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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52화 (152/253)

< 152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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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를 내린 리안은 느긋하게 고잉미샤호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흡사 메뚜기 떼가 지나간 것처럼 휩쓸려 나가 있었다.

“처참하네요.”

뼛속까지 귀족인 줄리아 데르까지도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토몬드 백작령과 오스라거 백작령은 한동안 혼란스러울 것이다.

“난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세바스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난민들은 세바스 아저씨의 영지에 정착하게 될 거예요.”

“제 영지는 율 대륙에 있습니다. 게다가 남작령이라······.”

“아니요. 새 영지요.”

리안이 싱긋 웃어 보인다.

“제 영지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데스몬드의 꼴은 이곳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옥도가 펼쳐질 겁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은 약탈로 인해 피패해졌지만, 데스몬드는 사람이 증발할 것이다. 절반 이상이 말이다.

“도대체 드루이드가 뭐길래······.”

“과거의 몹쓸 망령이죠. 어쨌든 데스몬드는 세바스 아저씨가 관리해 주세요. 미리 누굴 대리인으로 앉힐지도 생각해 놓구요.”

“네?! 제게 백작은 과분합니다!”

“그렇다고 딱히 줄 만한 사람도 없어요. 그렇다고 내가 가질 수도 없고.”

아일리 섬의 봉기를 진압하고 나면 리안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당연 잉글슨의 국왕은 리안을 견제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 만약 리안이 아일리 섬에 직할령을 가지게 된다면? 견제가 아니라 전쟁을 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당히 똘똘한 단원을 키워 놓으세요. 로테이션으로 영지를 관리시켜야 하니. 이왕이면 부선장 아저씨의 영지도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네요.”

부선장과 세바스를 백작으로 둔다 해도 배에서 내리게 할 수는 없었다.

아일리 섬을 정리하고 나면 신대륙에도 가야한다.

딱히 함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두 사람이 필요했다. 거기다가.

‘이 아이··· 진짜다. ’

리안을 쭈욱 지켜보던 인어의 신뢰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어쩌면 정말로 약속한 대로 자신들의 여왕을 구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 아가씨와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우리 여왕님만 구해 주신다면, 인어들은 평생 당신을 은인으로 여길 거랍니다.”

인어 아가씨의 말투가 나긋해졌다.

그녀도 인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신대륙에 있는 강의 부족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전쟁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은 역시나 율 대륙이다.

신대륙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율 대륙의 식민지로 먹혔다.

몇몇 신대륙의 막강한 국가들은 멸망한 지 오래.

“그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 않겠어요?”

리안이 웃어 보이자 인어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는 선교를 나갔다.

지금 그녀는 독왕 베지미르 그리고 세이나와 함께 의무관으로 활용 중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부상당한 자들은 고잉미샤호에 태워 치료했다.

“선장님. 저기! 전령입니다.”

한창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하얀 깃발을 단 오토호스가 빠르게 접근했다.

다급한 소식이라도 가지고 온 모양.

“흐리아. 속도 줄여.”

리안은 전령을 태우기 위해 고잉미샤호를 세웠다.

달리는 부유선에 올라탈 수 있는 오토호스의 기수는 그리 많지 않다.

“후작 합하를 뵙습니다!”

아트로네 백작령 소속의 기사였다.

토몬드 백작령을 털라고 보낸 둘째의 기사였다.

“그래요.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합하!”

전령은 리안에게 서신을 급히 올렸다.

그걸 받아든 리안은.

“쯧. 생각보다 빠르네.”

이미 데스몬드에서 들고 일어나 드루이드의 선발대와 조우를 한 모양.

“그것들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에 찔리고 마총에 맞아도 끝까지 달려들었습니다.”

전령은 기사였지만, 꽤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선발대의 숫자는 많지 않았겠지만, 제법 고전을 한 모양.

“가서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해 주세요. 해적왕 할아버지가 곧 합류할 테니.”

둘째가 대충 쓸고 지나가면, 해적들이 조금 텀을 두고 따라 가며 싹싹 긁어 가는 형태.

알뜰살뜰히 쓸어 모은다고 해적들은 조금 느리겠지만, 약탈에 이골이 난 자들이라 아주 늦지는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합하.”

“아참. 이것들을 들고 가세요.”

리안은 상자 하나를 내어 줬다.

잘그랑~

상자 속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여러 개의 나무통에 물이 담겨 있었다.

“이건······.”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먹이거나. 상처에 뿌리라고 하세요. 적을 상대할 때 무기에 소량 발라도 효과를 볼 겁니다.”

“알겠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잠시 갸우뚱거리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성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고잉미샤호에는 전쟁 신의 사제가 타고 있으니.

‘그래. 악령이 빙의한 것이 틀림없어!’

기사는 그리 여겼다.

남쪽 데스몬드에서 올라온 반군들의 행동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서둘러 가세요.”

기사는 오토호스를 타고 다시 빠르게 남하했다.

고잉미샤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바스는 궁금증에 리안에게 물었다.

“도대체 부선장이 가져온 그 잔이 무엇입니까?”

“딱히 이름은 모르겠고. 잔이니까 대충 성배라 이름 지었어요. 드루이드의 주술을 파훼할 수 있는 기물이죠.”

과거 롬 대제국이 율 대륙을 통치하던 시절.

그들이 야만인이라 부르던 북부의 부족들을 점령할 때 썼던 성물이다.

드루이드들의 끔찍한 주술에 대항하기 위해 태양의 사제 오십여 명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기도를 드려서 만든.

***

토몬드 백작령의 국경 근처.

멍청한 표정에 침을 질질 흘리는 인간들이 터벅터벅 이동했다.

그들의 눈은 백태가 끼어 흐리멍덩했으며, 무언가에 홀린 듯 북쪽을 향했다.

킁!킁!!

그러다 선두를 이동하던 한 명이 전방을 향해 코를 벌렁였다.

크아아아아~~~!!

인간의 살코기 냄새.

지금까지 느릿하게 움직이던 그가 발작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시작으로 뒤를 따르던 인간들도 달렸다.

참으로 그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좀비처럼 보였다.

꺄아아아악!!

난민으로 보이던 한 무리.

갑작스럽게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괴이한 사람들로 인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 살려!!”

뒤처진 난민은 온몸의 살점이 뜯겨 나갔다.

산채로 뱃가죽이 찢기고 내장이 끄집어졌다.

그는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보다 결국 숨을 거뒀다.

***

처음에는 한둘이 전부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삼삼오오 나중에는 수십의 좀비들이 넘어왔다.

다만, 신기한 것이 좀비들은 누군가에게 지시라도 받는지 특정 지역으로만 이동했다.

다른 직역으로 넘어가다가도 어느 순간 되돌아왔다.

“꼴통을 부수라고!!”

아트로네의 둘째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토몬드의 수도를 점령하는 것은 쉬웠다.

백작이 수비병까지 싹 긁어서 알베찰 요새로 왔으니.

‘이런 건 말 안 해 줬잖아!!’

리안이 시킨 대로 인장도 찾았고. 금은보하를 쏠쏠하게 긁어모았다.

그동안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 줄 수 있었다.

‘아니··· 해 줬나?’

-형님들. 수도를 점령하면, 적당히 약탈하고 징병을 하세요.

아일리 섬의 모든 백작가에서 군대를 소집할 거라면서 징병은 왜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시킨 일이니 일단은 수도의 건장한 남성들을 모았다.

-무기를 줬다가 반대로 달려들면 어쩌지?

처음에는 그리생각했다.

약탈까지 했으니 반감은 더 심할 터.

더군다나 징집을 해 놓으니 자신이 데려온 병력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도 기사들과 마총병들이 있으니 함부로 대들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럴 걱정이 이제 없어졌다.

이미 공공의 적이 생겨 버렸다.

재산은 둘째 치고 생명이 위험하니 힘을 합쳐야 했다.

“젠장!! 저놈들은 잠도 없나?!”

좀비들은 밤낮이 없이 나타났다.

다만, 한꺼번에 많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도착했다.

그극! 그그극!!

그것도 모자라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해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무지 방심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건장한 남성들만 징병했지만, 나중에는 수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원되어 성벽에 교대로 올라가야 했다.

탕!! 탕!!!

좀비를 발견하면 횃불로 신호를 줬고. 마총병들이 급히 달려가 좀비의 미간에 마총을 쏴야 했다.

웬만하면 한 방에 끝장을 볼 수 있었지만, 돌연변이들은 기사가 나서야 했다.

그래도 돌연변이의 숫자는 적은 터라 징집병들도 마음만 다잡으면 좀비를 성벽 아래로 떨굴 수 있었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속도가 그닥 빠르지 않아서였다.

“도련님!!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어서. 어서 이리로!!”

리안에게 보냈던 전령이 소식을 가지고 되돌아왔다.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조금만 버티라고 합니다. 우리가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 해적왕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그··· 그래?! 다행이다.”

“그리고 이걸 주셨습니다.”

기사는 리안에게서 받은 상자와 메모를 넘겼다.

“이런 것이 있었으면 진즉에 줄 것이지!!”

좀비에게 물리고 죽지 않으면 그 사람도 좀비로 변했다.

다만, 물린 상처의 크기나 체질에 따라 변이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

자신이 아끼는 부하 중 하나도 좀비에게 물려 위중한 상태였다.

“병사들 위주로 약을 풀어라.”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약이 모자라다! 그것들까지 챙길 순 없어. 감염된 놈들은 일단 지하 감옥에 가둬라.”

마음 같아서는 목을 쳐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사기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릴 거다.

-사제와 약이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텨라!

일단 그렇게 거짓으로 선동을 시켜 놨는데, 진짜로 약이 있을지는 몰랐다.

실제로 수도에 있던 태양신 사제들의 치료가 어느 정도는 먹혔기에 시민들도 믿었다.

다만, 완치는 되지 않았고 늦출 수는 있었다.

‘형님이 아니라 왜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지 알겠군.’

둘째는 착각에 빠졌다.

만약 성미가 급한 자신의 형님이었다면 밖으로 나가 좀비를 썰고 다녔을 거다.

야금야금 먹히는 것보다 피해를 보기 전 토벌하는 것이 났다고 판단했을 테니.

‘얼마나 될 줄 알고.’

소규모로 계속 오지만, 정말이지 끝도 없이 밀려왔다.

‘제발. 그 해적왕 영감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

아주 죽을 맛이었다.

가끔은 재빠른 돌연변이도 있어 성벽을 기가 막히게 타고 올라왔다.

군사 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인들은 그런 놈들에게 대처하지 못하고 물려 버렸다.

기사들을 투입하면,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줄 알아서인지 도시 안으로 숨어 버리기까지 한다.

그놈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도련님!!!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인데. 서쪽 벽에서 타고 올라온 돌연변이는 잡았다며?!”

“그게 아니라. 대··· 대규모입니다.”

놀란 둘째는 급히 궁전에서 나와 성벽으로 달렸다.

“젠장!!”

최소한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좀비 때들.

급기야 선두에는 사슴을 타고 무기까지 들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토몬드의 문양입니다!”

사슴에 타고 있는 좀비는 갑옷까지 입고 있었는데, 아마도 토몬드와 데스몬드 국경을 지키던 기사로 보였다.

수도의 병력은 거의 다 빼서 알베찰 요새로 향했던 토몬드 백작이었지만, 국경의 병력까지는 손을 대지 못한 모양.

그나마 국경에 병력이 있었기에 수도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떨 것 같아?”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돌연변이는 살았을 적 마나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겠군.”

둘째는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돌연변이 중 기사는 없었다.

만약 저 기사 좀비가 수도 안으로 들어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지금까지야 감염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

감염이 되면 감옥에 갇혔기에 어떤 이들은 무서워서 물린 사실을 숨겼다.

그러다 갑자기 변이가 일어나 자신의 동료나 가족을 물었다.

“하··· 모두 성벽에 올라라고 해! 기사들은 대기를 하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만약 이대로 도망간다면, 백작 작위를 받지 못할지도 몰랐다.

리안은 분명 자신과 형에게 백작위를 약속했다.

“곧 소드마스터가 이곳으로 지원을 온다!! 그러니 조금만 버텨라.”

둘째는 시민들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떠들었다.

실제로 이것은 효과가 있었다.

소드마스터의 이름은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퍽!!!

힘도 가볍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

전투가 벌어지기 전 긴장을 하고 있던 그들의 앞에 뜬금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좀비 떼가 있던 중앙이었고.

그곳에선 한 건장한 노인이 기사 좀비의 골통을 들고 있었다.

“거참. 이곳에도 이것들이 설치고 있다니.”

해적왕은 마실이라도 나온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툭!!

기사 좀비의 골통을 대충 던져 버리자.

크아아아아~!

살아남은 좀비들이 해적왕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감히 해적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퍼버버벅!! 펑!!!

주먹 한 방에 두세 마리가 터져 나갔고.

대충 휘두른 손에 온몸이 찢겨 졌다.

투둑. 툭······.

그것들을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는 숫자만 많다고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전술 목걸이를 활용할 수 없는 좀비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

“선장님!! 또 혼자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얼추 혼자서 백 마리가 넘는 좀비를 해치우자 저 멀리서부터 나타난 해적들이 도착했다.

샤아악!! 퍽퍽!! 투타탁!

해적들은 빠르게 좀비들을 소탕해 나갔다.

그제야 해적왕은 머리를 긁적인다.

“좀이 쑤셔서 말이지. 이번 놈은 강한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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