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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66화 (166/253)

< 166화 >

##166

설명을 들은 해적왕은 아리송한 얼굴로 집무실을 나갔다.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해적왕이 빠지자 이제 남은 사람들은 고잉미샤호의 선원들뿐.

“그래서 부선장 아저씨. 귀족들 장악은 끝났나요?”

“숙청이라면 끝났어.”

올몬드 백작령도 데스몬드 백작령과 짧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었기에 좀비를 막았어야 했다.

꽤 많은 피해도 있었지만, 명분도 동시에 생겼다.

(구)올몬드 백작과 그를 따르던 가문들을 원흉으로 지목한 것.

당연히 그 안에서 권력을 잡고 있던 가문들은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물꼬를 터 주니 다른 귀족들이 그들을 중앙 권력에서 밀어냈다.

“연좌제까지 물리면 반발이 심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셨죠?”

“몇몇 놈을 제외하고는 재산 일부만 몰수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부패한 귀족들은 연좌제를 물리지 않는다는 것에서 제외했다.

이놈들은 데리고 있어 봐야 좀만 먹을 뿐이니.

“세바스 아저씨.”

“네. 선장님.”

“데스몬드 쪽은 어떻게 되었죠?”

“선장님의 외조부이신 아트로네 백작께서 행정가들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곧 레온 백작령 쪽에서도 행정가들이 올 것입니다.”

데스몬드는 아예 리셋 버튼이 눌러진 곳.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쯤이면 레온 백작령에서 행정가들의 기본 교육이 끝났을 것이다.

추가 모집 공고까지 내서 주변의 백작가들의 한량들도 흡수하는 중이다.

“데스몬드는 봉건제가 아닌 관료제로 돌릴 겁니다.”

“네. 기득권들이 사라지고. 유민이 인구의 전부이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두 분 다 적당한 사람에게 맡겨 놓고 나를 따라갑니다.”

사실 이 부분은 고잉미샤호의 선원들도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작은 결코 작은 땅이 아니다.

큰일을 겪고 주인까지 바뀌었는데, 주인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잘 돌아가던 영지면 몰라도 결정할 것이 많은 혼란기.

“애송이 선장. 전후 복구가 막히지 않을까?”

이런 중대한 시기에 최종 결정권자가 없으면 당연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세바스 아저씨는 그렇다 쳐도 부선장 아저씨는··· 있으나 마나 할 것 같은데.”

“아니. 내가 뭐 어때서!!”

솔직히 A안과 B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선택해 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다.

아까 전의 리안처럼.

다양한 생각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동물이 인간이기에 항상 최종 선택을 해 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선장 아저씨. 이번에 결혼하는 건가요?”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아! 아까 전.”

“거참. 꼴뚜기도 뛰는 재주가 있다고.”

“뭐?! 꼴뚜기? 난 크라켄이다!!!”

발끈하는 부선장.

“에이~ 알았어요. 범위가 크라켄이면, 오징어 정도로 하죠.”

“흥! 아직 넌 어려서 모르는데, 작은 고추가 맵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추는 이 세계에도 흔히 있는 작물.

덕분에 리안이 빙의를 한 뒤 먹는 걸로 애를 먹지는 않았다.

서양 배경이라 느끼한 음식만 있을 줄 알았는데,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았으니.

“눼이~ 눼이~ 가서 레인스타 아줌마나 데리고 와 봐요.”

“괜찮겠어?”

여기에 모인 것은 고잉미샤호의 간부들뿐이다.

극히 고잉미샤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인 것.

“괜찮아요. 곧 가족이 될 것 같으니까.”

리안은 기억을 더듬었다.

레인스타 여백작.

그녀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해서 남성 편력이 심한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중년이 될 때쯤엔 확률적으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 이후는 배우자에게 꽤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응? 그··· 그게. 꼬맹아. 넌 어른들의 세계를 모르겠지만. 하룻밤의 뭔가··· 그런······.”

부선장이 말을 더듬었다.

본인이 하룻밤 이후 여자들을 버렸다고 했지만, 본인도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겠지.

버림받은 것은 여자들이 아니라 부선장이라는 것을.

“훗. 걱정 말아요. 레인스타 아줌마의 짝이 이번엔 부선장 아저씨인 것 같으니.”

아까 전 레인스타 여백작의 표정을 보아하니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연기인 줄 알고 경계를 했으나 퍼즐이 맞춰졌다.

똑똑.

잠시 후 레인스타 여백작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힐끔힐끔 부선장에게로 향했다.

뭔가 애절한 느낌도 든다.

‘저게 연기면 진짜 여우주연상 감이지.’

오해가 풀리니 눈에 들어왔다.

만약 권력을 위해 부선장에게 접근한 것이라면, 리안에게 집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리안에게 관심은 없는 듯 보인다.

“어서 와요.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당황스러우셨죠?”

“설마. 방금 전 일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레인스타 여백작이 물었다.

당연한 걱정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아일리 섬의 새로운 권력자가 된 리안.

그 측근이자 올몬드 백작령의 지배자가 된 부선장.

만약 부선장이 레인스타 여백작과 맺어지게 된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히려 결혼 동맹이 성사되고 좋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곤란해할지도 모른다.

두 개의 백작가가 합쳐지면, 생각보다 큰 시너지가 발생한다.

통제하지 못하는 부하는 없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부탁드립니다. 후작님.”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어버리는 레인스타 여백작.

아무리 리안이 후작이라고 하지만, 백작이란 지위는 누구에게 무릎을 꿇을 만큼 낮은 지위가 아니다.

왕에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릎을 꿇지 아니한다. 자신의 주군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비공식적으로라도 만나게 해 주십시오. 아이가 생긴다면 사생아로······.”

“그러면 쓰나. 그냥 두 분 결혼하세요.”

“······???!!”

“······???!!”

리안이 아무렇게 던진 말에 레인스타 여백작뿐만 아니라 부선장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남의 결혼을 저렇게 아무렇게 결정해도 되는 걸까?

더군다나 그냥 일반인의 결혼도 아니라 무려 두 백작의 결혼이다.

“레인스타 아줌마도 알다시피 우리 부선장 아니 올몬드 아저씨가 뱃사람이에요. 한 번 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흑흑.”

리안이 우는 시늉을 해 댄다.

‘정신 이상자인가?!’

갑자기 변한 리안의 말투에 레인스타 여백작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 없어!’

그녀는 매우 민감한 체질.

어렵게 차지한 백작 작위.

그런데,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직 정적들이 버젓이 남아 있었다.

이 사실이 밖으로 퍼져나가기라도 한다면······.

“후작님의 중매 받아들이겠습니다!”

정신이 이상한 꼬마와 엮어 버렸지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후사도 잇지 못하며 욕심만 낸 여자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죽을 바엔. 차라리 미친 꼬마에게 죽는 것이 나았다.

“오오! 역시 부부는 통하는 게 있다니까. 화끈한 것이 딱 천생연분이네. 마법사 삼촌! 양피지.”

“어··· 그래··· 그런데 여기서 해도······.”

“크윽! 우리 뱃사람의 비애죠······.”

리안이 다시 눈물을 훔치는 연기를 해 댔다.

“그··· 그래.”

마법사 포트가 분주해졌다.

서류를 만드는 것은 서클보다는 센스가 중요했기에 포트는 뚝딱 하고 양피지에 마법 술식을 입혔다.

“대충··· 보자. 신랑 측은 세바스 아저씨, 아니 카이토 백작님이 증인으로 서고. 신부 측은 후작인 내가 서면 되겠네.”

“자. 두 분 사인하고.”

리안이 서류를 스윽 하고 내밀었다.

부선장은 얼떨결에 사인을 했고. 여백작은 손을 덜덜 떨며 팬을 손에 쥐었다.

당연히 긴장이 될 수밖에.

‘사인이 끝나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런 식으로 다른 백작의 땅을 빼앗으면 그 반발은 엄청날 테니.

다만, 영웅이라 추앙받는 눈앞의 꼬마 상태가 조금 많이 이상했다.

스극슥삭.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호랑이 등 위에 탔으니 사인을 안 할 순 없었다.

“자! 다들 박수.”

짝짝짝!!!

박수 소리와 동시에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무섭게 달려든다.

‘아아··· 내가 속았구나.’

여기서 죽는다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은 여백작.

그런데, 투닥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런 충격이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놔!! 이놈들아. 아이고. 너, 너. 때리는 거 다 봤다!! 아아아!!”

두들겨 맞는 것은 부선장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부선장!! 으하하. 결혼하다니. 내가 살면서 부선장이 결혼하는 걸 보다니.”

“축하하오!! 그러니 이거나 먹으슈!!”

퍼어어억!!

난장판이 따로 없다.

나름 부선장도 저항을 했지만, 암묵적으로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룰이었기에 쪽수에 밀렸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부선장.

급기야.

휙!! 퍽!!

세바스가 얌전을 떨며 빈틈으로 몰래 주먹을 꽂아 넣는 것도 보였다.

쨍그랑! 쾅쾅!!

집무실이 거의 반파가 되었을 때나 되어서 구타는 멈췄다.

부선장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역시. 우리 가족들은 너무 단란하다니까.”

리안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게 무슨 축하야. 이 비러머그을 개좝놈드라~~!!”

“하하하!! 부선장. 발음이 나와 비슛하구만!!”

앞니가 없는 마포장 토우기슈끼 럽이 놀려댔다.

“흥!! 난 부어서 그런 거라고!”

부선장이 고개를 휙 하니 돌려 버렸다.

그러자 세이나가 다가가 회복 신성 마법을 걸었다.

순식간에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저··· 후작님?”

한쪽에 방치되어 있던 여백작이 리안을 불렀다.

“아아. 새 가족에게 너무 무심했네요. 레인스타 아줌마.”

“아··· 아줌마라니······.”

후작이 백작을 칭하는 말치고는 너무 저렴했다.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자. 이쪽 상석으로 앉으시고.”

리안은 반쯤 부서진 의자 하나를 세워 자신의 근처에 놓는다.

이미 소파는 리안이 앉은 것 빼곤 작살이 나 버린 상황.

“이번에 데스몬드 백작과 올몬드 백작이 작전을 위해 저를 따라갈 예정입니다.”

“네에? 떠난단 말씀입니까?”

“신혼을 방해해서 죄송한데, 어차피 아일리 섬이 어수선하고 수습하려면 두 분의 정식 결혼식이 미뤄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차라리. 내정 능력이 있으신 아줌마가 남부 쪽을 싹 해결해 주시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아일리 남부 특별 자문 위원장 자리를 줄 테니까. 안정화를 시켜 주세요. 우리 두 사촌 형도 헤매고 있을 거니까. 거기까지.”

아트로네 백작이 도와주겠지만, 한계는 있을 거다.

그는 무인에 가까운 인물이고 아트로네 백작령의 위치도 내륙이다.

그것 말고도 아트로네 백작은 북부의 귀족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거다.

리안이 새로운 통치자가 되었지만, 아직 완전한 굴종을 한 것은 아니니.

어쩌면 잉글슨의 국왕이 통수를 치기 위해 뒤로 구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제게 그런 자리를 맡긴다고요?”

“파트라슈 여백작이 많이 도와줄 겁니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올몬드와 데스몬드를 잠시 맡기고 떠날까 생각했지만, 그녀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제 막 백작위에 오른 것은 그녀도 매한가지이니까.

그에 반해 레인스타 여백작은 백작위에 오른 지 몇 년 되어 안정이 된 상태고. 내정 능력도 B급으로 나름 준수했다.

“그게 신혼 라이프를 즐기기엔 가장 빠른 것 같네요.”

“그··· 렇다면. 기꺼이 소신이 맡겠습니다.”

“네?”

“남편이 모시는 주군이라면, 저에게도 주군입니다. 충성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그녀는 아까와 다른 의미로 리안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종 관계에서나 볼 법한.

“가족끼리 무릎 같은 거 함부로 꿇는 거 아니에요. 일어나요. 아줌마.”

리안은 해맑게 웃으며 그녀를 일으켜 줬다.

괜히 오해를 한 것이 미안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요. 두 분 어서 나가 봐요. 내일 출항입니다. 이왕이면 빨리 가족을 늘리는 것도.”

“뭐?! 꼬맹이. 그런 말 없었잖아!”

“아니. 내가 언제요. 했잖아요. 다섯 번은 말했던 것 같은데. 아호. 정신을 어디 두시는 거예요.”

아까 연회장에서 백작들 간의 논의를 할 때도 약간 넋이 빠져 있었던 것 같기는 했다.

전쟁통에도 꽃은 핀다더니 언제 눈이 맞아서는.

“올몬드 백작님!! 어··· 어서 가요!!”

그때 따지는 부선장의 옷깃을 잡는 여백작.

그러자 불타오르는 부선장.

“에잇!!”

“꺄악!!”

갑자기 여백작을 안아 들고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는 부선장.

그걸 본 항법사는.

“좋을 때다~”

“그러게요. 그런데 항법사 아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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