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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4화 (184/253)

< 184화 >

##184

다음 날 이른 시간 리안 일행은 마을을 떠났다.

“거참. 꼬맹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내기할까요?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는지.”

“흥! 좋아. 내가 이긴다면 더는 내게 못생겼다는 말을 하지 마.”

부선장이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그도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리안의 성격상 자신의 부인인 레인스타 여백작 앞에서도 못생겼다 놀릴 것이 뻔하다.

그뿐이라면 다행이지 아이를 낳으면 아이 앞에서도······.

“그럼. 부선장님이 지면 인어 아가씨를 한 달간 담당하는 걸로.”

“무··· 어··· 어··· 어???!”

갑자기 표정이 굳는 부선장.

“쫄리시면 포기하든지.”

“콜! 한다. 나중에 두말하기 없기다!!”

내기가 끝나자 부선장은 달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리안이 아무리 날아간다 해도 걷는 것만 못하다.

비행은 지형을 넘을 순 있지만, 효율이 좋지 않아 자주 쉬어 줘야 한다.

“아··· 아니. 왜 날!!! 으아앗!”

부선장의 어깨에는 공작이 올려져 있었다.

전원 전사급인 데 반해 공작만 마나 유저였다.

반 좀비처럼 퀭해 보이는 공작은 부선장의 어깨 위에서 공기 인형처럼 나풀거렸다.

“여왕님. 우리도 갈까요?”

“네.”

리안이 팔을 벌리자 금발의 여인이 볼을 붉히며 리안에게로 안겼다.

그녀에게서 에메랄드빛 바다 향이 풍긴다.

‘정신 차리자.’

아직 2차 성징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자칫하면 인어에게 기가 다 빨릴 수도 있다.

인어 여왕도 그걸 알기에 조심하는 중.

인어에게는 기본적으로 남자에게 호감을 사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는데, 최대한 봉인하는 중이었다.

“그럼 출발합니다.”

리안은 젠틀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하늘로······.

아싸~ 호랑나비~

역시나 누군가를 안고 비행을 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날개의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수련이 모자란 것이 가장 컸다.

한두 번도 아니고 살짝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가끔씩 이렇게 태워 주시는 거죠?”

여왕은 미소를 지으며 리안에게 말했다.

이전 기력이 없을 때와는 달리 아주 조금이나마 충전을 한 터라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녀도 리안의 비행이 서툰 것을 알고 저리 말해 주는 것일 터.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

그리 말하고선 남서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

스랑 제국은 비상이 걸렸다.

갑작스럽게 아즈 제국이 준동을 한 것이다.

“초··· 총독!!!”

스랑 제국의 총독 카인 G 크리티카는 깍지를 낀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의 손등에는 ‘ka82946238’ 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시장. 이 문신이 뭔지 아는가?”

“지금 그런 잡담을 할 때가 아닙니다. 야만스러운 놈들이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온단 말이요.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총독은 시장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자기 할 말을 이어 나갔다.

“난 시험관으로 태어났지.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황제 폐하의 피를 받았어.”

“아니.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일단 적부터.”

“아버지께서 이곳으로 보낼 때 하신 말이 있지. 스랑 제국에 해가 되는 놈은 미친놈은 죽여도 좋다고. 그게 누구라도 말이야.”

총독이 시장을 쏘아보자 시장은 뒷걸음질을 쳤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미쳐 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그래. 저 눈은 사고를 치기 전 미친놈의 눈빛이다.

“자··· 잠깐. 총독!! 정신을··· 컥!”

총독이 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휘저었을 뿐인데, 몸이 가로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문신이 있던 손에서 여러 갈래의 촉수가 꿈틀거린다.

“커어어억!!! 초··· 총독!! 왜······.”

상체만 남은 몸임에도 아직 숨어 붙어 있는 시장.

“그대가 장군들에게 뒷돈을 찔러 주어 병력을 움직였더군. 지금 우리가 밀리는 이유는 병력이 부족해서다. 그대 때문에 빠진 그 조금의 병력 말이야.”

총독이 시장의 배 부분을 살짝 밟았다.

“끄으아아아악!!!”

뭔가가 마구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시장.

“서서히 죽어 가며 후회하도록. 스랑 제국에 폐를 끼친 죄를.”

총독은 그를 두고 집무실을 나가 버렸다.

“초··· 총독. 적들이 수도 근처까지 밀려 왔습니다!!”

부관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적들은 파죽지세로 진군해 왔다.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해안 요새로 철수한다. 여기선 저들을 막기 힘들다.”

“네에에?!”

“북진한 군대에도 연락하라. 당장 동쪽 해안 요새까지 철수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보인다.

북신대륙의 모양은 ‘▽’형태의 역삼각형이다.

당연히 남쪽으로 갈수록 바다와 가까워진다.

“내려 드릴게요.”

리안은 해안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파닥. 파닥. 파닥.

물고기 양식장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지금 바다는 딱 그 꼴이었다.

수많은 인어들이 여왕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여왕님! 여왕님께서 돌아오셨다!!!”

“와··· 정말 아름다우셔. 황금색 비늘이라니.”

“우리 여왕님이다.”

“여기예요~ 여왕님~ 여기~~”

인어들은 흥분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여왕은 그들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이들아.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구나.”

“아니에요. 여왕님. 흑흑.”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흑흑.”

방금 환호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눈물을 훔치는 인어들.

조울증처럼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

‘진짜. 꽃밭. 아니 물 반 고기 반이네.’

인어라고 모두 비슷하게 생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들보다 훨씬 다양한 느낌을 줬다.

문제는 하나같이 개성 있게 예쁘다는 것.

거를 타선이 없단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풍덩.

인어 여왕이 인어들을 향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여왕님. 제 것을 먼저 드셔요.”

“아니에요. 제 것 먼저. 어제 채취한 거라 싱싱해요.”

“저는 오늘 아침!!! 그러니 제 것을.”

인어들이 파닥이며 여왕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저마다 주둥아리를 들이밀었다.

마치 일개미가 여왕개미에게 먹이를 주듯이.

“이··· 이건. 19금이다.”

리안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화끈거려서 도저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어어엇?!”

누군가 바다로 끌어당기더니 리안도 바다에 빠졌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리안은 놀라서 허우적거렸다.

“하하하. 너무 귀여우셔.”

“역시 여왕님께서 택한 인간이야.”

“아직 힘을 쓰기엔 어린 것 같아.”

“걱정하지 마. 인간은 빨리 크니까.”

휘적거리는 리안을 두고 구경하는 인어들.

리안은 속으로.

‘미친녀어어언들! 빨리. 빨리. 구해 줘.’

우고고골. 푸우우우~ 우고고고골. 푸우우우~

물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리안.

그런 그에게 여왕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아이들아. 장난이 심하구나.”

하반신이 황금색 비늘로 변한 여왕이 리안을 살포시 안아서 수면 위로 올려 줬다.

“서방님. 죄송해요. 아이들이 짓궂네요.”

“뭐어···. 그럴 수도 있죠.”

라고 말했지만, 리안의 이마에서 핏줄이 튀어나왔다.

“바다의 가호를 받으셨으니 걱정하시지 말고 숨을 쉬어 보세요.”

리안의 눈이 물음표로 바뀌었다.

게임에선 이런 게 없었는데······?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니······.

“어어어?”

밑져야 본전이라 시키는 대로 했는데, 물속에서 숨이 쉬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수영도 해 보셔요.”

여왕이 시키는 대로 수영을 도전했다.

물속에서도 숨이 쉬어지니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

샤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리안.

“뭐지?”

빨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그러고 보니 다리 쪽의 감각이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니.

“어어어억?!”

붉은색 비늘로 덥힌 다리.

인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유일한 남자 인어가.

“허허헙!!”

놀란 리안이 멈춰 섰다.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어··· 언제.”

“신발을 신고 계실 땐 항상 조심하셔야 해요. 잃어버리기 십상이거든요.”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인어의 다리 부분에 꼬리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인간의 다리처럼 두 개로 나뉘어 있으며 수영를 할 때 붙이니 멀리서 보면 하나로 보인다.

“여기! 여기에 있어요!!”

인어 한 마리가 물에 둥둥 떠 있는 신발을 주워 왔다.

등에 멜 수 있는 곡선 모양의 작은 가방도 줬는데, 그곳에 소지품과 신발을 넣으니 딱 맞았다.

참고로 비행을 위한 날개도 가방 형태였는데, 접으면 납작하고 얇아서 그 위에 가방을 멜 수 있었다.

“고··· 고마워요.”

리안은 도움을 받아 가방을 멨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볍고 부드러웠다.

“제 것도 받아 주세요~~!”

“이것두요.”

인어들이 리안에게 모여들어 가방에 뭔가를 조금씩 넣어 준다.

진주와 같은 보석에서부터 희귀한 문양의 조개껍질까지.

이런 것들은 인어에게만 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귀했다.

“다들 그만. 서방님은 바쁘시단다.”

“히이잉.”

인어들이 슬퍼하는 눈치.

그럴 것이 인어들은 생식 능력이 없다.

아마도 유전자 개수가 맞지 않아서 인간과 아무리 정을 통한다 해도 임신 불가.

그럼 번식을 어떻게 하는가?

여기 유일한 남자 인어가 있지 않은가.

“아직 어리셔서 무리해선 안 돼. 시간은 많으니까 다음 기회에 잘들 노려 봐.”

인어 여왕은 쿨하게 말했다.

여왕이 선택했다고 해서 여왕이 독점할 수는 없었다.

인어들이 긴 수명을 가졌다고는 하나 여왕 혼자 남자 인어를 독점한다면 빠르게 멸종할 것이다.

개체 수를 유지하려면 죽는 인어보다 태어나는 인어가 더 많아야 하니.

“서방님. 그 산적 수염의 부하와 내기를 하셨지요?”

“네. 그래서 부탁드려요. 부선장님은 놀려야 제맛인데, 내기에서 질 순 없죠.”

여왕이 싱긋 웃더니 가장 건장한 인어를 불렀다.

남자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은 아니었고. 나올 데 많이 나오고 들어갈 데 쑥 들어간 전형적인 서구적인 몸매랄까.

당연히 인어이기에 미녀다.

“어디로 모셔다드릴까요? 우리들의 왕이시여.”

졸지에 바다의 왕이 되어 버린 리안.

소지품들을 뒤져 주섬주섬 지도를 꺼내 들었다.

“여기.”

“맡겨만 주세요. 그 전에······.”

육감적인 인어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서방님. 해저 터널을 여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든답니다. 시전하기 앞서 그 아이에게 축복을 부탁드려요.”

리안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부드러운 무언가가 몸을 휘감더니 쏙.

‘으으음!! 이··· 이건 너무 진하잖아!!’

부드럽고 거침없는 놀림에 당황하는 리안.

“아가야. 그만!!”

옆에서 지켜보던 여왕이 만류했다.

“서방님. 성인이 될 때까진 무리해선 안 되셔요. 인어들은 참을성이 약하니. 서방님께서 잘 통제를 하셔야 해요.”

“고마워요. 여왕님.”

리안은 입술을 살며시 닦았다.

성인식을 하려면 몇 년이 남았지? 나중에 샤로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넵!! 손을 잡으셔요!!”

인어의 손은 살짝 미끌거리면서 부드러웠다.

이러니 인간 남자들이 사족을 못 쓰지.

샤샤샤샤.

육감적인 인어의 앞에 통로가 생겼다.

그 속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보고만 있어도 어지럽다.

안전한 게 맞으려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출발합니다.”

인어가 리안의 손을 잡고 소용돌이 안으로 몸을 던졌다.

‘돈다. 세상이 돈다. 우웨에에에게에에에겍!!’

너무 어지러워서 밖으로 비명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세상이 도는 것인지 자신이 도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쒜에에에에~~ 푸수!!!

십분 남짓?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륙의 반대편까지 이 먼 거리를 말이다.

전생의 어떤 탈것보다 빠른 이동이다.

이 정도면 순간이동이라 부른다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헉··· 헉······.”

리안이 숨을 몰아쉬었다.

“죄··· 죄송해요. 저도 딱 한 번밖에 안 써 봐서··· 다음에는 조금 더 상냥하게 해 볼게요.”

인어라고해서 마냥 이 기술을 아무 때나 쓸 수는 없었다.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며, 여왕에게로 가거나 여왕이 근처에 있어야만 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장소가 a.

여왕이 있는 곳이 b.

목적지가 c.

라고 한다면, b를 경유해서 가야 한다.

반면 여왕이 있는 b가 출발점이라면 지금처럼 곧장 목적지인 c로 이동할 수 있고.

조금 번거로울지 모르나 그래도 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다.

바다와 인어만 있다면 어느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고생했어요.”

쪽!

리안이 가볍게 그녀에게 다시 축복을 내려 줬다.

신성력을 담는 그릇을 베터리로 비유하자면 효율을 늘려 주는 행위.

“감사해요. 왕님. 저는 고갈된 신성력을 채우러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다.

“나도 가 볼까나.”

리안은 곧장 뭍으로 걸어 올라왔다.

그러자 지느러미와 다리가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다시 봐도 신기했다.

딸깍.

가방 안에서 신발을 꺼내 신었다.

신기한 것이 가방 안은 물이 침범하지 않았다.

인어들 나름 고심해서 만든 제품인 것 같다.

아싸 호랑나비~

리안은 날개를 활짝 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샤아아아~!

해안선을 따라 날아가자 작은 요새화 된 항구가 보였다.

그 꼭대기엔 고양이앞발 문양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리안이 도착한 곳은 코파나 백작령.

이벨 왕국에서 리안에게 준 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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