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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59화 (159/253)

< 159화 >

##159

주변 곳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꺼지는 불꽃이 더 연기를 피워 올리듯. 무너져 잔해가 된 워커맨들에 의해서다.

“뭐가 문제였던 거지?”

한 남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침을 흘리며 눈의 초점이 이상한 인간들이 모여들었다.

숫자는 오히려 전투 초기보다 더 모인 듯했지만, 워커맨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황청이 어떻게 알고 끼어든 거야?”

드루이드는 나름 자신 있었다.

자신이 아일리 섬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야 교황청에서 나설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태양신의 고위급 사제라니.

샤아아아~~

숲 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타고 인간들의 발자국 소리도 함께.

“모두 죽여 주지.”

지형상 부유선이 접근하지 못하는 험지다.

아무리 고위급 사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부유선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그리고 조금만 버틴다면······.”

악령에게 빙의된 사람에게 상처를 입은 자는 그 상처로 악령에 빙의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유선이 도착하기 전에 제법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을 것이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아군이 아군을 공격하는 순간 저들은 패닉에 빠져 버릴 테니.

악령에 빙의당한 좀비들은 인간보다 강하다.

강했던 인간이 빙의당하면 더 강해진다.

그럼에도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진형에서 오는 힘.

아쉽게도 악령으로는 정교한 진형을 구축하지 못한다.

그저 대략적인 위치로 돌격을 시키는 것이 전부.

그런데, 이런 험지에서 싸운다면 진형을 잡기도 힘들뿐더러 감염된 자들이 늘어날수록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다.

거기에 전체적으로 진형이 협소하기에 몇 남지 않은 워커맨들이 활약해 줄 것이다.

타다다당!!

저 멀리서부터 총소리가 가까워졌다.

“이런 멍청한 것들!”

드루이드는 최대한 좀비들을 컨트롤하려 했지만, 하나씩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악령들은 살아 있는 것들을 증오하기에 드루이드와 연결이 조금만 약해져도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리안이 리건을 구출한 것과 이곳 전쟁터에 나타나 일로 멘탈이 완전이 흔들린 상태.

악령이 컨트롤하기가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인데, 괜히 화딱지만 났다.

덕분에 시작부터 1/5이나 되는 악령을 잃고 시작해야 했다.

“그보다 그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분명 리건을 강탈할 때까지만 해도 쥬신의 성녀는 없었다.

“뭐. 상관없나······.”

자신이 없으면 완전히 물러났지 이런 곳에서 재정비를 하지 않았을 거다.

***

전방에는 마석이 타는 투명한 아지랑이 때문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리안은 각성을 했기에 덜했지만, 마나 유저도 되지 못한 일반 병사들은 현기증 때문에 중심을 가끔 잃기까지 했다.

-리안아. 마총병을 앞으로 세우고 전진하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걱정 마세요. 좀비들이 위험하긴 하지만, 이런 협소한 지형에서는 무지성으로 돌격할 거예요.

이것은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아일리 섬의 이벤트는 몇 번 겪어 봤고. 처음에는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좀비들의 패턴을 알고 있다.

특히나 이런 식으로 뒤로 물러날 때면 드루이드의 좀비 장악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마총병으로 일제 사격만으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다.

오히려 근접병을 앞으로 보내면 피해가 커질 뿐이다.

“거참······.”

옆에 있던 외할버지인 아트로네 백작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했다.

임시 총지휘관이었던 자신까지 목숨을 걸어야 했어야 할 만큼 힘든 전장.

손자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것도 너무 쉽게.

도무지 같은 적에 맞서 싸우는 게 맞을까 싶었다.

‘도대체 이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던 딸.

그녀는 타국의 귀족과 눈이 맞아 도망치듯 결혼해 버렸다.

정략결혼이 아닌 데릴사위를 들일 생각으로 연애를 하라고 했더니 이상하게 돌아가 버렸다.

결론은 후회스러운 결혼.

완전히 속아 버렸다.

알고 보니 정부도 아니었고. 딸이 낳은 자식은 계승 순위에서 밀렸으며, 본인은 독에 중독되어 돌아와 얼마 있지 않아 죽었다.

‘딸아.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거냐.’

그렇게 맡아 키운 외손자.

성에 차지 않았지만, 딸을 위해 돈을 들이부어도 도무지 재능이라곤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성격도 유약했다.

-네가 후계 일 순위가 되었다. 가겠느냐?

-네에······.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 갈게요.

그렇게 리안은 떠났었다.

자신의 친손자들이 리안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아 나서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냥 내버려 뒀다.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나면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리안이 빙의 전 막무가내로 떠난 이유는 그 사촌 형들이 괴롭혀서였다.

“뭘 그렇게 보세요?”

“으음?? 아니다.”

오토호스를 천천히 몰며 병력을 따라가던 리안이 고개를 돌려 아트로네 백작을 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슬그머니 옆으로 돌리는 아트로네 백작.

“그보다 저놈들 조금 수상해. 이렇게 어설프게 물러난다고?”

“한 방을 준비하겠죠.”

“그래. 그거다. 분명 뭐가 있을 게다.”

“걱정 마세요. 다들 성수를 마셨으니까.”

“으으. 걸레통에 든 그것 말이더냐? 내가 젊었을 적 전쟁통에 웅덩이에 고인 구정물을 먹었던 적도 있지만······.”

토몬드의 수도에서 통이란 통은 전부 징발해서 성수 작업을 했었다.

당연히 전투가 지속되면서 깨끗한 통에 있던 것부터 소모되었고. 미리 먹으면 좀비 예방 효과가 있음에도 리안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걸 말했으면 다들 과다 복용을 해서 지금쯤 성수가 모자랄 수도 있으니.

그저 치료제라 했을 뿐.

“우욱!! 욱!”

아트로네 백작이 헛구역질을 했다.

아마 급하게 성수를 찾아 먹는다고 최악의 통에 담긴 물을 먹었나 보다.

사실 리안도 성수를 만들 때 딱 봐도 더럽지만 씻어 내지도 않았다.

그만큼 급하게 성수를 찍어 낸 것이다.

“아니. 지휘관 막사에 좀 챙겨 놓으셨어야죠. 에효~”

“그럼. 새로 만들어 주던가 그랬느냐.”

“이 손자도 그러고 싶지만, 성수는 더 만들지 못해요. 저도 미리 만들어 놓은 걸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복용 했다고욧.”

지금 성배는 리건에게 귀속되었다.

더 이상 성수를 찍어 내는 기능 따위는 사라졌다.

성배를 매개체로 그녀는 성기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 설마 하자니. 손자가 외할아버지에게 구정물을 먹였겠느냐. 다아~ 내 잘못이지.”

아트로네 백작은 살짝 삐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리안은 직전에게 배에 새로 만든 성수를 억지로 퍼먹였다.

밥 먹을 공간도 없이 물배로 꽉꽉.

지금 리안의 뒤를 따르는 선원들의 표정이 그닥 좋아 보이지 않는다.

타다다다다다당!!!

전방에서 마총 소리가 더욱 요란해졌다.

아마도 적들이 밀집한 지역에 도착한 것이겠지.

“외할아버지!”

리안은 아트로네 백작에게 다시 지휘봉을 넘겼다.

“아니. 또 왜 그러느냐!”

“부탁해요~”

리안이 윙크를 날리고는.

“나를 따르라~~~”

라고 외치며 멀어졌다.

***

드루이드는 팔짱을 끼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놈들······!”

뭔가 이상했다.

통제가 안 되는 좀비들이 적들과 조우했는데,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래도 좀 피해를 줄줄 알았더니······.

“또··· 그놈 짓인가?!”

리안이 도착하기 전만 해도 전장은 매우 손쉬웠다.

소드마스터인 해적왕이 있어 의외였지만, 그 정도도 예상 안.

적들은 이쪽을 잘 몰랐고. 드루이드는 인간들의 싸움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워커맨까지 등장하자 승기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놈이 등장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투타타타타탕!!!

지금도 마총병을 앞세워 전진하는 적들.

좀비들은 손을 쓰지 못하고 죽어 나간다.

“얄미운 놈들!”

적들은 조금씩 뭉쳐 여러 갈래의 길로 추격하는 중이었고. 개활지가 나오면 오히려 빙 둘러왔다.

최대한 백병전을 피하는 중.

“상관없다. 이놈들. 저기까지만 오면!!”

드루이드의 눈에는 가상의 선이 보였다.

적들이 이곳 본진에 당도하면 남은 워커맨들 까지 동원해 싸울 것이고. 한창 싸우는 도중 거대한 주술을 발현할 것이다.

‘거참. 나도 치밀하단 말이지. 이렇게 밀릴 줄 누가 알고.’

이 와중에도 스스로 자화자찬했다.

아무리 개판으로 싸워도 아일리 섬을 금방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를 동원해 미리 주술진을 설치해 놓다니.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와라! 이놈들아!!!”

적들은 소규모로 뭉쳐 이동하며 손쉽게 좀비들을 해치우며 전진했지만, 결국 이곳은 사방이 모이는 개활지.

대규모 전투를 피하려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토벌군도 마지막 전투가 될 만한 개활지로 나왔고.

쾅!!

워커맨들과 대전사들의 싸움을 시작으로 근접 보병들도 전투에 가담했다.

특히나 소드마스터인 해적왕의 싸움은 요란했다.

소드마스터의 위력을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실제로 보니 엄청났다.

아마도 일반적인 전투였다면, 존재만으로 아군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겠지만.

크르르르.

이곳의 병력들은 전부 감정이 없는 존재.

오히려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그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해적왕.”

드루이드는 눈엣가시 같은 리안을 찾으려다가 포기하고 타깃을 해적왕이 있는 곳으로 맞췄다.

가장 인원이 많이 몰려 있으며, 가장 중요한 위치였다.

“알라알라. 깔라마. 또깔라마. 띠마마.”

인간의 말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드루이드.

누가 보면 술에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

화르르르.

땅에서 무형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오랜 시간 땅속 깊이 잠들었던 악령들까지도 깨어나기 시작했고.

-으아아악!!

종군하던 사제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물론 일반인들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어··· 어서 피해야!!

악령은 원래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지 못했다.

무언가 매개가 있어야 하지만, 매개가 있어도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일반인들에나 그나마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악령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말이 달라진다.

악령들은 객체이지만 동시에 뭉쳤다 풀리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존재.

뭉치게 되면 매개체가 없어도 충분히 물리적이 피해가 가능했다.

지금처럼 매개체를 지정해 줄 수 있는 드루이드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사제님. 이것도 우리 총사령관이 예측했습니다.

리안이 등장하고 급변한 상황.

각 군을 지휘하고 있는 백작들은 리안에 대한 신뢰도가 확 올라갔다.

등장과 동시에 완전히 반전되고 있지 않은가.

급기야 이런 식의 이벤트가 있을 거라고 미리 예언을 했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일반 병사들뿐만 아니라 대기사들의 정신까지 영향을 줄 겁니다!

사제들은 평소 퇴마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백작가를 담당하고 있는 사제라면 일 년에 몇 번씩도 악령을 퇴치하고는 한다.

그러니 악령에 관해 빠삭하게 알고 있을 수밖에.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백작들은 당연히 아직 무언가 느낄 수가 없었다.

신성력 기반의 힘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

그저 약간 불안불안한 것이 부정적인 촉이 오는 것은 있었다.

끼리리리리리리리릭!!

그때 갑자기 귀 옆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것은 백작들이나 대기사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이 겪는 현상.

휘이이이잉~!

동시에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해적왕이 있는 방향으로 쇄도했다.

그걸 지켜보던 드루이드는.

“으하하하! 꼴 좋구나~!”

아주 작은 상처라도 있다면, 좀비들에게 바이러스를 받지 않았더라도 악령들이 강제로 저치고 들어가 정신을 괴롭힐 것이다.

악령에게 이 세상에 존재 자체로만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니.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 있는 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습성이 존재했다.

방금 깨어난 악령들이라면 그 습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그럴진대, 만약 이미 좀비에게 손톱만 한 상처라도 얻은 자는?

대전사라 할지라도 견디기 힘들 거다.

“얼마나 얻어걸릴까?”

입꼬리가 삐에로처럼 길게 늘어난 드루이드.

그만큼 이 주술에 자신이 있었다.

처음 데스몬드의 땅을 접수할 때도 이 방법을 썼으니까.

“어··· 어?!!”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

그저 민감한 정신을 가진 일부 토벌군들은 잠깐 고통스러워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빠르게 다시 전투에 합류했다.

“뭐··· 뭐야?!”

주술을 발동시킴에 있어서 뭐라도 실수한 것일까?

그때.

투트트트트.

점점 가까워지는 오토호스 소리.

샤략!!!

풀숲을 헤치며 무언가 드루이드 근처에 떨어져 내리는 오토호스들.

그 뒤로 군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복장 상태가 엉망인 자들이 헐떡거리며 뒤따라왔다.

“다시 보네요?”

그들의 가장 선두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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