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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44화 (144/253)

< 144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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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는 일단 지휘권을 리안에게 넘긴 상태였다.

특히나 올몬드로 간 첫째의 병력은 공중으로 붕 뜬 상태.

“집결!!! 집결하라.”

갑작스럽게 고잉미샤호 아래로 모이라는 명령에 다들 어벙벙하기 짝이 없었다.

줄리아를 배신한 미비앙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당연히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얼마 전까지 거의 매일 치고받고 싸우던 이곳의 병사들일 것이다.

우르르르.

서로 정면으로 보며 으르렁 대기만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 곳을 향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곳에는 어정쩡하게 부유선의 난간에 한쪽 발을 올리고 있는 사내아이와 아트로네 백작가의 두 번째 후계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다들 갑자기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일리 섬에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다.”

리안의 말에 배 아래에서 듣고 있던 병사들은 모두 경악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들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중앙군이자 주공이고 그것은 곧 정의다.”

무슨 개소리일까?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는데, 걱정하지 말라니.

오히려 겨우 여기 있는 병력이 핵심이라니 지금 당장 탈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나마 미비앙의 군대는 리안의 포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기에 동요는 적었다.

리안과 같은 편이 된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달까.

“나는 대 잉글슨의 명예 후작이자 아일리 섬의 총사령관이며 신센롬 제국의 부마인 동시에 명예 백작이고 이벨 왕국의 부마이자 코파나 백작 그리고 브루타뉴 공국의 레온과 루데악 백작령의 주인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아트로네 백작님이 내 외조부이시기도 하지.”

자신의 소개만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만, 이 요상한 소개에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들 잉글슨 왕국이 스랑 제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잉글슨 본국에서 병력이 대규모로 오지 않은 것도, 저 눈앞에 소년이 이상하게 생긴 부유선을 끌고 온 것도 이해가 갔다.

신센롬 제국은 거리가 있기에 한쪽으로 제쳐 둔다 해도 이벨 왕국은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그곳과 엮인 리안이라면 원군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이미 다들 이해했다. 그런데 또 뭐가 있는 건가?

“돈이 많다는 뜻이다.”

리안의 말에 경악스러운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반란군에 선 오스라거 백작가와 싸울 것이며 그들을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다. 나는 부유하기에 응징해서 얻는 부산물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은 정의를 위해 싸운 이들에게 명예롭게 돌아갈 것이다.”

말을 거차하게 해서 그렇지 철저한 응징은 철저한 약탈로 들렸다.

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병사들은 하늘에서 금화비가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연설을 한 리안은 황금 신을 모시는 천사로 보였다.

“그리고 큰 전투가 끝날 때마다 명예를 가장 드높인 자에게 특별 보상을 해 주겠다. 그것은 기사와 말단 병사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라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히 싸우는 자가 있다면 그자에게 보상을 해 줄 것이다. 가져와라.”

리안이 손을 뻗자 리안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이 리안에게 나무 상자를 건넸다.

상자를 받은 리안은 딸깍하고 상자를 열어 보인다.

“자~ 보라!”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상자 안에는 칙칙하고 작은 갈색 환단이 들어 있었다.

“마나 유저에 오르지 못한 일반인은 마나 유저에 오를 것이고. 벽을 눈앞에 둔 마나 유저는 각성으로 인도하게 만들 신대륙의 전설로 불리는 만가 환단이다!”

그 말에 다들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정도의 영약이라면 부르는 것이 값일 것이다.

고위급 귀족들은 후계자들이 마도구도 제대로 못 쓰는 바보 천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마나 유저라도 되어야 문명의 이기라 불리는 마도구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그런데, 수많은 영약 중에서도.

“먹는 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반드시 마나 유저가 될 수 있다.”

저런 성능을 가진 영약은 없다.

별도의 수련이고 뭐가 먹기만 하면 된다니.

“자. 무기를 높게 들고 용맹하게 전진하길. 그렇다면 그 용맹함이 그대들의 인생을 바꿔 줄 것이다.”

리안이 만가 환단을 높게 치켜들자.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 높게 찔렀다.

특히나 여기 아트로네 백작가의 병력들은 반강제로 끌려 와서 돈을 미끼로 목숨 걸고 싸웠다.

그런데, 눈앞의 소년은 돈과 명예 둘 모두 주겠단다.

명예를 어떻게 주냐고?

명예가 지위를 가져다주는데, 지위는 경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

다시 말해 평민이 마나 유저가 되거나 마나 유저가 각성을 한다는 것은 곧 출세를 한다는 것이다.

“가자! 용맹스러운 중앙군이여!”

리안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갑판에 세워 놨던 오토호스를 타고 그대로 배에서 뛰어내렸다.

슈아아아앙~!

그걸 본 병사들은 경악스러웠다.

아무리 고잉미샤호가 바다의 부유선 중에선 크지 않은 배라 할지라도, 육지에서는 이보다 큰 배를 찾아 힘들기 힘들 정도로 컸기 때문.

저 정도 높이에 오토호스로 뛰어 내릴 수 있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미··· 미친!!”

데르가의 패잔병을 이끄는 미비앙도 그 모습에 경악을 했다. 그런데······.

부카카카캉!!!

바닥에 처박히기는커녕 나비처럼 착지해 빙판을 미끄러지듯 병력 주변을 아우르듯 크게 오토호스를 몰았다.

오토호스의 움직임이 저리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

마치 피겨 스케이팅을 보는 기분이었다.

부아아아앙!!!

뒤를 이어 몇 대의 오토호스가 고잉미샤호에서 내려와 리안의 뒤를 따랐다.

“이대로 알베찰 요새로 행군한다!! 나를 따르라!!”

아트로네, 토몬드, 오스라거 백작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새 알베찰.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고. 이곳 아트로네 백작가의 후계자가 싸우는 동안 요새 앞에서 토몬드와 오스라거 백작가가 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 일의 모든 원흉인 리안이 미끼 상품으로 내어놓은 곳이기도 했다.

“흐리아 민.”

“네. 백작님.”

“돌아가서 고잉미샤호를 끌고 천천히 따라와.”

“넵!!”

얼떨결에 오토호스를 타고 따라왔던 흐리아 민에게 명했다.

참고로 알베찰 요새의 주변 지형은 매우 험하다.

빙빙 둘러 가야 하기에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를 지경.

리안이 오토호스에 오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 전투도 고잉미샤호는 활용할 수 없는 겁니까?”

세바스에 질문에.

“시간이 생명이에요.”

“하긴 부선장님과 맞춰야 하니까요.”

조금 빙빙 둘러 가도 야전에서 부유선은 공포 그 자체다.

그만큼 확실한 승리를 가져주겠지만, 이번 전투에서 활용하려면 시간이 최소 세배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투두두두두.

리안은 보병들의 속도에 맞춰 선두에서 천천히 오토호스를 몰았다.

다만, 일반적인 행군보단 속도가 훨씬 빨랐다.

막사를 차릴 생각이 없었기에 병사들은 자신의 무장과 약간의 식량만 지닌 채 빠른 걸음으로 리안을 따랐다.

“일단 오늘은 알베찰 요새에서 묵고 간다!!”

한나절 정도 행군하니 요새에 당도할 수 있었다.

요새는 아무런 저항 없이 리안과 그 병사들을 맞아들었다.

그럴 것이 두 형제가 사신으로 갈 때 당연히 알베찰 요새를 지나야 했고. 그때 어느 정도 설명이 끝났다.

요새는 중립을 지키고 있었기에 두 형제 중 한 명의 병력만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이렇게 사이좋게 함께 요새로 진입을 하니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도련님. 알베찰 요새의 책임자 주가다 남작입니다.”

요새의 지휘관은 리안을 성문에서부터 맞았다.

리안에게 도련님이란 호칭을 쓰는 걸 봐서 리안이 빙의하기 전 만나 본 사이인 것 같다.

“수고가 많아요. 주가다 남작.”

“제게 주어진 본분이기도 합니다.”

각진 얼굴에 진한 눈썹을 가진 중년 남성.

리안의 기억으로는 아트로네 백작가에서 그나마 쓸만한 초반 무장이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능하며, 멘탈이 강해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한 곳을 지키는 나름 준수한 지휘관이다.

다만, 그래서 가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워낙 맨탈 갑이라서 그런지 정말 죽음으로 위치를 사수하는 고지식함을 보이기도 했다.

어딘가 세워 놓고 시간을 벌기는 좋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 주지 않으면 어느 순간 녹아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전장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데요.”

“따라오시죠.”

주가다 남작은 알베찰 요새의 중심에 오뚝 솟아있는 탑으로 안내했다.

이것이 이 요새의 가장 특이한 점.

요새 자체가 높은 곳에 위치했음에도 또 탑을 쌓아 주변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치 남산타워 같다고 할까.

“오오.”

탑의 한쪽에는 아주 무식하게 생겨 먹은 철판이 있었다.

철판에는 네 개의 사슬이 달려 있었는데,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빠르게 위로 당겨져 올라갔다.

이 세계의 승강기라고 해야 하나.

당연히 양산형은 아니고 고대의 신비로 작동을 했다.

양산형은 속도가 1/1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거의 관람차 수준이랄까.

탈칵탈칵!

고대의 승강기는 생각보다 훨씬 속도가 빨랐다.

체감속도도 상당했는데, 리안이 살던 세계의 승강기와 달리 바닥 빼고는 다 뚫려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 잡을 곳도 없었다.

자칫하다간 벽에 쓸려 버릴 수도 있고 ‘ㄷ’ 형태로 탑에 박혀 있는 형태라 한쪽은 뻥 뚫려 밖이 훤히 보였다.

원래라면 오금이 저렸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리안은 있던 고소공포증까지 사라진 상태였다.

그럴 것이 바람의 정령과 계약을 한 상태이기 때문.

“크흐흐흐흠······.”

탑의 꼭대기에 도착하자 리안의 옆에 서 있던 세바스가 살짝 휘청거렸다.

중견급 대전사조차도 질려 버리게 만들 정도로 훌륭한 놀이기구다.

“우와와앗! 도련님. 대박이에요. 한 번만 더 타면 안 돼요?”

다만, 샤로트는 처음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승강기 위에서 깡총깡총 뛰기까지 했다.

“큼. 뛰지 마. 뛰지 마세요. 샤로트.”

세바스는 다급히 방방거리는 샤로트의 어깨를 잡아 눌렸다.

저 기분 리안도 알 것 같았다.

어렸을 적 승강기에서 친구와 함께 탔다가 방방 뛰는 걸보고 기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명치를 세게 갈기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고 해야 하나.

“주가다 남작님.”

“네. 도련님.”

리안이 그를 부르자 정중히 답했다.

“몇 번 더 태워 주세요. 이 아이만.”

“도련님의 시녀인 샤로트였나요? 안 본 사이에 많이 컸습니다.”

“뭐. 많이 크긴 했죠.”

솔직히 샤로트가 보기엔 저래도 어딜 가도 대우받을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을 내보이면 미래 가치까지 계산해서 봉토와 함께 백작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다.

그만큼 샤로트의 나이대에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

안목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들은 샤로트가 미래에 소드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할 것이다.

“오오. 감사해욧.”

다른 이들은 내렸는데, 승강기를 조종하는 마법사와 샤로트는 승강기에 남았다.

또르르르르~!

곧장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찔하게 떨어져 내려갔다.

자이로 드롭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걸 본 세바스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훨씬 더 빠르리라 예상해 본다.

“흐리아 민도 좋아할 것 같은데.”

오히려 샤로트보다 더 즐기지 않을까 싶다.

“저기 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군요. 참으로 대단한 배입니다. 도련님.”

알베찰 요새를 가진다는 것은 이 주변을 통제한다는 뜻과 같다.

골짜기 골짜기를 돌아서 고잉미샤호가 천천히 요새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아저씨. 두 형제가 싸우는 걸 매일 구경했겠네.’

정말 이곳에 있으면 부처님 손바닥처럼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두 형제가 싸우던 전쟁터는 물론이고. 토몬드와 오스라거가 싸우는 전장도 훤했다.

여기에 멀리 볼 수 있는 마도구를 사용하면 마치 신이 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으리라.

“두 백작가의 싸움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죠?”

“토몬드 백작가가 조금 더 유리합니다.”

“그렇군요. 그보다 이 동네 이름들이 참······.”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은 아일리 섬의 백작가였다.

끝에 ‘몬드’를 붙이는 곳이 많았는데, 아몬드는 아니였고. 몬드는 상류 사회란 뜻을 가진 고대어였다.

스스로 높다 가문임을 PR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름을 유행처럼 그리 지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몬드’이름으로 살아남은 곳은.

봉기가 일어난 데스‘몬드’.

큰 외사촌의 외가인 토‘몬드’.

부선장의 고향인 올‘몬드.’가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더 고대로 올라가면, 데스, 토, 올이라 불리던 귀족가였단 말이었다.

거기에 평민들과 차별을 두기 위에 ‘몬드’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인 것이고.

“몬드가 들어 있는 귀족 가문들은 전통이 깊죠.”

“흥. 그럼 뭐 합니까. 지고왕과 알바 왕국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그 옛 영광을 버리지 못하고 망령인 드루이드까지 날뛰네요.”

“드루이드라니.”

“데스몬드가에서 봉기가 일어난 실질적인 이유랄까요. 내가 이 땅의 총사령관으로 오게 된 이유입니다.”

리안이 팔짱을 끼며 두 백작가의 전장터를 유유히 살폈다.

그 모습을 본 주가다 남작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짜로 큰 것은 샤로트가 아니라 도련님이셨군요. 아니면 원래부터 용이셨는데 제 안목이 낮아 알아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주가다 남작이 예를 갖춰 존경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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