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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77화 (177/253)

< 177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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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랑 제국의 함대가 선택한 작전은 결국 몰아내기였다.

움직이지 못하는 기함과 통신선을 두고 나머지 함선들이 고잉미샤호에 접근하는 것.

그러다 고잉미샤호가 뒤로 물러나면 저들도 다시 물러나는 방식.

“시간을 끌 생각인가 보네.”

고잉미샤호는 아랑곳 하지 않고 거리를 벌리며 포격을 가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점점 상대가 힘겨워하는 것이 보였다.

“서··· 선장님. 적함 반응 무!”

똘똘이가 중간중간 보고를 해 줬다.

침몰하지 않아도 기관이 정지하면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갤버포는 화력이 약하지만, 그렇다고 데미지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고잉미샤호처럼 철갑이 아닌 목제 함선들은 주요 위치에 맞게 되면 한 방에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이번엔 운 좋게 기관실에 맞은 듯 보인다.

“우오오!!!”

적선이 전투에서 제외될 때마다 적 기함을 잡는다에 표를 던진 선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이제 남은 것은 통신선과 움직일 수 없는 1급 전열함뿐.

“서··· 선장님! 새로운 함선입니다.”

레이더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먼 곳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저들이 시간을 끈 이유는 지원을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빡쌘데··· 조금 무리라도 해야 하나.”

반대로 스랑 제국 측에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황자님. 곧 지원이 도착할 것 같습니다. 해류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아 조금만 버티면······.”

근방에 도착한 것은 8척.

전열함은 없었지만, 그들은 다른 방면에서 매복을 하고 있어서 멀쩡한 상태.

더 이상 고잉미샤호가 저리 방자하게 굴지는 못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나포하거나 침몰도 가능하다.

“그때까지만 어찌어찌 버티면 될 것 같군······.”

그런데, 고잉미샤호가 갑자기 쑥 하고 안쪽으로 접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놈이··· 미쳤나?”

철갑을 믿고 갤버포의 사거리에서만 공격을 가하던 고잉미샤호였다.

그런데, 겁도 없이 캐논포의 사거리로 들어왔다.

그것도 압도적인 포문을 가진 1급 전열함에 말이다.

“수리 상황은?!”

“지지부진합니다.”

“설마······.”

‘1급 전열함의 아래를 공격한 것이 저들인가?’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

가끔 물 속성 대기사들이 그런 일을 하고는 하지만, 잠수한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애초에 물 위에서 옮기는 것도 겨우 가능한 수준.

그런데, 적은 보이지 않았었다.

“적함!! 공격합니다!!”

고잉미샤호는 딱 전열함의 후미에 서서.

퍼버버벙!!!

캐논포를 날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화력.

“실드 전개!!”

다행히 첫 포격은 막았지만,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젠장!! 무리가 가더라도 회전한다.”

결국 전열함은 제자리에서 회전을 시작했다.

끼기기긱! 퉁퉁!

임시로 땜빵을 해 놓은 곳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퍼버버벙!!

고잉미샤호는 전열함의 앞을 따라 조금씩 이동했다.

원래라면 멀리서 회전하는 적보다 제자리에서 선회하는 속도가 더 빨라야만 하지만.

끼기기긱!!

퍼버버벙!!

거의 비슷한 속도로 돌았다.

쾅!! 콰아아앙!!

결국 후미에 캐논포 두 발이 직격했다.

충격으로 배가 흔들린다.

더 곤란한 것은 그중 한 발이 화염탄이었다.

화르르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무리 불에 잘 타지 않는 종류의 목재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불길이 점점 번지기 시작한다.

“불을 꺼!!!”

퍼버버벙!! 쾅!!

“으아아악!!”

갑판 요원과 해병대를 보냈지만, 적들이 계속 포격을 했기에 작업이 쉽지 않았다.

“통신선을 포기한다.”

제독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지금까지는 전열함이 통신선을 끼고 돌아 보호했지만, 불을 더 방치한다면 기함이 당한다.

아니. 불이 아니더라도 내구도가 슬슬 한계였다.

쾅쾅쾅!!

결국에 통신선이 반대로 기함을 보호했고.

대부분의 선원들은 기함으로 건너왔다.

쫘자자작!!!

결국. 통신선은 바다로 침몰했다.

스랑 제국 측은 그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

원래라면 기함을 버려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것이 통신선.

그런데, 기함에는 황자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허······.”

통신선이 박살 나 침몰하는 것을 보고 놀란 사람은 또 있었다.

“지···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반도 국가임에도 해군이 없는 브루타뉴의 공왕보단 섬나라 잉글슨의 공작이 더 놀라워했다.

그럴 것이 섬나라 귀족답게 해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한다.”

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흐리아 민에게 조타를 넘겼다.

“합하. 어디로 몰면 될까요?”

“대충. 저쪽으로?”

리안은 손가락질을 했다.

참고로 적들은 사방에서 몰려와서 포위망을 뚫고 나가야 했다.

“넵!! 알겠습니다.”

흐리아 민도 레이더를 대충 훑어보았다.

리안이 조타석에서 선장석에 앉자 공왕과 공작은 불안해했다.

“저··· 저거 말일세. 적선이 아닌가?”

그들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레이더의 기능을 알아차렸다.

“네. 잘 보셨습니다.”

“또 포위를 뚫고 가야 하지··· 않을까?”

“뭐. 지금 출발하면 타이트하진 않을 겁니다.”

기함은 그냥 놓아주기로 했다.

조금 무리를 하면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리하면 고잉미샤호에도 상당한 무리가 갈 것이다.

이곳의 해류는 한 방향으로 심하게 흘렀다.

해류를 거스르는 짓은 부유선에게 상당한 무리를 준다.

아마 지금까지 한 짓만 해도 기관장 헤르미가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흐리아 민이 조종구에 손을 올리고 거칠게 쓰다듬었다.

퉁!!

갑자기 훅하고 치고 나가는 고잉미샤호.

놀란 공작과 공왕이 급히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

리안이 몰 때보다 훨씬 거칠었다.

“아··· 꼴았네.”

“이번에는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젠장. 선장. 잡을 수 있었잖수!”

선교는 희비가 갈렸는데, 내기에서 진 선원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누가 돈을 따는 꼴은 또 못 보죠.”

“나··· 나를 말하는 거야?!”

“농담. 농담. 스랑 제국의 황자를 잡아 봐야 별로 실익이 없으니까 보내 준 겁니다.”

사실 리안은 처음부터 스랑 제국의 황자를 보내 줄 생각이었다.

‘스랑 제국이 너무 몰리면 곤란하거든.’

이 황자는 아마 이번 패배로 본국으로 소환될 것이다.

패배한 것이 소문나지 않게 쉬쉬하며 노르망 공작령의 전투에 참가시킬 것이고.

‘이왕이면 잉글슨이 지면 좋을 것 같은데······.’

신대륙에서 잉글슨이 스랑 제국을 밀어내면 잉글슨의 힘이 너무 강해진다.

그러면 가장 곤란한 것은 아일리 섬을 먹은 리안이었다.

“그래도 통신선을 부쉈으니 목적은 달성했죠. 거기다 기함도 한동안 정비창에서 못 나올 겁니다.”

운이 좋다면 폐기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

바닥에 구멍이 났는데도 무리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많이 비틀렸을 것이다.

작은 상처가 덧나며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

스랑 제국의 황자는 갑판에 나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후미의 화재는 거의 진압이 되어 갔다.

“전하!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제독이 죄인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다 그대의 탓이지.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게.”

“네?!”

엄청난 실책을 한 제독.

본국에 소환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자칫하면 심하게 징계를 먹을 것이다.

“징계를 먹는다 해도 옷 벗을 생각은 말게나.”

“왜 저를 용서해 주시는지요.”

“나는 그대를 용서하지도 용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저놈과 유일하게 싸워 본 해군 장성이 그대이지 않은가.”

이번 해전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대규모 해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쯧. 나도 소환되면 대판 깨지겠군.”

“죄송합니다. 전하!”

“아니야. 되었어. 자네는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만 하게.”

***

고잉미샤호는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흐리아 민이 조타를 맡았지만,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후 고잉미샤호는 잉글슨의 항구로 향했다.

북 신대륙의 동쪽 해안의 구도는 위쪽은 잉글슨이 중간은 스랑 제국이 그리고 아래는 아즈 제국이 보유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다.

호시탐탐 정탐을 다니는 해적선조차도 말이다.

“선장님! 항구입니다.”

항구에도 배들이 많이 없었다.

있다 해도 모두 정박을 한 상태.

제해권이 스랑 제국에게 있다 보니 함부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펑! 펑! 펑!!!”

고잉미샤호가 항구에 들어서자 마포가 발사되었다.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고 환영을 뜻하는 예포였다.

끼이익! 쿵!

고잉미샤호가 부두에 정박한 뒤 판때기를 내렸다.

총독이 후다다닥 달려와 인사를.

“환영합니다!! 공작님 그리고 후작님!! 그리고··· 또?”

배에서 내리는 인물 중 모르는 이가 섞여 있었다.

옷이 매우 화려했고. 위치도 가장 서열이 높은 자리. 거기다 얇지만 왕관까지 쓰고 있었다.

“아아. 브루타뉴 공국의 공왕님이시라네. 관광차 오셨지.”

“그··· 그렇습니까?”

총독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도 어쨌든.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합하! 이제 안전하게 바다로······.”

“나가지 말게나.”

“네?! 서··· 설마 오시면서 배를 잃기라도··· 그러고 보니 다른 배는······.”

“없어. 처음부터 이놈 하나만 끌고 왔거든.”

리안이 엄지로 뒤에 정박해 있는 고잉미샤호를 가리켰다.

“그··· 그럼 어떻게 합니까?! 후작 합하······.”

“합하가 아니라 총사령관이라 부르게. 이제부터 신대륙의 모든 병력은 내가 지휘하네.”

뭔가 현기증이 느껴지는 총독.

“서··· 설마. 육지에서 전면전이라도. 보급품이 없습니다. 설마 저 배에 보급품이······.”

육지에 다니는 부유선치고는 큰 편이지만, 바다에선 너무 작았다.

저런 배에 보급품이 실려 봐야 만 단위의 병력에게 보급을 하기엔 턱없어 보인다.

“얼마 없어.”

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네?!”

“보급은 많이 필요 없어. 정면으로 싸울 생각이 없거든. 그래도 적당히는 필요하니까. 그보다 마나 광석이 어디에 있는가?”

“이곳과 멀지 않습니다. 그··· 그것은 왜...”

리안도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신대륙에서 나는 다른 물품보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마나석일 것이다.

전생으로 치면 대충 석유+화약이랄까.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 두 가지가 필수인데, 여기서는 마나석만 있으면 된다.

“기술자를 데려왔거든.”

“서··· 설마.”

“내 배를 동력으로 해서 보급품을 찍어 낼 생각이야. 설비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니 여유롭게는 못해도 어느 정도까진 수량을 맞출 수 있을 거야.”

세기바라 우르르의 제자와 그를 따라온 기술자들이다.

“보··· 본국에서.”

“아니. 내 개인 기술자들이야. 그러니 보급품의 질이 조금 달릴 수도 있어.”

마나석 가공 기술은 국가 기밀이다.

나라마다 순도를 높이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특히나 신대륙을 포함한 식민지에는 이런 기술자들을 절대 보내지 않는다.

식민지 통치를 받는 자들이 마나석 가공 기술을 배우면 곤란하기 때문.

“그··· 그렇군요.”

리안은 딱히 상관이 없었다.

이 식민지가 자신의 것이 아니었고. 마나석 가공 기술은 언젠가 유출된다.

물론 순도는 낮겠지만, 마나석은 마나석이다.

순도가 낮은 마나석을 써도 마총이 발사되고. 마포도 쏠 수 있다.

“대충 소개는 끝난 것 같으니까. 빨리 장군들을 소집해 주게.”

“알겠습니다. 합하······.”

리안과 함께 해군 전력이 충원될 줄 알았던 총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선들은 항구에 묶여 나가지 못했고. 그들은 매일같이 총독을 찾아와 읍소했다.

“그리고 정기 장거리 통신 시간이 언제죠?”

장거리 통신은 본 섬에서 먼저 쏴 줘야 연결이 된다.

그렇기에 상시 연결이 안 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고 정기 통신을 한다.

“한 시간 뒤입니다. 후작 합하.”

리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총독의 안내를 받았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정말 신대륙 책임자로 온 거야?

-들리는 소식으로는··· 아일리 섬··· 신센롬 제국··· 이벨 왕국··· 사위······.

신문이 이곳 식민지까지는 발행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식에 민감한 자들이 있었다.

그걸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에이~ 내가 아무리 무지해도 그렇지. 그런 뻥을 대놓고.

-그게 아니라면 이곳 총사령관으로 저런 핏덩이를 보냈겠어?

사람들은 지나가는 리안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하품을 하며 장거리 통신 마법진이 깔린 건물로 들어갔다.

삑삑삑!!

대충 시간을 때우다 보니 잉글슨 본섬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통신 마법사들이 연결을 하기 위해 분주해졌고 잠시 후 리안의 앞에 있는 수정구에 불이 들어왔다.

“통신 보안~~!”

리안이 해맑은 톤으로 먼저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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