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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01화 (201/253)
  • < 201화 >

    ##201

    누가 봐도 무모한 전략처럼 보였다.

    역사상 이런 식의 상륙 작전은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런데······.

    “장군님. 적선이······.”

    스무 척가량의 함선들.

    속도를 최대로 올렸기에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속도를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샤아아아~!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일··· 일자로······??”

    부유선들이 다가오며 일자로 진을 펼쳤다.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그 배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육지로 거침없이 올라탔다.

    쾅쾅쾅!!!

    해안 마포들이 불을 뿜는다.

    위력이 강해 몇 척은 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대규모··· 함대입니다! 장군.”

    “전 부대에 전투 준비를!”

    그런데, 80여 척의 배들이 양쪽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배들도 막무가내로 육지로 올라왔다.

    “뭐··· 뭐야?!”

    원래라면 해안에서 병사를 내려야 한다.

    모든 부유선이 육지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러면··· 배들이 상할 텐데······.”

    처음 20척에 이어 80척이나 되는 배들이 모두 육지에 꼬라박은 상황.

    더 이상 운항을 하지 못하고 정지하는 순간.

    “돌격!!! 돌격하라!!”

    병력이 우르르 내려 양 사이드로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배들은 ‘川’ 형태를 했다.

    절묘하게 양쪽의 절벽과 배 사이로 달렸다.

    타다다다당!!

    마포에 이어 마총병들도 부지런히 적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거참······.”

    해적왕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100척이나 배를 꼬라박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해군과 육군 양쪽을 장악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런 사람은 오직 왕뿐.

    “뭐 해요. 해적왕 할아부지. 아니 해적 공작님.”

    리안이 해적왕의 등을 떠밀었다.

    “어휴. 간다. 가.”

    대략 절반 정도의 배는 폐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려 율 대륙 본토의 공작이다.

    그래서 그런지 리안은 배들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선의 시대는 끝나니 아까워하지 마세요.’

    리안은 속으로 그리 말했다.

    어차피 목선들을 해체한 다음 부유석들만 떼어 내 철갑선을 만들 예정이다.

    “이놈들아!!! 노르망 공작 나가신다아아!!”

    해적왕은 몸을 뒤로 쭉 빼더니 적진을 향해 단번에 도약했다.

    소드마스터가 괜히 소드마스터가 아니었다.

    콰아아앙!!!

    해적왕이 간 곳은 해안 부대가 밀집한 곳.

    중앙에 선발대로 보낸 무인선들을 한 척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다.

    이미 대부분의 배들이 걸레짝이 되었지만.

    “우리 편 잘한다. 잘한다~!”

    리안은 멀찌감치서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호위 및 보좌하기 위해 남은 몇몇 귀족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저자가 소문에도 무성한 레온 공왕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

    “다들 가죠.”

    “아직 전투 중입니다. 위험하십니다. 전하······.”

    “이제 끝날 거예요.”

    해적왕의 기함인 2급 전열함은 꽤 높음에도 리안은 그대로 배에서 뛰어 내렸다.

    바람 속성이라 그런지 착지도 우아했다.

    “어··· 어?! 공왕님!!”

    남아 있던 귀족들이 급히 우르르 리안에게로 따라붙었다.

    일부는 방패를 들고 와 리안의 앞을 가려 준다.

    “상관없는데.”

    정말 리안의 말대로 걷기 시작하자 점점 총성이 줄어들었다.

    해안을 돌파하는 순간부터 이미 승패가 났다.

    더군다나 이쪽은 소드마스터도 있었다.

    “허······.”

    임시로 만들어진 해안 요새에 깃발이 걸렸다.

    레온 가문을 상징하는.

    “고양이앞발··· 문장이라니.”

    매우 귀여운 모양인 깃발을 보고 한 귀족이 내뱉자 리안이 고개를 휙 돌렸다.

    “저건 고양이가 아니라 맹수의 앞발이거든요!”

    “죄··· 죄송합니다. 전하.”

    도대체 저 가문 상징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리안은 조금 원망스러웠다.

    카리스마가 영 살지 않았다.

    나중에 망토나 군복에도 새겨 넣어야 하는데······.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다만, 문장이란 것이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동이나 다를 것이 없기에 귀족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가문 문장을 사용하는 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어떤 가문은 남성의 주요 부위 모양을 한 가문도 있었다.

    바꾸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교황청에서 거부했다.

    참고로 가문들의 문장은 교황청에게 기록하고 보관했고 이런 행위가 언제부터는 권리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에이. 난 절대 안 되겠네.’

    겉으로 보기엔 리안은 명예 성기사였지만, 교황청과 사이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와아아아아!!

    깃발이 걸리자 함성 소리가 전장에 퍼졌다.

    다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적의 십자 포화를 막아 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쪽수로 그냥 밀어붙인 거기 때문이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전하!”

    귀족들이 앞다투어 리안에게 인사를 건냈다.

    리안에게 잘 보여야 한 톨의 땅이라도 얻을 테니 말이다.

    “병력을 빨리 재정비하세요. 곧장 아군의 군대를 구원하러 갑니다.”

    ***

    노르망 공국의 수도 루앙.

    스랑 제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큰 도시였다.

    공국은 잉글슨 국왕이 소유했지만, 소속은 스랑 제국이었으니.

    웃기게도 노르망 전투는 내전인 동시에 국가 간 전투이기도 했다.

    “마석이 다 떨어져 갑니다. 사령관!”

    “식량 사정도 좋지 못합니다.”

    “서쪽 성벽의 보수가 필요합니다. 이전 전투에서······.”

    루앙의 사정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노르망의 대부분 땅이 적들에게 함락당했고 이제 남은 곳은 이곳뿐이다.

    “본국에선 뭐라고 합니까?”

    “레온 공왕이 지원군을 이끌고 오고 있다는군.”

    “하······.”

    그 말에 다들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리안이 요즘 떠오르는 강자로 소문이 났다지만, 상륙은 쉽지 않다.

    잘못하다간 상륙 과정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잃거나 심하면 전멸까지도 당할 수 있었다.

    “설마. 상륙을 하겠습니까? 레온 공작이 브루타뉴 출신이니 그쪽으로 오겠지요.”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이곳까지 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중간에 거쳐야 할 관문들도 많다.

    연전연승을 한다 하더라도 그 전에 이곳이 함락당할 것이다.

    “그보다 공왕이라니요? 레온 후작 아닙니까?”

    “아일리 섬과 이곳 노르망 공작령을 받아서 공왕으로 즉위했다는군.”

    “이거··· 더 힘들어지겠군요.”

    앞서 말했듯이 이 전쟁은 내전의 성향도 있었다.

    그런데, 리안이 공왕으로 즉위함과 동시에 이곳을 가지게 된다면 스랑 제국에서 독립해 버릴지도 모른다.

    스랑 제국 입장에선 노르망이 스랑 제국의 소속인 상태였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독립을 한다면 눈에 불을 켜고 저지하려 들 것이다.

    “도대체 폐하는 무슨 생각이신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나중 일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군.”

    일단 버틸 때까지 버텨 보겠지만, 항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총사령관님!! 적들이 대규모로 공격할 기미가 보입니다.”

    “음? 포위한 뒤 서서히 말려 죽일 생각이 아니었던가?”

    그동안 공격은 많이 했지만, 작정하고 함락시키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았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무너질 테니. 그런데.

    “흐름이 바뀌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리안이 상륙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버틴다!! 무조건 버틴다!!! 저놈들이 굳이 대규모 공세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레온 공왕이······.”

    사령관은 즉시 수비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약간의 양념을 쳐서.

    -요즘 소문에도 무성한 그 레온 공왕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곧 도착할 것이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펄럭!!!

    전투가 일어나기 전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처음에는 호랑나비인가 싶었는데, 점점 커지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누!! 누구냐!!!”

    성벽에 있던 병사들이 급히 리안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수고가 많구만. 나는 레온 공왕이다.”

    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소식은 지휘부에 곧장 알려졌고. 놀란 사령관이 급히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사진과 똑같았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왕 전하.”

    “경 같은 인제가 있어서 이곳이 아직 적에게 넘어가지 않았구만.”

    “송구하옵니다. 겨우 지킬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었습니다.”

    리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기후 백작.”

    이것은 사실이었다.

    기후 백작은 총사령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전쟁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가 총사령관이 전사하자 은거하던 기후 백작을 노르망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리고.

    “공격 전문으로 알고 있는데, 수비를 하느라 영 갑갑하겠군.”

    “아니옵니다. 전하. 그런데··· 지원군은 얼마나 오는 것입니까?”

    “응? 지원군? 무슨 지원군? 여기 있지 않은가.”

    “네에? 그러니까. 지원군이.”

    “여기!”

    리안이 엄지로 자신의 손가락을 가리켰다.

    -꼬맹이. 정말 너 혼자 가겠다고?

    -네. 흐흐흐.

    -그럼. 우리는?

    -파리! 파리로 행군하세요. 그리고 가면서 땅도 좀 먹어 주고.

    파리는 스랑 제국의 수도.

    리안은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적의 주력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죠. 노르망의 수도 루앙과 제 동생의 영지인 라드 백작령으로.

    라드 백작령으로는 레온 백작령에서 모집한 병력을 샤로트가 이끌고 있었다.

    승리는 하지 못해도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하. 차라리 피하십시오. 곧 적들이 들이 닥칠 것이옵니다.”

    기후 백작이 황당함을 뒤로하고 조언을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면 끝이다. 차라리 항복을 하자.’

    마음 같아선 리안을 붙잡아 적들에게 넘기며 항복하고 싶었다. 어차피 자신과 주종 관계를 맺은 것은 잉글슨의 국왕이니.

    리안을 넘기며 항복한다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리안쯤 되는 거물이라면 막대한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날 것이다.

    “조언은 고맙지만, 나는 여기 루앙에 뼈를 묻을 것이다.”

    리안은 그리 말하고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내 목소리가 들리는 모든 귀족들은 무릎을 꿇어라!”

    그 말에 다들 어벙벙하게 무릎을 꿇는다.

    “그대들을 기사로 임명하는 바이다. 열심히 싸우도록.”

    “······???”

    얼렁뚱땅하게 모든 귀족들이 기사로 임명되어 버렸다.

    루앙 도시의 시민들과 수비군들이 증인이 되어 버렸고.

    다시 말해 리안을 사로잡아 적에게 항복한다는 선택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군을 배신한 기사는 어디서도 받아 주지 않는다.

    ‘젠장!!!’

    불순한 생각을 품었던 몇몇 기사들은 욕을 내뱉었다.

    ‘아니. 이딴 식으로 기사를 내리는 게 어디에 있어?!!’

    반박이나 거부할 겨를도 없었다.

    아니. 이런 분위기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다.

    그 순간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광고를 하는 짓이었다.

    ‘제발 저놈이 전투 중에 뒈져 버리길 기도해야 하나?’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 도시가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시민들조차 귀중품들을 땅에 몰래 묻고 있었다.

    도시가 함락되는 순간 약탈이 일어날 것이니.

    가장 걱정인 것은 딸을 가진 부모들이었다.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들어라! 시민들이여 그대의 재산과 가족을 위해 무기를 들어라. 누구라도 공을 세운다면 작위를 내리겠다!”

    리안이 외쳤다.

    “지금 나의 군대는 제국의 수도로 향하고 있다. 버텨라. 조금만 버틴다면 제국은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

    리안의 말에 다들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와도 모자랄 판에 제국의 수도라니.

    와아아아아아!!!

    그런데, 웃기게도 시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감히 율 대륙 최강국이나 다름없는 스랑 제국의 수도를 공격하겠다고 마음먹겠는가.

    더군다나 성공하리라 믿고 단신으로 이곳으로 왔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들어라!!!”

    “나도. 나도 싸우겠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떤 아녀자는 부엌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뛰쳐나왔다.

    허리가 휜 노인도 지팡이를 짚으며 성벽에 오르려 했다.

    “영감님. 그만 내려가세요.”

    “내가 왕년에는 용병으로 팔팔 날아다녔어!!!”

    후웅~ 후웅~

    노인의 지팡이가 푸른빛이 감돌았다.

    “기··· 기사?!”

    “용병이니 기사가 아니라 전사라 불러야지. 훌훌훌~”

    노인은 몇 개 남지 않은 치아를 보여 주며 환하게 웃었다.

    “전하. 정말로 막을 수 있는 것입니까? 시민들은 싸울 줄 모릅니다.”

    “돌이라도 던지라 하세요. 아녀자와 아이들에게 행주에 돌을 담아 옮기게 하세요.”

    “그런······.”

    리안은 표정은 진심이었다.

    “총사령관님!! 급보입니다.”

    그때 정찰을 나갔던 병사들이 돌아와 보고를 했다.

    나갈 때와 분위기가 바뀐 것에 의아해했지만, 급한 소식을 전달하는 게 우선이다.

    “무슨 일이야?”

    “스랑 제국의 황자 깃발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황태자가 루스 제국의 군대와 함께 왔습니다.”

    총사령관은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받았다.

    리안도 조금 당황했다.

    ‘아니. 일이 이렇게 흘러간다고?’

    솔직히 예상을 못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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