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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2화 (182/253)

< 182화 >

##182

신전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대제사장.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막아라!! 저놈들을 막으란 말이다!”

제정일치를 택한 아즈 제국이기에 대제사장은 동시에 대족장이기도 했다.

그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친위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나 유저에 불과한 경비대로는 도저히 저들을 막을 수 없었다.

“도대체··· 저 악마 놈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아즈 제국의 수도가 무방비한 이유.

도시의 입구가 강의 신에 가호를 받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대전사를 악마로 불렀다.

그들은 정령과 계약된 존재들.

상위 격인 강의 신이 도시 입구에서 걸러 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아··· 강의 신이시여!!”

대제사장은 강의 신을 열심히 불러보았지만, 묵묵부답.

오히려 악마들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펑! 펑!!!

어떤 이는 물을 쏘아 대며, 또 어떤 이는 식물 덩굴로 사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적들에게 접근하기조차 힘든 상황.

접근한다 해도 그들의 근접 전투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아아아!!!”

대족장은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지팡이의 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도시 곳곳에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그 병사 대부분은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무기를 챙겨 신전으로 달려왔다.

정상적인 전투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서걱! 펑!! 빠드득!

신전을 향해 개떼처럼 밀려 올라왔지만, 앞서 바쳐진 제물들처럼 굴러서 떨어졌다.

“와아아아아!! 대축제다아아아!!”

“아니야. 아직 살아 있어. 먹지 마!!”

신전 아래로 굴러떨어진 병사들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영양 공급원으로 전락했다.

시민들은 싸움이 지속될수록 미쳐 날뛰었다.

특히나 하층민들은 자신들에게까지 양질의 고기가 전달되자 기뻐서 날뛰었다.

“대··· 대제사장님. 피하십시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깬 전사들이 투입될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흥. 나에게 온다면 오히려 좋지. 얼마든지 이곳으로 오라지.”

신전의 꼭대기엔 강신의 신물이 모셔져 있다.

이 영향권에 들어온다면, 악마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나 물의 악마라면 무력화까지 가능하다.

***

밖이 소란스러웠다.

인어 여왕은 눈을 감았다.

이 야만적인 인간들이 또 축제를 벌이는 건가?

저렇게 서로를 먹어 치우는데, 줄기는커녕 매해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신기했다.

“아아. 아이야.”

소란스러운 틈을 타 자신에게 오는 것일까?

“그만 돌아가거라. 위험하단다.”

안타깝게도 인어 여왕의 목소리는 인어에게 닿지 않았다.

쿠르르릉~!

쇠사슬에 묶은 그녀의 주변으로 길고 거대한 검은 것이 꿈틀거렸다.

반짝이는 햇볕이 물웅덩이를 비추자 얼룩덜룩한 비늘 같은 것이 보였다.

그 정체는.

“여왕님!! 제가.”

“멈춰요. 뱀의 한 끼 식사가 되고 싶다면 들어가든가.”

리안은 인어 아가씨를 붙잡았다.

“물에서의 전투는 자신 있어요!”

“저긴 물이지만, 뭍에 있는 물이다.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잊지 마세요.”

웅덩이는 작은 줄기의 강에 연결되어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저 웅덩이도 강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땅에서도 안 돼. 물에서도 안 돼. 그럼 나은 곳은?”

리안의 뜬금없는 말에 인어아가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이나 누님은 저쪽 사슬을 맡아 주세요. 저는 이쪽을 맡을 테니.”

“알겠습니다. 후작님.”

웅덩이의 양쪽으로 얇고 긴 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절그럭.

리안과 세이나는 고정된 사슬을 끊었다.

힘을 봉인하는 특성을 지닌 금속이지만, 외부에서의 충격에는 약했다.

투둑!

그대로 사슬을 쥔 리안은 그대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아싸~ 호랑나비~!!”

술 취한 나비처럼 비틀비틀 난리를 치며.

사실 곧장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봉인 사슬은 은근히 무거워 통제가 쉽지 않았다.

반면 세이나는 신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제답게 힘이 남아 돋는지 곧게 솟아오른다.

한 손에는 인어 아가씨까지 끼어 있었다.

쏴아아아!!!

물기둥과 함께 웅덩이에서 황금색 인어가 딸려 올라왔다.

“여··· 여왕니이이임!!!”

세이나의 품에 안겨 있던 인어 아가씨가 소리쳤다.

쉐에에에엑!!

그때 그녀를 지키던 거대한 이무기가 놓이지 않게 함께 솟아올랐지만.

뱀이 길어 봐야 하늘 끝에 닿겠는가.

끼에에에에에~!!

이무기는 결국 저 아래로 다시 추락한다.

“넌 용이 되기 글렀다.”

저 웅덩이에 이무기가 있던 이유.

그것은 어찌 보면 강의 부족과 이무기 사이의 윈윈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무기는 수련을 하며 용이 되는 길이 아닌, 인어 여왕의 곁에서 그 힘을 흡수하는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삐우우웅~탕!!!

무사히 인어 여왕을 구출한 리안이 마권총을 꺼내 하늘 높이 쏴 올렸다.

마총에는 일반 탄이 아닌 신호탄이 장전되어 있었다.

***

피라미드 형태의 신전에서 학살을 벌이던 부선장과 해병대원들.

삐우우웅~ 탕!

리안이 쏜 신호를 보자 빠르게 철수하기 시작했다.

대제사장은 그걸 보고 가슴을 쳤다.

“어딜 가느냐!!! 이놈들아!!”

그러자 웬 소녀 하나가 대사제를 향해 거대한 불꽃을 쐈다.

어찌나 강렬하게 날아오던지.

대제사장은 엉덩방아를 찌었다.

쾅!!

불은 대사제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전에 사그라들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강의 가호를 받는다.

“쪼··· 쫓아라!!! 시민들에게 해독제를 뿌려라.”

“아··· 알겠습니다. 대제사장님.”

신전의 아래는 붉은색과 피비린내로 엉망이었다.

끼에에에~!!!

그런데, 신전 뒤쪽에서 뱀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강의··· 사자이시여······.”

이무기는 어느새 대사제의 머리 위에 대가리를 들이밀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여움을 푸소서. 소란을 일으키려 했던······.”

그런데, 이무기의 상태가 매우 이상함을 느낀 대제사장.

“서··· 설마······.”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신전 뒤에서 느껴져야 하는 특유의 짠내가 나지 않는다.

끼에에에~!!

화가 난 이무기는 대제사장을 스쳐지나 신전 아래를 타고 내려갔다.

꺄아아아악!!

이묵기는 다짜고짜 건물들을 부수며 사람들을 삼키기 시작했다.

인어 여왕을 놓인 것에 대해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제 진짜로 인신 공양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서둘러라. 그놈들을 쫓아야 한다. 추격대를 꾸려라. 인어 여왕을 되찾아야 한다.”

놓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놈들이 아무리 악마의 힘을 빌려온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인간.

취한 군인들이 깨어난다면 숫자로 압도할수 있다.

거기다 아즈 제국은 오랬동안 인간사냥을 해왔다.

인간들을 추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

숲속에 착지한 리안 일행.

인어 여왕은 땅에 닿자 축 하고 늘어졌다.

사슬 때문이었다.

“후작님. 사슬을 해체할까요?”

“우리가 하면 안 돼요. 인어아가씨?”

“네. 주인님.”

“조심해서 다루세요.”

인어 여왕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 동안 사슬에 묶여 있었다.

거기다 힘을 계속 빼앗겨 왔기에 이질적인 다른 기운이 침범하면 죽을 수도 있다.

사슬이 풀린 직후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같은 인어의 신성력이어야만 한다.

참고로 인어 여왕이 죽으면 다음 인어 여왕이 탄생한다.

어찌 보면 인어 여왕을 죽이는 것도 인어 여왕을 구하는 것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게 몇백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죽게 할 수는 없다.

“아··· 알겠어요.”

인어 아가씨가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이것이 인어 아가씨의 신성력을 빵빵하게 채워 놔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사슬을 잡고 두 눈을 감았다.

바사삭.

검은빛이 나던 사슬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녹슬어 갔다. 그리고 이내.

투둑!

“아아······.”

사슬이 풀리자 인어 여왕이 힘겹게 눈을 떴다.

“참으로 씩씩한 아이구나.”

인어 여왕은 인어 아가씨의 얼굴에 힘겹게 손을 올렸다.

“아가야.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어서 어미의 숨을 끊어 편하게 해 주렴.”

“아니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왕님.”

아까도 말했다시피 리안은 여왕이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인간? 혹시. 인어 여왕의 도움이 필요한 거라면. 이 아이에게 여왕 자리를 물려 줄 수도 있어요.”

여왕은 후계자를 지명할 수는 있다.

문제는 여왕 후계자가 여왕이 되기까지 최소 10년의 수련 기간이 걸린다.

그러면 여왕이 되냐? 아니다.

공주가 되는 것이고. 거기서 90년의 수련이 더 필요하다.

물론 공주만 해도 여왕이 가지는 대부분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간. 부탁이니 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주세요. 강의 부족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그것만으로 당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무려 스랑 제국과 대치를 하는 나라이다.

본토가 아닌 식민지이긴 하지만, 스랑 제국도 이 아즈 제국을 밟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포기하고 야금야금 힘을 빼려는 중이고.

“아즈 제국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리안은 싱긋 웃으며 인어 아가씨를 바라봤다.

“제 신성력을 나눠 드리겠어요.”

“아니다. 여기까지 찾아온 너까지 죽게······.”

인어 여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어 아가씨가 여왕에게 입을 맞췄다.

꿀꺽.

이런 취향은 아닌데 눈을 떼기 힘들었다.

참고로 인어 여왕은 남자에게 정기를 취하는 경우가 잘 없다.

인어들이 세계 각지를 떠돌다가 돌아와 인어 여왕에게 가볍게 입맞춤하며 힘을 넘겨준다.

마치 일개미가 여왕개미를 먹여살리듯.

그런데, 저렇게 진하게는······.

“헙!!!”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입맞춤.

육신이 약해진 여왕은 끝남과 동시에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야. 너를 희생해서까지··· 음?”

미약하게나마 힘이 돌아온 여왕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힘을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여왕님?”

“이게 어찌 된······.”

“신성력을 거의 최대치까지 채워 넣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럴 리가. 인어의 신성력을 채우기 위해선······.”

인어를 비유하자면 손톱만 한 전구를 쓰고 집채만 한 배터리를 가진 존재라 보면 되었다.

사용하지 않아도 꾸준히 방전하기에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참으로 고생이 많았구나. 아이야······.”

여왕은 인어 아가씨가 기특한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어 아가씨는 그 어떤 때도 짓지 않았던 표정을 지어 보인다.

동시에 상당히 지쳐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신성력 대부분을 넘겨 줬기에.

“여왕님. 이제 존재를 감출 수 있겠습니까?”

둘의 모습은 므흣했으나 지켜만 볼 수가 없어 리안이 물었다.

“아. 인간. 고맙다. 내 바다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보답하겠다. 그리고 이 정도 힘이라면 며칠 정도는······.”

인어 여왕의 존재감을 숨기는 것도 신성력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인어 아가씨라는 보조 뱌터리를 데려온 것이고.

“그거면 됩니다. 반듯이 여왕님을 바다로 모셔다드릴 것입니다.”

“쉽지 않을 거예요. 저들은 기본적인 추격술에도 능합니다. 여차하면 저를 죽이고 이 아이만이라도 살려 데려가 주세요.”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날아갈 생각입니다. 추격에 대한 대비도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잠시 무례를 용서하세요.”

리안이 인어 여왕을 안아 들었다.

많이 초췌해져서 인어 아가씨보다 가벼웠다.

“음······.”

리안이 안아 드는 순간 인어 여왕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여왕임에도 성숙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진다.

‘인어 여왕 겟.’

리안은 하늘로 날아오르며 성취감에 들떴다.

쉽지 않은 난이도를 상황이 좋아 클리어한 것이다.

인어 여왕의 권능은 그 자체로만 SSSSSSR급이 아닐까 싶다.

게임에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이라면 말이다.

“우하하하. 아싸. 호랑나비~~”

다만 하늘을 날아오르고 입에서 노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의도해서 이런 비행을 하는 것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우아하게 비행을 하고 싶지만, 여왕의 무게가 더해졌다고 중심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대기사 초급 상태로는 날개가 살짝 버겁다.

“차··· 참으로 멋진 비행입니다. 어렸을 적 하늘을 나는 꿈을 많이 꾸었지요.”

여왕은 기력이 없어 힘들어하는 눈치였지만, 리안을 배려해 줬다.

저 뒤에 따라오는 세이나에 비해 승차감이 개판.

여왕의 격을 생각하면 세이나에게 여왕을 맡기는 것이 났겠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다.

‘여왕은 한 남자만 만날 수 있거든.’

물론 그 남자가 죽는다면, 다음 남자를 선택할 수는 있다.

그 쿨타임이 천 년이라는 것이 함정이라서 그렇지.

‘신체 접촉을 하는 순간. 끝난 거지.’

엉망인 비행이 부끄러웠지만, 인어 여왕의 첫 남자가 된 것은 영광이었다.

참고로 이 여왕은 여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잡혀 왔다.

남자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리안이었더라면 여자인 세이나에게 부탁했을 거다.

눈앞의 인간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덥석 선택하겠는가.

‘그보다 부선장은 잘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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