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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21화 (121/253)

1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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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이동 중에도 계속해서 작은 지도를 살피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게임과 다른 점은 실시간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점이기에 적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한다.

‘별로 강해 보이지 않던데… 오토호스를 어찌 저렇게…….’

다만, 푸제흐 백작의 눈에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길이 놓여 있다 해도 비포장도로.

그곳을 한 손에 지도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신기해 보인다.

그것도 헝그식 오토호스를 말이다.

‘미친.’

더 놀라운 것은 두 손을 놓고 조종할 때도 꽤 많아 보인다.

물론 숙련된 오토호스 기수라면 두 손을 놓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저렇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었다.

헝그 왕국의 베테랑 기병들이나 가능할까.

“음…….”

“레온 백작. 지금이라도 병력을 회수하는 것이.”

이미 궁전에서 나갈 때 명령서를 보냈다.

지금쯤이면 예비대가 적의 보급로를 끊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다.

“적이 한 요새로 모든 병력을 동원한다면 막을 수 없다네.”

“요새에서 막으니까 당연히 그런 거죠.”

푸제흐 백작이 왜 저리 안달이 난 것인지 리안은 알고 있었다.

변경에 있는 백작이라 나름 군사적 식견이 없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싸운다면 푸제흐 백작의 말대로 될 것이다.

병력은 적고. 실력까지 낮으니.

“그러니까 말일세! 병력과 실력 면에서 떨어지니 당연히 요새에서…….”

“그렇게 해선 승리하지 못해요. 영원히. 음. 이쯤이 좋겠네.”

“음? 뭐가 말인가?”

“베이스캠프요. 저기 언덕에 세우면 되려나.”

리안의 말에 푸제흐 백작이 흐리멍덩한 눈이 되었다.

“양쪽 요새의 중간에 딱 위치한 지점이네요.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고 양측 요새에 알리고. 정찰을 수시로 보고하게 하세요.”

“이… 이곳에 말인가?!”

푸제흐 백작은 머리가 복잡했다.

리안이 전장으로 향한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예비대와 함께 움직일 줄 알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두 요새 중 한 곳에 갈 것이라 예상했고.

“자자. 다들 서둘러요~~”

리안이 박수를 치며 외쳤다.

푸제흐 백작이 거느린 병력은 겨우 100도 안 되었고 전투 인원이 아니라 대부분 행정에 관련된 병력들이다.

“정말 여기에… 이곳은 사방이 트여 있어서.”

“딱이죠. 원래라면 이곳에 예비대가 있어야 하는 장소인데.”

양측 요새와 소통은 편한데, 대규모 병력이 주둔할만한 공간은 나오지 않는 곳이다.

“후… 레온 백작. 이곳은 위험하네. 양쪽 요새 중 한 곳이라도 뚫리면…….”

“안 뚫려요.”

리안은 호언장담을 했다.

“자, 빨리 작전 테이블부터 언덕 위에 올려요~~”

전망이 좋은 둔덕에 지휘 막사를 세우기로 했고. 그곳에 일단 탁자와 지도부터 올리게 했다.

푸제흐 백작은 이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대로 어린아이의 치기 때문에 자신의 대에서 가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

‘차라리 홀로 막아서야 하나.’

그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국지적으로 본다면 어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강대국들이 개입할 여지가 충분했다.

잉글슨 왕국과 스랑 제국 양측 모두 이미 결심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래. 정 안 되면… 수도에서 농성이라도 해야지.’

어떻게 버티고 버티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그 두 국가만 끼어들지 않으면 된다.

눈앞의 꼬맹이가 하는 짓이 속 터졌지만, 어쩌겠는가.

거대한 두 국가를 막는 유일한 카드인 것을.

탁탁탁!

리안은 언덕에 전략 테이블이 놓이자마자 말들이 나열했다.

매우 익숙한 모양새였는데, 게임에서 보던 것과 매우 흡사했다.

율 대륙의 규격형.

간편 모드.

마치 고글 지도처럼 위성 지도와 일반 지도가 있듯이 간편 모드로 전환하면 이런 식이었다.

딱히 중요한 전투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훨씬 깔끔하고 편했다.

다만, 게임에선 말을 찍으면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만 여기선 아니었다.

“세바스 아저씨!”

“네. 각하.”

세바스는 리안이 말을 가리키면 그 부대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읊어 줬다.

확실히 서류를 잘 다루는 부하를 두니 편하단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도 음성 지원을 해 주면 좀 좋았어?’

오히려 편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 모바일로 플레이하면 작은 글씨 때문에 눈알이 다 아플 지경이었기에.

더군다나 게임과 달리 이 세계는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

생각을 마치고. 꼽씹고. 또 씹고. 계속 씹어서 머릿속이 너덜너덜할 지경.

오히려 상대의 반응이 궁금해서 지루해 미칠 것 같았다.

펄럭~! 펄럭~!

막사가 바람에 부대꼈다.

리안이 전략판을 배치하며 생각을 하는 동안 막사의 완성이 끝난 것이다.

“자. 어디로 올 거냐?”

아무리 리안이라도 두 요새 중 상대가 어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군을 양쪽으로 나눠 진군한다면.

‘재미없는데…….’

솔직히 나설 것도 없다.

나름 푸제흐 백작이 정석에 충실하게 병력 배치를 해 놓은 탓이다.

투타타타타!!!

그때 오토호스 소리가 요란하게 접근했다.

리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얼마 만의 육지전인가.’

많은 사람이 죽어나는 전쟁이지만, 자각이 크게 들지는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게임 같은 상황이라 흥분이 되었다.

‘정신 차리자. 게임이 아니다.’

그래도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기분을 받아들였다.

본인의 실수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날 수도 있기에.

물론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해도 수많은 사상자가 나겠지만.

전쟁이란 그래서 잔혹한 것일지도.

“각하!! 적들이 움직입니다.”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 날짜가 되자마자 움직이는군.”

웃기게도 노르망 공왕(잉글슨 국왕) 측 참관인과 스랑 제국의 참관인 모두가 마맨 백작가 진형에 머물렀다.

그곳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물론 고위급 참관인들은 진형 안이 아닌 훨씬 먼 곳에 떨어져 보고를 받았지만.

참고로 전쟁에서 실수로 하급 참관인들이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비스 요새구나!!”

푸제흐 백작이 밖으로 나가더니 소리쳤다.

전령이 급하게 온 곳이 비스 요새 방면이기 때문.

“에이드 요새에선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봐선. 적들은 비스 요새에 총공격을 할 요량인가…….”

푸제흐 백작은 침울해졌다.

적들이 한쪽 방면으로 올인을 한다면 적대로 막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

상황을 봐서 에이드 요새에 있는 병력을 빼내어 수도를 방어해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리안이 눈웃음을 지으며 전령으로 다가갔다.

“이쪽으로 와 보세요.”

“……?”

전령은 리안을 모르는 눈치.

“지원으로 온 레온 백작이다. 전령은 설명을 해 주도록.”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어린 사람이 백작이란 것에 놀란 것도 있지만, 전장의 코앞인 이곳에 있는 것이 더 놀라웠다.

“자, 설명하게. 적들이 관찰된 곳은?”

푸제흐 백작은 리안의 태도에 속이 답답했다.

빨리 에이드 요새에 알려서 철수 준비를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비스 요새의 병력도 최대한 추슬러서 돌아가야 한다.

요새도 그리 견고하지 못해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터.

“이쪽과 이쪽 방면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령이 지도를 보며 설명을 해 줬다.

“속도가 빠르진 않겠군.”

“그렇습니다.”

리안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레온 백작. 이럴 때가 아니네! 어서 에이드 요새에 알려서…….”

“알려야죠. 적을 요격하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리안의 적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

“성동격서입니다.”

“음?!”

“진군은 비스 요새로 하고 있지만, 택한 길은 너무 느립니다.”

“그야. 넓은 길은 매복을 의식하여…….”

“개전일은 오늘이지만, 저들은 이미 이곳에 도착한 지 한참이나 되었죠.”

푸제흐 백작은 머리에 망치를 맞은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우리 군의 상황은 모두 조사한 뒤일 겁니다.”

“아!”

이쪽이 상대의 군영을 살폈듯이 적들도 충분히 살폈다.

특히나 비스 요새로 향하는 협곡은 오히려 적진에 가까운 곳.

정찰과 확보는 적들이 훨씬 쉽다.

“아무리 신중하다 해도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간다라.”

“그래도 말이 안 되네. 행군을 늦추고 뒤로는 에이드 요새로 가려면 너무 돌아가는 길이네.”

“그래서 너무 티 난다구요. 훗.”

리안은 상대 지휘관이 대충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란스 용병대의 입김이 강한 모양이네요.”

“적 용병대에 대한 자료를 언제 다 찾아봤는가…….”

“안 봐도 알아요. 딱 그자의 스타일인걸요.”

어차피 이 지역에 전쟁이 터지면 참여할 용병대야 뻔하다.

“뭐. 아니라 해도 바보 같은 짓이지만.”

상대는 의도적으로 행군을 늦췄다.

신중한 척을 하며.

“병목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모양이네.”

상대가 진짜로 신중한 타입이라 할지라도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적들이 요새를 나와 선제 타격을 할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푸제흐 백작님. 공격 명령을 내리세요.”

“지금… 공격 명령을 내려 봐야… 여기서 양쪽 요새는 오토호스로 반나절이네…….”

“딱이네요. 흐흐.”

이곳은 길이 닦여진 곳.

에이드 요새와 비스 요새의 딱 중간 부분.

이런 거리를 오토호스로 반나절이라면……?

보병은 어떨까? 좁고 험난한 산악지역.

상대는 편한 길을 두고 대군을 움직이는 중이다.

이미 조사가 끝났는데도 정찰병들을 풀어 선두에서 뭉그적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마… 만약. 진짜로 적들이 비스 요새를 총격하는 것이라면……?!”

병력도 적은데 요새 밖으로 나왔다간 자칫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

“에이. 결과는 똑같아요. 어차피 시간만 끌면 우리의 승리예요. 예비대가 어디로 갔는지 잊었어요?!”

“아……!”

길이 좁아터져서 모든 병력이 한꺼번에 싸우지 못한다.

당연히 이쪽이 실력이 달려 밀리겠지만…….

“어차피 져도 상관없어요.”

“그건 또…….”

“도망갈 곳이 없거든요.”

병사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길이 개판이란 것은 도망도 쉽게 못 간다는 것.

그래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추격도 개판이 될 테니까.

“어쨌든 시간은 확보되는 거죠. 에이드 요새 병력 1/4 보내서 이곳으로 진격하라고 하세요.”

리안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짜리몽땅한 지휘봉으로 지도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적이 올 만한 곳은 이곳이겠죠.”

“그럼 병력을 더 보내야.”

“어차피 많이 보내 봐야 소용없어요. 다시 1/4은 이곳.”

리안이 또다시 지휘봉으로 짚었고.

“1/8은 이곳으로 쭉 이동해서 이곳까지 이동하게 하시고.”

“그곳은 왜…….”

“비스 요새군이 깨져서 도망가면… 대충 내일쯤 이곳에 도착할 거니까요.”

“그걸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죠.”

징집병들 수준이야 뻔하고. 양측에 고용된 용병들은 이미 리안이 알고 있는 용병단이다.

전투력 또한 꿰고 있었고.

“아, 그리고 코프 용병단이 지금 에이드 요새에 있죠?”

“보자… 그렇다네.”

“이곳으로 보내서 적의 후미를 치라고 하세요.”

“아… 아무리 용병단이라고 해도. 그건 너무 무모하네.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이런 명령을 내리면 오히려 전장을 이탈할지도…….”

용병들은 고용주의 말을 무조건 듣지 않는다.

고용주가 힘이 없거나 불리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이들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돈을 벌러 온 것이지.

멀쩡한 고용주 소유의 마을을 약탈하는가 하면, 눌러앉아 시간을 끌기는 부지기수.

계약 기간을 핑계로 몸값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요. 어제까지 적인 자들에게도 자신들을 고용하라는 협상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용병들을 쓰는 이유는 정규군보다 가성비가 훨씬 싸기 때문.

“다른 용병단이면 몰라도 거기 단장은 지금 속이 타들어 가는 중이죠. 적자가 장난 아니거든요.”

코프는 귀족 가문의 서자로 용병단을 창설했다.

나름 성격이 좋고 남자다움에 단원들을 모집했으나 문제는 일거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 일거리는 많은데 신생인 자신들의 차례까지는 잘 오지 않는달까.

지금 그들은 몸이 달아오른 상태다.

“그걸 어찌 아는가…….”

“다 아는 수가…….”

라고 말을 하다가 상대도 백작이란 생각에 조금 납득이 갈 만한 말을 해 줬다.

“레온 백작가의 백작 부인의 집안이 스랑 제국에서 상단을 꾸리고 있어요.”

“아. 케네이나 백작 부인!”

리안의 처음에는 불신을 했지만, 조금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린아이의 치기라고 하기에는 아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저자가 브레인인가?’

처음에는 리안의 독단으로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리안의 바로 옆에 서류를 끼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리안의 다른 부하들은 모두 하나같이 하자가 있어 보이지만, 유일하게 품격이 있어 보이는 사내.

‘뛰어난 자인가 보군.’

당연히 세바스는 리안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전략이나 전술은 잘 알지도 못했고.

그저.

‘역시. 선장님!’

이라고 감탄하고 있었지만, 얼굴에 드러나진 않았다.

“그럼.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우리도 가죠.”

“음??? 무슨 말인가? 갑자기. 여기가 베이스캠프라고…….”

“여기 고급 인력들을 그냥 놀릴 셈인가요?”

오히려 리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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