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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46화 (146/253)

< 146화 >

##146

다음 날 이른 아침.

요새의 남쪽 문이 활짝 열리고 닫히지 않았다.

그곳으로 요새의 수비병이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뭐··· 뭐야!

토몬드 백작과 오스라거 백작 둘 모두 경악스러워했다.

그럴 것이 요새의 수비군이 자리 잡은 곳은 두 백작가 사이였다.

-무슨 생각인 거지?

-설마··· 한쪽 편을 들 것인가?!

요새 수비군은 더 나아가지 않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눌러앉아 버렸다.

그걸 본 두 백작도 놀라서 병력을 조금 물려 관망했다.

그럴 것이 거의 팽팽하게 싸우고 있는 와중 요새의 병력이 어느 한쪽으로 붙어 버린다면?

아무리 적은 병력이라고 할지라도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알베찰 요새의 병사들은 직업군인으로 정예라 볼 수 있었다.

***

리안은 이미 그전 새벽에 빠져나와 북서진했다.

토몬드 백작의 뒤를 칠 예정이었다.

“선장님. 요새 병력을 밖으로 빼낸 이유가 무엇입니까?”

“퇴로를 열어 주는 겁니다.”

세바스의 질문에 리안이 말했다.

“퇴로라니요?”

“그냥 보면 빈 성으로 보일 테니까요. 사방에서 밀려오는 병사들에 비해 요새 병력이 만만해 보일 겁니다.”

지금이야 뭔 일인지 어리둥절하고 있지만, 곧 해적왕과 부선장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토몬드 백작가의 후방에서부터 리안에 의해 소요 사태가 일어나겠지만.

***

대규모 병력이 남쪽에서부터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길을 거슬러 가던 아트로네 백작가의 첫째는 그걸 보고 급히 몸을 숨겼다.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작님. 적이 아닐까요? 레온 백작의 부하가 저 정도로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음?? 할아버지?”

그런데 첫째의 눈에 누군가 눈에 확 띄는 사람이 보였다.

멀리 있다 해도 자신의 할아버지를 알아볼 수 없을 리가.

“할아버지!!!”

첫째는 곧장 오토호스를 몰아 대규모 병력이 행군 중인 곳으로 달렸다.

“아니. 네가 왜 이곳에 있더냐!!”

“그것이······.”

아직도 두 형제가 병력을 동원해 치고받고 싸웠다는 것을 모르는 아트로네 백작이었다.

“사정이 조금 있습니다. 여기······.”

첫째는 리안의 서신을 넘겼다. 그러자 아트로네 백작은.

“뭐?!! 이것들이 단체로 미쳐버린 것이더냐?!!”

토몬드와 오스라거 백작가는 나름 아트로네 백작가의 우방인 곳이다.

그러니 두 자식과 결혼을 시킨 것이고.

그런데, 이들이 알베찰 요새를 노리고 병력을 집결했다고 한다.

“이놈들도 한패란 말인가? 봉기한 반란군과 한패란 말이던가.”

참으로 공교롭지 아니한가.

당연 두 손자들이 자신의 외가에 요새를 넘기려 했다는 걸 알 리가 없으니.

아일리 섬 자체에서도 알베찰 요새가 중요하니. 반란군에 가담했다고 믿을 수밖에.

“리안이 제게 오스라거 백작령을 약속했습니다. 저는 아트로네 가문의 후계자를 포기했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전쟁 신 세이나는 부선장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탱글 님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그걸 들은 부선장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리안의 계획대로 된 것이다.

“진정하시죠. 아트로네 백작님.”

부선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아트로네 백작의 노기를 가라앉혔다.

그보다 자신의 손자가 다른 백작령의 주인이 된다는 걸 잉글슨에서 용인해 줄까?

아일리 섬에 구심점이 생기지 않도록 큰 세력이 생기는 걸 열심히 막아 온 잉글슨 왕국이었다.

“내 주군이 그랬다면 진짜로 그럴 겁니다. 영감님. 일단 반군이라 칭했으니 저놈들은 반군이 되어야 합니다.”

부선장의 말에 아트로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하게 반군으로 몰아야 명분이 생긴다.

반군을 토벌했다면, 그에 합당한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니.

“명목상 이 군대의 지휘관은 지금부터 그쪽 첫째 도련님이요.”

“거참 고맙군.”

아트로네 백작이 볼을 긁적였다.

“이참에 잘되지 않았습니까. 데스몬드를 막아 내기 전에 보급도 해야 하는데.”

급하게 용병으로 참여했기에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식량뿐만 아니라 마석도 모자랐다.

마총병은 마석이 보충이 되지 않으면 막대기를 든 병사에 불과하다.

물론 모두 마나 유저이기에 일반 병사들에 비해 훨씬 잘 싸우겠지만, 차라리 그럴 바에 차라리 창을 들려주는 것이 나았다.

“크흐흐흐. 우리 전문이잖아.”

해적왕이 누구인가? 말 그대로 해적의 왕이다.

그가 웃자 아트로네 백작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도 후작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소드 마스터였다.

“단단히 정신 차리거라. 첫째야.”

아트로네 백작은 손바닥으로 첫째의 두 뺨을 잡고 말했다.

아마도 최악의 정복 전쟁이 될 거란 걸 느꼈다.

‘올몬드 백작령을 약탈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에서인가?’

해적왕이 이끄는 군대는 올몬드 백작령의 수도를 접수하고 곧장 올몬드 군대를 뒤쫓았다.

급한 이유도 있겠지만, 올몬드 백작령은 곧 부선장의 영지가 될 것이기에 온전히 보존 한 것이다.

‘멀쩡하게 줄 생각은 없나 보군.’

현지 보급은 오스라거 백작령으로 할 생각으로 보였다.

아마도 모든 오명과 악명은 첫째가 뒤집어쓸 것이다.

***

신)올몬드 백작은 기습적으로 오스라거 백작령의 한 요새를 점령했다.

그 요새를 수비하던 지휘관의 목을 베어 성문에 걸었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해?”

그는 사실 구)올몬드 백작의 핏줄이 섞여 있지 않았다.

윗대가 아일리 섬을 복속하는 전쟁에서 잉글슨의 장군으로 참전을 했었고. 운 좋게 공을 세워 영지를 하사받았다.

다만, 워낙 가문의 정통성이 약하다 보니 올몬드란 이름을 그대로 가져갔다.

구)올몬드와 신)올몬드는 전혀 다른 핏줄이었다.

“병사들도 똑같다. 다 목을 베어라.”

“주군의 명성에 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빌어먹을 가문의 명성이 없으니 악명으로라도 명성을 쌓아야지. 언제까지 병신 취급을 당하며 살 수 없다!!”

은근히 자격지심이 있던 신)올몬드 백작이 드디어 폭발하고 만 것이다.

구)올몬드 백작가의 명맥을 잇는 신)올몬드로선 구)올몬드의 인장이 꼭 필요했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스라거 백작가는 인장을 내어놓지 않았다.

“개 같은 자식. 기회가 나면 우릴 집어삼키려고!!”

그 말은 무엇은가? 나중에 진짜 구)올몬드 백작의 핏줄이 나타나면 그를 앞세워 영지전을 벌일 것이라는 뜻이다.

거기다가 구)올몬드 백작가의 생존자를 파악하고 있단 뜻도 된다.

“그래서 그놈은 어디에 있는 거지?”

“알베찰 요새 부근에서 토몬드 백작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합니다.”

“내가 온 줄 꿈에도 모르는 모양이군.”

만약 그랬다면 한가하게 다른 영지와 전투를 할 생각을 못 할 테니.

이렇게 갑자기 뒤통수를 줄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

토몬드 백작의 진형.

그곳에는 신)올몬드 백작의 사신이 와 있었다.

“호응을 해 달라?”

“그렇습니다. 오스라거 놈들은 참으로 음흉한 놈들입니다. 구)올몬드 백작령의 인장을 그렇게 몰래 보관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긴. 옛날부터 그 가문이 좀 그런 구석이 있었지.”

토몬드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저것도 자네들의 작품인가?”

토몬드 백작이 막사의 문을 살포시 열며 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알베찰 요새의 수비병들이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거리에 진을 치고 있었다.

“아닙니다······.”

신)올몬드 백작령의 사신은 자신이 없어 했다.

‘설마.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급히 병력의 구성을 살폈다.

숫자는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만약 자신들 올몬드가 토몬드와 손을 잡고. 오스라거가 요새 수비병과 손을 잡는다면?

당연히 압도적으로 이쪽이 유리할 것이다.

다만,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옛날부터 알베찰의 수비병들이 정예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다.

징집병들이 섞인 자신들과 달리 항상 훈련을 받는 그들이기에.

***

오스라거 백작은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 군대에 화들짝 놀랐다.

“저놈들은······!!”

“신)올몬드 백작입니다.”

“이곳으로 오려면 요새 두 개는 지나쳐야 할 텐데······.”

결국 요새는 함락당하고 전령 또한 이곳에 당도하지 못하고 붙잡혔다는 말이 된다.

신)올몬드 백작가는 전쟁 기술이 잘 전승되었다.

그들이 장군이 되고 또 백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전쟁을 치르는 기술 때문이었으니.

요새를 점령하기 한참 전부터 침략 소식을 알리려는 전령을 잡을 덫을 미리 만들어 놓고 요새를 점령한 것이다.

그들은 벼락같이 요새를 덮쳐 이곳으로 온 것이다.

“피하셔야 합니다. 주군!!”

“무슨 소리더냐. 어디로 도망간단 말이야!”

앞에는 토몬드 백작의 군대가 뒤에는 신)올몬드 백작의 군대가··· 앞뒤로 막힌 상태다.

유일한 탈출구는 알베찰 요새 방면뿐이다.

“만만한 것은 저곳인가?”

알베찰 요새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숫자가 적어도 확실히 막아 낼 수 있다.

“아마도 아트로네 백작가에서 우리를 낚은 것 같습니다.”

오스라거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릴 지독히도 놓치기 싫은가 보군.”

알베찰 요새는 길을 완전히 막고 있는 관문의 형태가 아니다.

다시 말해 피해를 각오하면 우회해서 갈 방법도 있다.

그런데, 요새의 병력이 빠져나와 떡하니 통로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

“흥!!! 이 개 같은 놈들. 내가 당할 줄 알더냐. 요새를 비운 것은 너희들의 실수다! 돌격 준비를 하라! 요새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가 요새로 들어가면 저들이 우리의 수도로 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라지. 그런데 전쟁을 오래 끌면 저들도 좋지 않을 거야. 넌 길이 뚫리면 곧장 오토호스를 달려서 에니스와 레인스터에 내 서신을 전해라.”

에니스는 토몬드의 북쪽에 강을 두고 대치하는 영지였다.

그들은 원래 하나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원수보다 못한 사이였다.

그리고 레인스터는 올몬드 백작령과 데르 백작령 사이에 있는 영지로 신)올몬드처럼 전통적인 아일리 섬의 귀족이 아니었다.

그들도 어찌 알았는지 계속해서 구)올몬드의 인장을 원했다.

소식에 따르면 돈을 꿔간 구)올몬드의 후예는 해적 선장이 되었다고 하니 인장을 찾으러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찾으러 온다 해도 딱히 줄 생각은 없지만.

“알겠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빠져나가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운이 돌기 시작했다.

토몬드.

vs

오스라거 vs 알베찰 요새 수비병

vs

신)올몬드

독 안에 든 오스라거는 있는 힘을 다해 알베찰 요새로 치닫을 것이다.

물론 토몬드와 신)올몬드 측에선 오스라거가 알베찰 요새 수비병과 합류하는 것처럼 보였다.

와아아아아!!!

그래서 멀뚱히 보고 있었더니 갑자가 오스라거 백작가가 알베찰 요새의 수비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저것들··· 뭐 하는 거지?

-한 편이 아니었던가?

뒤늦게 뭔가 이상함을 느낀 두 백작은 급히 오스라거 백작의 군대를 향해 뒤따라갔다.

“막아라!!! 최대한 버텨야 한다.”

주가다 남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마총병들이 오스라거의 병력을 향해 마총을 겨누었다.

타다다당!!!

야전이기에 3단 배치를 했다.

총소리가 끈기지 않고 계속해서 났다.

“돌겨어어억!!!”

오스라거 백작 측은 징집병들이 가장 앞에서 총알받이로 죽었고.

징집병들이 공포에 질려 주춤해질 때쯤 오토호스를 탄 기병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아군 징집병들도 밀어 버렸다.

“창병!!! 앞으로! 뚫리면 안 된다!!”

주가다 남작은 급히 창병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창병들의 창끝에서 희미하게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급 마석 가루를 발라 위력을 높인 일회용 창이었다.

30초~1분 정도 발광을 하다 끝나는데, 정령 갑옷을 입은 대기사들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시간이 끝나도 창으로서 역할까지 잃는 것은 아니었다.

퍼버버벅!!

오스라거의 기사들은 창이 발광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돌격했다.

원래라면 옆으로 살짝 틀어서 창의 위력이 약해질 때를 노려 돌파를 시도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끄아아아악!!!

창의 위력은 대기사가 아닌 중갑옷으로 무장한 기병들에게도 위력적이었다.

정령 갑옷도 뚫게 설계된 창이 한낱 일반 갑옷을 뚫지 못할 것은 없었다.

끼이이이익!!!

다만, 오토호스는 생명이 없는 기계다.

고통이 없으니 창에 찔려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진했다.

투가가가각!

1선에 선 창병들은 오토호스에 쓸려 뒤로 넘어갔다.

그들의 몸은 공중에 뜨거나 짓눌려 으깨졌고. 창을 잡았던 손은 까지거나 타이밍을 놓이면 딸려가서 팔과 몸통이 연결된 부분이 찢겨 떨어져 나갔다.

“양단되었습니다!!! 남작님!!”

방금 전 공격으로 요새군은 둘로 쪼개졌다.

“괜찮다! 버틸 수 있어.”

이상하게도 저들은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지 않았다.

마치 케이크를 떼어 먹듯 1/4 정도 되는 부분을 치고 들어온 것이다.

중앙이었다면 양단이 되기 전 저지되었을 것이다.

멈춰선 기병은 보병들의 먹이가 될 뿐.

“음?”

남작은 유심히 전장을 살피다가 오스라거가 왜 저런 판단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몇몇 오토호스가 전장을 이탈했습니다.”

아마도 샛길로 전령을 내보내기 위해 저렇게 돌격을 한 모양이다.

전령 몇 명을 보내기 위해서라지만, 오스라거 측은 이번 돌격으로 상당수의 기병을 잃어야 했다.

원래라면 이런 수지가 맞지 않는 돌격은 하지 않았다.

“모두 버텨라!!”

기병 카드를 써버린 오스라거를 본 남작은 자신감이 조금 올라갔다.

이제 뚝심을 가지고 버티면 된다.

오스라거의 뒤쪽으로 토몬드와 신)올몬드 백작의 군대가 덮치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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