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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58화 (158/253)

< 158화 >

##158

거대한 독수리는 오만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존재를 눈치챈 고잉미샤호의 선원들.

“마총!!”

마포장 토우기슈끼 럽이 올라와 외쳤다.

그러자 포병들이 부무장인 마총을 쐈다.

타다다다당!! 파다다닥!

독수리는 마총을 피해 몸을 비틀며 아래로 하강했다.

모두가 물러나며 반격을 하려던 찰나 독수리는 사뿐히 갑판 위에 내려앉아 늑대로 변했다.

“뭐··· 저딴 게······.”

선원들이 놀랐다.

커다란 독수리도 놀랐는데, 이번에는 송아지만 한 늑대.

크르르릉!

이빨을 보이며 위협한다.

“별거 없어요! 모두 돌격~”

리안이 갑판에 드러누운 채 외쳤다.

보통이라면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 해도 주춤하기 마련인데.

-별거 없다잖아.

-그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먼저 간다.

-젠장. 늦었다.

선원들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늑대가 아닌 동네 똥개 대하듯 눈빛이 바뀌더니 동시에 달려들었다.

크릉?!

늑대는 당황했다.

공포를 심어 준 뒤 하나씩 물어 죽이려던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드니 말이다.

“그래 봤자······.”

드루이드는 당혹스러움을 금방 추스르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간부급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죽지 않아!!”

데구르르 옆으로 굴러가는 창기사.

크릉?!

정령 갑옷을 걸쳤기에 맞받아칠 줄 알았더니 볼썽사납게 옆으로 굴러갔다.

그렇게 헛이빨질이 끝난 뒤.

샤르르르~ 드륵!

몸을 감싸는 식물 덩굴.

“이거나 먹어라!!”

거대한 덩치의 남자가 커다란 불덩이를 만들어 던졌고.

피하려고 힘을 주니.

미끌.

갑자기 바닥에는 얼음이 생겨 미끄러졌다.

퍼어어어엉!!

순식간에 온몸의 털이 새까맣게 타 버린 늑대.

보통의 늑대라면 몸이 갈가리 찢겨 터졌겠지만, 여전히 꿋꿋이 자리에 서 있었다.

“도대체 이놈의 배에는 대기사가 몇 명이······.”

대기사도 문제였지만.

샤사사삭!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도검들.

금속 바늘처럼 몸을 덮고 있던 털들이 사라지자 너무도 쉽게 상처가 생기며 피가 배어 나왔다.

타다다다당!!

급기야 재장전을 마친 마총병들이 자신을 향해 마총을 쏘아 댔다.

댕!

두꺼운 두개골에 총알이 튕겨 나가며 골이 띵했다.

이대로 싸운다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두고 보자!!”

늑대는 진부한 말을 던지고는 바다로 몸을 날렸다.

“얘들아 쏴··· 라?”

토우기슈끼 럽은 큰 소리로 부하들을 독려했지만 사라졌다.

돌고래-독수리-늑대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니 다시 돌고래로 변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뭐··· 야. 고등어?”

등 푸른 생선으로 변한 드루이드는 빠르게 물 아래로 사라졌다.

“거참······.”

마포장의 비어 있는 앞니 사이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어이없어하는 토우기슈끼 럽에게 리안이 말해줬다.

“저거 한 번 변한 것은 다시 변하지 못해요. 한동안.”

쿨타임이 존재했던 것이었다.

리안이 별로 긴장하지 않았던 이유가 그 때문.

이런 좁은 배 안에서 곰으로 변했다면 꽤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돌파력도 대단해 간부 중 일부는 타격을 받고 바다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잔이나 가져다줘요.”

리안이 말하자 세이나가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강한 존재감 때문에 주교급 사제인 세이나가 상자에 봉인하고 있었던 것.

그렇지 않았다면 드루이드는 고잉미샤호가 근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알아차렸을 거다.

“으읏······.”

성배의 봉인이 해제되자 갑판에 눕혀져 있던 리건이 신음을 내며 몸을 꺾었다.

머리에 쓰고 있던 면류관의 가시가 그녀의 머릿속을 더 깊숙이 찌른다.

“조금만 참아요.”

리안은 성배에 물을 담아 그녀의 머리에 뿌렸다.

끼이이이익!!!

면류관에서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벌레처럼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리안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해 성수를 뿌려 댔고.

결국에는.

끼릭! 끼릭!!

면류관은 발작을 하며 본연의 모습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여러 개의 뾰족한 발이 달린 기다란 생명체.

스릉!

그대로 샤로트에 손에 들린 성검으로 그걸 내리찍는 리안.

콰득!!

생긴 것과는 다르게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반토막이 나 움직임이 멈춰 버린 벌레.

희미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건은 어지러움을 참고 몸을 일으켰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

그녀는 리안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경’이란 호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왕이 보내서 그런 걸까? 대단한 실력자들이다.’

그녀도 기사였기에 최소한의 안목은 있었다.

간부들도 간부들이었지만, 병사들 하나하나가 뿜어 대는 기세는 대단했다.

거기다 리안의 한 마디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뛰어드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정예인지는 의심할 것이 없다.

‘도대체 날 왜 구해 준 것일까······.’

이런 대단한 인물이라면 자신을 구할 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이상하게 생긴 쪽배를 타고 올 땐 정말 위험했다.

아무리 몸이 힘겹다 해도 감사 인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리 안 하셔도 돼요. 누님~ 일단 푹 쉬시고 회복하면 인사는 그때 받죠.”

리안은 대수롭지 않게 손사래를 치더니.

“돌아갑니다. 여기 기사 누님은 의무실로 옮겨 주시고요.”

리안이 명령하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보다 샤로트는 왜 저런 거지······.’

드루이드가 사라진 방향을 계속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샤로트.

평소와 다르게 뭔가 멍해 보인다.

“샤롯!”

“아! 도련님.”

“저놈. 아는 놈이야?”

끄덕.

샤로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마도 제 아버지의 원수인 것 같아요.”

“응? 너희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었어?”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요······.”

뭔가 자신 없어 하는 샤로트.

“일단. 접수.”

***

데스몬드의 국경 쪽으로 쏠려 있는 토몬드의 수도 인근.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좌익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일레흐 백작이 지원을······.”

지휘소에서 이곳저곳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전령들로 가득 찼다.

아트로네 백작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상급에 올라 남부럽지 않은 것이 얼마 전인데, 아일리 섬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어찌 알았단 말인가.

“더 이상 지원은 없다.”

예비대로 빼놓은 병력이 모두 소진되었다.

“무기를 내어 와라.”

그가 직접 전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중앙 지휘는 어떻게 합니까?!!”

“해적왕이 해 주겠지.”

그나마 중앙은 밀리지 않고 용케 버티고 있었다.

해적왕과 해적들 덕이었다.

그들의 사정도 딱히 좋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꼬마 놈 언제 오는 거야?!”

강한 적과 싸우고 싶다던 위풍당당한 해적왕의 모습은 어디 가고 많이 지친 기색이다.

워커맨은 정말이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화르르르!!

주변을 불살라 지옥으로 바꿔 버리는 워커맨.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

“징글징글한 바퀴벌레 같은 놈!”

화염을 견디며 거대한 몸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잘라 놓아도. 주변의 시체들을 흡수해 다시 원상복구가 되어 버린다.

리안이 말해 놓은 수공까지 펼치며 겨우 하나를 해치웠더니 또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워커맨들.

“데스몬드의 백성들이 씨가 말랐겠구나.”

워커맨은 하나가 아니었고. 좀비를 방불케 하는 악령에 빙의한 사람들도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해적왕. 뒤로 물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적들의 피해도 누적되고 있었다.

말이 해적왕이지 진짜로 왕이 아니다.

다스리는 자가 아니다. 그저 구심점일 뿐.

이대로 가다가는 이탈하는 해적들이 생겨날 것이다.

다만, 아직 도주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모아 놓은 전리품 때문.

본진에 자신들의 전리품이 있다.

이대로 도망간다면, 이 전쟁에서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거기다가 해적왕을 배신한 것이기에 다시 해적질도 못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버티는 중이다.

“배은망덕한 꼬마 놈. 이 늙은 노구를 이렇게 굴리다니. 오기만 해 봐라.”

해적왕은 힘을 짜내서 몸을 다시 일으켰다.

저 멀리서 화염을 일으키며 걸어오는 거대한 허수아비가 보였기 때문.

와아아아!!

그때 한쪽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시작한 좌익이다.

쾅!! 쾅!! 콰아앙!!

대각선에서 나타난 신형 철갑선이 좀비들을 향해 마포를 쏘아 댔다.

시커멓게 뭉쳐 있던 징글징글한 놈들의 육신이 찢겨나가며 터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마포를 좀 챙겨 올 걸 그랬는데.”

해적왕에도 물론 수륙양용 전함이 있었다.

문제는 덩치가 너무 커서 이런 곳까지 끌고 올 수가 없었다.

고잉미샤호는 전투력에 비해서 덩치가 작았다.

이번에 돌아가면 해적왕 본인의 배도 날렵한 철갑선으로 바꿀 예정.

“빌어먹을 꼬마 놈. 일찍도 도착했네.”

물론 부유선 한 척이 등장했다고 해서 상황이 역전되거나 하진 않을 거다.

요새 하나로 막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수도에서 나와서 방어를 하고 있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워커맨에게 요새는 오히려 좋은 먹잇감일 뿐.

원래대로라면 하나로 덩어리로 된 고잉미샤호는 불길에 휩싸여야 정상. 그런데.

화르르르르!!!

고잉미샤호는 보이지 않는 막에 감싸진 듯 멀쩡했다.

달려든 워커맨이 아무리 불길을 일으켜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퍼버버벙!!

쏘아 댄 마포에 몸 이곳저곳이 터져 나갔다.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이지?”

해적왕은 넋을 잃고 그걸 바라봤다.

지금껏 악착같이 싸운 것이 다 부질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달까.

“저것은··· 아아··· 쥬 님이시여!”

그때 다른 백작가에서 빌려준 사제 한 명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태양신을 믿는 사제였다.

“어이. 무슨 일인지 설명해 봐. 기도만 할 게 아니고.”

해적왕이 사제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성녀께서 강림하셨습니다. 이건 신의 기적입니다.”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저 문양은 성녀의 문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워커맨의 불길이 고잉미샤호를 덮칠 때마다 허공에 흐릿하게 생겨나는 문양 같은 것이 있었다.

눈의 결정과 닳았다고 해야 하나.

“꼬마 놈. 어디서 성녀라도 잡아 온 모양이네.”

퍼버버버벙!!

고잉미샤호는 거침없이 전지하며 마포를 쏘아 댔다.

워커맨들과 좀비들은 마포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우리 마포와 뭐가 다른 거야?

-배가 신형이니까. 마포도 신형이 아닐까?

-진즉에 저 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대부분의 병사들은 리안의 배에 대해 들었다.

이 전투의 총지휘관의 배란 걸 직접 보지 않아도 입과 입에서 퍼진 상태.

다만, 전투가 시작되기 전 어디론가 떠났고 지금에서야 나타났다.

약간의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와아아아아!!

진짜 총사령관이 나타났다는 것이 순수하게 기뻐했다.

“가자!!!”

리안은 뱃머리에 나와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치고 있었다.

무의미한 짓처럼 보였지만, 그 옆에는 어린 처녀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에는 성배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얇은 검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이내 중앙까지 진출하자 거칠 것 없던 적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을 추격하지 않고 멈춰선 고잉미샤호.

사실 막강한 전투력으로 적을 압살했지만, 무한으로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리안의 옆에 있던 여기사가 몸을 살짝 휘청거렸다.

“조심.”

리안은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검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리건은 리안에게 칼손잡이를 돌려 건넸다.

사실 리안이 이렇게 뱃머리에 나와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성검 때문이다.

명예 성기사의 상징인 성검은 결속한 대상과 떨어지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리건이 방금 부린 가호는 그녀의 힘만으로는 불가하고 증폭을 시킬 만한 것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리안의 성검이었다.

참고로 성검에는 태양신의 신성력에 우호적이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이 꼬마! 왜 이렇게 늦었어!!”

그때 갑판 위로 무언가 날아와 사뿐히 안착했다.

머리가 완전히 풀어져 거지꼴을 하고 있는 해적왕이었다.

소드마스터조차 고전하는 전장이었다.

“믿고 있었다고요. 해적왕 할아버지.”

“흥! 되었다. 믿기는 개뿔. 조금만 늦게 왔으면 떼죽음을 당했을 거다.”

“에이. 설마 해적왕 할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밀렸을까.”

솔직히 해적왕이 없었더라면 토몬드까지도 버려야 했을 거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뭘 어째요. 반격할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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