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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30화 (130/253)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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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왕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그럴 것이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배신으로 부하들의 목숨까지 잃을 뻔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백병전에 능한 용병을 고용하고 싶어요.”

“얼마만큼이나?”

“제가 끌고 온 배에 가득 찰 만큼이요.”

해적왕이 한쪽 벽면으로 걸어가 창문을 열였다.

철컥.

작은 창문으로 반짝이는 항구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제법 큰 배로군. 대충 800명은 들어가겠군?”

“네. 가능할까요?”

“음…….”

800명 정도의 해적을 고용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해적선 한 척에 대략 3~500명의 인원을 운용하며, 해적의 특성상 거의 절반이 백병전 요원이니.

“백병전을 언급하는 걸 봐선 육지에서 싸울 생각이군?”

“네.”

아일리 섬이 혼란한 틈을 타 올몬드 백작령을 떨어뜨릴 생각이다.

이미 구 올몬드 백작령의 인장이 위에 인접한 오스라거 백작령에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거다.

두 백작가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을 것이고.

“후후후. 해전도 끝났겠다. 일거리도 별로 없으니 파격적으로 할인을 해 주지.”

“그래도 여윳돈이 별로 없는데…….”

리안은 아트로네 백작가에서 발견한 고블린 던전의 돈으로 용병비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지금 해적 섬에 있는 놈들도 돈이 급해. 잉글슨이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있거든.”

“아…….”

계약금은 받았지만, 논공행상은 미뤄지고 있다.

그럴 것이 해전은 끝난 거나 다름이 없지만, 육전으로 번지기 일보 직전.

잉글슨의 국왕은 전비를 늘리고 있다.

어떤 이는 스랑 제국이란 거대한 국가와 전쟁을 하는 잉글슨이 파산할지도 모른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기도 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해적들이 많군요.”

해적들이 어떤 자들인데, 어떻게 해서든 잔금을 받아내기는 할 것이다.

잉글슨의 해안 도시들을 약탈해서라도.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해전으로 인해 망가진 배들을 수리하는 데만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원들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대충 먹여 주고 재워 주고만 해. 고용비는 내가 감당하지.”

역시 해적왕답게 통이 컸다.

‘무슨. 해적판 뉴딜 정책도 아니고…….’

해적왕은 놀고먹고 있는 해적 섬의 거의 모든 선원들을 고용할 생각인 것이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랫동안 해적왕을 해 먹은 터라 보물 창고엔 돈이 썩어나지 않을까?

“그 정도는 어찌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대충 머리를 굴려보았다.

해적 섬의 해적들 대부분을 고용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꿍쳐 둔 돈이 많나 보군. 하하하.”

해적왕이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따로 계약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어차피 해적끼리의 이야기.

지금 내미는 저 손을 잡는 순간 계약 성립이 된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솥뚜껑만 한 해적왕의 손을 고사리 같은 리안의 손이 덥석 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트로네 백작은 기겁을 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

해적 섬의 규모는 아트로네 백작도 대충 알고 있었다.

들락날락하는 해적들을 제외하고 거의 상시 100척에 가까운 배들이 정박하는 곳.

작은 규모의 해적선도 100명이 넘는 승무원을 태운다.

그중 절반 정도가 전투원이니 작은 배의 기준으로 잡아도 5,000명의 전투 부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해적 선장들 중 대전사도 적지 않아…….’

300명급 해적선의 선장들은 거의 대전사라 보면 되었다.

적게 잡아서 절반인 150명이 전투원이라 치면 중대장이 대전사인 것이 된다.

‘총력전에서나 볼 법한 전력이다…….’

이런 해적 섬 전체가 동원된다면, 정말 국가 단위의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질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총력전에는 징집병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오롯이 전투로 밥을 먹고 사는 자들.

“그럼 보름 후 뵙겠습니다.”

“그 안에 준비를 끝내 놓지.”

해적왕의 방에서 나온 리안.

따라 나온 아트로네 백작은 급히 리안을 불렀다.

“설마. 아일리 섬을 집어삼킬 작정이더냐?”

만 단위의 질 높은 병력.

충분히 아일리 섬을 집어삼키고도 남을 것이다.

“설마요. 잉글슨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미친 짓이에요.”

잉글슨 왕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그들은 절대로 아일리 섬이 독립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리된다면, 지금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업들을 보류 혹은 중지하고 아일리 섬에 집중하면?

“하긴… 잉글슨은 무서운 나라다.”

잉글슨 왕국의 본토는 작은 섬나라지만, 그들은 이미 율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강국이다.

해외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돈으로 막강한 국부를 지니고 있다.

앞서 말했듯 각종 사업을 포기하고 그걸 군비로 돌린다면 상상하기도 힘들어진다.

아일리 섬은 그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래도 세 개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싶어요.”

“세 개? 잉글슨 왕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명분이 필요할 텐데…….”

세 개를 먹는 것만으로도 잉글슨 왕국을 자극하는 일이겠지만, 무력을 써서 누르진 않을 거다.

곧 있으면 스랑 제국과 육지에서 피 터지게 싸우게 될 테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아일리 섬이 어수선하다고.”

도대체 뭐가 어수선하다는 것일까?

분명 아트로네 백작이 잉글슨 왕국의 수도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평화롭다 못해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설마 자신의 외손주들이 사고를 쳤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요. 식사 시간이 다 지났네. 해적 섬에 왔으니 검은 물고기 요리도 먹어 봐야죠.”

“그걸 먹는다고?”

참고로 해적 섬의 주변은 검은 바다다.

사는 물고기라고는 대부분 사람이 먹기 힘든 검은 물고기.

자원적인 가치도 없어 방치된 것이 해적 섬이었다.

“앞으로 먹을 수 있게 될 거예요. 특별히 오늘 저녁 외할아버지와 부선장님을 위해 제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드릴게요.”

“거참.”

* * *

음지인 해적 섬 중에서도 음지.

비릿한 냄새로 인해 해적들조차도 외면하는 곳.

해적 섬 한구석에 있는 작은 판자촌.

끼릭! 끼릭!

어두운 얼굴을 한 사람들이 작은 어선에서 분주히 무언가를 옮겼다.

그 정체는 검은색으로 뒤덮여 흉측하게 생긴 물고기.

맛은 물론이고 독성까지 있어서 사람이 먹지 못하는 물고기였다.

우르르르.

그때 판자촌의 입구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고.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조선소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아직 완성을…….”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나서서 말을 걸어왔다.

그도 그다지 행색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화상 때문인지 얼굴이 절반 정도가 일그러져 있었고 부러진 것을 제때 치료받지 못했는지 팔도 뒤틀려 있었다.

“딱히 조선소에서 온 건 아니고요. 물고기 좀 구하러 왔어요.”

그와 대비되게 하얀 피부에 잘생긴 얼굴을 한 소년.

“호… 혹시! 리안 해적단의 선장?!!”

곰곰히 리안을 바라보던 우두머리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해적 섬에서 리안은 유명 인사였다.

“네. 제가 리안이긴 합니다만.”

“아이고. 귀하신 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우두머리와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해적들은 포악하고. 이름있는 해적들은 더더욱 포악하다.

눈만 잘못 마주쳐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을 것이다.

그러다 진짜로 죽기도 했고.

“그래서 고기는 있나요?”

“원… 하시는 만큼 가져가십시오.”

검은 물고기는 가치가 없다.

다만, 이들은 그걸로 먹고사는 자들이다.

아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것들을 쪄서 기름을 만들어 낸다.

질 나쁜 기름이긴 하지만, 조선소에선 그걸 싼값에 사서 배를 하기도 했다.

“내가 다 가져가면, 그대들이 곤란하지 않을까요? 튼실한 놈으로 두 마리만 내어 오세요.”

“알겠습니다!!”

우두머리가 누군가에게 시선을 주자 나무 의족을 한 남자가 급히 어선으로 달려갔다.

“그보다 다들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리안이 쪼그려 앉아 우두머리의 시선과 맞췄다.

“그… 그것이. 지금 해적 섬 전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래도 배 수리를 한다고 기름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아는데.”

“평소보다 가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사실 물고기 기름은 그다지 좋은 재료가 아니라…….”

아쉬운 대로 쓰는 거지 꼭 필요한 재료가 아니다.

해적들은 돌아오는 길에 수리 재료들을 구해서 돌아왔다.

모자라는 것들이나 겨우 여기서 사 갈 뿐.

“먹고살기 갑갑하겠어요.”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도태된 낙오자들일 뿐입니다.”

리안이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가 온전하지 못했다.

해적들이었거나 외부에서 노예로 잡혀 왔다가 건강이 나빠져 버려진 자들.

그 밖에 해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도망쳐 온 자들도 있었다.

“혹시 일자리가 필요하신가요?”

“아이고. 여기 있는 자들 중 쓸 만한 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선장님.”

이곳의 우두머리는 여기 있는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물고기 기름을 짜며 겨우 생활을 연명하고 있는 상태고.

“나는 어부가 필요합니다. 원거리 항해를 할 수 있는.”

그 말에 우두머리가 조심스럽게 리안을 바라봤다.

아주 찰나의 순간 그의 눈이 반짝이는 듯싶었다.

“혹. 어떤 연유로 어부를 원하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작은 섬을 하나 가질까 하는데. 거기서 뭘 만들려고 하거든요. 대량의 검은 물고기가 필요합니다.”

리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두머리.

그럴 것이 검은 물고기는 정말 쓸데없다.

“지금보다 훨씬 풍족한 생활을 보장하죠.”

“…….”

다시 살짝 눈이 반짝이는 우두머리.

“정말 여기 있는 자들 모두를 거둬 주신단 말씀이십니까? 백작 각하!”

역시 우두머리는 보통의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도 몸이 저렇게 되기 전엔 선장이었을 거다.

정보도 어둡지 않은 것이 리안이 백작인 것도 알고 있었다.

“내 영지민들 중 노예는 없습니다.”

“믿겠습니다. 각하!”

황당하게도 몇 마디의 말에 그는 리안의 말을 믿었다.

나름 연륜으로 리안을 판단했으리.

리안에게 속는다 해도 여기의 삶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하! 저희는 원항을 할 배가…….”

“항구 관리인에게 말해 놓겠습니다. 선장.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리안이 손을 내밀었다.

“각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항구에서 보도록 하죠. 제 섬으로 이주할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세요.”

잠시 후 외발의 사내가 두 마리의 커다란 검은 물고기를 들고 나타났고.

리안은 물고기를 건네받고선 판자촌을 떠났다.

“꼬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부선장은 코를 막으며 생선을 들고 있었다.

검은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서도 유독 비린내가 심했다.

“처음 이 바다에 도착했을 때 말했잖아요. 영지가 생겼다고.”

이미 영지가 생겨 버렸지만, 그때는 최초의 영지가 대서양의 작은 섬이 될 거라 생각했다.

대서양은 율 대륙 서쪽 신대륙 사이에 있는 거대한 바다였다.

“거참.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이딴 생선으로.”

“앞으로는 없어서 못 팔 겁니다.”

“이게?”

“제가 가진 특산물 중 하나가 될 거예요.”

자고로 전쟁은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리안에게도 특산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물론 세기바라 남작이 레온 영지에 공장을 세운다면 공업화가 되겠지만, 아직 그것은 먼 이야기.

그 전에 그 공업화를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다.

“단기간에 쭉쭉 뽑아 먹어야죠.”

그 외에도.

‘나도 각성을 해야 하고.’

육전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최소한 자기 자신은 스스로 지킬 무력이 필요했다.

“일단 아지트로 먼저 가 계세요. 외할아버지가 심심해하겠어요.”

“하… 그 영감님. 피곤한데…….”

딱히 수행원도 제대로 데려오지 않은 아트로네 백작이었다.

그래서 부선장에게 자주 대련을 요청했다.

“아마 한동안 원 없이 할 거예요.”

리안은 미소를 띠며 항구의 고잉미샤호로 향했다.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리안이 고잉미샤호에 도착하자 주방장 쿠커가 갑판 위로 튀어 나왔다.

“이것 좀 쪄서 살코기만 발라 주세요.”

“그… 그걸?!! 자살이라도 하려고?”

“에이. 여기 살은 먹을 수 있잖아요.”

검은 물고기라고 해서 무조건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정 부위는 독성이 약해서 먹을 수 있긴 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설사를 하겠지만.

“으… 일단 선장이 시키니까…….”

쿠커는 마지못해 생선을 받아들였다.

똑똑.

리안은 곧장 독왕의 형제에게로 갔다.

그들 형제는 개인실을 받았는데, 작은 방이 마치 연구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어때? 진전은 좀 있어?”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도련님. 죄송합니다.”

형제는 둘 다 리안의 눈치를 살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모양.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맛만 포기하면 돼.”

탁자 위에는 작은 식물 하나와 그 앞에는 형광색을 띄는 가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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