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9화 (189/253)

< 189화 >

##189

삐우우웅~ 뻥!

하늘 위로 폭죽이 올라가 터졌다.

그 신호를 보고 잉글슨 3여단의 마포들이 한 곳을 향해 일점사격을 했다.

퍼버버벙!!

몰려오는 적들의 진형에 시원하게 구멍이 뚫렸다.

“기병대 돌격!!!”

천 기가 조금 안 되는 오토호스들이 그 틈 사이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3여단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원군이라니! 그 애송이 총사령관이 다 뜻이 있었구나.’

여단장은 기병이 달려나가는 곳을 주시했다.

얼마나 많은 지원군이 올까?

상대측 장군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까지 수세에 몰려 분통이 터졌던 억울한 감정이 시원하게 내려갈 예정···이······.

“응?”

저 지평선 끝에서 오토호스 한기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하얀색으로 멋들어지게 칠한 것이 아마 저 오토호스의 주인은 대기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오토호스의 색상은 기수의 속성에 영향을 받는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기수가 오러를 쓰면 기류를 타고 흘러 색칠이 되었다고 착각이 드는 것.

“음······.”

3여단장은 약간의 끈기를 더해 기다렸다.

용맹하게 달려오는 하얀 오토호스의 뒤로 곧 대규모의 군대가 나타날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지원군은······.?”

인내심이 다한 장군은 세이나에게 물었다.

“저분이십니다. 잉글슨 북신대륙 식민지 총사령관이신 리안 레온 후작님.”

“그러니까, 저분이 총사령관이신 것은 알겠는데 지원군은······?”

“···저분이십니다.”

“······.”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 답답함은 뭘까?

투타타타타!!!

이 느낌은 여단장뿐만 아니라 리안을 마주친 기병대장도 받았다.

“레온 후작이다. 기병들은 지금부터 기병은 내 지휘를 따른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합하!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지원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왔으니 안심하라!”

“그러니까··· 지원군은······.”

“여기 있지 않은가! 가자!! 전군 돌격하라!!”

라고 외치더니 적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으음?!”

기병대장은 어리둥절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리안의 뒤를 따랐다.

‘지원군이 다른 쪽으로 오는 것인가?’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말았다.

여기는 전장이고 적들이 가까이에 있다.

오래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도오오올겨어어억!!!”

리안의 오토호스의 옆으로 날개가 튀어나왔다.

모든 오토호스에 있는 것은 아니었고. 새로 합류한 세기바라 우르르의 제자 홍가55가 개조를 해 준 것이다.

대단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개로 인해 조금 더 빠르게 이동이 가능했다.

오토호스의 본고장 트리아에서 바람 속성의 대전사들이 이렇게 많이 한단다.

날개의 끝이 날카로워 적을 베고 지나갈 수도 있다.

단, 날개로 인해 조종 난이도가 약간 더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오오오!! 바람 속성 대전사라니.”

뒤따르는 기병들이 환호한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기병들은 신센롬 제국의 기병에 관심이 많았다.

기병들은 땅이나 바람을 선호하는데, 바람은 앞에 설명한 것 때문이고 땅 속성은 중량을 일시적으로 높여 돌파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트리아는 후사르라는 경기병을 선호했기에 바람 속성이 인기가 더 좋았다.

“역시, 신센롬 제국의 부마!!”

기병들이 신센롬 제국을 동경하기에 리안의 오토호스가 퍽 멋있어 보였다.

거기에 신센롬 제국의 부마란 타이틀까지 달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여기서 우회한다!!!”

“끼요오오오!!!”

리안의 지휘가 쓸데없이 잘 먹혀들었다.

사실 이 기병대는 지금 지휘관인 3여단장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는 보병 장교 출신이라 기병을 잘 활용할 줄 몰랐기에.

그런 눈앞에 리안이 나타난 것이다.

***

다만.

“저놈들 미쳤나.”

스랑 제국의 지휘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처음에 폭죽이 터지길래 당황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적의 지원군 따위는 없었다.

“2연대와 3연대를 이동시켜.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기병으로 저렇게 치고 들어온다고?”

두 연대는 다른 연대보다 무장이 좋았다.

마총이 나오며 점점 기병의 시대는 저물고 있었다. 거기다 대기사를 견제하기 위해 나온 창끝에 마석을 다는 행위는 기병에게도 잘 먹혔다.

“돌겨어어억!!!”

“저···저곳으로는··· 에잇!! 모르겠다.”

리안이 돌격명령을 내리자 기병 지휘관은 순간 움찔했지만, 이미 뽕에 취해 있었다.

이대로 돌격한다면 상당한 피해가 생길 것이지만, 이미 돌이킬 수도 없다.

타다다다당!!!

적의 보병 연대와 가까워지자 마총이 발사되었다.

머스킷병들이 많이 포함되었는지.

퍽퍽!!! 투카당탕!

선두의 제법 많은 기병들이 오토호스에서 떨어져 굴렀다.

사망 또는 중상일 확률이 높다.

투타타타타!!!

그러나 기병들은 동료들을 내버려 둔 채 계속해서 돌격했다.

적들과 가까워진다.

곧 충돌하기 직전.

“나만 따라와라!!!”

리안이 거의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휘관이었기에 선봉에 서지는 않았고. 그걸 모두가 이해했다.

전투 중 지휘관이 죽는 것만큼 최악인 상황은 없으니.

쾅!!!

선두가 적들과 충돌했다.

땅 속성의 대전사들이 선봉을 섰기에 강한 충돌음도 전해진다.

“멈추지 말고 들어간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보통이라면 이런 희생이 많은 돌격을 하지 않는다만.

“여기서 오른쪽!!!”

리안이 완전히 선두까지 나서서 인도했다.

격돌한 직후라 기병들은 정신이 없었고 리안의 꽁무니만 따랐다.

샤샤샤샥!!!

리안이 탄 오토호스의 날개에 적 보병이 잘려 나갔다.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뿌려져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선두에서 리안의 뒤를 따르는 기병들은 흥분해서 열심히 창이나 칼 따위를 휘둘렀다.

“마세르!!”

리안이 소리치자 뒤에 타고 있던 소년이 리안의 어깨에 마총을 거치했다.

“잘 차려입었다 싶은 놈들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합하!!”

탕!! 탕!!!

리안이 앞으로 나와 시야를 넓힌 이유는 마세르 때문이었다.

물론 고급 장교 몇 명을 죽인다고 해서 합산해 만 명이 넘는 전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또한 누적되리.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휘.

“여기서 왼쪼오오옥!!”

리안이 소리치며 기수를 흔들었다.

기병들은 이미 광기에 빠져 열심히 뒤따른다.

***

“뭐···뭐야!!”

스랑 제국의 장군은 입을 쩍 하니 벌렸다.

“아···아니. 왜 저쪽으로··· 아니, 어떻게?”

기병의 움직임이 너무 이상했다.

원래 최초의 돌격 이후 속도가 줄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는 잉글슨의 기병대.

마치 약한 부분이 어딘지 아는 듯했다.

대대와 대대 사이, 연대와 연대 사이의 경계를 절묘하게 타고 지나갔다.

마치 누더기로 기워진 천을 찢듯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엉망이 되었다.

“저게··· 가능한가?”

“장군, 빨리 진압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큰일이다.

진형이 완전히 붕괴해 버릴 수도 있다.

그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슬슬 전군에 공포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기병은 공포의 존재. 잊힌 먼 옛날의 공식이 생성되는 듯했다.

“우리도, 우리도 기병을 내보내라!!”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스랑 제국은 아껴 뒀던 기병을 보냈다.

참으로 웃기게도 적들이 멍청하게 돌격을 하기에 이쪽은 기병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이 꼬여 버렸다.

***

투트트트트!!!

스랑 제국의 기병들이 잉글슨의 기병에게 접근했다.

문제는 아군들로 인해 접근이 느렸다는 것이다.

으아아악!!

그사이 잉글슨의 기병들은 거침없이 휩쓸고 다녔다.

“적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적들이 아군 진형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쪽도 기병으로 적절히 견제했어야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근처에 배치해 만약을 대비했어야 했다.

스랑 제국의 기병대장은 여단장의 멍청함에 이가 갈렸다.

“그놈은 저런 실력이 안 될 텐데······.”

그보다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기병을 운용할 수 있는지.

아군들의 특징을 잘 아는 자신이라 할지라도 아군을 상대로 저렇게는 못할 것이다.

“적 기병 몰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횡무진 아군의 진형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적 기병들이 지형에 의해 갇혔다는 것이다.

기병은 멈추는 순간 보병의 밥이 된다.

옛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것은 공식인데······.

투트트트트!!

적들이 갑자기 원을 그리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잘 쓰이진 않지만, 기병 전술 중 분명 존재하는 것이긴 했다.

다만.

“위치가 너무······.”

애매했다.

저걸 뚫기 위해선 이쪽에서도 속도를 내어야 하는데, 아군을 밟고 속도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삐오오옹~ 뻥!

그때 잉글슨 기병대 측에서 폭죽이 또 올랐다.

“아!!!”

그때 스랑의 기병대장은 등에서 소름이 타고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

“지금입니다. 장군.”

세이나가 잉글슨의 3여단장을 닦달했다.

“허어어······. 미···미안하오.”

넋을 놓고 있던 그는 급히 사과를 하고선 병력을 움직였다.

기병의 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기병의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지만, 기병 1개 연대로 적진을 완전히 쓸어 버렸다.

적들은 혼란에 빠졌고 병사들은 공포에 질렸다.

제발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지 말라고.

“공격!!! 전군 공격하라! 진형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달려라!”

3여단장이 부하들에게 내린 명령.

테르시오 진형이 일반적인 전술이었기에 원래라면 진형이 매우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진형 훈련의 숙련도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 그는 그딴 걸 무시하고 적들을 향해 무조건 돌격을 명령했다.

***

“아···아니! 저 멍청한!!!”

스랑 제국의 장군은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럴 것이 지금 스랑 제국의 진형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기 때문.

그것도 자신들의 기병 때문에 말이다.

완전히 엉켜 버려 진형이 붕괴했고 아군들은 혼돈에 빠졌다.

적들은 그걸 놓이지 않고 개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지금 잘못 후퇴한다면······.”

부관이 조언을 했지만.

“그럼, 여기서 전멸을 당하자고?”

이미 사기가 완전히 바닥을 쳤다.

선두에 있는 병사들은 이미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결국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

더군다나 마총이 전장에 생겨난 뒤로는 진형을 유지하는 정신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미 글러 먹었어. 기병에게 적들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놓으라고 해. 퇴각 나팔을 불어라.”

뿌우우우웅~!

결국 스랑 진형에선 커다란 나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스랑 제국은 즉시 무질서하게 도주를 시작했다.

리안이 적진을 쓸며 고급 지휘관들을 저격한 보람이 있었다.

저 혼란의 약 30% 정도는 하급 장교들의 부재로 인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가자! 추수의 시간이다.”

“끼요오오오오!!!”

리안이 외치며 움직이자 거대한 원을 그리던 기병들이 튕겨져 나갔다.

사사삭! 삭!!

기병들은 빠르게 적들의 목을 수확해 나갔다.

당연히 이걸 지켜만 보고 있을 스랑 제국의 기병대가 아니었다.

너무 늦게 도착했지만, 리안이 이끄는 기병대에 빠르게 접근했다.

“멈춰라!!!”

그러나 리안은.

“메롱이다!!”

적 기병대를 피해 기병대를 움직였다.

그걸 뒤따라오는 스랑의 기병대.

“멍청하긴.”

리안이 다시 폭죽을 쏘아 올렸다.

끼우우웅~ 펑!

그 신호와 함께.

콰과과과광!!!

뒤따라오던 기병대를 마포가 시원하게 쓸어 버렸다.

리안이 적진을 어지럽히는 동안 재조준을 하고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설마··· 이것까지··· 예측을······.”

스랑 제국의 기병대장은 충격과 함께 공중으로 몸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바닥에 처박힌 뒤였다.

“반전!! 남은 적 기병대를 줄인다.”

마포의 일격으로 기병대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참고로 마포는 기병들을 이렇게 쉽게 잡진 못한다.

미리 조준을 해 놓고 그 안에 기병대가 들어와서 이런 피해가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전투였다면, 이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퍼버버벅!!

기병들 간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름 스랑 제국의 기병들이 거칠게 저항했지만, 숫자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거기다가 잉글슨의 보병들까지 가세하자 역부족.

“합하!!! 대승입니다.”

대충 전장이 정리되자 기병대장이 달려와 리안에게 보고했다.

이미 어느 순간부터는 리안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뒷짐을 선 채 구경만 했었다.

“고생했어요.”

“적들을 추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추격하며 적의 수급을 따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리안이 중간부터 쉰 이유는 간단했다.

오토호스는 좋은 이동수단이지만, 격한 전투는 격한 정신 피로도를 만든다.

오러 소모도 꽤 심하다.

“그럼······.”

“일단 보병들을 도와 전리품을 수습하세요.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합하!!”

기병대장은 리안에게 존경 가득한 경례를 하고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원래 자존심이 강한 기병들은 전장 뒷수습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잔말하지 않고 보병들을 돕기 시작했다.

“합하!!!”

그때 저 멀리서 3여단장이 달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