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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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슨 왕국의 궁전.
아침부터 국왕은 대전에 나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고위급 귀족들도 여럿 보였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손에 머리를 괸 국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다.
“인디아로 간 함대를 다시 신대륙으로······.”
“신대륙보다 인디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경은 모르는가?”
잉글슨의 가장 중요한 동방의 식민지인 인디아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냥저냥이 아니라 아주 크게.
그걸 진압하기 위해 북신대륙에 있던 함대를 빼냈다.
문제는 이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스랑 제국이 잉글슨의 북신대륙 식민지들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바다를 든든하게 지켜 주던 함대가 빠지자 보급로가 막혔다.
스랑 제국은 북신대륙의 토착민들을 지원해서 잉글슨을 몰아붙이는 중.
“지원을 보내야 합니다. 자칫하다간 신대륙의 패권을 모두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다시 찾아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율 대륙과 신대륙은 거리가 있다.
그곳에 거점이 없다면, 율 대륙에서 출발한 함대들은 도착해 곧장 전투를 해야 한다.
정비 없이는 전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협상을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율 대륙의 광산을······.”
“그건 안 되오! 그 광산이 넘어가면 율 대륙에서 발을 빼야 할 수도 있소.”
잉글슨은 섬나라이지만, 스랑 제국 북부 두 개의 공작령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잃는다면 율 대륙 내부에 대한 간섭을 더 이상 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인디아, 신대륙 북부, 율 대륙 두 공작령.
이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전하!!!”
그때 대전의 문이 열리고 장거리 통신을 담당하는 마법사가 들어왔다.
“또 무슨 일인가?! 정말이지 자네가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네.”
“아일리 섬의 반란이 진압되었다고 합니다!”
“기껏 해 봐야 데스몬드 백작령 하나의 봉기인데, 금방 끝났겠지··· 자네 표정이 왜 그런가?”
국왕은 통신마법사의 이상한 표정에 의문을 가졌다.
“봉기의 수장인 데스몬드 백작과 동조한 토몬드 백작, 오스라거 백작, 구)올몬드 백작이 죽었습니다.”
그 말에 대전이 싸늘하게 식었다.
모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눈만 꿈뻑인다.
“그··· 그렇게나?! 그런데, 어떻게 이리 빨리 진압된 것이지?”
“레온 후작이 병력을 모아 일거에 쓸어 버렸다고 합니다.”
“아··· 그자를 보냈었지······.”
그제야 명예 후작의 작위와 총사령관이라는 지위를 주고선 반란을 진압하라고 보낸 것이 기억났다.
리안 자체가 부담스러워 그냥 적당히 아일리 섬에 빼 둘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드루이드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뭐?!!”
웅성웅성.
드루이드란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한때 잉글슨과 율 대륙 북부가 그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끝없이 밀려 나갔고. 마지막에는 아일리 섬만이 남았고. 이제는 그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
“그래서 잡았나?!”
“네. 레온 후작에 의해서 목이 베였다고 합니다.”
“후······.”
명맥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들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었다.
소드마스터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자들.
“제대로 크지 못한 애송이었나 보군.”
“워커맨만 열 마리가 넘었고. 데스몬드에 있던 백성들은 모두 악령에 당했다고 합니다.”
“······.”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정도라면 아일리 섬의 대귀족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막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수로?!”
“해적왕이 레온 후작을 도왔다고 합니다.”
“아······.”
그러니 납득이 가긴 했다.
그렇다고 한들 리안의 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무서운 자군.”
해적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하!! 해적왕을 움직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인디아에 있는 함대를 돌려보낸다 해도 늦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차라리······.”
“해적왕은 더는 우리를 돕지 않을 거야. 이전 해전으로 그들도 피해가 컸으니. 아직 보상도 내어 주지 못했어.”
해적들이 해적 섬으로 들어가 버린 것도 그 이유.
그래서 리안이 더 대단한 것이다.
그런 해적들에 해적왕까지 움직였다.
“빚이 있습니다. 해적왕은 레온 후작에게 말입니다.”
“음?”
해군 대제독이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전 해전의 막바지는 기함조차 백병전에 휘말릴 만큼 격전이었다.
스랑과 잉글슨 두 나라의 해군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신센롬 제국의 이황자가 나타난 해전에서 레온 후작이 나타나 해적왕을 구해 주었습니다.”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자세히 말해 보게.”
“그러니까······.”
대제독이 설명을 하자 국왕뿐만 아니라 다른 귀족들도 모두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난 리안. 때마침 대낮에 낀 해무. 암초 지대를 빠져나간 것까지.
“그저 신센롬의 이황자를 앞세우기만 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미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귀족들도 있었지만, 여기서 모두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이 되면 호사가들 사이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
운 좋게 신센롬 제국의 이황자 덕에 후작에 오른 어린아이가 아닌, 실력으로 잉글슨 왕국을 위기에서 구해 낸 어린 선장에 대해서 말이다.
리안이 없었다면, 그 해전으로 잉글슨 왕국은 나라가 기울어질 만큼의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장거리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얼마나 남았지? 통신 국장.”
“두 시간 뒤면 가능합니다. 아마도 후작 측도 본국의 지시를 전달받기 위해 기다릴 것입니다.”
봉기가 발생한 원흉지인 데스몬드 백작령의 수도에서 말이다.
“어서 오라고 전하게. 지금 한시가 급해.”
“알겠습니다. 전하.”
끼이이익!!
그런데, 대전의 문이 다시 연리고 근위기사 단장이 급히 달려들어 왔다.
“자네는 여기 웬일인가?! 혹시 스랑 제국에서 암살자라도 보낸 것인가?”
“아닙니다. 전하. 레온 후작이 항구에 들어왔습니다.”
“뭐라?!”
***
리안은 다른 백작들에게 뒷수습을 맡겨 놓고 곧장 잉글슨의 수도 런던에 도착했다.
다시 봐도 다른 항구들과는 비교될 정도로 발달한 곳.
전쟁통임에도 각지에서 밀려오는 물류들로 분주했다.
끼리릭~
고잉미샤호는 특급 부두로 곧장 향했다.
군함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정박하지 못하는 곳이지만 당당했다.
-뭐야? 저 배는.
-특사라도 탄 건가? 어디 총독이지?
-설마 이런 시기에 총독이 들어오겠어. 어디 공후작님이 아닐까.
-그보다 저 문장은 뭐지?
부두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탈캉.
고잉미샤호에서 나무판자가 내려왔다.
사람들은 누가 내릴지 궁금해 움직임을 멈춘 채 계속 주시했다.
“으함~ 여전히 축축하구만.”
웬 해적 모자에 대충 옷을 끼어 입은 꼬마가 가장 먼저 내렸다.
그 뒤로는 소녀들과 껄렁해 보이는 선원들이 뒤따른다.
-누구야? 저게······.
-웬 해적??? 어디 공후작님 후계자가 해적 놀이를 하는 건가?
그럴 것이 특급 부두에는 아무나 배를 댈 수가 없다.
해군이라 할지라도 제독들만이 이곳에 정박이 가능하다.
그런데, 부두 관리인이 달려와 굽신거린다.
“런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후작 합하!!”
“오. 나를 알아보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가 몰라뵈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수도의 항구인 만큼 부두 관리인들의 정보가 최근 업데이트되었다.
당연히 유심하게 레온 가문의 문장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까먹었다가는 경을 칠 수도 있으니.
“그래. 궁전에는 기별을 넣었는가?”
리안이 기지개를 피며 물었다.
“절차라 항구로 들어서는 순간 넣었습니다. 특급 부두에 배가 들어오면 시종장과 근위기사단장에게 가장 먼저 기별이 갑니다.”
“그럼. 곧장 궁전으로 가면 되겠네.”
리안이 팬을 대충 들고 부두 관리자가 내민 서류에 대충 사인을 했다.
원래라면 부선장이나 항법사가 대리 사인을 하지만, 지금은 대리로 내세울 사람이 없었다.
부선장은 올몬드 백작령을 수습하고 있었고. 항법사는 귀족 작위가 없다. 그리고 남작 작위를 가진 세바스 조도 함께 오지 못했다.
“선장님!”
그때 뒤로 선원들이 오토호스를 배에서 내렸다.
원래라면 요란하게 타고 내렸겠지만, 특급 부두에서 그랬다간 총을 맞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특급 부두에서 정면으로 보면 궁전까지 곧게 길이 뻗어 있었다.
항구의 포대들 중 일부는 바다가 아닌 특급 부두로 향해 있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으쌰~”
리안은 곧장 오토호스에 올랐다.
“가으쟈~ 이럇!”
발을 차며 오토호스를 움직이는 리안.
투타타타타!!!
그 뒤로 다른 해적들도 오토호스에 올라 빠르게 궁전으로 향했다.
이건 알현이 아니라 흡사 약탈을 가는 것 같았다.
뿌우우우웅~!~!
리안이 출발하자 특이한 음색이 울려 퍼졌다.
-비켜!!! 물러나라!!!
그러자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파수대에서 병사들이 행인들에게 고함을 외쳤다.
길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
우르르르~!
사람들이 놀라 길에서 물러났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도 길에 있다가 오토호스나 오토마차에게 치여서 다치거나 죽어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방해를 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특급 부두를 이용하는 자들은 긴급한 일로 들어온 고위급 인물일 확률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공후작이라 할지라도 특급 부두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
괜히 시선을 끌기도 했고.
투트타타타타!!
길이 완전히 통제되었다.
어디서 군인들이 저리 튀어나왔는지 신기할 정도.
-비키시오!! 비켜!!!
그런데, 꼭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길을 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병사가 빠르게 개입을 해서 얼른 비워 줘야 하는데······.
“꺄아아악!”
리안의 오토호스가 빠르게 접근하는 바람에 늦어 버렸다.
길 한 가운데 넘어져 울고 있는 여아와 그걸 안고 벗어나려던 아이의 엄마가 지척에 도착한 오토호스를 보고는 놀라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중 마음이 약한 이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끼기기기기긱!!!
오토호스가 진동을 하며 제동을 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여아와 어미가 치여 몸이 찢겨 나갈 것이다.
오토호스는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병기다.
거기에 정면으로 치인다는 것은 말 따위와 부딪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휘이이잉~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 어떤 충격음과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오토호스들은 그녀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기사들의 순발력이 하나같이 엄청났다.
앞의 오토호스가 움직이니 뒤에 따르던 오토호스들도 바로 반응을 했다.
위위위윙~!
가장 선두에 달리던 오토호스가 미끄러지듯 뒤로 돌더니 속도가 줄었다.
다른 오토호스들도 천천히 속도를 줄인 뒤 리안을 보호하듯 반원으로 모여든다.
“어휴~ 깜짝 놀랐네.”
겨우 중심을 잡는 샤로트.
그녀는 이마에 땀을 닦았다.
원래 성격이라면 앞의 장애물 따위를 그대로 처박고 지나갔겠지만, 사람인 걸 보고는 놀라서 꺾은 것이다.
덕분에 또 망가뜨릴 뻔했다.
요즘 기관장 헤르미가 샤로트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또 혼날 뻔했네······.”
그러는 사이 리안은 오토호스에서 뛰어내려 천천히 모녀에게 걸어갔다.
자신에게 걸어오는 어린아이.
이 길을 거침없이 달렸다는 것은 고위 귀족 집안 후계자라도 되는 걸까?
그러기에는 머리에 올려진 해적 모자가 신경 쓰였다.
허리춤에는 길고 얇은 검과 마권총이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죽겠구나.’
어미는 잘못을 빌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잉글슨의 수도인 이곳에서 저런 차림에 거침없이 하고 다니는 걸 봐선 철없는 귀족 도련님일 것이다.
아마도 아무렇지 않게 마권총을 뽑아 쏴 버리겠지.
타다다닷!!!
길 중간중간에 나와 지키던 병사들이 급히 리안에게 달려와 고개를 숙인다.
해적에게 고개를 숙이는 군인이라니.
물론 진짜 해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책임자는?”
“죄··· 죄송합니다!!”
제법 높아 보이는 병사가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운이 좋다면 한 대 걷어차이고 말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언제나 특급 부두와 연결된 이 길에서 근무를 설 때마다 죽을 맛인 고참병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깃발부터 올렸어야지. 쯧.”
리안이 빨리 달린 것도 문제지만, 병사의 책임도 있었다.
여기 병사들도 불쌍해 보이지만, 이들이 받는 급여는 결코 적지 않다.
무사히 이곳 근무를 마치면 인사 고가 점수를 후하게 받아 근위대에 들어갈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에효. 늦어 버렸네.”
국왕의 허를 찌르기 위해 서둘렀는데, 대비할 시간을 주고 말았다.
조금 김이 샜다고 하나.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일어나세요.”
리안은 병사를 뒤로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어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네?!”
“다음부터 이 길을 지나갈 땐 조심하고요. 성질이 고약한 귀족 놈들이 많으니까.”
어미는 얼떨결에 리안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는 것 자체에 스스로 놀라 한발 물러나는 그녀.
“아앗!”
발목을 접질렸는지 몸을 휘청거린다.
그러자 방금 전 병사를 다시 불렀다.
“거기. 담당자.”
“네··· 넵!!”
“가서 제대로 치료해 줘. 절대 나무라지 말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이 여인이 나중에 처벌받았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땐 그대도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리안은 뒤돌아서기 전 어미에게 동전 하나를 몰래 쥐여 주고는 오토호스로 돌아갔다.
“와······.”
그때 어미의 품에 있던 아이는 고개를 쏙 내밀어 리안을 빤히 쳐다봤다.
“엄마. 나 저분이랑 결혼할래······!”
어미는 아이의 머리에 꿀밤을 날려 주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참으로 잊기 힘든 하루다.
“인사해야지.”
어미는 소녀의 머리를 살짝 누르며 리안이 저 멀리 갈 때까지 고개를 숙였다.
투트트트!
힘이 빠진 리안은 오토호스를 천천히 몰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특급 부두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입국을 할 걸 그랬다.
“애송이 선장. 이거 이렇게 막 입고 들어가도 되는 거야?”
“상태가 너무 좋아 보이면 좋지 않아요. 적당히 흠이 있어야 먹던 것도 안 빼앗겨요. 때깔이 좋아 보이면 안 되니까 다들 주의하고요.”
리안이 말하자 오토호스를 타고 있는 해적들의 자세가 더욱 삐딱해졌다.
“오신다고 기별을 받았습니다. 후작 합하!”
궁전 앞에 도착하자 문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들이 군례를 올렸다.
원래라면 저들도 당황해 어버버거려야 했을 터인데.
“안내를 부탁드리죠.”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하!”
근위기사가 앞장을 섰고. 그 앞을 막는 문들이 순차적으로 하나씩 열렸다.
아주 잠시도 기다리는 법이 없었다.
“완전히 프리패스네.”
리안은 그리고 도착한 대전.
그곳에는 웬일인지 국왕과 고위급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 나 때문은 아닐 테고.’
정기 통신이 연결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다.
어쩌면 아직도 연락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따위야?’
갑자기 출세한 리안을 아니꼽게 쳐다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