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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8화 (188/253)

< 188화 >

##188

울룩불룩한 작은 언덕과 나무들 그리고 작은 산들.

6천여 명의 병력이 있었음에도 가려져서 많아 보이지 않았다.

슈욱!

날개를 편 리안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커다란 날개 덕에 눈에 확 띄었다.

“각 부대의 대대장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이도록!”

적당한 언덕에 착지한 리안.

이내 삼삼오오 대대장들이 소집되었다.

여단장도 이내 뒤따라 왔다.

“지금부터 편제를 재편성한다.”

“지금 와서 바꾼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입니다.”

리안은 지도를 대충 펼치며 웃었다.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마총병과 마총병이 아닌 병과로 나눌 뿐이다.”

“그··· 게 무슨··· 창병이 없으면 마총병은······.”

가장 기본적인 전술 교리는 무엇일까?

집단 전투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은 역시나 테르시오 진형이었다.

창병과 같은 병과가 앞라인을 지켜 주고 그 뒤에서 마총병이 안정적으로 사격을 하는.

“그건 구닥다리 전술이다. 압도적인 화력을 뚫고 들어올 창병은 없다. 만약 총알이 빗발치는 곳을 뚫고 온 창병이 있다면.”

모두가 리안의 답을 기다렸다.

그들도 궁금한 것이다.

“그냥 마총 개머리판으로 찍어 버리라고 해. 설마 마총을 들었다고 5:1 아니 3:1도 못 이긴다고 하진 않겠지? 그럴 거면 차라리 아녀자들에게 마총을 쥐여 주는 것이 났지.”

나름 그럴싸하긴 했다.

“그런데, 그런 화력이······.”

“창병의 빈자리는 어떻게 될까?”

물론 이때도 3단 일제 사격에 대한 개념이 있기는 했다.

효과적이긴 했지만,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론상으로는······.”

“보수적인 장군들이 사용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비용 때문도 있다.

마총의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마총병들로만 테르시오를 구성하기 부담스러운 것이다.

거기다가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 봐라. 이쪽으로 길게.”

리안은 손가락으로 지도를 쭉쭉 그었다.

“이렇게 넓게 마총병으로 라인을 칠 것이다. 여단장님.”

“말씀하시죠. 총사.”

“여기 라인을 최대한 유지시켜 주시죠.”

확실히 리안이 짚은 곳은 평지에 가까운 곳.

충분히 마총병으로 라인 배틀이 가능해 보였다.

“과연 적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겠습니까?”

“이미 전장은 강요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묘했다.

“설마··· 이것이 역포위······.”

“적들은 이쪽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리안은 이번엔 지도의 다른 쪽에 세로로 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쪽을 물량으로 뚫어 버릴 예정이니.”

“그··· 물량이란 것이······.”

“마총병을 제외한 모든 병력.”

마총병과 일반 병사의 비율은 1.5:2.5 정도.

당연히 마총병이 적었다.

“각 부대별 장교는 여단장님이 지정해 주시죠.”

장교들의 개인 능력은 당연히 자기 부대인 여단장이 잘 알 수밖에.

자세한 능력치는 몰라도 최소한 용장 타입인지 지장 타입인지 정도는 구분이 가능할 것이다.

“10분 안으로 장교들을 분류해 주시고 다 되면 제게 보내 주시죠.”

리안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서는 먼 풍경을 감상했다.

뭔가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여단장님. 정말 이 전략을 따르실 예정입니까?”

“이제 남은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다들 이걸 봐라.”

여단장이 지도 위에 가상의 선들을 그었다.

“지금 적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다.”

적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아예 정찰 부대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적의 위치는 충분히 예측되었다.

리안뿐만 아니라 여단장조차도.

“그··· 그런. 완전히 고립······.”

“맞다. 그런데, 근접 보병들이 저쪽을 억지로라도 뚫는다면?”

“역으로··· 고립··· 아니. 포위 섬멸!”

“먼저. 공격에 나설 장교들을 지원받는다!”

빠르게 장교진들이 갈라졌다. 그리고 공격에 나설 장교들이 리안의 앞에 섰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리안은 손을 들어 검지를 폈다.

“부대 깃발을 무조건 높이 들 것. 부대원들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중지를 펴며.

“나만 따라와라. 항상 하늘에 있을 것이니.”

리안은 날개를 활짝 폈다.

화려한 황금색 나비의 날개가 펄럭인다.

“단 두 개. 이것이 곧 승리의 공식이다.”

리안의 손가락이 v자를 만들고 있었다.

***

스랑 제국 측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대를 고립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보다 더 넓게 더 멀리 움직여야 했다.

거기다가 지형도 잉글슨보다 이쪽이 더 험난했다.

지금이야 이동하기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이 자체가 자연 요새가 되어 줄 것이다.

“적들의 움직임은?”

“멀리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랑 제국 측도 정찰 부대를 소극적으로 운영했다.

일단 잉글슨의 의도가 우회하여 기습해 단번에 대승을 거두는 것으로 보이니까.

스랑 제국 측이 눈치챘다고 생각하는 순간 작전실패가 되니 군대를 철수시킬 수도 있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이상해진다더니. 훗.”

오랫동안 적수였던 잉글슨의 2여단장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조국에 감사를 해야겠군.”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은 잉글슨이 무리하게 식민지 함대를 인디아로 보내는 바람에 생긴 보급의 공백 때문이었다.

“장군 적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그때 정보장교가 뛰쳐 들어왔다.

높은 지형에서 망원 마도구로 관찰하던 병사들이 알린 것이다.

“설명해 보게.”

이미 어떻게 움직일지 뻔··· 한 상황이··· 아니······.

슥슥!

지도 위의 작은 돌들을 움직이는 정보 장교.

“뭐··· 뭐지? 무슨 생각이지?”

“그게··· 전원 마총병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순간 등이 서늘해지는 장군.

거슬렸다. 뭔가 거슬렸다.

“아!”

깨달았다.

저들이 라인을 줄지어 이동하는 곳은 이 전장의 핵심 지역.

다만, 뭔가 하나가 빠졌다.

와아아아아!!!

그때 먼 곳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 인가?!”

“장군. 적들이 돌격해 옵니다.”

“그게 무슨 개······.”

급히 시야가 좋은 곳으로 뛰쳐나간 장군.

그곳에는 전장의 일부가 훤히 보이는 곳.

“허······.”

진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치 먼 옛날 야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난잡한.

“제정신인 건가?”

그래. 저런 식으로 한다면 한 점은 돌파할 수 있다.

그다음은? 어쩌려고.

***

광기의 돌격은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원래라면 이런 돌격은 최후에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력들이 엉키면 마총병이 힘을 쓰지 못하니.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마총병이 없다.

“가자!!! 움직여!!! 멈추면 죽는다!!”

마치 앞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군대 개미처럼 거침없이 이동했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난잡하게 엉켜 있으나 한 몸처럼 움직였다.

“대··· 대응을!!”

“적들이 너무 빠릅니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진형을 갖춰야 한다.

집단전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진형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런데, 적들은 진형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것만 쳐부수며 이동했다.

“도저히 대처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약한 곳만을 두들기며 이동했다.

어설프게 위치한 스랑 제국의 군대들은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상황이 급변했다.

“설마··· 이걸 노렸다고?!!”

그제야 스랑 제국의 장군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회하여 기습할 것이라는 암시에.

“그보다··· 저게 가능한 것인가?”

적은 두 개의 부대로 나뉘었다.

겨우 그뿐이었다.

용병술이라 할 것도 없었다.

“장군!! 저길 보십시오.”

일사불란한 적들의 돌격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싶었더니 하늘에 뭔가 나방 같은 것이 떠 있었다.

“바람 속성?”

바람 속성의 대기사들은 하늘을 난다.

그렇지만 저렇게 오랫동안 꾸준하게 유지하지는 못한다.

“쏴서 떨어뜨려라!”

“시도했으나 닿지 않습니다. 맞춘다 해도······.”

공중으로 쏘아진 총알은 대기사의 정령 갑옷을 뚫기에는 너무도 약했다.

“젠장!!”

그사이 길게 늘어진 적들의 마총병들이 열을 유지한 채 천천히 접근했다.

츠츠츠츠!!

그들은 드럼을 치며 한 발, 한 발 가까워진다.

“이대로는 늦는다. 저놈들 우릴 완전히 포위 섬멸할 생각이야.”

머리로는 이해를 했다.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저딴 식으로 엉망인 채로 돌격하는 적들을 막지 못할 리가 없다.

인류는 오랫동안 전쟁을 해 왔고 전쟁에는 법칙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무시된······.

“동방의 기병 장군이 10배의 병력을 감각에 의존한 돌격만으로 전멸시켰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긴 있다.

약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진형은 없으니.

“젠장! 늦기 전에 군대를 뺀다.”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

하늘에서 지켜보던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늦었다리요.”

중간중간 블록처럼 앞뒤로 쌓여도 있지만, 스랑 제국의 병력은 얇고 길게 펼쳐진 상태다.

다시 말해 병력을 다시 회수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말.

물론 완전히 배치가 끝난 상태였더라면 리안도 살짝은 애를 먹었을 것이다.

일점돌파를 시도하면 싸 먹히게끔 설계를 했을 테니까.

타다다다당!!!

잉글슨의 마총병들은 천천히 걸어가며 여유롭게 적들을 향해 사격했다.

약간 대각선 방향이라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그래도 간헐적으로 쓰러지는 적들이 보인다.

그게 더 효과적이긴 했다.

“제··· 젠장! 도··· 도망가!”

도망갈 때는 낙엽이 스쳐 지나가도 무서운 법.

스랑 제국 입장에선 유일한 활로가 잉글슨 마총병들의 라인 옆을 지나야만 했다.

“가자아아!!!”

탬포 조절을 하던 리안은 적절한 시기에 적들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ㅡ자로 펼쳐진 아군의 마총병 라인에.

ㅣ자로 근접 보병들을 붙였다.

적들은 ‘①T②’로 나뉘었고.

2쪽 적들은 전장을 빠르게 이탈해 도주했고. 1지역은 완전히 고립되어 포위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사기를 잃은 적들은 빠르게 무너졌고.

도주한 1/3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2/3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었다.

“대승입니다. 후작 합하!!! 엄청난 지휘였습니다.”

여단장은 리안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전장은 아군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뭘. 이 정도로. 뒷정리가 끝나거든 곧장 병력을 이동시키세요. 그럼 아디오스~”

리안이 손가락으로 휙 인사를 했다.

저 멀리서 오토호스 한 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걸 본 리안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갔다.

달달달달~

서툴게 오토호스를 몰고 온 사람은 마세르였다.

“후··· 후작 합하.”

날아오는 리안을 본 마세르는 천천히 오토호스를 세웠다.

오토호스의 이곳저곳에는 상처들이 가득하다.

오면서 많이 긁어 먹은 것처럼 보였다.

“아직 서툴구나.”

“죄송합니다. 오토호스를 모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몸 이곳저곳에도 잔잔한 상처 자국들이 보였다.

조심해서 몰고 왔지만 정상적인 길들이 아니라 많이 넘어진 모양.

“여기까지 몰고 온 것도 나름 장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신기하게도 마세르는 홀로 이곳까지 왔음에도 적과 마주치지 않았다.

거기다 시간까지 맞춰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걸 모두 예측한 리안도 대단했지만, 서툰 솜씨로 오토호스를 몰고 온 마세르도 나름 힘겨웠을 것이다.

“뒤에 타고 체력을 비축해라. 조금 바빠질 것 같으니까.”

리안은 오토호스에 올라타.

부트트트트트!!!

빠르게 다음 여단으로 이동했다.

***

3여단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곳에는 미리 세이나와 인어 아가씨를 보냈다.

세이나도 리안처럼 중간에 날아서 3여단에 도착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였다.

“그러니까··· 그쪽이 총사령관님의······.”

“네. 전쟁의 신 탱글 님을 모시는 주교 세이나라고 합니다.”

“전쟁의 신!! 그런데··· 지금 상황에선······.”

전쟁의 신은 땅의 주인이 있을 땐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이곳은 신대륙이었다.

만약 세이나가 원주민의 편에 선다면 조금은 힘을 쓸지도 모른다.

다만, 부족 연합 형태다 보니 그것도 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총사령관께선 뭐라고 합디까. 명령대로 후퇴한 꼴이······.”

3여단은 처음부터 총독부의 지침대로 계속 후퇴했으나 제대로 물렸다.

“지금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요!”

갑자기 길이 좁아지는 형태라 병목 현상이 생기는 곳.

길이 없지는 않지만, 적을 등지고 군대가 이동하기엔 힘들었다.

“이곳과 이곳에 포대를 설치하고. 전방 두 언덕은 포기하라고 하십니다.”

“무슨··· 우린 보급이 없습니다. 이러면 수비가 아니라 정면으로 싸우라는 뜻 아니오! 더군다나 포대가 저쪽이라면······.”

ㅣ 벽이 막혀 있고.

ㅇㅣ 앞에 군대가 있고.

ㄷㅇㅣ 적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런대 포대가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는데 그걸 한데 모아 한쪽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설마 돌파를 시키려는 것인가?

“마포로 일제 사격 후 1시 방향으로 기병을 내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거기 뭐가 있다고······.”

“총사령관께서 오실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3여단장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지원이 온다는 말입니까?”

“네.”

그 지원이 골랑 오토호스 한 대에 나눠 탄 두 명의 소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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