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09화 (209/253)

209화

##209

신센롬 제국과 로이센 왕국이 전쟁을 벌이는 그 시간.

리안은 황궁에서 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로이센의 국왕이 전쟁 천재라고요? 지나가는 고양이가 다 웃겠네요.”

“그럼. 공왕께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처음에야 조금 다른 전술을 구사하는 프리들 대왕에게 당황해서 다들 당했겠지만, 슬슬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들을 리안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아마 헤드라인으로.

[프리들 대왕 별거 아니다.]

라고 찍힐 것이다.

각국의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본국에 정보를 퍼다 나르는 중이다.

그들의 조수가 수시로 들락거리는 걸 봐선 다음 날로 넘어갈 것도 없이 지금 이 시간도 호외라며 신문을 팔아 재끼고 있을 것이다.

“전하. 이렇게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있어도 되는 것이옵니까? 지금 코앞까지 로이센 군이 밀고 들어왔다는데.”

“어차피 물러날 건데 걱정할 게 있습니까?”

수도와 그리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전투가 아니다.

그곳의 전투에서 대패라도 하는 날엔 로이센 군은 거침없이 수도 앞까지 진격할 것이다.

그들을 막을 병력도 남지 않았다.

수도 성벽에 의지해 버틸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남는 것은 항복 문서에 사인을 하는 것뿐.

“그럼 이번 전투에서 신센롬 제국군이 이길 거라 생각하옵니까?”

“대충 비길 것 같긴 합니다. 예전처럼 승승장구는 하지 못할 겁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글을 썼다.

이번에도 조수들이 급히 무언가를 가지고 뛰쳐나갔다.

아마도.

[프리들 대왕 한물갔다.]

이런 헤드라인을 한 호외가 뿌려지지 않을까?

그렇게 리안은 신나게 프리들 국왕을 까며 즐거운 만찬을 이어 나갔다.

어찌나 신명 나게 깠던지 벌써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아오. 잘 먹었네.”

리안은 빵빵하게 나온 배를 두들겼다.

다만, 기자들은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

‘슬슬 올 때가 되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쿵!!

문이 열리고 정보부 요원이 뛰쳐 들어왔다.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테레지아 여제에게 달려갔다.

“폐하. 로이센 군이 물러났습니다!!”

“정말이더냐? 그것이. 전투는 전투는 어찌 되었느냐?”

“로이센 군 3만4천 명 중 사상자 약 8,000명. 신센롬 군 4만 8천 명 중 사상자 약 9,000명으로 집게 되었습니다.”

“오오오오!!!”

기자들은 입으로 감탄을 터뜨리며 동시에 손이 바빠졌다.

승리했단 말이 없는 걸 보아 싸우다가 로이센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저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면, 더 이상 수도로 진격할 의지는 꺾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모두 잔을 드세요. 우리 신센롬 제국이 신의 은총을 받아 승리했습니다.”

전투에선 승리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승리나 다름이 없긴 했다.

저들의 목적을 꺾었으니.

“축하드리옵니다. 폐하!”

“이제 역습할 일만 남았사옵니다.”

“저 악독한 로이센 군에 철퇴를 내리시길.”

다들 여제에게 축하를 전했다.

‘생각보다 많이 성과를 못 냈네…….’

다만, 리안은 조금 아쉬운 눈치였다.

현장에서 지휘했다면, 저것보다 더 큰 성과를 올려야 했다.

상대가 방심하기 딱 좋은 상황.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잘 오지 않을 거다.

프리들 왕을 말로는 폄하했지만, 정면으로 승부를 봤을 때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레온 공왕. 그대의 조언 덕이라네.”

“제가 뭐 한 게 있겠습니까. 그냥 철없는 어린아이가 훈수를 조금 뒀을 뿐입니다.”

기자들의 손은 또다시 바빠졌다.

또 다른 신문 기사가 작성되는 중.

[어린아이의 훈수에도 패배한 프리들 국왕.]

아마도 이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나가지 싶다.

그가 이 신문들을 받아 본다면 피를 토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우리 사위는 참으로 겸허하기도 하지요.”

모두의 앞에서 처음으로 사위라 했다.

신중한 그녀였지만, 매우 격앙되어 보인다.

어쩌면 그녀에게 즉위 이후 가장 기쁜 날이 오늘일지도 모른다.

“모두. 먹고 마시세요. 그대들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 술과 음식이 제공될 것입니다. 우리 신센롬 제국의 궁중 요리사는 오늘 밤을 새울 것입니다.”

“여제님께 신의 은총이 있기를.”

기자들은 테레지아의 배려에 잔을 들어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이미 기사는 뽑을 만큼 뽑았다.

스스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 그들은 즐길 생각으로 보인다.

탈칵.

여제는 리안을 데리고 집무실로 향했다.

주요 신하들도 몇몇 호출된 것으로 보였다.

“공왕 그대는 이 제국을 구했어요.”

아까는 사위라 불렀지만, 다시 공왕으로 격식을 차려 주는 테레지아.

이것은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존중의 의미였다.

“그보다 정치적으로 괜찮으시겠어요?”

리안은 엄밀히 말하자면 잉글슨-로이센의 편이다.

그런데, 동맹의 왕을 그렇게나 까댔으니.

“뭐. 이정도야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제 결투를 받아 줄지 모르겠네요.”

로이센 군은 한참이나 뒤로 군대를 물렸지만, 아직 모른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약간의 병력과 보급을 받고 다시 도전을 해 올지.

“그자의 속은 정말 알기 힘들어 예측하기 힘드네요.”

프리들 왕은 전쟁뿐만 아니라 언론 플레이를 잘했다.

다만, 언론에 그렇게 노출되면서도 말을 아꼈고. 가끔 아리송한 몇 마디를 던지고는 숙소로 들어가 버리는 행동을 자주 했다.

‘아마 이번 한 번은 받아 주지 싶네요.’

다시 말해 율 대륙에서 그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리안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번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 받아 줄 것이다.

* * *

프리들 국왕이 이끄는 로이센 군은 뒤로 물러나 재정비를 했다.

철수를 위한 재정비인지 재공격을 위한 재정비인지 알 수 없었다.

“방심했다. 내 잘못으로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그는 신하들 앞에서 의기소침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제장들이여 미안하구나.”

“그동안 모든 전투에서 이겨 왔지 않습니까. 슬퍼하지 마십시오. 전하.”

누군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전하. 우리의 병력이 더 적었습니다.”

항상 적은 숫자로 많은 숫자의 적을 상대해 온 로이센 군.

그들은 세 배 빨리 움직여서 세 배 많은 적을 상대했다.

보병으로 우회 기동전술을 펼쳤기에 가능했다.

정면으로 로이센 군을 상대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분명 자신들보다 숫자가 적음에도 전투가 벌어지는 곳엔 항상 로이센 군이 세 배가 더 많았다.

“후… 철수를…….”

그때였다.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프리들 왕은 급히 막사의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얼굴이 환하게 바뀌었다.

“잘리톨 리치!!!”

“전하. 제가 늦었사옵니다. 벌하여 주시옵소서.”

오토호스에서 뛰어내린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부리부리한 눈과 양쪽으로 길게 기른 콧수염.

마치 악마의 얼굴을 한 것 같았다.

그는 로이센 왕국의 정예 기병을 이끄는 기병대장이었다.

“아니다. 때마침 잘 왔다. 그대가 오지 않았다면 포기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로이센 각지에 있는 병력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긴 했지만, 언제 도착할지는 미지수.

그런데, 때마침 1만의 기병을 이끌고 온 것이다.

그중 1천여 명이 기사들이었다.

“노르드에서 온 자유 기사들이 합류했사옵니다.”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 신센롬 제국과 전쟁을 벌였던 자들은 북부의 노르드인들이었다.

그들은 바이킹의 후예였고. 여전히 북해에서 해적을 부업으로 삼는 자들이 많았다.

이전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전사와 기사들은 두문불출하다가 결국에는 돈과 출세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

“잘 왔다. 북부의 용맹한 전사들이여!! 신센롬 제국에게 항복을 받아 내는 순간 그대들의 양손은 무거워질 것이다!”

“전쟁의 신 프리들 대왕 만세!!!”

전쟁을 좋아하는 자들에게 프리들은 그냥 왕이 아닌 대왕으로 불렸다.

황제와는 다른 의미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작은 왕국으로 신센롬 제국이란 대국을 상대로 선방하는 자가 대왕이 아니라면 누굴 대왕이라 부르겠는가.

“신은 나를 아직 버리지 않으셨도다.”

프리들 대왕은 기병들에게 휴식을 명한다음 막사로 들어왔다.

“바람이 우리에게로 불고 있다. 승리의 바람 말이다.”

“저 정도의 기병이 합류했다면 해 볼 만합니다.”

“그래. 그 애송이가 내게 도전장을 쉴 새 없이 내고 있다지?”

“…….”

신문을 말하는 것이었다.

만찬에서 리안이 떠든 내용은 그대로 프리들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아직 신문으로 발간되지 않은 내용들도 잘 정리해서 첩자들이 이곳으로 배달해 줬기 때문이다.

당연 이것은 리안의 배려였고. 프리들 그도 알고 있었다.

“그와 정면대결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사옵니다. 전하.”

“설마. 그대들도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럴 것이 리안은 이전 슐 지역에서도 분탕을 친 자이지 않은가.

이번 매복도 그가 기획한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리안이 현장 지휘를 했다면, 비슷한 사상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대패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걱정 마라. 그 애송이를 과소평가하지는 않으니. 나는 내가 아니라 우리 군을 믿는 것이다.”

“어쩌려고 하십니까. 전하.”

“평야에서 대전을 치르자 할 것이다. 이거야말로 결투이지 않은가.”

여전히 귀족들은 명예와 기사도를 중시했다.

오죽했으면 전쟁에서도 먼저 쏘라고 배려하는 지휘관들도 있을 정도.

세상에 미친놈들은 많다지만, 귀족들 대부분이 저 명예와 기사도에 미쳐 있었다.

체면에 목숨을 거는 자들을 귀족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절대로 거절하지 못하지.”

프리들 왕은 입꼬리를 올렸다.

먼저 결투를 신청한 것은 리안이고. 체면 때문에라도 이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신센롬 제국은 보수적인 나라였고. 거절하는 순간 모든 귀족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 * *

프리들 왕의 예상대로 신센롬 제국의 황궁은 소란스러웠다.

그가 물러나지 않고 결투를 신청해 왔기 때문.

- 5일 뒤 17일. 세리 팍 평원에서 결투에 응하는 바이다.

프리들 왕은 리안이 했던 것처럼 신문을 통해 소식을 전해 왔다.

당연히 별도로 결투장도 보내왔다.

신문은 아무리 빨라도 반나절의 시간 차가 나니.

“아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신센롬의 여제 테레지아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쪽저쪽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그걸 본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장모님.”

“저들의 군대는 강합니다. 지형이라도 유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요.”

로이센 왕국의 군대와 싸우며 학습한 것이 절대로 나가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좋은 지형에서 맞이해도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로이센 군.

그들 군인 하나하나가 규율에 맞는 일체화된 전술을 훈련받은 자들이다.

생각하는 군대가 바로 그들이었다.

지휘관들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병사들이다.

이번 전투 이전만 해도 그들은 무적이었다.

“이길 생각은 없어요. 솔직히 저라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자이니까요.”

게임 초반에 가장 강한 자가 바로 프리들 국왕이니. SR+급 명장이다.

“내가 명령했다고 하겠어요. 결투를 거절하세요.”

“확실하게 이기지 못하는 것이지 지지는 않으니 걱정 마세요. 장모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

“지지만 않아도 됩니다. 이제 곧 겨울이니까요.”

확신에 찬 리안의 말에 여제는 다시 한번 더 믿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가 그를 막아 세웠단 말인가.

어찌 보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슐 지역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줬었던 것도 리안이었으니.

‘레온 공왕은 프리들 왕의 천적일지도 몰라.’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좋아요. 공왕 그대에게 모든 걸 배팅하겠어요.”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니까.”

그렇게 희대의 매치가 성사되었다.

리안과 프리들은 전쟁에 있어서 가장 핫한 두 명이었다.

-호외에요~ 호외~~ 프리들 왕이 레온 대공과의 결투를 받아들였어요~

이 소식은 빠르게 율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각국의 기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사를 본국으로 전송했다.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

리안은 즉시 장군들을 소집했다.

그들의 복색은 다양했다.

신센롬 제국은 어찌 보면 연합체다.

어찌 보면 그동안 신나게 로이센 군에 털린 것에도 기인했다.

이들은 서로 배척하거나 차별했고. 전쟁에서 목숨을 걸 이유가 하나 사라진 것이다.

“저번에 레인저 부대를 이끈 사람이 누구죠?”

“저입니다. 공왕 전하.”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섰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였던 것이다.

“그대에게 8,000명의 레인저 부대를 맡길 생각입니다.”

“제… 제게 말입니까?”

크로아티아 국경 지대에서 차출된 병력은 더 있었다.

그들은 각 부대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들을 따로 모았다.

남아 있어 봐야 차별만 당했기에 그들은 흔쾌히 새로 편성된 부대에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이번 전투에서 활약한다면, 레인저 부대를 용병 따위가 아닌 정규 부대로 편성할 것입니다.”

재정비 후 모은 병력은 4만 5천 명. 리안은 그 병력 중 레인저 9천 명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