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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8화 (198/253)

< 198화 >

##198

스랑 제국의 황궁.

그곳은 그곳 나름대로 복잡한 심정이었다.

“북신대륙이 어떻게 되었다고?!!”

싸늘한 황제의 목소리에 대전이 차갑게 식었다.

“그래도 잉글슨 측에서··· 협상을······.”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쾅!!

황제는 손바닥으로 용상을 내리쳤다.

신하들은 온몸을 움츠렸다.

“아즈 제국으로 인해 초토화가 되지 않았는가!!”

잉글슨과 협약 이후 군대를 정비한 스랑 제국은 아즈 제국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었다.

평야 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스랑 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스랑 제국의 영역이 식민지로서 역할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구축해 놓은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졌다.

회복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소식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북신대륙의 손실을 조금은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뭔가?”

“잉글슨의 후작인 레온 후작의 영지인 코파나와 아즈 제국과 부딪혔다고 합니다.”

다들 ‘그게 뭔 대수인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대신의 말이 아니었다면, 리안의 영지가 아즈 제국의 남쪽에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5천이 넘는 부대가 아즈 제국의 영역 안까지 들어가 싸웠다고 합니다.”

“엄청난 피해를 봤겠군.”

스랑 제국도 한때는 그곳을 완전히 복속시키려 엄청난 예산을 때려 부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아즈 제국의 영역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아닙니다. 피해는 거의 없고 아즈 제국의 수도까지 밀어 붙였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잘못된 정보 아닌가?”

“이벨 왕국에 심어 놓은 믿을 수 있는 첩보입니다.”

다들 의문에 가득 찼다.

아즈 제국과 그들의 영토에서 싸우려면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은.

“말라리아의 치료약이라도 개발한 것인가?”

“그들의 주장으로는 브루타뉴 왕국의 술이 말라리아에 특효로 이벨 왕국이 대량으로 주문을······.”

“하필이면··· 또 레온 후작 그놈이라니!”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레온 후작이 지금 당장에야 우리와 척을 졌지만, 그의 고향은!”

“그래. 그렇지. 브루타뉴 공국!!”

그때였다.

“폐하! 브루타뉴 공왕이 알현을 신청하고 있싸옵니다.”

그 말에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들라 하라!”

잠시 후 잔뜩 주눅이 들어 보이는 남성이 대전으로 들어왔다.

모두 공왕을 노려보았다.

그럴 것이.

“레온 후작을 설득하는 걸 실패했더군.”

“송구합니다. 폐하!”

“게다가 그대의 봉신인 레온 후작이 우리 식민지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지?”

브루타뉴 공국의 공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았다.

그래도 평생 숨어 지낼 것이 아니라면 스랑 제국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레온 후작도 유감의 뜻을 전했사옵니다. 스랑 제국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아 빠르게 협상으로······.”

참으로 이상하긴 했다.

다른 이였다면 이 기회에 북신대륙에서 스랑 제국을 몰아내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아즈 제국에게도 경고를 했사옵니다. 스랑 제국의 영역에서 물러나라고.”

당연히 거짓이다.

하지만 스랑 제국은 잉글슨이 아즈 제국과 손을 잡고 스랑 제국의 영역을 쳤다고 믿고 있었다.

이후 리안이 아즈 제국을 공격한 것은 의외였지만.

“말을 듣지 않아 용병을 모집해서 응징을 했나이다.”

뭔가 이상하게 끼워맞춰졌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저렇게 숙이고 들어가니 스랑 제국의 체면상 받아 줄 만하긴 했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우리 편에서 싸웠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선물을 가지고 왔나이다.”

“선물?”

“말라리아 치료제이옵니다. 저희 브루타뉴 왕국의 진이 그것입니다.”

앞서 첩보장의 말했던 것과 동일했다.

“이미 이벨 왕국과 대량으로 계약을 했다고 들었소.”

“사죄의 뜻을 담아 스랑 제국에 바칠 것을 미리 빼 두고 계약했나이다.”

황제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어허. 바친다니. 누가 들으면 브루타뉴 공국이 우리 스랑 제국의 식민지인지 알겠소. 제값을 쳐서 사 드리리다.”

“황제 폐하의 아량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황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축객령을 내렸다.

“먼 길을 오느라 힘들었을 터인데. 쉬고 계시구려. 내 회의가 끝나거든 찾아갈 테니.”

“감사하옵니다. 폐하.”

공왕은 굽신굽신 물러났다.

“크하하하. 일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역시 공왕은 우리 스랑의 편이었습니다.”

“그 말라리아 치료제가 있다면, 저 아래 검은 땅에도 들어갈 수 있으리라 여겨지옵니다.”

말라리아는 신대륙뿐만 아니라 남쪽 검은 땅에서도 기승이었다.

해안 지역 몇 곳만 겨우 점령했을 뿐 탐사대만 보내면 10명 중 1명이 겨우 살아 돌아오곤 했다.

“좋아. 아주 좋아. 아참. 북신대륙에 노동력이 많이 달린다지?”

“그렇사옵니다. 거기다 이번 전쟁으로 인프라까지 망가져서 그걸 재건하는 데······.”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검은 땅의 검은 녀석들을 잡아서 부려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 말에 다들 눈만 끔뻑였다.

“어차피 그놈들은 이단이지 않은가. 노예로 부려도 전혀 상관이 없지.”

“역시 총명하시옵니다. 폐하!”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율 대륙에 오직 폐하뿐······.”

“폐하께서 이 나라의 황제인 것은 스랑 제국의 축복······.”

다들 황제에게 아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됐고! 아즈 제국 놈들을 손봐 줄 때가 된 것 같군. 누굴 보내면 좋겠는가?”

“일단 노르망의 전투를 마무리부터 하심이······.”

“그곳은 이제 시간문제이지. 잉글슨 쪽에서도 더 이상 물자와 군대가 충원되지도 않고 있고.”

노르망에서 잉글슨은 구석까지 몰린 상태다.

얼마 가지 않아 저쪽에서 협상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응해도 되고 그냥 말려 죽여도 된다.

“그렇다면 이황자님은 어떻습니까?”

“그놈을?”

“이번에 이황자님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덧없이 길어졌을 것으로 아옵니다.”

확실히 노르망의 전쟁에서 이황자가 큰 활약을 하긴 했다.

“좋다. 그렇게 하고. 대대적으로 용병들을 모집하게. 신대륙으로 보낼 것이다.”

“지금 신센롬 쪽도 전쟁 중이라··· 쉽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나이다.”

지금 용병들은 어느 때보다 호황인 상태였다.

“모병이라도 해. 지금이 아니면 그 아즈 제국 놈들을 쓸어 버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리안이 북신대륙에서 1년간 휴전 협정을 맺었다.

다시 말해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고 아즈 제국을 정리할 기회다.

‘어쩌면 레온 후작 그놈. 우리 편일지도 모르겠군.’

회의가 끝나자 곧장 공왕을 찾아갔다.

“폐하. 오셨습니까?”

“살이 좀 빠진 것 같으이. 신대륙에서 고생이 많았나 보군.”

“레온 후작을 설득하느라······.”

“수고가 많았네. 이제 보니 자네의 공이 크네.”

1년 간 휴전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옵니다. 폐하.”

“아니야. 이번 기회에 아즈 제국 놈들을 박멸할 기회를 얻었어.”

아즈 제국을 쓸어버리고 나면 그다음은 어디일까? 누가 봐도 잉글슨이다.

아즈 제국을 쓸자니 잉글슨이 뒤에서 알짱거리고. 잉글슨을 신대륙에서 밀어내자니 뒤에서 아즈 제국이 알짱거렸다.

사실 예전에 아즈 제국과 전면전을 벌일 때 수많은 훼방을 놓은 것이 잉글슨이었다.

“휴전에 말라리아 치료제라니. 거참.”

“아! 용병도 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군대가 필요하긴 하지.”

“스랑 제국이 아즈 제국을 칠 생각이 있다면 용병들을 넘겨드리겠습니다.”

“??!!!”

황제의 눈이 커졌다.

“참말인가?!”

“이미 아즈 제국과 전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자들이옵니다.”

“거참. 그대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공왕은 황제의 앞이라 덜덜 떨렸지만, 머릿속에 주판이 마구 굴러가고 있었다.

이벨 왕국과 스랑 제국에 팔아치울 예정인 진토닉이 적지 않았다.

-4배 정도 부르면 될까?

-전하. 장난하십니까? 10배라 해도 살 겁니다.

리안과 대화가 떠올랐다.

죽이고 싶던 리안이 이제는 복덩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병들도 이왕이면 빌려주세요.

-음? 빌려주다니.

-용병들을 임시로 통합해서 하나의 용병대로 만드세요. 그 뒤에 몸값을 뻥튀기해서······.

-그게··· 가능하겠는가?

라고 했지만.

“용병들의 대우를 최대로 해 주지. 업계 최고로 말이야.”

이미 아즈 제국의 수도 앞까지 밀고 나간 경험이 있는 자들이다.

최대한 비싸게 써먹는 것이 최고다.

***

데스몬드 백작령에 아일리 섬의 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다들 얼굴은 근심이 가득했다.

“하··· 이거 만만한 것이 또 우리지요.”

“이번에는 얼마나 더 내놓으라 할지.”

“그래도 레온 후작이 온다니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율 대륙 노르망 땅에서의 전투.

그 전투에 이미 아일리 섬의 병사들이 많이 끌려간 상태다.

병력뿐이겠는가. 전비도 상당히 많이 보태야 했다.

“하긴. 북신대륙을 방어해 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요. 우리 아일리 섬이 독립할지도 몰라요.”

독립한다 해도 잉글슨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 착취를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귀족들뿐만 아니라 평민들의 삶도 조금 나아질지도.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재미나게들 하십니까?”

그때 변성기 목소리가 갑자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자들이 화들짝 놀란다.

“레··· 레온 후작 합하???”

이미 레온의 얼굴을 아는 귀족들이다.

실제로 보지 못한 사람들도 사진으로 질리도록 보았다.

아일리 섬에서 리안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개 백성들도 말이다.

그만큼 리안은 아일리 섬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자. 얼른 가시죠.”

리안이 씩씩하게 귀족들의 앞에 서서 걸어갔다.

다만 머리에 묻은 미역이 심히 거슬렸다.

“어어엇!!!”

궁전의 문지기도 리안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어디서 수영이라도 하고 오신 걸까?’

리안의 머리에 미역이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충!!!”

문지기는 힘차게 외치며 문을 열었다.

그 뒤의 귀족들도 쫄랑쫄랑 리안의 뒤를 따랐다.

웅성웅성.

궁전에는 귀족들이 몰려 있었다.

영지가 없는 하급 귀족들은 구석에서 멀뚱멀뚱 자리만 지키고 있다.

“오늘 오시는 게 맞습니까?”

“본섬에서 오늘까지 모두 모이라고 연락이 왔으니...”

잉글슨 왕궁에서 특별히 아일리 섬에 장거리 통신을 쏴 줬다.

“레온 후작 합하께서 입장하십니다아아아아~~~!”

그때 연회실 문 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리안에게 쏠렸다.

또각또각.

이번엔 리안도 이전 일을 반면교사 삼아서 신발을 신었다.

양말 없이 신발을 신는 것이 찝찝했기에 바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새 양말을 가방에 넣어 두었다.

다만.

“미역?!”

귀족들은 충격과 공포를 받았다.

“설마··· 본섬에서 유행하는 게······.”

“그렇군. 확실히 파격적이야. 역시 본섬의 패션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

모두의 머릿속에 미역이 휘감았다.

“할아부지~~!”

리안은 저 멀리 상석에 아트로네 백작을 발견하고서는 달려갔다.

공식 석상에서 돌발행동이라니.

아트로네 백작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했다.

“어··· 그··· 그래. 고생이 많았다.”

사실 리안은 이 또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자신이 이곳 아일리 섬에 없어도 허튼짓하지 말라는.

어차피 자신이 어린아이같이 행동한다 해도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할아버지가 이곳을 떡하니 지켜 주시니 안심하고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이 할애비만 믿으려무나. 그보다 가신들이 안 보이는데······.”

“브루타뉴 공국에 들렀다 올 거예요.”

그 말에 레인스타 여백작이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선장과 한참 신혼이지 않은가.

“이제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음? 여기서?”

하급 귀족들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연회장.

모두 이곳에 모인 이유가 승전 파티 초대로 알고 왔다.

그냥 귀족이라면 다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으니 그럴 수밖에.

리안은 모두가 볼 수 있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모두 반갑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오시느라 고생들이 많았습니다.”

리안이 말할 때마다 머리에 미역이 찰랑거리며 반짝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잘생긴 리안이 저러고 있으니 뭔가 있어 보였다.

“오오오······.”

다들 감탄을 터뜨린다.

처음 볼 때는 어색했는데, 계속 보니 눈에 적응이 되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곳에 모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감히 우리 알바 공국의 땅에서 설치고 있는 적들을 쓸어버리기 위함입니다.”

“알바 공국?!”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아일리 섬의 원래 이름은 알바 왕국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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