석들이 있어서요.”
고잉미샤호와 밀라노정의 배들은 조선국의 동해를 끼고 한참이나 올라갔다.
“아니. 이런 척박한 곳에서 누굴 만난다고?”
가면 갈수록 얼어붙은 나무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르르르~
너무 추워 바다까지 얼어붙은 상태.
그나마 너무 두껍지 않아서 고잉미샤호의 압력에 다 깨져 나갔다.
그 뒤로 밀라노정의 배들이 일렬로 나란히 따라붙었다.
“끼요오오오~~”
그때 저 멀리 육지에서 말을 탄 이상한 복색의 남자들이 선단을 보고 놀라서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오오~ 대충 다 왔나 보네. 모두 상륙합니다. 이곳에 임시 항구를 지을 테니 연장 들고 내리세요. 아! 다들 화살 조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