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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21화 (221/253)

221화

##221

1만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시커멓게 몰려오는 적들을 보며 고잉미샤호의 선원들은 기겁했다.

더군다나 무장 상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마총으로 무장을 했고. 몇몇 인물들은 정령 갑옷도 입고 있었다.

“서… 선장! 어서 빠져나가야…….”

“기다려요.”

리안은 느긋해 보인다.

“흐리아 민.”

“네. 전하.”

“음악 큐.”

그 말에 흐리아 민은 미소를 지으며 스피커 장치를 건드렸다.

지지지징~!! 징징~!!

쇠를 긁는 듯한 요란한 음악 소리가 평야를 뒤덮었다.

달려오던 병사들은 그들 나름대로 두려움에 떨었다.

‘저건. 저건 틀림없이 요괴가 타고 있는 배다.’

그래도 1만이라는 숫자를 믿고 달려가는 중이다.

“전 포대 개방.”

적들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포실에 명령을 내렸다.

그그극!

마포들이 함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 경험이 있는 병사들은 달리다 말고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마포가 어떤 물건인지 잘 알고 있었다.

“흐히이익!!”

일부는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했다.

“뭐야!! 당장 일어나!! 죽고 싶나?”

하급 무사들이 그들을 다그쳤다.

그러나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퍼버버버벙!!!

30문의 마포가 사방으로 터졌다.

용이 불을 뿜는 듯했다.

쾅쾅쾅! 으아아악!!!

달려오던 병사들이 마포에 맞아 으깨졌다.

마치 볼링공처럼 계속 굴러 가며 닿는 병사의 팔과 다리를 앗아 갔다.

“으아아악! 요괴다. 요괴야!!!”

“도망가는 자들은 모두 참할 것이다!!!”

하급 무사들이 주저하는 병사들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고잉미샤호로 달려가는 병사들.

“선장!! 적들이 달라붙어!”

“걱정 마세요. 겨우 저런 걸로 부유선을 어찌 못하니까.”

리안이 직접 조종구를 잡았다.

“댄스~!”

그리 말하고는 거침없이 배를 움직인다.

마치 발레를 하는 무용수처럼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옆으로 이동했다.

우와아아아악!!!

고잉미샤호의 선원들도 비명을 질렀고.

끄아아아악!!!

고잉미샤호의 아래쪽에 있던 병사들도 울부짖었다.

쇳소리와 같은 음악 소리와 잘 어울리는 하모니.

우직끈!!

분명 공중에 뜬 배였지만, 그 아래에 땅이 파였다.

거기에 있던 운 나쁜 병사들은 육포처럼 납작해졌다.

“불화살!! 불화살을 날려라!!!”

그들은 미리 준비한 화살을 날렸다.

만약 고잉미샤호가 목선이었다면 불타오를 정도인 양의 화살이었지만.

틱틱틱틱!!

철갑선인 고잉미샤호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달려!! 어서 사다리를 걸치란 말이다!!!”

무사들이 병사들을 다독거렸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기야 시간이 지나니 병사들은 고잉미샤호가 다가오면 달아나기 바빴다.

그들이 준비한 사다리와 밧줄을 도저히 걸 수가 없었다.

우에에엑!!!

심한 바다의 파도에도 견디던 선원들도 나름 고충이 있었다.

빙글빙글 도는 것을 멈추지 않는 고잉미샤호.

“서… 선장!! 나 죽어……!!”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아요.”

리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열심히 배를 돌렸다.

우웨에에에엑!!!

그러면서 리안의 입에서도 뭔가가 튀어 나왔다.

솔직히 어지러운 것은 리안도 마찬가지였다.

두드드득!

고잉미샤호가 이내 멈췄다.

그 주변으로 수천 명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규슈의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도.

“뭐… 뭐 해!! 지금이야. 어서 돌격하라.”

그러나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으로 처박힌 상태였다.

리안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닦았다.

“평야에서 싸우려고 했던 것 자체가 바보짓이었지.”

“음?!”

항법사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더냐.”

“잘 봐요. 내가 이상한지. 저들이 이상한지.”

항법사는 눈을 비비며 적들을 둘러봤다.

이상할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무장이 잘 된 정예들이 1만이나 있는 것 말고는.

“기병이 없잖아요.”

“아……!”

여기서 기병이란 오토호스뿐만 아니라 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유선이 움직이는 성이긴 하지만, 평야에서 오토호스나 말보다 빠르지 않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긴 했지만, 오토호스나 기병의 숫자가 많았다면 갈고리와 사다리를 충분히 걸 수 있었을 거다.

“또 없는 게 있어요.”

“음? 뭐가… 아! 마포. 아니야. 저기!! 마포가 있어.”

항법사가 말하기 무섭게 그들이 열심히 마포를 밀며 다가왔다.

물론 그 숫자가 10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포는 위험하다.

와아아아아!!!

마포가 보이자 규슈의 병사들도 함성을 질렀다.

퍼버버버벙!!!

사방에서 고잉미샤호를 향해 쏜 마포. 그러나.

팅팅팅!!!

상처는커녕 묵묵하게 마포들이 튕겨 나갔다.

지켜보던 병사들의 함성이 뚝 하니 끊겼다.

“으허어어어.”

어떤 이들은 그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고잉미샤호가 전설에 나오는 괴물처럼 느껴졌다.

퍼버버버벙!!!

이번에는 고잉미샤호의 마포가 불을 뿜었다.

콰과과광!!!

규슈의 마포들이 정확하게 터져 나갔다.

이제 그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았다.

“가순신 경.”

“네. 주군.”

“내 서신을 전달하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가 순신은 갑판으로 나왔다.

타다만 불화살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적들에게는 더한 공포로 다가왔다.

휘릭!!!

가순신이 배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그가 땅에 닿는 순간!

쿵!!!!

주변으로 불기둥들이 솟아올랐다.

소드마스터는 인간이 아니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저벅저벅.

가 순신은 어깨에 깃발 하나를 걸치고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도 그를 감히 막을 수 없었다.

“오니가 나타났다!!!”

오히려 오돌오돌 떨며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병사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의 본진은 굳건했다.

가 순신은 그들의 앞에 섰다.

“규슈의 대영주는 레온 공국의 주인께서 보내는 서신을 받으라.”

그들의 진형에서 가 순신에게 달려와 서신을 받아 갔다.

서신은 규슈 대영주의 손에 쥐어졌다.

부들부들.

내용은 간단했다.

-항복 또는 초토화.

두 가지 중 선택하라는 것이다.

“주… 주군!! 안 됩니다. 남만인들에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이들이 안다면 틀림없이 공격을…….”

하나의 영지가 나라처럼 운영되는 곳이 지팡구.

웃긴 것은 외세의 침략에 대해선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살아 있는 천왕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신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 내 영지가 쑥대밭이 되어도 그들이 가만히 있단 말이더냐!”

그 말에 신하들은 입을 다물었다.

약해지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본섬의 영주들이 알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거다.

“저들이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언제 돌아갈 줄 알고.”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주군. 차라리 항복을 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신하 한 명이 말했다.

다들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의 말을 막아서진 못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어차피 규슈는 섬. 외세라고는 하나 다른 영주가 이 땅을 침범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동안 적은 배로 상행이나 하던 네르데르.

무장이 대단하긴 했으나 그래도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의 군함은 막강했다.

겨우 15척 남짓한 배들이 규슈의 항구들을 돌아다니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저들이 바다를 지켜 준다면 본섬에서 어떠한 병력도 무사히 이곳에 당도하지 못할 것이다.

“좋다. 항복한다.”

“주군!!!”

“주군!!!”

신하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머리에 가져갔다.

원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항복뿐이니.

스르르륵!!

대영주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밖으로 나와 고잉미샤호로 향했다.

철커덩!

고잉미샤호에서 나무판자가 내려왔다.

대영주는 그걸 밟고서 갑판으로 올랐다.

“어잇! 어서 와요.”

리안이 갑판의 의자에 앉아 한 손에는 찻잔을 들고 다른 한 손은 팔랑팔랑 흔들었다.

승자답게 얼굴에 여유가 가득 차 있었다.

“규슈의 다이묘 패트매느 세엔고쿠는 레온 전하께 항복하는 바. 충성을 받아 주십시오!”

그는 그의 방식대로 항장의 의식을 치렀다.

수치스러웠지만 이것이 최선.

“그대에게 리트를 보이라는 이름과 성을 하사하는 바이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패트매느 세엔고쿠 아니 이제는 리트를 보이가 된 그는 눈물을 흘렸다.

감격의 눈물이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살아 있는 신이라 여기는 천왕을 모실 수 없게 된 것이다.

설마 하자니 가문의 성까지 버리라 할 줄은 몰랐다.

‘참으로 두려운 자다.’

자신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끔찍한 이름이다.’

리트를 보이라니.

속으로 발음을 할수록 두려움에 빠졌다.

* * *

거대한 섬인 규슈를 얻은 리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즉시 선단을 불러 모았다.

“출항한다! 동쪽으로~~!”

리안이 이동한 곳은 오사카 항.

이곳 또한 네르데르 상선들이 가끔씩 들락거리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커다란 함선들을 보고도 그렇게 놀라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문제는.

퍼버버버벙!!!

다짜고짜 포격을 가하기 시작한 리안의 선단.

대처를 하려 해도 그들이 가진 마포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가… 갑자기 저놈들은 왜 저러는 것인가?!!”

오사카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그러나 더 경악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저… 저놈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 안 돼!!”

“천왕이시여!!!”

철갑선 하나가 유유히 강을 따라 올라갔는데, 그곳에는 지팡구의 수도인 쿄토가 있었다.

그곳에는 그들이 떠받드는 천왕의 궁전이 있었다.

규슈를 공격할 때와 달리 지팡구의 수도는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쿠구구궁!!!

쿄토에 도착한 고잉미샤호는 이번에도 다짜고짜 함포 사격을 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궁전도 정신이 없었다.

“천왕이시여!!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내가 궁전을 놔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더냐.”

콰아아앙!!!

그 순간 포격의 충격으로 궁전이 흔들렸다.

“시즈오카로 가시옵소서.”

“거기는…….”

“저 철로 된 요괴를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은 오롯이 이에야스 공뿐이옵니다.”

지팡구의 소드마스터.

은퇴한 이전 쇼군.

사실상 지팡구를 실질 통치하는 것은 천왕이 아니라 쇼군이라 불리는 군사 총사령관이었다.

“내 그자에게 가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궁전에 계속 있을 수는 없사옵니다.”

쿠우우웅!!

또다시 포격에 맞아 진동하는 궁전.

도대체 저 괴물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 무얼 했단 말인가.

“좋다. 내 이에야스 공에게 갈 것이다.”

천왕은 즉시 옥새를 품에 안고서 밖으로 나왔다.

그는 즉시 가마에 올랐다.

가마는 궁전을 빠져나와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릿한 향이 느껴졌다.

뚝뚝뚝!

가마를 따라 붉은 핏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뒤늦게 발견한 가마꾼이 놀라서 외쳤다.

“처… 천왕이시여!!”

놀란 이들이 급히 가마의 문을 열었다.

가마 안에는 머리와 함께 옥새도 사라졌다.

* * *

적당히 포격하던 고잉미샤호는 그대로 다시 강을 따라 남하했다.

정신을 차린 지팡구의 병력들이 모여들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강 위에 있는 고잉미샤호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펑펑펑!!

가끔 마포를 쐈지만, 네르데르 상인들이 팔아치운 저급한 것들이다.

그런 것이 고잉미샤호의 철판을 뚫을 수는 없었다.

“고생했다. 햄토리.”

난리가 난 밖과 달리 배 안은 평온했다.

리안의 개인실.

보자기를 들고 온 햄토리 한조를 칭찬했다.

“주군께서 원하신다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녀에게 걸렸던 금제는 모두 사라졌다.

리안을 떠나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녀는 리안의 곁이 좋았다.

새롭게 모시게 된 탱글이란 신도 좋았다.

스르륵!

리안은 옥새에 있는 붉은 끊을 풀었다.

‘이걸 어떻게 훔치나 싶었는데. 잘되었네.’

해리 78,900세에게 줄 선물이 생겼다.

흐뭇해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항법사 제로스는 기겁한 얼굴을 했다.

“그보다. 그걸 어디 쓸려고.”

붉은 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보자기에 싸여 있는 머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교도들의 왕이라고 하나 암살한 것이 알려지면 리안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네 명만 아는 거죠.”

리안의 개인실에는 리안, 햄토리 그리고 항법사 이 세 명밖에 없었다.

이 비밀이 새어 나갈 일은 없다.

“그… 그래도!”

“그래 봐야 심증이죠. 그리고 심증보다 중요한 것이 실리고.”

“또! 무슨 짓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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