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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04화 (204/253)
  • 204화

    ##204

    해적왕이 이끄는 해적-아일리 연합 부대는 신센롬 제국의 북쪽에 흐르는 센강에 진을 쳤다.

    그곳에 진을 친 이유는 간단했다.

    투트트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노인이 홀로 오토호스를 타고 해적왕의 진영 근처에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노인이 어찌나 목청이 큰지.

    “늙은 해적 우두머리 놈아. 이리 와서 한번 붙어 보자!”

    그는 오토호스 옆에 커다란 깃발을 꽂았는데.

    세로로 알아볼 수 없는 문양이 적혀 있었다.

    “거참. 누가 누구보고 늙었다는 거야? 영감탱이야.”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율 대륙제일검 노더 류거.

    소문으로는 검 한 자루로 알프 산맥을 갈라 버릴 수 있다는데, 그건 조금 과장된 이야기.

    다만, 그가 율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란 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또한 그 누구도 그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문질문질.

    “넌 이야기를 하다말고 뭘 얼굴에 처바르느냐.”

    “아이고. 늙은이에게 늙은이 소리를 듣고보니 피부 관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소.”

    “이미 면상이 다 쪼그라들었구만. 관리는 무슨!!”

    “흥!! 두고 보라지.”

    해적왕은 노더 류거를 멀찌감치 두고 리안이 준 선크림을 발랐다.

    좀 끈적거려서 기분은 나빴지만, 왠지 느낌적으로 몇 살은 어려진 것 같은 만족감.

    “이놈아! 그만 뭉그적거리고 이리 와서 한번 어울려 보자꾸나.”

    “내가 미쳤소? 노괴랑 칼을 섞게. 메롱이올시다!”

    해적왕은 리안의 행동을 살짝 따라 했다. 그러자 노더 류거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이가 많아 웬만한 일에는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이놈!!”

    “이놈 저놈 하지 말고 드루오슈~”

    그러나 노더 류거는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그가 대륙제일검이라지만, 홀로 군대까지 쓸어버릴 순 없다.

    더군다나 강을 끼고 진을 친 적에게 잘못 들어갔다가 제때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이곳이 그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해적왕의 부하들도 만만치 않았다.

    똥개도 제 구역에선 먹고 들어가는데, U자로 꺾여 3면이 물인 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다.

    “겁쟁이 놈!! 해적들의 왕이라기에 기대했건만. 쯧쯧.”

    제일검 노더 류거는 오토호스를 돌려 빠져나왔다.

    당연히 그가 들고 있던 의 가문 깃발도 뽑아서는.

    “뭔 저런 븅신 같은 가문기를…….”

    해적왕의 부하 중 하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고로 가문 문장으로는 동물의…….”

    형체나 문양. 그게 아니라면 전쟁 무구. 그것도 아니라면 간단한 형태지만, 의미를 닮고 있는 그런 것들로 사용한다.

    이는 무지한 평민들도 가문의 문장을 알아보게 하기 위함이다.

    “신흥 귀족이니까.”

    누군가 말했다.

    “평민에서 소드마스터가 된 인물이지. 동방의 암호를 깃발에 적용시킨 것 같은데… 제정신이 아닌 영감이야.”

    “그러니까 평민에서 소드마스터가 되었겠죠.”

    대륙제일검이 멀어졌다.

    그는 어깨에 가문 깃발을 짊어지고는 황궁으로 들어갔다.

    쿵!

    가문 깃발이 대전의 바닥에 찍혔다.

    파사삭.

    비싼 대리석이 깨지며 바닥에 박힌다.

    그런 행동에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황제를 측근에서 모시는 시종장만이 한숨을 쉴 뿐이었다.

    ‘저 지랄맞은 영감탱이가 또. 또. 부쉈어. 아아. 예산도 빠듯한데…….’

    대전에 들어올 때마다 저 짓이었다.

    그래서인지 근위대장인 그가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대전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없었다.

    “아이고. 허리야.”

    “보아하니 실패한 모양이군요.”

    “뭐. 그렇지.”

    황당하게도 황제가 존대를 하고. 근위대장이 막말을 했다.

    뭔가 거꾸로인 느낌이지만, 그는 이미 세 번째로 황제를 모시고 있었다.

    황제들의 스승이라 불리며 황궁에서 그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폐하. 어쩔 거야?!”

    “어찌 안 되겠습니까? 알프 산맥도 단칼이 갈라 버린다는 대륙제일검 아닙니까.”

    “누가 그딴 소문을 퍼뜨렸는지. 에잉~”

    “정말 못하시는 겁니까?”

    대륙제일검은 딴청을 피웠다.

    이 와중에도 황제가 농담을 던진 것이었다.

    그게 가능하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황궁이야 어찌 막을 수는 있겠지. 다만, 시민들은 희생해야 할 거야.”

    수도 파리의 외각에는 성벽이 둘러져 있고. 다시 그 안의 황궁은 성으로 되어 있다.

    지금 수도에 남은 병력으로는 외각 성벽을 방어하지 않는다.

    “그럼. 저놈들은 왜 안 들어오는 겁니까?”

    다시 말해 해적왕의 군대가 파리로 들어와 대규모 약탈을 벌여도 스랑 제국은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한다.

    “내가 무섭긴 무섭나 보지. 폐하 친위대도 있으니까. 우리가 이기진 못해도 저놈들도 꽤 타격을 받을 거야.”

    해적왕도 병력을 잃고 싶진 않을 것이다.

    재물보다 소중한 것이 그의 뿌리가 되는 해적들이니.

    그들을 잃는 순간 북해나 중해의 해적들이 올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아.”

    단순히 용병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레온 공왕에게 노르망 공작 작위라도 약속받았을지도 모르죠. 이미 받았으려나.”

    “그래. 말을 섞어 보니 그놈 눈알이 딱 그랬어.”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협상을 하고 싶은 것이로군요.”

    “맞아!! 그거야. 어이쿠. 나이가 드니 머리가 안 돌아가네.”

    “아직 정정하십니다.”

    “아니야. 그놈이 내게 늙었다고 혀까지 내밀며 약 올리는데. 어찌나 얄미운지.”

    “전쟁이 끝나면 영약이라도 구해 드리겠습니다. 남자에게 좋은 걸로 골라서.”

    “그 약속 잊지 마. 폐하.”

    대륙제일검 노더 류거는 깃발을 뽑아 들고는 대전을 나가 버렸다.

    그러자 침묵하고 있던 신하들이 입을 열었다.

    “폐하. 아무래도 빠르게 협상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동요가 큽니다.”

    “아닙니다. 조금만 버티시면 북쪽의 병력들이 수도로 내려올 것입니다. 그 병력이 대륙제일검 류거 경이 지휘하게 한다면…….”

    누가 봐도 해적왕은 대륙제일검 류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해적왕 본인도 그걸 알고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았고.

    같은 소드 마스터지만, 삐끗하는 순간 몇 초 만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북쪽의 병력들의 소식이 끊긴 것이 수상합니다. 늦기 전에 협상을 하는 것이.”

    “남쪽에서도 급히 병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각지의 영주들이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신하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의견들을 내어놓았다.

    “하…….”

    절대군주라 불리는 스랑 제국의 황제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정말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가장 싸게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문제는 북쪽이든 남쪽이든 루스 제국의 병력이던 어느 부대라도 하나만 온다면 상황은 급변한다는 것이다.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지.”

    대전 회의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오늘도 이렇게 끝나 버렸다.

    * * *

    리안은 기후 백작에게 적들의 추격을 맡기고는 기병들만 이끌고 남쪽으로 쭉쭉 내려왔다.

    “공작 전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리안은 경로상 존재하는 노르망 공작령의 친 잉글슨 귀족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리안이 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송구합니다. 제때 수도 루앙으로 들어가지 못해…….”

    대부분은 저런 말을 했다.

    마지막 남은 약간의 병력을 움켜쥐고 최후의 저항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영지에 틀어박힌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루스!! 그 루스 촌놈들이 싹 쓸어 갔습니다.”

    스랑 제국의 황태자와 루스 제국의 군대가 메뚜기떼처럼 쓸어 가 버렸다.

    그들은 눈 뜨고 그걸 지켜봐야만 했다.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당장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

    그런 와중에 승전 소식과 함께 리안이 온 것이다.

    “치욕을 씻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공왕 전하!!”

    그들은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리안에게 부탁했다.

    공도 공이지만, 일단 빼앗긴 것들의 일부라도 찾아와야 했으니.

    거기다 논공행상 때 자칫 친스랑 제국의 편으로 찍혀 영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수락한다. 기병은 내게 붙고. 보병은 기후 백작에게 가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그렇게 리안이 이끄는 기병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를 불어났다.

    “전하!! 저도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거기다가 퇴역한 기사나 용병들도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터전이 짓밟히고 나서 분노를 했다.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리안에게는 한 기의 오토호스도 중요했다.

    “그대들에게 알바 공국의 기사직을 내리는 바이다.”

    “누가 되지 않게 명예를 위해 싸우겠나이다. 전하!”

    그들의 합류로 기병대의 사기가 드높아졌다.

    이미 승전과 명성이 높은 리안이 이끌기에 사기는 높았지만, 흐름과 대의라는 것이 있다.

    리안의 뒤를 따르는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란 느낌이 들었다.

    “전하. 앞쪽에 스랑 제국군입니다.”

    “간단하게 쓸어버리고 계속 남하한다.”

    노르망의 수도 루앙에서 패배하고 도주 중인 패잔병들은 리안의 깃발을 보자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가끔 규모가 조금 있는 부대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리안과 싸울 의지가 전혀 없었다.

    “저런 놈들에게…….”

    새로 합류한 귀족들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적들을 보며 허탈해했다.

    “저들은 이미 우리 전하의 두려움을 몸소 채험한 놈들이지요.”

    완전히 질려 버린 것이다.

    싸우다 그저 대패한 것이라면 저렇게 도망가진 않았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고.

    그런데, 리안은 저들에게 무서운 똥이었다.

    투타타타타!!!

    이동 중 조금이라도 모여서 도주하는 패잔병들을 보면 어김없이 달려가 흩어놓았다.

    “전하. 루스군이옵니다.”

    그들을 보고 이를 가는 노르망의 귀족들.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들어가 도륙을 내고 싶다만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밤까지 기다립니다.”

    루스 제국의 군대는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 그들보다 큰 규모의 군대는 없으니.

    밤이 되어도 불침번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경계 근무병들도 술을 마시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

    “공격!!!”

    리안의 명령에 3천이 조금 넘는 기병이 일시에 돌격을 감행했다.

    와아아아!!!

    “교전은 최소화한다!! 모두 불태워라.”

    리안의 말대로 온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놀란 키예프 루스 제국은 우왕좌왕하다가 한참이나 뒤에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모두 사라졌습니다.”

    “뭐?!! 그게 말이라고 하는가?!!”

    화르르르~~!

    온 사방이 불바다인데, 적들은 없었다.

    사상자도 거의 없었다.

    사라진 것은 그동안 모아 온 약탈품들과 식량.

    “추격합니까?!”

    루스 제국에도 기병이 있었다.

    “무슨 소리!! 그럴 여유가 없다. 식량 창고도 불타 버렸지 않느냐!”

    “그… 그건…….”

    결국 루스 제국의 엉덩이는 더 무거워졌다.

    그들의 행태에 화가 난 황태자가 따졌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이곳은 엄연히 스랑 제국의 영역이거늘.”

    “노르망 공작령도 스랑 제국 영토였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실효 지배를…….”

    “저희는 그저 현지 조달을 할 뿐입니다. 지금 당장 먹을 식량이 부족합니다. 적들을 만나 봐야 이런 상태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황태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원래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루스 제국의 군대는 지금 상거지 꼴을 하고 있었다.

    “하… 내가 어쩌자고… 이런 거지 놈들을…….”

    리안은 루스 제국의 군대를 앞질러 행군했다.

    더는 그들을 자극하지 않고 서남쪽으로 향했다.

    “이쪽 방향은…….”

    “아마 내 예상대로라면 이쯤에 올 때가 되었는데…….”

    백 프로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는 변수들이 많았으니.

    리안이 기다리는 것은 대략 세 가지 경우의 수중 한 가지.

    “여기서 하루만 숙영하고. 아무것도 오지 않으면 스랑 제국의 수도 파리로 갑니다.”

    “스랑 제국의 수도라니요!!”

    중간에 합류한 자들은 기겁한 얼굴을 했다.

    이미 스랑 제국의 영역에 들어와 있지만, 그저 분탕질을 치러 온 줄 알았다.

    3천의 병력으로 파리를 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미 그곳에는 내 군대가 가 있습니다.”

    “군대만으로는 힘듭니다. 그곳에는 대륙제일검이…….”

    “그건 걱정 안 해도 되요. 해적왕이 가 있으니 견제는 될 겁니다.”

    해적왕과 제일검이 일대일로 백 번 싸운다면 백 번 진다.

    율 대륙에서 그 누구도 그에게 이기지 못하리.

    그러나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일대일로 싸울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그럴 줄 알고 주둔할 위치까지 잡아 줬다.

    “그런……!”

    다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누가 감히 율 대륙 최강국인 스랑 제국의 수도를 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전하!!”

    그때 정찰을 나갔던 기병들이 돌아왔다.

    “다수의 스랑 제국군이 행군 중입니다.”

    “역시. SSR+”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리안의 옆에서 많은 것을 본 샤로트였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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