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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23화 (123/253)

123화

##123

100여 명의 병사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쥐어 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비전투병으로 행정이나 보급과 같은 후방 지원에 특화되었으며 전투 경험이 거의 전무했다.

다만.

스르르르!

아군의 전위에는 다수의 대기사들이 있었다.

더군다나 푸제흐 백작가의 최고 실력자라고 불리는 무관장까지 있었다.

“공격!!”

아예 영지의 수장인 푸제흐 백작도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고 오토호스를 탄 채 내달렸다.

투드드드드!!!

그 모습을 본 마맨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병력의 숫자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

자신들이 아무리 길게 늘어져 있다 해도 말이다.

“대… 대전사다!!”

그런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적들의 구성이 조금 이상했다.

오토호스에 탄 대전사의 숫자만 무려 9명.

“우리로는 안 돼!!!”

“지원이 필요해!!”

길게 늘어진 병력으로는 대전사를 막아서기엔 역부족.

대열의 선두에 있는 아군의 고급병력을 불러와야 한다.

최소한 마총병이라도 있어야 대전사를 묶어 놓을 수 있으니.

타다다당!!

물론 행렬의 중간에 마총병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티티팅~!

마총병의 숫자와 맞먹는 대전사들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각종 정령 갑옷의 특성에 튕겨날 뿐.

퍼버버벙!!!

그들의 돌파로 인해 경로에 있던 병사들이 터져나갔다.

대기사가 괜히 전술 무기란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만 있어도 이런 국지전에선 대단한 위력을 지니는데 9기라면…….

“어…?!! 저기 뭐가 공중으로 뜨는데?”

그때 가녀린 체구의 대기사 하나가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이 땅의 주인이신 푸제흐 백작님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그대들에게 죽음을 선언한다!”

차갑지만 가녀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다만, 병사들은 도무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이미 벌어진 전쟁. 이 땅의 주인인 푸제흐 백작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

“탱글 님의 이름으로!”

번쩍!

그녀의 말과 함께 푸른 빛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 빛을 본 베테랑 병사들은 아찔한 느낌을 들었다.

“이… 이건!!”

“뭔데 그럽디까? 조장.”

“빌어먹을. 전쟁의 신 사제다!!!”

“율 대륙에서 자취를 감춘 지가 오래인데…….”

“틀림없어! 이 느낌은…….”

각성자들, 그러니까 기사나 마법사들은 신성력을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일반 병사들은 아니었다.

다만, 감각이나 현상에 대한 지식 등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

“전쟁의 사제가 나타났다!!!”

그녀의 존재만으로 적의 사기가 실시간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죽으면 안 돼. 가이아 님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겁에 질린 병사 하나가 창을 던져버리고는 길이 없는 비탈길로 몸을 던졌다.

방금 전 빛이 닿았던 범위 내에서 죽거나. 전쟁의 사제 근처에서 죽는다면… 그 영혼은 죽어서도 안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냐?!!”

후방에서의 소란이 마맨 백작의 귀에도 들어갔다.

한창 비스 요새에서 나온 병력을 가볍게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전쟁의 사제가 나타났습니다!”

“뭐?! 그놈들 자멸한 거 아니었나……?”

딱히 개의치 않는 마맨 백작이었다.

전쟁의 신 사제들의 전투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많은 자들이다.

직접 전투를 치를 땐 궁지에 몰렸을 때뿐.

“젠장.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었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찰나 뭔가가 떠올랐다.

“잠깐. 전쟁의 신은 홀로 다니지 않을 텐데? 그놈들이 힘을 쓰려면 명분이 있어야 해. 그 말은… 푸제흐 백작이 왔구나!!”

그렇다.

그저 일반적인 전투원으로는 전쟁의 신 사제가 전쟁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의 장기는 광범위 버프.

아군에겐 용기를 적군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뿌리는 자.

다만 매개체인 땅의 주인이나 직계 혈족이 필요했다.

“가자!! 그놈만 잡으면 끝난다!!”

“길이 좁아서… 병력을 돌리기 힘듭니다!”

“됐다. 기사와 마총병들은 나를 따라오고 창병들은 길을 터라!! 비켜!! 비키란 말이다!!”

마맨 백작은 고급 병종만을 대동한 채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반 병사들은 길가로 물러나야 했는데, 이부 구간은 낭떠러지나 심한 비탈길도 있었다.

으아아악!!

성미가 급한 마맨 백작으로 인해 일부 병사들이 떨어져 다치거나 죽었다.

가뜩이나 사방에서 적이 막아서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더더욱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막아라!! 막아!!”

아직 마맨 백작이 도착하지 않은 교전 지역.

그곳은 완전히 개판이 되었다.

으아아악!!

좁은 길에 아홉이나 되는 대기사들이 설쳐 대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길이 좁은 것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

“도… 도망!!”

“밀지 마, 미친놈아!!”

공포는 양쪽으로 퍼져 나갔다.

일반 병사에게 대기사는 괴물이나 다름이 없었고. 밀집해서 대응할 수도 없는 길목이다.

“푸제흐 백작님~~!”

리안이 한창 싸우고 있는 푸제흐 백작을 향해 소리쳤다.

“죽어!! 죽어라, 이놈들아!!! 내 땅에서 들어온 이상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다만. 그는 싸움에 미쳐서 리안의 말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군다나 전쟁 신의 가호까지 받지 않았던가.

저 뽕 맞은 느낌을 리안도 잘 알았다.

“거참. 아까는 그리도 싫다더니.”

하급 대기사치고는 잘 싸웠다.

역시 게임이고 현실이고 전쟁 신의 뽕맛은 대단했다.

“세이나 누님.”

“네. 백작님.”

“가서 데리고 오세요.”

리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이나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푸제흐 백작에게로 갔다.

참고로 리안이 세이나에게 그림자가 아닌 바람 속성으로 계약을 하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암살과 같은 특수 임무에는 그림자가 더 좋으나 근래에 있을 전투는 전쟁 신 사제 그 자체가 더 필요했다.

당연히 시선을 끌기 좋은.

그러니까 퍼포먼스 때문에 바람 속성과 계약하게 한 것.

‘어차피 나중에 갈아 치우면 그만이니까.’

급한 전쟁만 끝내고 나면 속성을 바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두가 가능한 것이 아니고 세이나가 주교급 사제이기에 가능했다.

“푸제흐 각하!!”

“죽어!!”

갑자기 나타난 세이나에게 반사적으로 무기를 날린 푸제흐 백작.

후우웅!! 휙!

그런 공격에 맞을 세이나가 아니었다.

“아. 이런!! 미안하네.”

“우리 전쟁의 신 사제에겐 익숙한 일이랍니다. 가끔 아군을 공격하시는 땅 주인이 계시는 터라.”

“크흠. 잘 싸우고 있는데 왜 불렀나?”

허리를 끊는 동시에 길을 따라 아주 몰아붙이는 중.

푸제흐 백작은 적들이 이렇게나 약했나? 란 생각을 하며 신이 난 상태였다.

“레온 백작께서 부르십니다.”

“음? 그래. 가 보지.”

푸제흐 백작이 뒤로 물러나자 그 자리를 다른 대기사가 채웠다.

참고로 처음 격돌 때를 빼고는 모든 대기사가 전투를 하지 않았다.

로테이션을 돌려 최대한 힘을 비축했다.

“레온 백작. 무슨 일인가?”

피로 샤워를 한 듯한 푸제흐 백작과 달리 리안은 말끔했다.

전투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푸제흐 백작은 그걸 나무라지 않았다.

리안은 각성하지 않은 마나 유저로 눈먼 마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참고로 데려온 100여 명의 병사중 일부가 그렇게 사망했다.

“이제 슬슬 빼야 해요.”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저놈들은 싸울 의지도 없어!”

“밤새도록 싸우다가 절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돌아가시려고요?”

“음?!”

“거기다가 병력을 많이 잃으면, 적의 추격도 쉽게 저지하지 못합니다.”

순간적으로는 위력적일지 모르나 대기사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보병들의 지원이 없다면 강한 사냥감에 불과하다.

“흠… 내가 너무 흥분한 모양이군. 알겠네.”

푸제흐 백작이 목에 걸고 있던 피리를 꺼내서 불었다.

삐이이이~!

전투가 있기 전 미리 숙지를 시켰었다.

소리를 들은 아군들이 전투를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휘이이잉~!

그럼에도 달려드는 적들은 없었다.

이미 적들은 전의를 잃고 도망만 가고 있었으니.

싸우다 죽은 적들보다 길 밖으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은 자들이 더 많을 지경.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밀지 말라고!! 으아아악!!”

전투가 멈췄음에도 적들은 자신들의 아군을 밀치며 도망가고 있었다.

“쯧. 가자! 철수한다!”

백작은 그런 적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이번이 끝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저쪽도 대가리가 오면 힘겨우니까. 일단은 피하고 봐요.”

지휘부끼리만 붙으면 이기겠지만, 그들은 이곳 보병들의 지원을 받는다.

지금 도망만 치는 적들도 수장인 마맨 백작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싸울 것이다.

투트트트틍!!!

리안은 오토호스에 올라 유유히 길에서 벗어나 숲으로 사라졌다.

지금 위치가 딱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점이었다.

“어디 있느냐!! 푸제흐 백작은 어디에 있어?!!”

뒤늦게 도착한 마맨 백작은 씩씩대며 호통쳤다.

전투가 벌어진 장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도주했습니다!!”

그곳에 있던 고급 장교 역할의 기사가 보고했다.

퍽!!!

마맨 백작은 분통을 터뜨리며 기사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놓쳤다고?!! 이렇게 피해를 입어 놓고? 기사인 네놈은 병사들이 죽어갈 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

주먹에 맞고 쓰러진 기사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각성을 해서 오러를 다룰 수는 했지만, 정령 갑옷이 없는 평기사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전쟁의 사제가 나타난 직후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졌고. 대기사만 아홉.

자신이 병력을 수습하려 노력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전투 불능에 빠졌다.

“젠장!! 추격한다.”

“안 됩니다. 고정하십시오. 각하!!”

그때 마맨 백작을 호종하던 기사가 급히 말렸다.

“뭐?! 지금이 기회다. 한 번에 전쟁을 끝낼 수 있어!!”

“보병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공간 압박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추격한 우리가 불리한 싸움을 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대기사라도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칼을 모두 막지는 못한다.

물론 갑옷의 내구도가 있어 치명상을 입진 않는다 할지라도 위험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대기사 간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것은 크다.

다시 말해 별 볼 일 없는 병사가 공간만 차지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대기사에게 장애물이 된다.

“숲에서는 마총병들도 힘을 쓰기 힘듭니다.”

병사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마총병.

그런데,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무들로 인해서 마총병들이 힘을 쓰기 힘들다.

“매복에 걸리면 더더욱 위험합니다. 병사들도 백 명 남짓 대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젠장!!”

머리를 식힌 마맨 백작이 숲을 바라보았다.

나무 사이사이의 어둠은 악마의 아가리처럼 비춰진다.

“급보입니다!!!”

그때 등에 깃발을 꽂은 전령이 본진 방향에서 달려왔다.

“뭐냐?!!”

“후방에 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용병단 하나가 길의 유효 사거리가 닿는 곳에서 농성을…….”

“뭐?! 겨우 용병대? 란스 단장 놈. 그리 자신만만해하더니 그런 거 하나 처리 못 해?!”

그때 다른 방향에서도 전령이 달려왔다.

“각하!! 길이 막혔습니다.”

“막히긴 또 뭐가 막혔다는 거냐?!”

“에이드 요새 방면으로 산개해서 진군하던 아군들이 저지당하고 있습니다.”

뭔가 싸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설마…….”

“에이드 요새로 가는 거의 모든 샛길이 막혔습니다. 작전 실패입니다. 각하!”

“빌어먹을!! 철수한다!! 얼른……!!”

적들은 어디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방금 전 푸제흐 백작이 이곳에 나타난 것 자체가 불길했다.

‘신중하다 못해 겁이 많은 놈이라 들었는데…….’

빨리 베이스캠프를 차렸던 곳으로 돌아가 병력을 재정비해야 했다.

“신호탄을 쏴라!! 전군 퇴각이다.”

하늘 높이 신호용 마법탄이 터졌다.

후방에서 터진 데 이어서 전방인 이곳에서도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이로써 모든 마맨군이 퇴각 소식을 알게 되었다.

* * *

병력이 역류하듯 꾸역구역 반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코프 용병단은 욕을 내뱉었다.

“젠장할! 돌아온다!! 적들이 돌아온다!!”

“완전히 막을 필요는 없다. 길을 열어 주고 지나가는 적에게 피해만 주면 돼!!”

코프 용병단장은 적들의 상태를 보며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릴 이곳에 보낸 이유가 있었어.’

“마총을 장전하고 창병은 적이 이곳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라!”

“단장… 그보다 저놈들… 이쪽으로 기어 올라오는뎁쇼?!”

적이 퇴각하는 길은 딱 마총의 사거리에 있었고. 이쪽은 고지라 쉽게 올라오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 피해를 무릎 쓰고 적들이 언덕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흘리개 같은 용병단 놈들아! 너희가 우리 란스 용병단의 상대가 될 줄 아느냐?!!”

그들은 갑자기 퇴각로를 확보하기 위해 발악하기 시작했다.

전방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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