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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4화 (194/253)
  • < 194화 >

    ##194

    리안은 곧장 용병들의 숙영지로 이동했다.

    2천여 명의 인원을 수용하려고 하니 천막들이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였다.

    가뜩이나 코파나 항구의 도시 밖은 평야 지대가 아니다 보니 더더욱 그래 보인다.

    “개판이네······.”

    이들은 용병이라 쓰고 부랑자라 읽으면 딱일 것 같다.

    복장도 무기도 제각각이다.

    물론 제대로 된 자들도 보였지만, 극히 일부였다.

    이런 병력으로 식인을 즐겨 하는 아즈 제국의 병사들과 싸우려니 애를 먹는 것이다.

    아즈 제국의 주력이 스랑 제국쪽으로 빠졌음에도 그랬다.

    “저기 연기는 왜 저리 심한 거죠?”

    “그게···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서··· 원주민들의 저주라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기가······.”

    이걸 깜빡했다.

    “어휴······.”

    리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때마침 좋은 걸 발견했다.

    그냥 아무렇게나 난 퀴닌.

    아즈 제국의 중심부를 공격하기 위해 리안도 저걸 먹었어야 했다.

    “지금 들어온 상단이 있나요?”

    “몇몇 있습니다.”

    “술을 대량으로 주문하세요. 무기도 아낌없이.”

    “사기 때문입니까?”

    “따지고 보면 뭐. 그렇죠.”

    퀴닌은 말라리아의 특효약이다.

    문제는 그 특유의 쓴맛 때문에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강제로 먹이려 해도 몰래 버리는 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겠지.’

    퀴닌으로 만든 음료는 토닉워터.

    토닉워터에 술을 타면 진토닉이 된다.

    이미 시험도 마쳤다.

    다른 술이 있음에도 종종 특유의 맛 때문에 리안의 부하들은 이제 진토닉을 즐긴다.

    어디 가서 말라리아로 뒈질 일은 없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생긴 풀을 채취하게 하세요.”

    “지금 용병들이 불안에 떨고 있어 협조를 제대로 할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준다고 하세요.”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으랴.

    어차피 저들은 돈을 벌로 온 자들이다.

    “저들의 고용비 그리고 무기에 술까지······.”

    “내가 병사가 없지 돈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이래 봬도 후작인데 그정도 감당 못 할까.”

    대설 남작이 리안의 재산이 얼마인지 듣는다면 졸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그는 이번 전쟁을 위해 똥 닦는 휴지까지도 아껴 쓰는 중이었다.

    어쩌면 괜한 고생을 했다고 현타가 올지도.

    “그··· 그렇습니까?!”

    역시나 대설 남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금 그는 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던 찰나였다.

    “자. 그럼 시행하세요.”

    대설 남작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관저를 향해 달려갔다.

    마치 똥이 마려운 사람처럼 말이다.

    “보자. 거기 비서님?”

    “네··· 네!! 영주님.”

    리안을 수행하기 위해 대설 남작이 남겨 둔 비서다.

    생긴 것만 봐선 둥근 안경이 참으로 공무원다웠다.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는 자들을 한데 모으세요.”

    “지금도 하고 있는데··· 죽임을 당할까 봐 아파도 쉬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말라리아가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는지 모른다.

    병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말라리아란 말은 나쁜 공기란 뜻이다.

    저들은 말라리아가 공기로 전파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말라리아에 걸렸다면 격리당하거나 좀 심하게 아프면 구덩이에 넣고 불을 질러 버리기도 했다.

    “지원군을 불러야겠네.”

    리안은 주둔지를 나와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잠시 무언가를 했다.

    비서는 리안이 답답해서 바람을 쐬러 온 것인 줄 알았는데······.

    파르르르르르~!

    바다에 물고기 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다. 정정한다. 저것은.

    “이··· 인어?!!”

    소문으로 돌기는 했다.

    리안이 인어들과 친하다는 것을.

    그런데 소문이란 것이 그렇듯 과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진짜였어!!!”

    비서는 입을 헤벌레 벌렸다.

    하나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홀려버릴 것 같은 미모였다.

    “아버지!!!”

    “왕이시여!!”

    “와아아. 남편이다!!”

    “내 달링이거든!!”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다.

    어림잡아 30마리?정도 되는 인어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리안이 자신의 것이라며 다퉜다.

    저들의 말이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인어를 임신시킬 수 있는 것은 인어 여왕이 선택한 남편뿐이니.

    인어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선 인어의 남편이 노오오력을 해야 했다.

    인간의 수명을 짧고 인어 여왕은 남편이 죽으면 한참이나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

    “아이들아. 싸우지말고.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

    “하명만 하시와요.”

    “제가 먼저!! 제가 먼저 도와드릴 거예요.”

    “넌 좀 나대지 마.”

    난장판이었다.

    “아참. 비서. 여기 아이들이 입을 옷을 좀 가져 오겠어?”

    그들이 육지로 올라오면 볼만할 것이다.

    좀 연륜이 있거나 센스가 좋은 인어들은 가방에 인간의 옷을 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아닌 인어들이 더 많았다.

    옷 따위가 없어도 남자 인간을 홀리는 것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네? 네네넵!!!”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여인들이 입을 만한 옷을 가지고 온 비서.

    그 옷을 해변에 두자 인어들이 달려들어 마구집어들었다.

    지지직!!

    예쁜 옷은 찢어지기도 하고······.

    인어도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예쁜 옷을 좋아했다.

    “나중에 쇼핑을 좀 해야겠네.”

    대충 그렇게 옷을 입히고는 다시 주둔지로 갔다.

    리안의 뒤로는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절세미녀들이 졸졸 따라왔다.

    “헙!!!”

    “와!!!”

    “으와아압!”

    그걸 본 용병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심하게는 졸도를 하는 자들도 있다.

    인어의 숫자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인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바닷일을 해도 평생 한 번도 잘 오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리안이 데리고 있던 인어 아가씨도 인간들에게 붙잡혀 노예로 살았으니까.

    인어들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왕님. 정말 괜찮은 걸까요?”

    인어들이 조금 불안해 했다.

    자신들이 인간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알고 있는 것이다.

    가끔 쇼핑이라도 하려고 육지로 올라오면 그곳의 영주나 부호들에 의해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 경우가 꽤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인어인지도 모르고 잡아들였지만.

    “걱정들 마세요. 여기서 내가 젤 높거든요.”

    리안이 어깨를 폈다. 그리고는 숙영지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2천이 머무는 숙영지였기에 단상도 매우 높았다.

    이들을 통제하고 명령을 내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하나.

    “나는 이곳의 영주이자 대 잉글슨의 후작 레온 리안이다. 그대들의 고용주이기도 하지.”

    이목이 단번에 집중되었다.

    멀리 떨어진 자들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안의 말이 뒤로 전달 될 것이다.

    “그대들에게 일단 무기를 지급할 예정이다.”

    “오오오.”

    무기를 제대로 지참하지 못하고 몸만 달랑 온 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설프게나마 나무창을 만들어 들긴 했지만, 저걸로 아즈 제국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냥 고기 방패나 하면 다행이다.

    “또한 너희들에게 매일 술이 지급될 것이다.”

    “와아아아!!!”

    술이란 말에 용병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여기 내 뒤에 있는 여인들은 모두 사제다. 너희의 저주를 낫게 하기 위해 왔다. 참고로 여기 사제들은 애인이 없다.”

    “······??!”

    리안의 말에 병사들이 어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참고로 여기 사제들은 등나무 덩굴로 만든 옷을 입은 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외모와 나이 따위는 보지 않는다.”

    “······??”

    단상 위에 올라온 소년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걸까? 란 표정들이다.

    “여기 주변에 널린 게 등나무 덩굴이다. 여기 사제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갑자기 용병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뒤쪽에 있던 용병 숙영지까지 전염이 되어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휘이이이잉~!

    인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북적거렸던 주변에 찬바람만 솔솔 불었다.

    참고로 이 주변에 있는 등나무들은 지구의 라탄과 생김새와 특징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곳의 등나무는 베어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는데, 가볍고 단단하다.

    간단한 의자나 바구니 같은 것을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어 이곳의 몇 안 되는 특산물이기도 했다.

    “저것들이 옷을 만드는 동안 환자나 치료하자고요.”

    리안과 인어들은 숙영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 막사에 남은 자들은 모두 말라리아 환자라 보면 되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병에 걸렸을 테니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숙영지 곳곳에서 환희가 들려온다.

    인어들은 환자들이 보이는 족족 치료를 해 줬다.

    물론 공짜로는 안 된다.

    이들의 신성력은 무한이 아니니.

    “대단하십니다. 영주님!!”

    며칠 만에 제대로 된 군대가 뚝딱 만들어졌다.

    무기들은 리안이 보급했고. 등갑으로 통일된 무장을 한 병사들.

    참고로 이 등갑을 만든 등나무는 조금 더 내륙으로 들어가면 자라지 않았다.

    “거기다가. 저들의 눈빛이······.”

    더 이상 부랑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요?

    인어들이 헤프다는 소식은 금방 퍼졌다.

    너도나도 등갑을 입고 달려가 구구절절한 구애를 펼쳤지만, 30명이 어떻게 2천 명의 구애를 다 받아 주겠는가.

    -적의 목을 베어 오세요. 그럼 생각해 보지요.

    이 정보는 빠르게 돌았다.

    용병들의 몸이 달아올랐다.

    빨리 전장으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스극.스극.

    마총병들은 총알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까지 했다.

    자신이 죽인 적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훈련을 안 시켜도 되겠습니까?”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지요.”

    리안이 씨익 웃었다.

    “내일 출진합니다.”

    사실 믿는 구석도 있었다.

    바로 저 등갑.

    스랑 제국이 아즈 제국과 구경을 두고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벨 왕국이 아즈 제국을 치는 걸 포기한 이유는?

    아즈 제국에 비하면 고도로 문명화된 두 패권 국가가 아즈 제국을 침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기후 때문이다.

    율 대륙의 국가들의 특징은 마총과 갑옷에 있다.

    이 특징이 오히려 아즈 제국의 기후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마총은 집단 전에서나 위력을 발휘하는데, 정글 지형이 많아 대규모 회전이 불가능했다.

    갑옷 또한 늪지가 많아 오히려 이동에 불편함만 줬다.

    그럼. 갑옷을 벗으면?

    아즈 제국의 바람총에 당하기 일쑤다.

    긴 대롱에 마취 화살을 넣고 입으로 발사하는 그것 말이다.

    보통 정글 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무기인데, 정글에서는 의외로 위력적이다.

    이 모든 것이 등갑 하나로 해결이 된다.

    거기다가 말라리아까지 정복했으니 걸릴 것이 없다.

    이제 남은 변수는 무기.

    철제 무기가 변변치 않은 아즈 제국에게 저 어중이떠중이들은 쥐여 준 창칼 덕분에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내일 아침. 우리는 출전한다!!”

    “와아아아아아!!!!”

    용병들은 좋아서 미쳐 날뛰었다.

    적의 목만 베어 가면 자신에게 오지 않은 기회가 올 것이다.

    ***

    잉글슨 국왕은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하나가 해결되면 하나의 문제가 생기니.

    “그래서 경들은 어쩌면 좋겠소?”

    왕의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차피 그 땅은 국왕 직할지잖아.’

    ‘차라리 없는 것이 국왕의 힘을 빼기 좋지.’

    노르망 공작령은 연전연패 중이었다.

    사실 그 땅은 잉글슨에게 그다지 큰 이득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왕의 배만 불린달까.

    왕은 그 땅에서 나온 세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주둔하는 병력은 국고에서 꺼내 충원했다.

    명분은 좋았다. 스랑 제국을 견제.

    “그 땅이 없다면 더 이상 우리가 대륙에 관여하기 힘들지도 모르오.”

    다시 말하지만 저 말은 거짓이다.

    스랑 제국을 견제하기는커녕. 자극할까 싶어 일정 이상 병력도 보내지 않았다.

    “······.”

    모두가 말이 없었다.

    애가 타는 것은 잉글슨의 국왕뿐인 듯싶었다.

    “그 땅에는 마나석 광산이 있소! 그게 저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찌 되겠소.”

    노르망은 잉글슨 섬과 가까운 곳이다.

    그곳에 있는 마나석 광산이 스랑 제국에 넘어간다면 잉글슨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병력을 더 보내야 하오.”

    “전하. 이미 많은 이들이 병력을 보탰습니다.”

    각 지역의 영주들을 쥐어짜 병력을 보냈다.

    이미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럼. 저들에게 노르망을 넘겨 주잔 말이오? 좋소. 공을 세우는 자에게 노르망의 땅들을 넘기겠소.”

    “그곳은 이미 레온 후작에게 배정된 것이 아닙니까?”

    “공작위와 노르망 공작령의 수도만 직할지만 주면 되오.”

    그러나 다들 고개를 돌려 왕을 외면했다.

    사실 그곳의 땅은 계륵이나 다름이 없다.

    국왕이 소유하고 있으니 그동안 주머니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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