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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49화 (149/253)

< 149화 >

##149

바람이 많이 부는 것도 아닌데, 땅에 자란 풀들이 심하게 나풀거렸다.

당연히 이런 사소한 것을 신경을 쓰는 이들이 많지는 않았다.

죽고 죽이는 광기 속에 풀잎이 흔들리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타르르르.

세바스의 오토호스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오토호스의 움직임에 따라 자석처럼 풀들이 부대꼈다.

“어··· 어!!!”

샤로트와 줄리아에게 신경을 쓰던 기사들은 갑자기 자신을 붙잡는 어떤 이질감에 주춤했다.

투둑! 투둑!!

급히 아래로 고개를 돌려 보니 오토호스에 풀들이 달라붙어 끊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오토호스의 힘이 세서 풀들이 끊기겠지만, 누적된다면 자리에 멈춰 설 것이다.

“저··· 저기!!”

그제야 힘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기사들.

“또··· 중견급이!”

“저건 어디 영지의 기사이지?!”

“젠장.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토몬드의 기병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중견급 대기사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로 식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땅 속성의 대기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드··· 듣기로는 본섬에서 반란을 진압하러 누군가 왔다는 소문이.”

“그거 뜬소문 아니야? 아트로네의 둘째가 사자로 왔었잖아.”

그때 이야기가 조금 세어나가긴 했다.

특히나 여기 있는 기병들 중 기사들도 다수 섞여 있으니.

투두두두둑!!

세바스가 그들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식물들의 간섭이 점점 더 심해졌다.

오토호스 자체의 출력도 있고. 오토호스를 탄다는 것은 최소 1차 각성을 한 오러 사용자들.

풀떼기들이 간섭을 해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아무리 세바스가 중견급이라 해도 하나의 타깃이 아닌 여러 명의 기사들을 동시에 완벽하게 묶을 수는 없었다.

“흩어진다!!”

중견급인 샤로트에 대항하기 위해 뭉쳤던 토몬드의 기병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흩어져야 했다.

뭉치면 세바스의 광역 디버프를 받게 되니.

탕!!!

그렇게 흩어지자마자 무언가 그들 사이로 지나갔다.

컥!!!

마총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바닥에 꼬꾸라졌다.

“저··· 저건 또 뭐야?!!”

기괴한 광경이다.

어린 꼬마가 오토호스를 몰고 있었고 그 뒤에는 조금 큰 꼬마가 앉아 있는.

그 뒤에 꼬마는 마총을 들고 있었다.

탕!! 탕!!!

그리고 마총 소리가 날 때마다 한 명씩 바닥에 처박혔다.

“아니··· 무슨!”

쓰러진 자들은 중갑옷을 입고 있었다.

정령 갑옷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총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문제는 마총이 너무 절묘한 부위를 파고들었다.

저 정도라면 정령 갑옷을 입고 있······.

탕!!!

“대기사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거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며 정령 갑옷의 취약 부분을 쏴 버렸다.

애초에 마총 자체가 정령 갑옷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이니.

“잡아!! 저놈을 먼저 잡아!!”

“풀떼기들 때문에··· 그리고 저 오토호스 뭔가 이상합니다!”

확실히 기괴해도 너무 기괴했다.

오토호스를 타는 기사들은 긍지가 높아 뒤에 누군가를 태우지 않을뿐더러 그게 극혐하는 마총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건 둘째 치고 기수가 어린아이였고.

투타타타타타!!!

오토호스의 모양도 조금 특이했다.

“허··· 헝그산!!”

그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기사들은 오토호스에 애착이 많은 자들.

당연히 오토호스의 원조이자 제왕이라 불리는 헝그산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저건··· 자세 제어 장치가 없는 거잖아! 저런 꼬맹이가 몰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물건이 아니라고······.”

그런데, 어쩌겠는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 마성의 오토호스가 지금 눈앞에서 어린 꼬맹이에 의해.

투타타타타타!!!

미친 듯이 발광을 하고 있음을.

“내가 잡는다!!”

부기사단장이 나섰다.

단장은 지금 토몬드 백작의 옆에 있으니 지금 이곳에서 가장 경지가 높은 자가 바로 부기사단장이다.

“다들 조금만 버텨라!! 지금 군을 돌리고 있으니!”

지휘관에게 기병은 모든 것이라 봐도 된다.

유리할 땐 확실하게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불리할 땐 당장 불을 끌 수 있고.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땐 향방을 좌우하는 키가 되기도 한다.

“설마······.”

토몬드 백작도 당연히 기병의 싸움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저런 소규모의 부대에 이리 고전할 줄은 몰랐다.

당연히 유리하게 이끌어 갈 줄 알았다.

“주군! 뒤로 물리셔야 합니다!”

“그게 말이라고 하느냐!”

보통은 보병의 싸움에서 밀려도 기병에서 우위가 있다면 해 볼 만하다.

거기다 지금 싸우고 있는 병력이 전 병력도 아니다.

이 싸움 자체가 전체 병력의 일부를 때 내에서 갑자기 나타난 후방에 만만해 보이는 부대를 상대하는 중이 아니었던가.

'병력이 재정렬만 되면!!'

다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군을 돌린 상태다.

그렇기에 이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기병에게 잠시 버티라고.

라인스터 백작가의 병력을 보기 좋게 처리하고 있는, 그렇기에 사기도 한창 좋은 부대들을 불러들이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조금만. 재정렬할 그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금도 못 버틴다고?! 내 군대가? 저 정도의 규모에?”

저 멀리 허둥지둥 재정렬을 하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있으면 대규모의 병력이 이곳을 지나 적들을 쓸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규모 자체가 달랐다.

“저건 정상이 아닙니다!! 잉글슨에서 진짜 실력자들을 보낸 겁니다! 그 빌어먹을 아트로네의 둘째의 말이 진짜였습니다.”

이들은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었다.

사자로 온 아트로네 백작가의 둘째가 자신들을 기만했다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잉글슨 왕국에서 뭔가 일이 터져서 식민지나 다름없는 아일리 왕국에 총사령관이라는 작자가 왔을 땐 병력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이름 있는 장군을 보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위 귀족이라도 보냈을 텐데······.

“그럼 저게 비밀 부대라고?!”

나라마다 자신들이 자랑하는 특수 부대가 있지 않은가.

보통은 근위 연대지만, 그 말고도 소문에만 존재하는 군대가 있다.

실제로 없다 하더라도.

“저기 보이는 저 여자아이. 저 정도 실력이라면 어딜 가도 환영받을 겁니다.”

샤로트를 이야기하는 거다.

인간으로 따지면, 10대 초중반. 저 실력이라면 어느 나라를 가도 백작위와 그에 합당한 봉토를 받을 거다.

그럼에도 이런 수준의 전투에 모습을 보이는 거라면???

또 세바스를 이야기하는 거다.

대지 속성의 대전사 중 식물계는 드물다.

특히나 저건 전투 마법사나 보일 법한 컨트롤이다.

보통 대지 속성은 금속에 관한 것이 90% 이상. 조금만 특수하다면 모셔라도 갈 것이다.

저것보다 훨씬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또 리안을 말하는 것이다.

“저건 사람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저기서도 존재감이 가장 낮았다.

그런데, 이미 전투에 임한 기사들은 눈치를 챘다.

지켜보는 토몬드 최고의 기사라 불리는 단장까지도.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못 합니다. 만약 저 괴물을 개구리로 비유한다면, 저걸 사냥할 수 있는 뱀은 없습니다.”

오히려 존재감은 중견급 대기사의 파워가 훨씬 대단하다.

존재 자체로만 위축을 들게 하니까.

그런데, 실속으로 따지면 기사단은 저 이상한 어린아이가 모는 오토호스에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중간에 한 기사가 리안을 쫓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려 했다. 어느 순간 사라져서 문제지.

부기사단장도 다를 바가 없었다.

저런 건 진짜 전쟁터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다. 서커스라면 모를까.

다만.

“우왓!! 우왔씨”

그 괴물의 당사자인 리안은 3~10초에 한 번씩 발작을 하듯 감탄을 터뜨렸다.

물론 뒤에 타고 있는 마총병 마세르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지만.

“웃!!웃!!으으으으읏!!! 내가 난다요?”

숨도 못 쉴 정도로 엉망인 상태의 마세르.

그런 와중에도 표적을 정확히 맞추는 능력이 대단했다.

-기사의 약점은 여기. 여기. 여기.

-대가사는 속성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 여기. 여기.

-갑옷의 종류에 따라. 여기. 여기. 여기.

마세르는 리안 해적단에 합류한 뒤 교육한 것을 열심히 떠올렸다.

원래 정령 기사들은 완벽한 존재라 여겼다.

그래도 소문으로는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충을 알고 있었다.

‘약점이 이렇게나 많다고?’

기본적으로 고잉미샤호에서 받았던 교육과 달리 리안이 대충대충 짚어 줬던 약점들이 진짜였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야······.’

리안도 어렴풋이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런데, 실전에서 명중률이 높은 마총병을 뒤에 태우고 있으니 스쳐 지나가듯 텍스트 글자로 봤던 것이 이 세계에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완전히 소름이라고 할까.

게임에서 대충 보고 지나갔던 게 이 세계에선 일급 기밀.

“씨바아아아아!! 빨리 쏴!!”

그걸 맹신해서 가끔 실수도 했지만, 그런 위기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에 대각선으로 접근해 온 기사는 정말 위험했다.

‘싸우면 질 것 같은데······.’

리안도 이제 1차 각성을 한 상태라 보편적인 방법으로 급을 나눈다면 기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의 기병 중 기사들이 꽤 되었다.

지금 막 기사가 된 리안이 저들과 정면으로 칼을 맞대고 싸운다? 그것은 자의식 과잉이다.

무슨 자기가 샤로트 같은 괴물도 아니고.

실제로도 자신이 없었고.

쓰벌. 쓰벌. 쓰벌······.

한 번 방향을 바꿀 때마다 그 압박감은 장난이 아니다.

나름 이 기병대 사이를 가로지르기 전까진 위험이 전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슥슥!

한 번씩 언제 접근했는지 몰라도 눈먼 무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놀라서 방향을 튼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으··· 한 번 더 넥스트? 네버 노노!!”

뒤에 탄 마세르를 믿고 열심히 기사단 사이사이를 종횡무진했지만, 이제는 거의 한 계에 달았다.

기사단 사이를 관통해서 나오는 순간 다시 들어갈 생각이 쏙 들어갔다.

“꽉 잡아!!”

제법 실력 좋은 기사가 따라붙었지만, 금방 떨궈 내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그러다 보니 적 병사들이 싸우는 곳으로 튕겨 나갔다.

으아아악!!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오토호스의 대가리에 적 대가리가 비포장도로의 돌덩이처럼 자꾸만 튕겼다.

조금만 방심한다면 오토호스는 전복될 것이다.

‘역시 레온 백작님은 해적단의 수장다워······.’

마세르는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받았다.

똥구멍에서부터 위장이 일자로 펴지며 그걸로 누군가 줄넘기를 하는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믿어 주었기에 꾹꾹 참았다.

“우웁!!”

뭔가가 안에서부터 올라오는 걸 겨우겨우 삼키고 또 삼켰다.

탕!!!

기절할 것 같은 이 와중에도 리안이 말했던, 하급 지휘관들을 저격했다.

탕! 탕!!!

난리가 난 보병 격전을 지휘하던 토몬드의 하급 장교들은 리안을 신경 쓰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마총에 취약했다.

원래라면 그들도 기사였기에 마총에 단번에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몸에 쌓인 오러가 초인적인 직감을 만들어 위기를 피해 가게 만들지만, 일반적으로 마총병들이 쏘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리안의 오토호스가 의도치 않게.

퉁퉁퉁!!

깊숙하게 들어왔기에.

‘멈추면 뒈진다!’

리안도 미치지 않고서야 적 보병들 안에 단독으로 들어왔겠는가.

나름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적에게 부딪힐 때마다 오토호스는 꺾였고 그걸 강제로 틀면 전복한다.

‘전복 먹고 싶다.’

팔이 후들거리고 오토호스로 쏟는 오러가 간당거리며, 순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샤로트가 구해 주러 오지 않을까?’

스쳐 가듯 눈알을 뒤로 후려보니.

“도련님!! 멋있어요!!! 파이팅!!”

이라고 외친 뒤 열심히 적 기병들을 도륙하는 그녀가 보였다.

리안이 직접 이렇게 발로 뛰고 있으니 자신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았다.

나름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무쌍을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세바스는?’

다시 눈알을 후리며 세바스를 잠시 눈에 담았다.

당연히 그는 리안을 주시했지만, 눈이 마주치니 고개를 끄덕인다.

오구오구 믿고 있었다고!! 역시 우리 선장님! 이라는 눈빛을 강렬하게 쏘아보며.

‘젠장! 부선장 아저씨가 있었어야 했어.’

티격태격하지만, 거의 항상 붙어 있었기에 리안의 표정 연기를 간파하는 능력이 있었다.

아마도 곤란한 것을 금방 눈치채고 구해 주러 왔을 거다.

‘에잇!!!’

아무래도 모양은 빠지지만, 오토호스를 버리고 아군의 보병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 답일 것 같다.

죽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다.

속성이 바람이니 아주 잠시나마 튕겨 나가는 관성을 이용해 마세르의 목덜미를 잡고 빠져나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에이이잇!’

마음을 다잡으려는 사이!

“나 간디바는 죽지 않아!!!”

리안의 앞을 데구르르 지나가며 길을 터 주는 창병.

처음 언덕에 오른 그 창병이었다.

그 뒤로 아군의 보병들이 광기로 적을 밀어붙였다.

‘잉? 언제 이렇게 전진한 거야?’

덕분에 리안은 모양이 빠지지 않고 멋있게 오토호스의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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