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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08화 (208/253)

208화

##208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신문.

율 대륙 최고의 신문사 데빌즈 헌터.

그 일면에는 활짝 웃고 있는 리안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내가 로이센 왕국의 프리들 국왕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는 인정할 수 없다.

로 시작된 헤드 라인.

잉글슨의 위성국인 알바 공국.

어떻게 보면 동맹국의 국왕에게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

-우리 알바 공국의 병력은 신센롬 제국 vs 로이센 왕국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랑 제국과의 전쟁으로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아무리 재정비가 필요하다 해도 동맹국을 위해 병력 정도는 국경으로 이동시켜 줄 만한데 말이다.

-나는 잉글슨 왕국과 동맹이지. 로이센 왕국과 동맹이 아닙니다. 동맹인 잉글슨의 본토가 침략받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국가를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이 없습니다.

신문을 본 신센롬 제국의 여제 테레지아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지금 리안은 알바 공국의 국왕으로 이곳에 방문한 것이 아니다. 혼인을 파기하러 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위로서 방문한 것이었다.

“그… 그대는.”

“에효. 프리들 국왕이 받아 줄지 모르겠네요. 프라이드가 높다고 듣긴 들었는데 말이죠.”

* * *

신문은 로이센 왕국에 특급 배송되었다.

“이게 무엇인가?”

연전연승으로 로이센 왕국의 사기는 드높았다.

당연히 군을 직접 이끄는 프리들 국왕도 자신감에 차 있었고.

“알바 공국의 국왕의 인터뷰라고 합니다.”

“거참. 데빌 헌터즈도 할 짓이 없나. 별 듣도 보도 못한 놈의 인터뷰 따위나 하고. 그럴 시간에 내 인터뷰나 더 할 것이지.”

물론 데빌 헌터즈는 율 대륙에서 가장 큰 신문사답게 로이센 왕국의 국왕 프리들에게도 전담 기자를 붙였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답게 기자들을 이용해 언론 플레이에도 능했다.

“내용이 조금…….”

“무슨 내용이기에?”

글을 읽은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이놈은 뭐지?”

“아일리 섬과 신대륙에서 대활약을 한 자라고 합니다.”

“거참… 잠깐.”

그러고 보니 그의 이름이 낯이 익었다.

“그리고 신센롬과의 전쟁 초기에 슐 지역에서 분탕을 치던.”

“그놈. 백작이 아니었어?!”

“아일리 섬에서의 활약으로 후작이 되었고. 신대륙에서 활약으로 공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허…….”

초고속 엘리베이터라도 탄 것일까?

프리들 자신의 가문도 백작에서 시작해 공국으로 공국에서 자치권이 온전히 보장된 왕국이 된 것은 아버지 대였다.

그 과정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시련과 서러움이 있었다.

정당히 승리한 전투에서도 강대국의 눈치를 보며 절반 이상을 도로 내뱉었어야 했다.

“거참… 운이 좋은 놈이로군.”

“어떻게 인터뷰를 하시겠습니까? 전하.”

프리들은 리안의 프로필과 그동안의 업적이 적힌 메모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실력도 제법인 것 같긴 하다만…….”

지금 율 대륙에서 가장 선진적인 군대를 운용하는 것이 로이센 왕국이라 자신할 수 있다.

능력이 제법 뛰어난 것 같지만, 군대의 질에서 너무도 차이가 났다.

“아마 우리 쪽에서 맞불을 놓으면, 레온 공왕 개인이 신센롬 제국의 사위임을 내세워 참전을 할지도 모릅니다.”

“허접한 수작질이군. 넘어가 줄 이유가 없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을 도발했다지만, 로이센 왕국의 지금 가장 큰 우방은 잉글슨.

아무리 개인적으로 적의 편에 섰다지만, 잉글슨의 실력자인 리안과 싸워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시한다.”

* * *

리안이 무엇을 원하는지 테레지아 여제는 곧장 눈치를 챘다.

아무리 신센롬 제국의 사위라고 하지만, 명분이 부족했다.

“그놈은 냉혈한이라오. 넘어오지 않을 것인데…….”

“부채질을 좀 해야죠. 훗.”

사실 지금 신센롬 제국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연전연승한 로이센 왕국이 코앞까지 다가와 압박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보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모양.

여차하면 신센롬 제국의 수도 빈까지 진격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진짜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수도까지 오게 둔다면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대를 믿어 보겠어요. 레온 공왕.”

“사위라니까요. 장모님.”

리안은 웃으면서 발코니로 나갔다.

“아직. 전장으로 나가지 않은 장군이 누가 있나요?”

“레이시 장군이 있어요.”

“그럼. 크로아티아 지역으로 보내세요.”

여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곳은 산지가 많은 곳이라 인구가…….”

“그래서 그곳입니다. 거기 국경의 병사들은 사냥꾼들이 많거든요. 그들은 율 대륙에서 가장 거친 남자들 중 하나죠.”

“음… 그런가요?”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딱 삼천만 뽑아서 오라고 하세요. 훈련도 필요 없이 즉시 전력감이니까.”

“알겠어요. 그리 전하지요.”

* * *

레이시 장군은 여제의 명령을 받아 즉시 크로아티아 지역으로 떠났다.

당연히 도착하자 징병에 나섰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병력을 모을 수 있었다.

돈벌이가 마땅치 않은 지역이었는데, 적은 돈으로도 참전하겠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음…….”

다만, 그의 마음에는 딱히 들지 않았다.

복장도 가벼웠고 행색도 엉망이다.

모두 경험이 있는 험지 국경의 군인들이나 사냥꾼들이지만, 전쟁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전을 하기에는 너무 자유분방해 보이는 자들.

“장군! 본국에서 전령이 왔습니다.”

“이리 줘 보게.”

편지에는 로이센 왕국이 진격을 시작했으니 빠르게 합류하라는 내용이었다.

‘합류할 수 있을까?’

합류해야 할 곳은 제법 먼 거리.

“일단 출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각하.”

“슈우퍼 카를 대공이라 해도 그 시간까지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한 행군일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서든 전투가 끝나기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행군 속도에서는 율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운용하는 것이 슈우퍼 카를 대공이었다.

그도 불가능한 일을 해낼 리가…….

“있다. 이럴 수가!”

징집한 병사들은 숙련된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산에서 먹고 자고 하며 산이 집 그 자체인 자들.

산을 타고 이동하는데, 오히려 평지에서보다 더 빨랐다.

다운 백작은 빙빙 둘러가는 길 대신 직선으로 산을 관통하며 행군했다.

“이런 병사들이 그런 시골에 있었다고?”

레이시 장군은 놀라워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따르는 병력들도 레이시 장군을 잘 따랐다.

“오오!! 레이시 장군. 이렇게 시간을 맞춰 오다니.”

총사령관이 그를 반겼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지에서 병력이 조금씩 합류하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 합류 지점을…….”

레이시 장군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조금 더 뒤쪽. 안정된 지형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무리하게 전진해서 적을 맞이하는 것이.

“폐하의 뜻이라네.”

“이곳은 그렇게 싸우기 좋은 장소가 아닙니다. 특히나 로이센 군과 야전이라니요. 일단 후퇴를…….”

뼈저리게 그들의 무서움을 하는 그였다.

“모르겠네. 그만 후퇴를 하고 여기서 승부를 보라는 명령이라네. 그리고 이것은 배치도일세.”

그레시 장군은 명령서를 펼쳐보았다.

보통은 전쟁은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간섭하는 일은 잘 없다.

물론 지금 연전연패해 계속 후퇴하는 상황이라 지휘관의 힘이 없긴 했다.

“무슨 생각일까요? 이런 곳에 포대를 설치한다니요.”

“폐하의 명령이네.”

적이 본대로 접근하는 길목의 언덕에 설치된 포대.

분명 제대로 된 화망이 구축되었기에 피해를 강요할 수 있긴 하다.

문제는 그 포화를 뚫고 나온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로이센 군대는 율 대륙 최강이다.

“정면승부가 아닐세. 우리 본진은 여기지만, 여기 강 건너에 대부분의 병력을 숨겨 둘 거야.”

“아니… 굳이… 왜.”

“이렇게 보이는 병력이 적어야 우리가 후발대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본대의 도주를 돕기 위해 발목을 잡은 후발대라 생각할 테니.”

그 말에 레이시 장군은 큰 소리를 냈다.

“포병대를 버릴 생각이십니까? 적들이 화망을 뚫고 나오면 일부 보병들이 포병이 있는 언덕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누가 포대를 버린다고 했나? 이곳 포대를 지키는 것은 그대가 데려온 그랜저 부대일세.”

순간 멍청한 표정을 짓는 레이시 장군.

“잘 버텨 주게. 우리 본진이 적의 측면을 공격할 때까지.”

“후… 알겠습니다.”

레이시 장군은 명령을 받아들였다.

나름 이곳까지 행군을 하며 본 레인저 부대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 * *

로이센 군의 정찰대에 신센롬 제국의 군대가 포착되었다.

“국왕 전하. 적입니다.”

“규모는?”

“5천 정도로 보입니다.”

그 말에 프리들 국왕은 직접 근처까지 가서 적들을 관찰했다.

좌측은 언덕이 있었고 그곳에는 적들의 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중앙은 적들의 일부 병력이 보였는데,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오른쪽은 강이 굽어 있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도주하고 남겨 둔 병력인가 보군.”

요 몇 번의 전투로 인해 신센롬 제국은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것이다.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이렇게 빨리 자신들과 마주할 거라 생각하지 못한 모양.

“공격 준비를 하라.”

“전하.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저기 포대가 거슬립니다. 시간이 걸려도 조금 돌아가심이.”

프리들은 고개를 저었다.

“저것들을 치워 버리고 신센롬의 본진을 쫓아야지. 시간을 주면 안 돼. 지금 저들의 사기는 최악이야. 지금이 기회라고.”

저들이 요새 같은 곳에 틀어박히기라도 하면, 전쟁의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다.

곧 겨울이 온다.

본국과 이곳은 거리가 있었고 보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철수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겨울은 싸우기 적합한 계절이 아니다.

문제는 봄이 오게 되면, 스랑 제국에서 재정비 후 다시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

루스 제국도 문제다.

스랑 제국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지금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빨리 신센롬 제국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종전을 해야 한다.

전쟁을 오래 끄는 것은 소국인 로이센 왕국에 치명적이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전투 준비를 마친 로이센군은 적의 화망을 뚫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펑!! 퍼어어엉!!

로이센은 상당한 피해를 강요받았지만, 이곳만 벗어나면 언덕을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곳이 나온다.

빨리 치워버리고 적의 본진을 치면 적들을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면으로 로이센 군을 상대할 수 있는 군대는 율 대륙 어디에도 없다.

“공격!!!”

좁은 곳을 빠져나온 로이센 보병들은 곧장 신센롬의 포대가 있는 곳을 장악하기 위해 돌격했다.

그들과 언덕 사이에는 사람 키보다 긴 갈대숲이 있었다.

“적이다!! 로이센 군이다. 싸워라.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지킨다면, 여제께서 일 년 치 봉급을 주실 것이다!”

“와아아아아!!!”

그랜져부대는 그 소리에 함성을 지르며 나타났다. 문제는.

탕!! 탕!! 탕!!!

집단이 아니라 소규모로 한두 명씩 쏘고는 사라졌다.

갈대숲 곳곳에 로이센 군의 비명이 들려왔다.

“어… 어디냐!!! 저쪽이다. 쏴라!!!”

타다다다당!!

급히 반격을 했지만, 이미 그랜저들은 사라진 뒤였다.

애꿎은 탄만 낭비했다.

탕!! 탕!!!

사격 후 장전 시간에 다시 나타나 한두 발.

로이센 군은 완전히 발목이 잡혔다.

퍼어어엉!!!

그사이 신센롬의 포병들은 신나게 로이센 군에게 포를 쏴 댔다.

피해는 점점 누적되어 갔다.

“아니. 보병을 보낸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저 포대를 점령하지 못했다고?!”

“적들의 저항이 거셉니다!!”

“기병을 보내라. 기병에게 측면 돌파를 해서 보병을 지원하라 해라.”

“갈대숲으로 인해 기병이 활동하기가…….”

로이센 국왕은 소리쳤다.

“상관없다. 숲을 관통하고 또 관통해라.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피가 마르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저놈들이 후발대가 아닐지도?’

원래의 신센롬 제국군이라면, 자신들의 보병이 접근하는 순간 포대를 버리고 도주해야 정상이다.

“젠장!! 빨리. 저곳에 포대를 올려라!”

“네? 우리가 공격하는 것 아닙니까?”

“불안하다. 어서!”

“저곳은 포대를 올리기엔 너무 가파릅니다. 시간이 걸릴지도.”

“상관없다. 빨리빨리 올려라.”

그렇게 명령하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보병들은 적 포대에 접근하지 못했다.

“전하!! 적입니다.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소식.

“다수의 적 보병들이 강을 도하합니다.”

“뭐?!!”

순간 패닉에 빠진 프리들 국왕.

그의 머릿속에 패배란 생각이 떠올랐다.

첫 패배.

“장군들에게 뒷정리를 맡긴다. 나는 뒤로 물러나 있겠노라.”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전투에서 지더라도 자신이 사로잡힌다면 모든 게 끝난다.

그리 말하고 자신의 오토호스로 걸어가는 순간.

“전하!! 아군의 포대 설치가 끝났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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