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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14화 (114/253)

114화

##114

와아아아아!!!

환호하는 레온 백작군.

멋진? 포즈를 취하는 리안.

“제발 그 이상한 포즈 좀!!”

부선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통 멋진 포즈는 전투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형태라 할지라도 몸집을 부풀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고.

“예술을 몰라서 그래요.”

리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리고는 성벽 아래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의 용맹함 덕에 전투에서 승리했노라.”

와아아아아!!!

환호는 계속 이어졌다.

이런 역사적인 전투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들에 아들에게까지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술을 마실 때 안줏거리로도 충분하고.

“이제 정복의 시간이다!!”

와아아아아!!!

리안이 무슨 말을 해도 병사들은 환호했다.

여전히 리안에겐 전쟁의 신과 태양의 신이 내린 가호가 머물고 있었다.

“그만! 시간은 금이다. 어서 흩어져서 피난민들을 찾아라. 그리고 일반 백성들에게 가혹 행위는 금한다.”

리안의 말에 환호 소리가 뚝 끊겼다.

침략군에게 민간인이란 존재는 약탈은 기본이요 옵션으로는 살인에 강간까지.

전쟁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어 줄 좋은 수단이다.

“이 땅은 곧 내 땅이 될 것이고. 이들은 너희들의 좋은 이웃이 될 것이다. 너희는 이웃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전쟁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태가 아니다.

거의 100% 승리할 것이다.

결국에는 같은 군주를 모시게 될 이웃.

“그대들이 믿는 신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길.”

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병사들도 숙연해졌는지 고개를 숙였다.

다만, 용병들은 조금 불만이 컸다.

전쟁에서 약탈은 어떻게 보면 커다란 보너스이기에.

때로는 고용주가 주는 돈보다 약탈 쪽이 더 쏠쏠할 때가 많았다.

“용병들은 슬퍼하지 말라. 루데악 백작성에는 제법 많은 재화가 쌓여 있다니 성을 함락하면 성과급이 있을 것이다.”

우오오오오!!!

그제야 용병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걸 본 부선장은.

“저것들은 용병이 아니라 산적이 틀림없어.”

“우린 바다의 용병인 해적이죠. 육지의 용병이 산적인 것은 똑같죠.”

용병은 양면의 동전과도 같은 법.

조금만 관리에 소홀히 하면 도적으로 변한다.

“그래도 우리 해적은 신용이 있다고!”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해적선의 부선장 나으리~”

“으흠!”

이 말을 용병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할 것이다.

저들도 신용으로 먹고사는 이들이니.

“자! 그럼 출발!! 가장 많은 피난민들을 찾은 조에게는 상금이 있으리~”

리안은 곧장 조를 나눠 요새 아래로 보냈다.

우와아아아!!!

상금이란 소리에 모두 미친 듯이 달렸다.

“사고나 안 치려나 몰라.”

“본보기를 보여야죠. 앞으로를 위해서.”

다른 귀족과 달리 리안의 정복 전쟁에서 약탈은 금지될 것이다.

율 대륙을 정복하려면 정복지의 자원을 쥐어짜야 하는데, 약탈은 단기적으로 이득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이다.

“저들은 제 군대의 선봉대가 될 자들이니까요.”

* * *

피난민들은 요새와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급하게 마을을 버리고 왔으니 많이 지쳐 있었다.

“저거… 대영주님 아이여?!”

“맞는 거 같은데… 요새에 계신다더니 수도로 돌아가시는 건가?”

“뭐. 우리 마노 요새가 악명이 높으니… 전투를 지켜볼 가치도 없으신 게지.”

루데악 백작이 도주하는 장면을 봤음에도 피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조만간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고. 피난을 오느라 피해를 본 것을 적절히 보상해 주겠노라 이야기했다.

“그보다 진짜로 보상을 해 줄까요?”

“기대는 하지 마. 그저 춘궁기나 겨우 버틸 정도겠지.”

영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자는 거의 없었다.

주변 영지들에 비해 수탈이 심한 편이니.

“어어?! 저건 또 어디 병사래요?!”

“모르지. 우리에게 동원령이라도 내릴 모양인가…….”

병사들이 같은 문양의 군복을 입지는 않았다.

큰 국가 간의 전쟁도 아니었고. 그저 팔이나 이마에 적당히 알아볼 표식이나 두를 뿐.

“저… 적이다!! 저건 레온 백작령의 표식이야!”

가까이에 도착해서야 팔뚝에 붉은 천을 두른 병사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도… 도망가야 하나.”

“숫자가 적은데… 싸우는 건…….”

“누가 싸울 겁니까.”

피난민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장정들의 비율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적은 비율의 장정들을 합하면, 다가오는 레온 백작군보다 많았다.

“저들은 무기를 들었다고!”

“마총병도 보여!!”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하는 이들도 보였다.

다만, 도망도 곧장 치지 못했다.

도망가다 잡히면 본보기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기에.

“다들 멈춰!! 우린 그대들을 해할 상각이 없다!”

레온 백작군 중 하나가 소리쳤다.

평민인 조원들과 달리 그는 건장한 체격에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투도 거친 것이 어디 해적이나 쓸법했다.

“여기 피난민 대표가 있나?!”

마총을 든 자가 소리쳤다.

“제… 제가 여기 피난민들은 맡고 있습니다. 제라툴 시의 시장입니다.”

노인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귀족이었지만, 목민관 성향이 짙었기에 피난민들과 함께했다.

당연히 주변 중소 마을의 주민들도 그를 따랐고. 자연스레 이 커다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나는 114 요원이다!”

마총을 등에 멘 해적같이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114… 그게 뭡니까?”

“나… 나도 모른다. 우리 선장. 아니 레온 백작께서 임시로 내려 준 직책이다. 무엇이든 물어봐라! 다 대답해 준다.”

제라툴의 시장도 잠시 벙찐 얼굴을 했지만, 정복자의 앞이다.

앞서 루데악 백작이 도주하는 것을 봐선 그 악명 높은 마노 요새가 함락되었으리.

‘루데악 백작가는 이제 희망이 없다.’

마노 요새에 올인을 한 상태다.

병력도 꽤 많이 모여 있었을 테지만 졌다.

물론 분지를 이루고 있는 산맥들의 곳곳을 지키고 있는 병력을 다시 끌어모은다면, 수도의 궁전은 한동안 지킬지도 모른다.

“조달(약탈)을 위해 오셨습니까? 갑작스레 피난길에 오른 터라 가진 게 많이 없는 이들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가 가진 것들을 십시일반 모으겠습니다.”

대부분 가난한 평민들만 여기에 모였다.

돈이 있는 부유한 자들은 모두 루데악 백작령의 수도로 향했다.

수도에서도 돈이 있는 자들은 받아 줄 터이니.

“약탈은 무슨. 우리 선장을. 아니 백작님을 뭐로 보고. 혹시 음식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급히 떠나온지라… 부족하지 않다면 거짓이겠지요.”

제라툴의 시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어쩌면 눈앞의 114 요원이 말은 저리해도 식량을 걷어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다! 그대들에게 일자리와 음식을 제공하겠다.”

“네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물론 공짜는 아니고. 우리 백작님이 지정한 곳에서 흙이나 돌을 한 바구니씩 옮기는 자에 한해서 빵과 스프를 나눠 줄 것이다.”

114 요원을 말에 피난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참말입니까?!”

식량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자들도 많았다.

아니 챙겼어도 모자랐다.

그럴 것이 한창 식량이 모자란 봄.

“우리 귀여운 백작님은 거짓을 말할 꼬마가 아니다!!”

“네에? 그… 그렇습니까?!”

해적의 말투가 좀 요상하긴 했다.

“그러니 찬양하라!!”

다만 워낙 말투가 거칠어서 뭐라 할 수도 없고.

와아아아!! 레온 백작님 만세!!!

결국엔 그가 시킨 대로 찬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다.

매일 풀죽만 겨우 먹는 신세다.

“자, 가자!! 나를 따라와라~!”

114 요원의 인솔하에 피난민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슥삭! 스스삭!! 쿵! 파사사사.

대규모 피난민들이 곳곳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땅을 파고 나무를 베며 흙을 옮겼다.

그 숫자는 수만 명에 달했다.

“저것들이 덤비기라도 한다면… 끔찍하군.”

그걸 지켜보는 부선장이 질겁한 얼굴을 했다.

“대부분 힘없는 백성들이죠.”

장정들은 루데악 수도로 차출당해 산맥 곳곳으로 뿌려졌다.

혹시라도 산맥을 넘어 레온 백작의 병사들이 넘어오지 않을까 감시를 위해서다.

“거참. 저들의 아비나 아들들이 요새에 있었어도 꽤 애를 먹었을 텐데.”

“요새를 너무 믿은 탓이죠.”

아무리 약하고 힘없는 백성들이라도 수만 명이 모이니 부유선이 지나갈 길을 만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아저씨!! 저도 빵 주세요!!”

어린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금이나마 옮겼다.

아동 착취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가장 많은 노동 착취를 하는 아이가 있었으니.

“내어 줘.”

“배… 백작님!!”

리안의 등장에 피난들은 깜짝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자신들의 영주도 아니고 정복자의 영주다.

눈이라도 마주치는 순간 그의 기분에 따라 목이 잘릴 수도 있다.

“모두 일어서라. 앞으로 나를 봐도 무릎을 꿇지 않아도 좋다. 나는 내 백성들을 함부로 무릎 꿇게 두지 않는다. 그게 설령 나일지라도!”

리안의 외침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너희는 조만간 나의 울타리에 들어올 것이다. 자, 고개를 들고 보거라!!”

리안이 소매를 걷은 뒤 팔을 뻗었다. 그러자.

스윽!!

옆에 있던 세이나가 단검으로 팔을 베었고.

번쩍!!

이 땅에 대한 물음을 전쟁 신에게 물었다.

당연히 그 결과는 푸른색.

-전쟁 신 탱글님의 가호!!

일반 백성들 중에서도 아는 자들이 있었다.

전쟁신에 대한 일화는 율 대륙 전체에 퍼져 있으니.

과거 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곳은 내 선조들의 땅이었다. 그동안 그대들을 방치해서 미안하다.”

리안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귀족이 평민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놀란 피난민들은 다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감히 리안의 인사를 서서 받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라. 나의 백성들아. 내 말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누구에게도 함부로 무릎 꿇지 않게 하겠노라고.”

리안은 방금 전 빵을 받으려던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와아아아아!!!

백성들은 그제야 리안의 진심을 알아듣고선 일어나 환호했다.

“레온 백작님 만세!! 우리 영주님 만세!!!”

그들은 이미 리안에게 내려진 가호의 영향을 받는 상태라 쉽게 선동되었다.

사실 이것에는 약간의 트릭이 숨겨져 있었다.

아마도 루데악 영주가 레온 백작령에서 같은 의식을 치르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지역의 영주가 아닌 이상에야 인근의 영지에 대한 영향력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내 악독한 루데악 백작을 처단하고 올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마을로 돌아가도 좋다. 그전에 이곳에 조금만 기다리면 식량선이 올 터이니 받아 가라.”

백수킹 상단에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그들은 열심히 부유선으로 각종 물자를 실어 나를 것이다.

물론 그 밖에 재상이 직접 보급을 관할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량의 식량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와아아아아!!!

피난민들은 환호했다. 부유선을 타고 멀어지는 그들의 새로운 지배자를 향해.

* * *

루데악 영주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놈이 어떻게…….’

마노 요새에 침투한 것일까? 아니 그보다 자신의 가문 대대로 몰래 전수되는 함정 작동법을 알고 있는 것일까?

“재상!! 사람은. 사람은 보냈는가?”

“그렇습니다. 백작님. 오토호스를 탄 전령을 공왕님께 보냈습니다!”

“그래. 그분의 중재 명령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병력은!”

“충분합니다. 다행히 마노 요새에 투입된 징집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요새로 적을 유도하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있었는데, 산맥을 넘어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 훨씬 많은 인원들이 동원된 상태다.

“좋아!! 군무관!!”

“네. 백작님.”

“그대만 믿는다.”

“맡겨만 주십시오. 각하!!”

말은 그리했지만, 군무관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럴 것이 평소 요새만 믿고 그다지 기용하지 않았다.

예산도 다른 백작령에 비해 적은 편.

‘이번에 내 실력을 보이고 인정받겠어.’

요새가 무용지물인 것이 오늘날 밝혀졌으니 이번 전쟁이 끝나면, 이제 자신을 믿어 줄 것이다.

* * *

공왕의 궁전은 바빴다.

비서들은 평소 각선미를 위해 신었던 높은 구두를 벗고선 뛰어다녔다.

“젠장!! 도대체 그놈들은 왜 지랄인 거야?!”

“공왕님. 진정하십시오.”

“진정하게 생겼어?! 스랑 제국에선 뭘 하고 있는 거야?”

“일단 마맨 백작도 스랑 제국의 신하입니다.”

마맨 백작이 푸제흐 백작가에 영지전을 건 상태다.

문제는 마맨 백작은 노르망 공왕의 봉신이었는데… 그 노르망 공왕은 또 잉글슨 왕국의 국왕이었다.

일이 조금 복잡하다.

노르망은 잉글슨 왕국의 소속임과 동시에 스랑 제국 소속이었다.

세금을 스랑 제국에 내고 있었기 때문.

“내 이것들을!! 군대를 모아라.”

“고정하십시오. 자칫하다간 국제적으로 일이 커집니다.”

공왕은 아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전하!! 공왕 전하!!”

“아니. 또 무슨 일이야.”

“루데악 백작가에서 급한 서신이…….”

“아! 그 문제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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