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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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소년은 떨지 않고 있었다.
사격 실력뿐만 아니라 담도 컸다.
“머스캣 초기형인가?”
지금 마총이라 불리는 것은 대부분 훗날 휘어진 총이란 뜻을 가진 아르케부스라 불리는 총이다.
다만 이 아르케부스가 대기사나 중갑옷을 입은 기사에게 유효타를 내기 위해선 근거리 사격을 해야 한다.
여전히 대기사가 아닌 일반 기사들이 오토호스를 타고 활약을 할 수 있는 이유이고.
“신기하게 생겼네.”
이를 보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머스캣이라 불리는 마총으로 무겁고 길고 큰 총을 뜻했다.
중거리에서도 대기사와 중갑 기사를 견제할 수 있으며 유효 사거리도 훨씬 길었다.
다만 워낙 무거워 포크라 불리는 거치대를 소지하고 다녀야 했다.
“사냥꾼인 저희 아버지께서 개조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는 어디에 있지?”
“돌아가셨습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 총을 사 줄 테니. 이 총은 내가 가져도 되겠나?”
“각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저 또한 각하께서 살려 주신 몸.”
이 마을은 예전에 리안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아기 상으로 인해 멸망하기 직전이었다.
거기다 음식에 약간의 돈도 쥐여 줘서 생존을 보장받았다.
오늘 토라 남작가에서 병사를 보내기 전까지 말이다.
“그럼 네 목숨도 내게 맡길 수 있겠느냐.”
“각하를 모시는 일은 대대손손 영광일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병사 몇 명을 저격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기사가 있었음에도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은 거리가 제법 있었다는 말.
아마도 위치 선정 능력까지.
아버지에게 사냥 기술을 제대로 배운 듯 보인다.
“이름이 뭐지?”
“마세르입니다.”
“좋다. 마세르. 너는 이제부터 내 배의 선원이다. 세바스 아저씨.”
“네. 선장님.”
“데려가서 챙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세바스가 소년을 데리고 배로 갔다.
옷가지들과 새로운 마총을 줄 것이다.
“생각보다 가볍네?”
리안은 소년이 두고 간 총을 들어 올렸다.
아마 소년의 아버지는 사냥꾼이 아니라 마도 공학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연이 있어 이 마을까지 흘러들어 왔겠지.
‘스토리에는 없던 녀석이야.’
저격수는 매우 희귀하다.
그럴 것이 마총병은 평민들의 직종이었고. 운 좋게 각성이라도 하게 되면 마총을 버리고 기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
‘어쩌면 기사가 되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죽었을 것이다.
이 마을 자체가 리안이 아니었다면, 봄의 아기 상에 의해서 모두 죽었을 테니.
“기관장 누님~~!!!”
리안이 배 난간에 기대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헤르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배에서 내려 리안에게로 다가왔다.
“그 총을 뜯어 보란 거야?”
“네. 앞으로 머스캣의 시대가 올 거예요. 이 총은 아무리 봐도 한 세대를 앞선 물건인 것 같은데.”
“흠. 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벼워. 이 정도 크기의 물건은 가볍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장점이지. 발사가 된다면 말이야.”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여기 증거들이 있으니.”
마총에 맞아 죽은 병사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좋아. 뜯어 보고 말해 주지.”
“이왕이면 대량 생산이 가능할 수 있게 역설계도 부탁드릴게요.”
헤르미는 마총을 짊어지고 고잉미샤호로 떠났다.
걸음이 빠른 걸 봐선 그녀도 마총이 궁금한 모양.
‘거치대가 필요 없는 머스캣이라… 저건 혁명이야.’
중반부를 한참이나 지나서 그런 마총이 나온다.
그때부터는 마총이 전쟁의 중심이 된다.
기사들조차도 핸드 캐논으로 무장을 하고 다닐 정도.
바야흐로 총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아아. 마을 사람들~”
대충 정리가 되자 리안이 외쳤다.
“보아하니 지금 이 땅의 영주가 영 시원찮은 것 같은데, 소개할 사람이 있다.”
리안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바로바로. 트라몰 남작!!”
리안이 두 팔 벌려 부선장을 소개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덕 가짜 영주인 토라 남작을 몰아내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트라몰 남작이 돌아왔다. 자~ 박수!”
마을 사람들은 얼떨결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만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장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내전을 뜻했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기 뒤에 보이는가?”
그제야 대규모의 선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올몬드 백작령 자체를 해방할 것이다. 지금 이 땅을 점거하고 있는 놈들은 자격이 없는 놈들이다.”
리안은 돈주머니를 꺼내 촌장에게 던졌다.
“이… 이것은.”
“활동비다. 그대들은 옛 올몬드의 땅을 돌아다니며 알려라. 주인이 돌아왔음을.”
“아… 알겠습니다. 레온 백작 만세! 트라몰 남작 만세!!!”
촌장이 즉시 외쳤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리안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미 토라 남작에게 이 마을은 찍힌 상황.
리안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명으로 나눠서 빨리 채비해서 떠나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추슬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휘이이이익!!! 쿵!!
때마침 해적왕도 리안의 옆으로 날아왔다.
그의 배는 해안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단번에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다.
역시 소드마스터는 괴물 그 자체였다.
“벌써 마을 하나를 점령한 건가? 마을 사람들이 꽤 호의적이던데.”
“지지 세력입니다.”
“호오~ 그럼 훨씬 쉬워지겠군.”
힘없는 명분은 공허한 메아리지만, 힘이 있을 때 명분은 무기가 된다.
이곳 주민들의 지지가 있다면, 침략이 아니라 반란이 되며, 그것은 내전을 뜻한다.
침략이라면 주변 백작가들이 서로 똘똘 뭉치겠지만, 내전이라면 막대한 비용을 주고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미 해적왕이 용병으로 참전한 것만으로 일개 백작가가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외할아부지.”
“오냐.”
“참관인이 되어 주세요. 여차하면 부선장 아저씨를 봉신으로 삼아도 좋아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아트로네 백작은 아일리 섬의 전통 귀족.
참관인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으며, 여차하면 부선장을 봉신으로 삼아 버릴 수도 있다.
그리되면 아일리 섬 자체의 내전이 성립된다.
“일단 올몬드 백작령을 수복하세요.”
웃긴 것은 부선장이 아트로네 백작에게 복속해도. 올몬드 백작령을 먹는 순간 자동으로 독립하게 된다.
“만약 외부 다른 백작가에서 개입하면 곧장 응징해 주고요.”
“잉글슨 국왕은 어떻게 하려고?”
해적왕이 조금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아무리 그가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국이나 다름없는 잉글슨 왕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적당히 숙이면 간섭하지 못해요. 이제 곧 육지에서도 전쟁이 벌어질 거니까.”
“음? 그럴 여력이 된다고?”
“노르망 지역에서 마나석 광산이 발견되었거든요.”
마나석은 부유선부터 작은 마도구까지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다.
리안이 온 세계에서의 석유랄까.
“거참. 시기 한번 기가 막히는군.”
“그러게요.”
리안은 그저 살짝 웃음만 지어 보였다.
원인이 자신이란 걸 말해 줘도 믿지 못할 테니.
원래 두 나라는 싸움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리안으로 인해 군비를 훨씬 증가시킨 상태다.
“아. 부선장 아저씨는 잠깐 나 좀 봐요.”
“음?!”
리안은 부선장을 데리고 슬쩍 한쪽으로 갔다.
“토라 남작가 저택 우물 안을 살펴보면 금속으로 된 잔이 나올 거예요. 그것 좀 챙겨 놓으세요.”
“거참.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나도 모르는 걸.”
“그러게요.”
이 또한 설명할 방법이 없는 리안은 싱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고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밖에.
“자. 그럼. 건투를 빌어요.”
리안이 손을 흔들며 고잉미샤호로 갔다.
“꼬마. 넌 가지 않는 건가?”
“잉글슨 국왕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요. 그리고 가서 이 영지전의 정당성을 확보해야죠.”
“그렇군.”
해적왕과 아트로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선장이 자신의 영지를 찾는 것은 조금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부선장의 상위령은 올몬드 백작가였고.
오래전 잉글슨이 아일리 섬을 대상으로 복속 전쟁을 펼쳤을 때 끝까지 저항했던 가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지워졌고. 지금 올몬드 백작가의 영지는 잉글슨의 귀족이 소유한 상태.
“자칫. 잉글슨에 대한 반기로 여겨지면 곤란하니까요.”
아무리 스랑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 해도 아일리 섬은 일글슨에게 중요한 곳이다.
자칫 스랑 제국과의 전쟁을 포기해서라도 조기 진압을 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럼~!”
리안은 그대로 고잉미샤호에 올랐고 잉글슨 왕국의 수도로 향했다.
* * *
잉글슨 왕국의 궁전.
리안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국왕에게 전해졌다.
“생각보다 조금 늦었군. 곧장 올 줄 알았는데.”
“중간에 보급 및 정비를 하느라 늦었다고 합니다.”
“정비?”
“레온 백작의 배의 기항지가 해적 섬입니다.”
기항지로 그곳을 정했기에 그곳 정비창에는 고잉미샤호의 정비를 위한 부품을 미리 구비해 놓은 상태다.
신형 전함이라 완전히 정비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부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곧장 이곳으로 들르지 않은 것이었군.”
나름 납득이 되는 이야기다.
고잉미샤호는 해전 이후 네르데르를 거쳐 신센롬 제국으로 들어갔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와중 슐 지역에서 난장판을 피운 것이 뒤늦게 첩보로 알려졌다.
이후 중해와 서해를 통해 브루타뉴 공국으로 들어갔으니 제대로 정비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거참. 그놈은 정체가 뭐지? 명예 성직자인 것도 사실이라던가?”
“그렇습니다. 교황청에 확인을 한 상태입니다.”
리안을 놓친 터라 교황청은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렇다고 뒤늦게 적대를 하자니 위신이 서지 않았다.
명예 성직자까지 임명을 해 놓은 상태라 겉으로는 리안과 친한 척을 해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렸기에 그 깐깐한 교황청이 명예 성직자 직을 내렸지? 지금은 딱히 오스 대제국과 성전을 치르고 있는 중도 아닌데. 신센롬 제국의 입김이라도 들어간 건가?”
국왕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
“그게… 튀니스 항구를 완전히 제압하고 성물을… 대피라미드 왕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스랑 제국에 모든 정보력을 쏟던 잉글슨 왕국은 리안의 등장으로 급히 정보를 모았다.
다행인 것은 스랑 제국이 이미 수집한 정보들이 있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취합이 가능했다.
“후… 미치겠군.”
잉글슨의 국왕은 한숨을 쉬었다.
늑대 새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자 새끼였다.
아니. 나이만 어릴 뿐이지 이미 사자나 다름이 없었다.
신센롬 제국에 공주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센롬 제국의 부마가 된 것은 확정이고… 이벨 왕국도 문제야.”
리안의 재능을 알아차렸는지 두 나라가 공주까지 내어 주며 침을 발라 버렸다.
“아쉬워. 아쉽게 되었어.”
율 대륙은 전쟁터가 되었고. 구도상 잉글슨 왕국은 신센롬 제국과 가상 적국이 되었다.
이미 로이센 왕국을 지원하는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동쪽 끝에 있는 거대한 나라인 슬라브 왕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전쟁에 참전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수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 역량이 무서울 정도야. 신센롬 제국에 가서 장군이 된다면 골치 아프겠어.”
그나마 자체 세력이 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리안의 영지는 브루타뉴 공국의 별 볼 일 없는 변방 백작령에 불과하다.
이벨 왕국에게도 땅을 받긴 했지만, 그 땅도 신대륙에 있으며 생산성도 낮은 데다가 매우 불안 요소가 많은 곳이다.
“전하. 레온 백작이 궁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접견실로 데려오거라.”
국왕은 어떻게 리안을 묶어 놓을지 고민을 했다.
강제로 잡아뒀다간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어디 봉토라도 주며 회유를 해 볼까 생각을 했다.
“레온 백작 입장합니다.”
시종이 조용히 말했고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익!
접견실의 문이 열리고 리안이 들어왔다.
‘대전에서 압박을 할 줄 알았더니.’
리안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시종 한 명과 대신 한 명이 전부이니 독대나 다름이 없다.
거기다 접견실 중 작은 곳이라 사적으로 만나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설마 공주라도 줄 생각인가?’
아마도 지금쯤이면 자신에 대한 정보 대부분을 입수했을 것이다.
거기다 마맨 백작령이란 매우 중요 곳을 점유 중인 상태.
“어서 오게. 레온 백작. 그대가 우리 잉글슨 왕국에 기여한 것이 매우 커.”
일단 칭찬부터 박고 보는 잉글슨 국왕이었다.
아마 이전 해전에서의 공을 인정해 명예 작위라도 내릴 요량인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