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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31화 (131/253)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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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롬 제국의 여제에게서 받아 온 식물은 많이 자라 있었다.

독왕 형제들에게 맡겨 놨더니 열매까지 맺게 만든 것이다.

‘이쪽으로는 최상급이네.’

전설의 식물 <만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물이라 키우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다.

그걸 신물의 도움 없이 해낸 것이다.

“곧 땅에 옮겨 심을 예정이니까 준비해 두고.”

“드디어 이 녀석에게서 해방이네요.”

확실히 손이 많이 가긴 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손이 그다지 가지 않을 것이다.

만가가 자라기 딱 좋은 환경에 옮겨심을 예정이니.

“이건 내가 가져가지.”

“정말 괜찮을까요? 미완성인데…….”

독왕 형제들이 뭔가를 상상하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리안은 그런 그들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맛을 제외하면 완성된 녀석이야.”

리안은 어차피 자신이 먹을 것이 아니기에 상관없다는 표정.

“만찬 대접하러 가 볼까나.”

리안은 곧장 아지트로 향했다.

아지트는 해적왕의 손자가 쓰던 별장으로 전망이 매우 좋았다.

특히 별실에서 해적섬을 내려다 보는 풍경은 끝내 줬다.

“아니. 이제 그만 좀 합시다. 영감님!!”

“이런 예의 없는 놈! 각하라 부르거라.”

“아이고. 허구한 날 싸움을 거시는데 이 정도면 대접을 많이 해 드린 겁니다!!”

별실에 들어가니 두 사람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둘 모두 무기를 뽑아 들고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트로네 백작이 부선장에게 달려든 것이다.

“보기 좋네요.”

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별채에 들어갔다.

“꼬맹이! 이게 보기 좋은 것처럼 보이냐?! 제발 너희 외할아버지 좀 어떻게 말려 봐라.”

“급하셔서 그런 거니 이해 좀 해 줘요.”

나이가 들면 몸이 쇠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다만 이걸 역행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

바로 경지를 올리는 것.

아트로네 백작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몸이 노쇠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적수를 만났다 생각하니 저리 덤비는 것이고.

“이리들 오세요. 수련을 하는 건 좋은데, 끼니는 거르면 안 되죠.”

“음… 그래. 내 외손주가 챙겨 주는 식사이니 거르면 안 되지.”

아트로네 백작이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앉았고.

부선장도 배가 고픈지 잔말하지 않고 반대쪽에 앉았다.

두 사람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라도 들었는지 서로 서스럼없었다.

“쿠커 아저씨!”

“…….”

리안이 부르자 쿠커가 커다란 접시를 들고 왔다.

접시 위에는 딱 맞는 금속 뚜껑이 덮여 있었다.

“음. 기대되는구나. 해적 섬의 별미라니.”

두 사람은 대련을 하느라 허기가 많이 졌을 것이다.

상당히 기대를 하는 눈치.

츠릉~!

접시의 뚜껑이 열리자 두 사람의 반응은.

“아니…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이런 무식한 놈! 이건 에피타이저라는 것이다. 역시 내 외손주다. 격식이 있어!”

“누가 격식이 있다고요?!! 설마 우리 선장을 말하는 건 아니죠?”

리안이 준비한 음식을 보고 두 사람이 다시 틱틱거렸다.

그럴 것이 커다란 접시엔 초라하게도 엄지손톱만 한 덩어리가 단 두 개뿐이었다.

모양도 상당히 볼품이 없었다.

“일단 드세요.”

리안도 뻘쭘한지 권하기만 했다.

먼저 포크를 든 것은 당연히 아트로네 백작.

호롭!

그는 단숨에 입안으로 넣었고… 표정이…….

“영감님. 왜 그러쇼. 표정을 보아하니 많이 놀란 모양인데. 크하하하. 우리 배의 요리장이 한 솜씨를 하긴 하지.”

부선장은 콧대가 살았는지 웃으며 허겁지겁 포크를 집어 들었다.

아트로네 백작의 표정을 보아하니 맛이 궁금했던 모양.

호롭!

그걸 입에 넣은 부선장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했다.

꾸읍으흐흐흡!!!!

흛헵홀로헤레렙!!

두 사람은 끙끙대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으으으… 지독한 향입니다. 선장님.”

요리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표정만 봐도 비위가 많이 상한 모양.

“그런데… 왜 뱉지 않는 거죠?”

“뱉을 수 없을 거예요. 입에 넣는 순간 살살 녹으며 흡수되려는 성질 때문에 입조차 벌리는 게 힘들 거예요.”

만든 건 독왕 형제들이지만, 의뢰를 한 것은 리안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효과는 좋은데, 맛이 문제다.

앞으로 개량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서… 선장. 내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이렇게 독살을…….”

“리… 리안아… 내… 영지가… 탐이… 났던 게냐…….”

조금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바닥을 구르며 리안에게 한 소리씩 했다.

“에효. 이제 좀 살 만들 하신가 보네요. 맛은 무시하고 집중해요. 열매 종류가 다양해서 다시 열리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

“그거 둘도 없는 영약이에요. 딱 중견급 대전사 맞춤형으로다가. 돈 줘도 못 구하는 거니 빨리 흡수나 하세요.”

그 말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확실히 이런 영약은 먹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환상의 나무 만가 열매예요.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전설로 알려진.”

전설이니 환상이니 해도 아주 희귀한 나무는 아니다.

가끔 고산 지대에서 발견되는 나무였는데, 이 나무가 그 환상의 만가 나무인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승이 끊겨 버린 것이다.

만가는 고산지대에서 태어나 사람이 저지대에 옮겨 심어 줘야 한다.

거기에 바닷바람을 맞아야 하며, 온도와 습도도 맞아 떨어져야 했다.

모종을 구하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더 힘든 것이 바로 이 나무였다.

휘이이이이잉~!! 덜컹!! 덜컹!!!

바람이 불어닥치며 창문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난리 부르스를 췄다.

중견급 대전사가 둘씩이나 각성을 시작한 것이다.

“헙!!!”

요리장 쿠커는 진귀한 장면에 헛숨을 들이켰다.

‘내… 내거는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예전 철갑상어를 먹고 2차 각성을 한 샤로트를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그런데, 이번엔 무려 3차 각성이었다.

쿵! 쿠궁! 쿵쿵!!!

창문뿐만 아니라 문들도 지랄이었다.

그 소리에 본관에 머물고 있던 선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별관으로 몰려왔다.

“허어어어…….”

모두들 이 광경을 보고 얼어붙었다.

마나 유저만 되어도 각성 중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공기 중의 마나 유동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따로 먹일걸 그랬나.”

한 공간에서 두 명이 각성을 하니 엉망진창이긴 했다.

그래도 둘 다 경지가 낮지 않은 터라 희한하게도 충돌 없이 순환했다.

“크허허헙!!”

“후허허헙!!!”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번쩍 뜬 눈에서 현기가 느껴졌다.

‘산적처럼 생긴 사람이 도인처럼 보이네.’

부선장의 분위기도 아주 잠깐이지만 바뀌었다.

저런 진지한 느낌은 평소에 잘 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상급 대기사에 오르다니…….”

침묵을 지키는 부선장과 달리 아트로네 백작은 뺨에는 감격의 눈물 한 방울이 도르르 타고 내린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

그럴 것이 두 손자가 조금씩 하자가 있으니 쉽게 계승을 하지 못했으리.

“선장. 이거 진짜야?”

뒤늦게 황당한 표정을 짓는 부선장.

급기야 리안에게 미심쩍은 눈초리를 쏘아 보냈다.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모양.

일시적으로 각성을 시켜 주고 다시 원래의 경지로 돌아가지 않을까 불안한 눈빛도 함께 보였다.

“괜히 전설의 나무가 아니죠.”

두 사람은 잠시나마 환상을 보았을 것이다.

마치 만화 영화와 같은.

보통 영약이라 함은 마나나 오러를 채워 주는데, 이것은 거기에 더해서 환상과 함께 모자란 경험을 보여 준다.

“깨달음은 지워지지 않아요. 갈무리나 잘해요.”

“저… 정말이더냐.”

아트로네 백작이 다급히 물었다.

“저는 딱히 외할아버지의 영지를 탐나지 않아요.”

“그… 그게. 미안하다. 워낙 맛이 개판이라… 독살이라도 하는 줄 알았단다.”

게임에서의 설명으로는 완벽하게 만들지 못하면, 죽음의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나.

물론 잘 만든다면 천상의 맛을 보게 될 거라고 했는데…….

“몇 년 동안 지옥에서 악마들과 싸운 느낌이야. 휴~”

부선장이 그 맛과 환상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게임에서도 저걸 먹은 사람이 그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라고요.”

리안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도대체 우리에게 뭘 먹인 거냐?”

“말했잖아요. 환상의 나무 만가의 열매를 잘 조제해서…….”

“더 없는 것이냐?”

“있어도 10년 동안 복용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예요. 깨달을 만한 게 있어야 뭔가 보여 주죠.”

부족한 것을 보여 주며 깨달음으로 유도하는 것인데, 지금 이들은 상급 초입이다.

뭔가 더 보여 줘도 깨닫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군.”

아트로네 백작이 살짝 입맛을 다셨다.

당연히 무인으로서 욕심이 날 만할 것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사기다.

“전 보름 동안 어디 좀 다녀올 테니 두 사람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세요.”

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감님.”

“웬일이냐. 네놈이 먼저 들이대고.”

상급에 오른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무기를 들었다.

새로 얻은 힘에 적응하려면 대련만큼 좋은 게 없을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요~”

리안이 문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인사를 했지만.

챙!!! 그그그극!!

두 사람의 무기는 이미 부딪힌 뒤였다.

“에효~!”

도대체 칼질을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리안.

그럴 것이 리안은 검술에 소질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도 죽지 않기 위해 경지를 높이긴 해야 할 것 같다.

“세바스 아저씨~!”

“네. 선장님!”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하고 부두로 갑니다. 잠시 마실 좀 다녀오죠.”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리안은 세바스에게 출항 준비를 시켰다.

부선장이 공석인 까닥이다.

츠츠츠츠츠!!!

출항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 아기 상어~ 이런 밤중에 출항이라고? 딸꾹~!”

기관장 헤르미가 호출되어서 고잉미샤호로 왔다.

양쪽에는 창남, 창녀를 끼고 있는 상태였다.

팅~!

그녀는 그들에게 동전을 튕겨 주며 보냈고. 즉시 배에 올랐었다.

“꼭 나됴 가아야아하느은 궤야?!!”

술에 취해 업혀 오는 사람도 하나 있었다.

“해도를 업데이트해야 하니까. 항법사 아저씨도 당연히 가야죠.”

“고뤠~~?!”

“도대체 얼마나 드신 거예요?”

“간만훼. 많이 먹긴 했지. 흑맥쥬 투 찬!!”

술도 못하는 양반이 오늘은 기분을 좀 낸 모양이다.

그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율 대륙을 일주하다시피 했으니 쌓인 스트레스가 심하긴 할 거다.

“저기 대충 눕혀요.”

“쿠헤헤헤~!”

선원들은 항법사를 선교 바닥에 아무렇게 내팽개쳤다.

그들도 술을 먹다 호출을 당한 거라 볼이 빵빵했다.

“자자~! 그럼. 출항~!”

리안은 곧장 조종구를 꺾었다.

촤아아아아~!

고잉미샤호는 빠르게 서남쪽을 향해 움직였다.

“아뉘… 어디서 비릿한. 우에에엑!!”

얼마 지나지 않아 항법사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것은 선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잉미샤호의 곳곳에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러고 보니… 저건 뭡니까?! 선장님.”

“이번만 다들 참아요. 급한 대로 챙겨 온 거니까. 앞으로는 어선이 직접 운반해 줄 거예요.”

통 안에는 검은 물고기가 잔뜩 실려 있었다.

“으웨에에엑!!”

선원들은 때아닌 뱃멀미를 하고 있었다.

죽은 지 오래되지 않은 검은 물고기들이었지만, 한 달을 썩힌 물고기 같았다.

“흡! 흐으읍!! 흐으읍!!”

범인인 리안은 겨우겨우 참으며 계속 조타를 했다.

“흐아아…!! 술이 다 깨는 구만.”

항법사가 얼마 가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마침 잘 일어났어요. 위도랑 경도 좀 봐줘요. 목적지는…….”

리안이 알고 있는 섬의 위치를 불러 줬다.

항법사가 술에 취해 있었기에 대충 감으로 가고 있었다.

워낙 많이 가던 섬이라 감각만으로도 대충 방향을 때려 맞출 수 있었다.

“음? 거기… 소용돌이 섬 아니야?”

“아는 곳이에요?”

“서해에서 활동하는 뱃사람 중에 그 섬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뱃사람이 아니라 리안은 잘 모르겠다. 다만.

“잘되었네요. 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주세요.”

“거긴 또 뭐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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